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17)
마존현세강림기-1319화(1316/2125)
마존현세강림기 53권 (25화)
5장 대기하다 (5)
“관광객이 올 만한 곳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 데가 진짜 맛집인 법이죠.”
“맛은 보장한다는 뜻인가?”
“아뇨. 여기 별로 맛없어요.”
이현수의 이마에 살짝 핏대가 섰
다.
건너편에 앉은 이는 누가 봐도 현지인이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는 자연스러운 한국어가 나오고 있었 다.
“그럼 왜 여기로 왔어?”
“에이, 이분들 영 상황 파악 안 되시네. 우리가 뭐 밥 먹으러 왔습 니까? 제일 눈에 안 띄고 조용한 곳이 여기니까 그렇죠.”
그야 그렇다.
사람도 없고 허름한 가게인데 개 인실이 있다. 이 주변에서 이보다 더 적절한 곳은 찾을 수 없을 것이
다.
“주인이 가는귀가 먹어서 잘 못 듣습니다. 그러니 편히 말해도 됩니 다. 한국말은 하나도 모르니까요.”
“여러 번 들른 모양이네.”
“베이징에서 활동하다 보면 포인 트를 몇 개 정도는 확보하는 게 기 본이니까요.”
이현수의 눈에서 이채가 피어난 다.
묘하다.
이현수가 생각하는 요원과는 그 이미지가 너무 다르다. 기본적으로 국정원 소속에다 중국에 파견될 정
도라면 대한민국에서는 엘리트 중에 엘리트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내 의 모습은…….
“상상하신 거랑 많이 다릅니까?”
“••••••어, 음.”
이현수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자 요원이 빙그레 옷었다.
“괜찮습니다. 보통은 다 그러시더 군요. 한국인들은 스파이의 이미지 가 이상하게 잡혀 있어요. 검은 슈 트라든가, 긴 트렌치코트라든가. 선 글라스 끼고 서류 가방 들고 다니 는?”
“그렇게 눈에 띄는 복장이 말이나 되겠습니까? 제가 뭔 제임스 본드도 아니구요. 영화에 나오는 놈들은 걸 려도 다 쏴 죽이면 되니까 그러고 다니는 거고. 저는 걸리면 죽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다녀야죠.”
씨익 옷어 보이는 요원의 이가 누렇게 물들어 있다.
“……그 이도 혹시?”
“예. 염색한 겁니다.”
이 순간, 정말 궁금한 게 생겼지 만, 실례가 되지는 않을지 고민하던
이현수가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 고 입을 열었다.
“혹시 결혼은?”
요원이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이현수가 허벅지를 움켜잡 았다.
“나이가?”
“이제 마혼 됐습니다.”
아무리 나라의 일이 중요하다지 만, 일부로 성형을 하고 이를 염색 해서 나이 들어 보이게 만들다 니…….
외국에 잠입한 요원들의 삶은 이
현수가 상상한 것과는 좀 다른 쪽으 로 고통스러웠다.
“아니, 보통 이렇게까지 합니까?”
“살려면 뭔 짓을 못합니까. 그렇 다고 안 할 수도 없고.”
“그냥 못한다고 하시면 되잖아요. 요즘 세상에 그런다고 죽이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안 하면 누군가는 해야 하 니까요.”
대수롭지 않게 한 그 말이 이현 수의 가슴을 찔렀다. 지금 이 상황 에서 그보다 더 이현수를 뒤흔들 말
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요원이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엄청 줍니다.”
“성형이야 다시 하면 그만이고, 이야 뽑고 임플란트하면 그만이죠. 살아서 돌아가기만 하면 저는 부자 되는 겁니다. 그때는 국정원 쪽으로 는 침도 안 뱉을 겁니다.”
묘하게 현실적이네, 이 사람.
내 감동 돌려내라.
“그래서……
강진호가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 다.
“전달해야 할 사항은?”
요원이 진지한 얼굴로 돌변했다.
“타깃이 베이징 공항을 통해 입국 했습니다.”
이현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공항을 통해 당당히 중국으로 넘 어올 정도로 힘이 있다는 겁니까? 그걸 당에서는 제지하지 못하고?”
“중국에서 요청한 형식을 취했으 니 건드릴 수가 없죠. 아마 그쪽도 지금 머리 깨질 겁니다. 다짜고짜 죽여 버리자니 이길 자신도 없고,
성공한다고 해도 뒷감당이 안 될 테 니까요.”
“그러니 다른 데서 죽어 버리는 게 최선이다?”
“최선이기야 하겠습니까. 유일한 방법일 뿐이죠.”
요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동행한 이의 수는 스물 정도입니 다. 거기에 공항에서부터 서른 명 정도가 더 따라붙었습니다. 다들 거 리를 두고 경호하는 상황이라 정확 한 수가 판단이 안 됩니다. 스물은 확실하지만, 뒤의 서른은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르겠습니다.”
서른에서 더 늘어난다라…….
“대륙의 기상이라더니……
베이징을 움직이는 사람에게 쉰이 넘는 경호원을 붙일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 경호원 하나하나가 살인 병기 에 가까울 것이라는 점까지 감안하 면 더 대단해지고.
“무인의 수는?”
“저희가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요원이 한숨을 쉬었다.
“저쪽에서 어디까지 정보를 파악 했는지 모릅니다. 총회에서 나섰다 는 사실까지 알아챘다면, 분명 무인
들까지 동원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게 아니라면 또 다를 수 있습니다.”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겠네 요.”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아니요, 회주님이. 제가 간다고 뭘 알겠습니까?”
강진호와 요원의 눈이 가늘어졌 다. 하지만 이현수는 당당하게 어깨 를 폈다.
“능력 없는 게 죕니까?”
한숨이 나온다.
“여하튼 현재 상황은 그렇습니다. 오늘 아침 도착해 호텔로 이동했습 니다. 하지만 여기가 숙소라고 장담 할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입국한 고위직들은 하루에 한 번씩 은 숙소를 바꿉니다. 은밀하게 당의 안가로 숨어드는 이들도 있고, 당당 하게 대로변의 호텔을 이용하는 이 들도 있습니다. 아직은 후자 같지만, 언제 안가로 이동할지 알 수 없습니 다. 어쩌면 조금 서둘러야 할지도.”
“안가로 가주는 게 나은데?”
“확실히 그게 낫죠.”
요원이 멍한 얼굴로 둘을 바라보
았다.
“이해를 못하신 모양인데, 중국 공산당에서 만든 안전가옥으로 숨어 든다는 뜻입니다. 경계는 더욱 철저 해지고, 일반인은 접근조차 불가능 한 곳입니다.”
“그러니까 좋은 것 아닙니까?”
“네?”
이현수가 왜 이해를 못하느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일반인이 접근 못한다면서요?”
“……그렇죠.”
“그럼 남 눈 신경 안 쓰고 일할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경
찰이나 군인보다 지나가는 사람 눈 이 더 무서운 사람들이라……
이 순간, 요원은 일반인과 무인 사이의 넘을 수 없는 벽을 체감했 다. 이런 사고방식은 그로서는 도무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여하튼 호텔에 계속 묵을 가능성 도 있습니다.”
“흠.”
강진호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담배를 꺼냈다.
그러고는 살짝 멈칫했다.
“피워도 됩니다. 여기 중국입니
다.”
이거 하나는 마음에 든다.
강진호가 입에 담배를 물자 이현 수가 재빨리 불을 붙여주였다. 깊게 담배 연기를 빨아들인 강진호가 천 천히 연기를 내뿜었다.
“현재는 프라임 밀레니엄 럭셔리 베이징에 묵고 있습니다.”
“프…?”
“프라임 밀레니엄 럭셔리 베이징 이요.”
“중국 호텔 이름이 좀 그렇습니 다. 딱 들어도 좋아 보이지 않습니
까?”
모르겠다.
나름 중국인의 사고방식에 익숙하 다고 생각하는 강진호지만, 예전에 는 이렇게까지 요란하지…….
‘아니, 요란했네.’
황궁은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 지 않았다. 화장실까지 황금으로 두 르던 시절 아닌가.
요원이 살짝 긴장된 눈으로 말했 다.
“솔직히 저야 명령을 받고 이행하 는 것뿐이지만, 객관적으로 봐서 저 격이 아니고서는 암살이 불가능하다
고 생각합니다. 저 정도 인원과 보 안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면, 세상 에 죽이지 못할 이는 없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담배를 뿜었다.
“그래서 이쪽에서 준비한 시나리 오는 이동 중을 노리는 겁니다. 아 무래도 이동 중에는 신경이 분산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동 중에……
“안 됩니다.”
이현수가 요원의 말을 잘랐다.
“이동 중에는 자연사로 위장하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사고사는 의미 가 없습니다. 사고가 일어났는데 그 자리에서 사고를 일으킨 이가 사라
진다면, 누가 그걸 자연사로 보겠습 니까?”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현실이라……
이현수가 빙긋 웃었다.
“괜찮습니다. 이쪽은 딱히 현실적 이지 않으니까요.”
강진호가 그런 이현수를 보며 한 숨을 내쉬었다.
“네가 할 것처럼 말하지 말고.”
“호가호위 좀 하게 냅 두십쇼. 이 럴 때가 아니면 제가 언제 어깨에 힘줘봅니까!”
요원이 황당하다는 눈으로 두 사
람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들은 긴장감이라는 게 없 나?’
지금 자신들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르려 하는지 자각이 조금 도 없는 느낌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 평온할 수 가 없다.
“어쩌실 겁니까?”
강진호가 깊게 담배를 빨고는 입 을 열었다.
“조건은 들키지 않고 자연사로 위 장하는 거였던가?”
“예, 그렇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요원을 바 라보았다.
“언제 시작하면 되나?”
요원은 더 이상 이 두 사람을 이 해하기를 포기했다. 그러고 보면 명 령에도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해줄 것’, ‘이쪽의 의견을 강요하지 말 것’이라는 구절이 있던 것 같다.
“적기를 정하라면 이틀 뒤쯤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도착한 직후 에는 긴장감이 올라가고, 마무리될 쯤에도 다시 마음을 다잡기 마련입 니다. 도착한 지 이틀쯤 뒤, 상무위
원과의 면담이 끝난 후쯤에 빈틈이 보일 겁니다.”
“이틀 뒤라……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 그러시다면 탈출 루트는 이쪽 에서 확보하겠습니다. 정보 유출 방 지를 위해 결행 당일 한 시간 전에 탈출 루트를 전달드릴 겁니다.”
“쓸 일이 있다면 말이야.”
강진호가 피식 옷었다.
“일단은 알겠다. 그럼 이틀 뒤 당 일에 저들이 어디로 묵는지 확실하 게 파악해 주면 돼.”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강진호가 가만히 요원을 바라보았 다. 강진호의 시선을 받은 요원이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주제넘은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을 너무 낙관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중국의 힘은 상 상 이상입니다. 특히나 이런 분야에 있어서 중국은 세계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입니다. 그들은 언제 나 암살의 위협과 싸워왔으니까요. 요인을 보호하는 데 있어서 중국만 큼 철저한 나라는 없습니다.”
“언제나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움직이셔야 합니다. 이 일에는 여러 분의 목숨뿐 아니라 조국의 운명도 걸려 있습니다. 만약 잘못될……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각오를 다지는 정도의 차이로 성 패가 갈리는 일이던가?”
“걱정할 것 없어. 일은 확실히 처 리할 테니까.”
할 말이 끝났다는 듯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이현수 도 자리에서 일어나 빙긋 웃었다.
“걱정은 고맙지만, 정보원으로서 의 자질은 꽤 부족하군요.”
요원이 살짝 발끈하려는 순간, 이 현수가 말로 그를 짓눌렀다.
“상대를 파악하는 건 절반에 불과 하지. 제대로 된 정보원이 되려면 이쪽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도 같이 파악해 보는 게 좋을 겁니다. 방금 그 발언, 굉장히 건방졌으니까.”
이현수의 눈빛이 차갑다.
요원이 그 기세에 짓눌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해외에서 고생하시는데 많이 드 셔야지. 주문한 우육면은 혼자 다 드세요.”
그 순간, 강진호가 살짝 움찔했
다.
이현수가 멍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드시려고 했습니까?”
“먹고 갈까요?”
오랜만에 먹는 중국 음식들이 꽤 나 입맛에 맞는 강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