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19)
마존현세강림기-1321화(1318/2125)
마존현세강림기 54권 (2화)
장 폭발하다 ⑵
대기라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 니다.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생고문이 되겠지만, 강진호는 그리 활동적인 인간이 아니고, 한정된 공 간에서 지내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 는 타입도 아니었다.
오히려 번잡함과 바쁨에서 벗어나 간만에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정도 로 편안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눈앞에서 살기를 뿜어내는 한 사 람만 아니라면 말이다.
뿌득.
이 가는 소리에 강진호가 슬며시 눈을 내리깔았다.
그가 적천마존에서 ‘강진호’가 되 면서 수많은 것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중 가장 바뀐 것이 무엇이냐 묻는 다면, 강진호는 단 하나를 꼽을 것 이다.
두려움.
과거의 그는 두려움을 몰랐다.
애초에 두려울 게 없었다. 기본적 으로 두려움이라는 것은 ‘잃음’에서 나온다.
목숨을 잃는 것.
가진 것을 잃는 것.
관계를 잃고, 사회적 위상을 잃 고, 체면을 잃는 등…… 무언가를 상실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두려 움으로 표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시의 강진호는 잃을 것 이 없었다.
목숨이야 여벌로 얻은 것이나 마
찬가지고, 잃을 관계 따위는 애당초 없었다.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가고 버티는 것뿐, 오늘 당장 죽는다고 해도 아쉬울 게 없는 삶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강진호에게는 두려움이라는 게 생 겼다. 다시 말하자면, 잃을 것이 생 겼다.
일반적인 사고로 본다면 두려움이 없던 사람이 두려움이 생겼다는 게 좋은 변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이 변화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인간에게 필요하지 않은 감정은
없다. 두려움이라는 것은 결국 신중 함을 낳는 법이고, 신중함은 조심성 을 만들어준다.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고민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건 퇴보라기보다는 발전이라 불러 야 할 변화일 것이다.
분명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진짜 발전인가?’
강진호가 힐끔 최연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최연 하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굉장히 미묘한 감정이 몸을 휘감는다.
이게 참 뭐랄까…….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서글프다고 해야…….
“아니.”
최연하가 이를 뿌득뿌득 갈면서 입을 열었다.
“이 새끼들이 사람 가지고 장난치 는 것도 아니고, 이게 지금 뭐 하자 는 짓거리지?”
이현수마저 최연하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몸을 슬쩍 돌렸다. 그 와중 에 가장 불쌍한 것은 바로 한은솔이 었다.
“흐..”
한은솔은 두려움도, 껄끄러움도
느끼지 않는 듯했다. 그저 멘탈이 나가 버린 듯 소파에 시체처럼 늘어 져 풀린 동공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내가 이 꼴 보자고……
으드드득.
‘저러다 이 나가겠는데.’
최연하가 가열차게 이를 갈아붙였 지만, 누구도 그런 그녀를 말리지 못했다. 그녀가 왜 저렇게 화가 났 는지 모두 이해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물 먹여도 유분수지.”
기껏 약속을 잡고 중국으로 넘어 왔지만, 막상 만난 이들은 일제히
말을 바꿨다.
계약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한 이들조차도 안색을 바꾸며 불가를 외치고는 돌아섰다. 그나마 미안하 다는 말이라도 붙이는 이들은 성인 수준이고, 약속 장소에 나와준 이들 은 양반이었다.
반이 넘는 이들이 일방적으로 약 속을 파기하고 최연하를 만나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
“그러니까 제가……
“하지 마.”
“•…”네.”
뭔가 말을 하려던 한은솔이 다시
시체처럼 늘어졌다. 말을 할 때 잠 시 생기가 보인다 싶더니, 다시 저 놈의 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가고 있 었다.
“야, 맥주 한 캔 줘봐.”
“마시지 마요, 누나.”
“이럴 때 술 안 마시면 언제 마 셔‘?”
“사고 칩니다. 진정하세요. 그리고 아직 스케줄 끝난 것도 아니잖아 요.”
“그 새끼들도 10분 전에 전화해 서 일이 생겨 못 나온다고, 계약은 없던 걸로 하자고 그러겠지! 한두
번 당하냐?”
“일곱 번 당했죠.”
“그럼 마셔도 되잖아!”
한은솔이 가만히 고개를 강진호에 게로 돌렸다.
어떻게 좀 해달라는 요구다. 하지 만 강진호는 폭주하는 최연하를 말 릴 힘이 없었다. 그 눈을 피해 시선 을 돌렸지만, 한은솔은 포기하지 않 고 뚫어져라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결국 한숨을 푹 내쉰 강진호가 백기를 들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하나같이 짠 듯이 저 러는 겁니까?”
“난들 알겠어요?”
소리를 빽! 지른 최연하가 씩씩대 다가 슬쩍 강진호를 바라본다. 감정 이 오른다고 주변인에게 푸는 건 좋 지 않은 버릇이다. 심호흡을 한 최 연하가 살짝 억누른 듯 말했다.
“핑계는 한한령인가 뭔가를 대는 데, 알 수가 있나! 아예 못 나가는 것도 아니고!”
보다 못한 한은솔이 설명을 제대 로 해주었다.
“일단은 당 쪽에서 한국 연예인이 TV에 나오거나 한국 영화를 수입하
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추세라 계약 을 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하더군요.”
요 Q.W
M..•
“그런데 문제는 이게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겁 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아예 수입이 안 되는 건 또 아니에요. 몇몇 작품 은 걸리거든요. 또 한국 연예인들이 중국 드라마에 아예 출연을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둘은 또 출연하는 중이라……
한은솔이 혼이 빠져라 한숨을 내 쉬었다.
“다는 못해도 그래도 한둘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싸그리 전 멸할 줄이야.”
이건 계약이 어그러진 정도가 아 니라 폭파된 수준이었다. 그래도 한 둘 정도는 어떻게든 규제를 피해서 시도해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사실 말이 안 되거든요. 이 정도면 당에서 우리를 콕 찝어서 계 약하지 말라고 한 수준인데.”
“그럴 수도 있겠지. 워낙 잘나갔 으니까.”
이현수의 말에 한은솔이 사납게 노려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은 눈에
뵈는 게 없는 한은솔이었다.
“그럼 대책이 없나?”
“돈 주는 놈들이 계약 안 하겠다 는데, 돈 받는 쪽이 할 말이 뭐가 있나요.”
한은솔이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최연하에게 중국 시장이 꼭 필요 한 건 아니다. 중국이 아니면 먹히 지 않는 연예인들도 분명 존재하고, 그런 이들에게 한한령은 연예인으로 서 마지막 끈을 끊어놓는 수준이겠 지만, 최연하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톱스타다.
중국에서 버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지만, 중국에서 벌지 못한다고 문제 가 생길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사람 자존심을 짓밟아도 유분수 가 있지.”
최연하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직접 중국에 찾아왔는데 대놓고 푸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이 최연하의 멘탈을 아주 조각조각 내놓고 있다 는 점이다.
‘이거, 이대로 한국 돌아가면 분 명 멘탈 나갈 텐데.’
당장 한은솔도 정신줄을 잡지 못
할 판인데, 최연하는 오죽하겠는가. 이번만은 그녀가 길 한복판에서 난 동을 피운다고 해도 이해하고 싶은 한은솔이 었다.
“그래서 오늘 미팅이 하나 남았다 고?”
“예. 제일 큰 건이에요. 이거 하 나만 물 수 있으면 다른 건 다 없 어도 될 정돈데……
한은솔이 머리를 박박 긁었다.
“CNTV에서 제작하는 대형 드라 마거든요. 이거, 거의 국영이나 마찬 가지라서 죽어라고 밀 텐데, 여기만 나갈 수 있으면 진짜 대박인데
최연하가 코웃음을 쳤다.
“야, 조무래기들도 안 받아주는데, 그런 데서 받아줄 것 같아? 꿈 깨. 현실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그래도 이리된 이상 지푸라기라 도 잡아야……
“지푸라기가 있어야 잡을 것 아 냐! 없다. 여긴 망망대해야. 지푸라 기는커녕 플라스틱 쪼가리도 안 떠 내려온다.”
“요즘 바다에 플라스틱 때문에 난 리라던데.”
“그거 여긴 없어.”
최연하가 현실을 직시한 듯이 냉 랭한 어조로 말했다.
“괜한 기대를 하면 속만 쓰린 법 이야. 그냥 한국에 돌아가야……
그때, 한은솔의 전화가 울리기 시 작했다. 한은솔이 전화를 꺼내고는 액정을 확인한다. 그러고는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말을 하던 최연하가 입을 다물었 다.
“예. MK엔터테인먼트입니다.”
조금 어색한 중국어가 한은솔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예. 아…… 아, 예!”
한은솔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몇 가지 간단한 대화를 나눈 한 은솔이 전화를 끊고는 최연하를 돌 아보았다.
“나오라는데요?”
“ 옹?”
“약속 장소로 정해진 시간에 나오 면 된답니다.”
“그래?”
최연하의 얼굴이 살짝 밝아지는 듯하다가 금세 다시 차가워졌다.
“안 될 거면 그냥 안 나가는 게 나은데. 괜히 가서 헛걸음만 하는 거 아닌지 몰라.”
“일단은 그래도 한 고비는 넘긴 거죠.”
“모르지, 몰라. 한 고비 넘겨서 간 곳이 진창일지.”
최연하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애초에 그녀는 이리 부정적인 사 람이 아니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영 녹록치가 않다. CNTV는 중국에서 가장 큰 채널 중 하나다.
크다는 건 영향력이 강하다는 뜻 이고,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은 정부 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곳이라 는 뜻이다. 정부의 관심을 받지 못 하는 소규모 제작사들도 최연하를
꺼리는데, 그만한 크기의 채널이 최 연하를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얘들도 바쁜 애들인데, 안 할 거 면 그냥 전화로 통보하겠죠. 제일 미지근하던 애들인데.”
“흐응.”
최연하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는 얼굴을 했다. 하지만 한은솔의 말처럼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약속 시간이 언제였지?”
“지금 바로 가야 합니다.”
“진짜 헛걸음하는 거 아닌지 몰 라.”
최연하가 한숨을 푹 쉬고는 자리 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한은솔도 조 금 나아진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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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잘 안 되도 돌아와 서 깽판 안 칠 테니까.”
“그런 게 아니고.”
“너무 늦지 않게 올 테니까 잔소 리하지 말고.”
“어휴, 관심을 너무 많이 받아도 탈이야. 이래서 이쁘면 피곤하다니 까.”
“그럼.”
최연하가 피식 웃더니 손을 흔들 고 밖으로 나갔다. 한은솔도 고개를 꾸벅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던 이현수가 입을 열었다.
“따라가 볼까요?”
유 Q »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딱히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생각 은 아니지만…….
“뭔가 미묘하게 불안해서 그렇습 니다.”
“아무래도 그렇지?”
“예.”
이런 세상에 살다 보니 비슷한 경우를 몇 번이고 봤다. 합리적이지 않은 자리는 언제나 합리적이지 않 은 조건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냥 제가 불안하니까 따라갔다 오겠습니다.”
“회주님이 여자 때문에 달달거리 다가 사람 보냈다는 소리는 안 할 테니까, 그냥 보내주시죠.”
“그럼.”
이현수가 말없이 밖으로 나가려 하자, 강진호가 그를 붙잡았다.
“잠깐만.”
“에이, 제가 알아서 한다니까요. 회주님은 그냥……
“그게 아니라.”
“예?”
이현수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강진호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지면 네가 해결할 수 있나?‘
이현수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그래도 제가 무인인데.”
요 Q.«
M..•
이현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걱정되면 직접 가시면 되 잖습니까! 차라리 그냥 대놓고 말을 하세요, 대놓고!”
“그냥 물어본 거지. 다녀와.”
“에이, 진짜!”
이현수가 홱 소리가 나게 몸을 돌려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런 이현 수를 보며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