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2)
마존현세강림기-132화(132/2125)
마존현세강림기 6권 (7화)
2장 행동하다 (2)
그 순간, 포를 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가 한 팔을 뻗더니, 떨어지는 발톱을 낚아채 올렸다.
“..어?”
“일어나.”
“예?”
“ 일어나라.”
“예! 예!”
정신이 바짝 든 장재환이 자리에 서 벌떡 일어났다.
‘세상에!’
강진호가 한 팔로는 포의가신(다 리)을 잡고 다른 한 팔로 발톱을 잡 아들어 올리고 있었다. 건장한 장 정이 둘이나 달라붙어서 들어야 하는 100kg짜리 쇳덩어리를, 그것도가속을 받아 바닥으로 떨어지던 100kg짜리 쇳덩어리를 한 손으로 잡아 든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보통 사람이 저런 짓을 했 다가는 팔의 근육이 모조리 나가 버 릴 것이다. 그게 아니라고 해도 몸의 균형이 무너져 지금 포를 들고 있는 손을 뗄 수밖에 없어야 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표정 하나 바뀌 지 않고 한 팔로는 포를 들고, 다른 한 팔로는 발톱을 드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내고 있었다.
“일어나서 다시 들어.”
“예, 알겠습니다! 주영아!”
바닥에 쓰러져 얼이 빠져 있던 최 주영이 장재환의 말을 듣고는 자리 에서 벌떡 일어났다.
“급하게 하지 마. 천천히 옮겨.”
“예!”
군기가 바짝 든 둘이 발톱을 꽉 움켜잡고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강진호는가라앉은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방열이 끝나고 3분대가 포 뒤에 둘러섰다.
다행히 사고가 날 뻔한 모습을 다른 이들이 보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만약 간부들이 보기라도 했으면 난 리가 났을 상황이다.
장재환은 식은땀을 뚝뚝 홀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위험했다.’
떨어진 발톱이 최주영의가슴을 쳤다면, 까딱하다 즉사했을 수도 있 었다. 비껴 친다고 하더라도 발톱이 포를 들고 있는 선임들의 다리를 쳤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대형 사고가 터졌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장재환의 탓이었다.
“장재환.”
“일병! 장재환!”
장재환이 바짝 긴장하여 고개를 숙였다.
강진호가 장재환을가만히 바라보
았다.
“어디 아프냐?”
“……아닙니다.”
“체온이 높은데?”
강진호가 장재환의 이마에 손을 대보더니 고개를 돌려 성태호에게 보고했다.
“분대장님, 얘 열이 있습니다.”
“뭐?”
성태호가 장재환의 목덜미를 잡더니 욕지기를 내뱉었다.
“이 새끼야, 내가 아프면 바로 보 고하라고 이야기했어, 안 했어?”
“죄송합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 할 것 아냐. 너 이 새끼야, 진호 아니 었으면 오늘 애 하나 죽은 거 알아, 몰라?”
“죄송합니다.”
“아오, 이걸……
강진호가가만히 성태호의 허리춤을 잡고 슬쩍 당겼다.
“ 왜?”
“아픈 앱니다.”
“후우.”
성태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의무한테 이야기하고 내가 보고
할 테니까, 올라가.”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니가 안 해도 할 사람 있어, 새 끼야. 미련한 놈이 아프면 말하고 뺑기나 부릴 것이지, 뭐 얻어먹을 것 있다고 내려와서 고생을 하고 있 어? 내가니 때는 콧물만 나도 드 러누웠다.”
“죄송합니다, 분대장님.”
“죄송할 것도 많다. 너 사고 나면 나 전역 늦어질까 봐 그러는 거니 까, 어여 올라가. 알았어?”
“예.”
“진호야, 나 보고하고 올 테니까,
얘 올려보내고 애들 좀 다독여 놔.”
“알겠습니다.”
성태호가 포대장을 향해 걸어가자 강진호가가만히 장재환을 바라보았다.
“올라가.”
“……예.”
“그냥 눕지 말고, 환복한 후에 꼭 샤워하고 누워. 따뜻한 물 나올 거다.”
“예, 알겠습니다.”
생활관을 향해 올라가는 장재환의 어깨가 무거웠다.
링거를 팔에 꽂은 장재환이 흡연 구역으로 나왔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그가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강진호를 찾아 옆에 앉았다.
“왜 나왔어?”
“담배 한 대 피우러 나왔지 말입니다.”
“환자가 담배도 피우냐?”
“……누워만 있으면 말리지 말입니다.”
“그렇기도 하겠다.”
살짝 어색함이 감돌았다. 장재환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입을 열었다.
“강진호 상병님.”
“응.”
“감사합니다.”
강진호가가만히 장재환을 돌아보 았다.
“뭐가?”
“강진호 상병님 아니었으면 오늘 큰일 났지 말입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강진호는 딱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런 공치사에는 익숙하지 않은 강진호였다.
“제가 후임으로 들어온 지도 한참 됐는데, 그동안 솔직히 강진호 상병 님이 어려웠지 말입니다. 그런데 이 런 일을 겪고 나니까 평소에 강진호 상병님이 왜 그렇게 FM을 강조하 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어려워?”
“그렇습니다.”
“ 왜?”
강진호는도통 장재환의 말을 이 해할 수 없었다. 그는 후임들을 괴 롭힌 적도 없고, 경우에 어긋나는 짓을 한 적도 없었다. 쉴 때는 최대 한 자유로움을 보장해 주었고, 내무
부조리도 다 없앴다.
그런데 왜 어렵다는 걸까?
“……강진호 상병님은 말이 잘 없 으시지 않습니까?”
“음.”
그건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평소에 워낙 표정이 없으 셔서 먼저 말을 걸기도 껄끄럽지 말 입니다.”
“그래?”
“애들도 다 같은 말을 합니다.”
“그렇구나.”
뜻밖의 말이었다.
딱히 친한 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불편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이들도 같은 걸까?’
먼저 다가가지는 못해도 어려울 때 말을 걸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막 상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조금은 안 타까웠다.
‘말을 먼저 걸지 못한다라……
이건 심각하게 생각을 해볼 부분 이다. 원장 수녀님이 말씀하신 것을 지키려면 좀 더 다가오기 쉬운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말해줘서 고맙다.”
“제가 감사하지 말입니다.”
“다음부터는 아프거나 하면 말을 해. 분대장님이 왜 부조리를 없애려 고 노력하셨겠냐. 다 너희 편하라고 하는 건데, 아프고도 말을 못하면 다 무슨 소용이야.”
“……죄송합니다.”
장재환은 눈가를 홈쳤다.
군대에서는 아픈게 제일 서럽다.
아프지만 마음껏 아프다고 말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규정상 아픈 이들을 배려해 주기는 하지만, 후임 이 아프다고 드러눕는 순간, 자신의
일이 늘어나는 선임들이 그 후임을 좋은 눈으로 봐주지 않는다.
그래서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못 하고 참는 경우가 많았다.
“너 하나 빠진다고 별일이 생길 분대 아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자기 일은 자기가 하게 만들어놓은 거잖 아.”
“제가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습니다.”
“알았으면 됐어.”
강진호는 길게 부연하는 것을 좋 아하지 않았다.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장재환이 같이 일어섰다.
“피우고 와. 나는 할게 있다.”
“예, 강진호 상병님.”
강진호가 말없이 생활관 쪽으로 향하자, 장재환이 그런 강진호의 등을 바라보았다.
‘크네.’
강진호는 강한 사람이었다.
함께 생활하면서 이미 알고 있던 부분이지만, 이럴 때는 그 점이 더 욱 크게 느껴졌다. 강진호는 자신뿐 아니라 이미 분대 전체를 아우르고 있던 것이다.
“적당히 징징대야지.”
사실 강진호가 있기 때문에 각종
내무 부조리로부터 자유롭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선임들의 요구에 괴로워하는 동기들을 빤히 보고 있는데 왜 모르겠는가.
강진호가 그들에게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해주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장재환이었다.
“아, 그리고……
“예?”
생활관 안으로 들어가던 강진호가 몸을 돌려 장재환에게 말했다.
“몸이 다 나으면 덮었던 모포는
빨아야 돼.”
“……예.”
“감기 옮는다.”
강진호가 문 안으로 사라지자 장 재환은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구나.’
강진호는 영 기분이 찝찝했다.
‘먼저 말을 걸기가 힘들었다는 거 군.’
이상한 일이었다.
강진호는 지금까지 딱히 그들에게 피해를 끼친 일도 없는데, 왜 말을 걸기가 힘들다는 걸까?
“흐음……”
그렇다면 혹시 지금까지 힘든 일 이 있어도 그에게 말을 하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는 뜻이다.
‘다가가라고 하셨지.’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처럼 수 동적으로 힘든 이들이 그에게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기다릴게 아니라 그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말을 걸기 좋은 인상이 되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니 까.’
차라리 이쪽이 쉬웠다.
그리고 마음을 달리 먹자마자의 외의 인물이 그의 눈에 띄었다.
강진호는 그의 옆에 앉아 있는 남 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살이 좀 빠진 것 같은데?”
“….…그래?”
강진호는가만히 주영기를 바라보 았다.
이제 보니 살이 빠진 정도가 아니 라 삐쩍 곯았다는 말이 맞을 정도였다.
신교대에서 만났을 때는 통통을 넘어 뚱뚱한 편에 속했던 주영기지
만, 지금 그는 정상인보다 더 말라 있었다.
“무슨 일 있어?”
“일은 무슨.”
손사래를 치는 주영기의 미간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피부도 거칠고, 눈두덩이의 다크 서클이 눈에 띈다.
‘살이 빠진게 아니었나?’
아무래도 과체중이었던 만큼 규칙 적인생황을 하다 보니 살이 빠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
‘왜 나는 이것도 몰랐던 거지?’
주영기는 강진호에게 있어서는 군
대에서 만난, 몇 안 되는 지인 중 하나다.
딱히 친구라고 부를 만큼 친분을 유지한 적은 없지만, 군대에서 알게 된 사람 중에서는 그래도 상위권이 라고 해야 할 만큼 편안함을 느끼는 상대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의 변화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 아 닌가.
‘무관심하다는 말로 표현될 수준 이 아니군.’
눈뜬장님이라는 말로도 모자랐다.
강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야 그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는 바였다. 그렇지만 이건 정도가 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장님이 돌아가시면서까지 왜 그 에게 타인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했는지 이해가 갈 것 같았다. 수많은 약자들을 돌보다가신 그분이 보기에 강진호는 타인을 받아들이지 않는, 고슴도치 같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얼굴이 안 좋은데?”
“……군대에서 얼굴 좋을 일이 뭐
가 있냐? 신경 쓰지 마.”
“그 정도가 아닌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아, 됐다잖아, 인마!”
주영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몸을 돌려 먼저 걸어갔다.
무척이나 신경질적인 반응이 강진호를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뭔가 있는데……
강진호의 눈이 낮게가라앉았다.
밤이 찾아온다.
점호가 끝나고 취침 소등을 한 지 한참이 지나고 강진호는 슬며시 눈을 떴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은 그가 생활관 밖으로 나 왔다.
“어디가십니까?”
불침번이 그를 보며 묻는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
“ 예.”
대충 얼버무리고는 1생활관 쪽으로 이동했다. 강진호가 있는 5생활 관에서는 완전히 반대편이지만, 그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 없군.’
강진호의 눈이가라앉았다.
나름 물어본 것에의하면, 주간에는 딱히 주영기를 괴롭히는 이들은
없었다. 그렇다면야간에 무슨 일이 있거나 집안에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주영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강진호는 주영기뿐 아니라 1분대의 침상이 몇 개나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어디지‘?’
강진호가 문을 열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