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20)
마존현세강림기-1322화(1319/2125)
마존현세강림기 54권 (3화)
1장 폭발하다 (3)
“안녕하십니까!”
한은솔이 힘차게 고개를 숙였다.
뭔가 많이 미지근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그는 매니저 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했다. 지금 그가 실질적인 MK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이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이 계약에 걸린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하하, 아주 우렁차고 좋아. 자네 가 그 한은솔인가?”
“예, 그렇습니다.”
“내가 통화한 자오쉬[趙過]네.”
“직접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국 장님!”
“예의가 바른 친구구만.”
한은솔이 살짝 마른침을 삼켰다.
‘설마 직접 올 줄이야.’
CNTV는 채널만 열 개가 넘는다. 그중 한 채널의 국장이라고는 해도, 직접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아, 이쪽이 최연하 씨.”
“예.”
“과연 빛이 나는 미모야.”
“감사합니다.”
최연하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자오쉬가 뒤쪽에 선 사람을 가리켰 다.
“인사드리게. 이쪽이 부사장님이 시네.”
한은솔이 눈을 크게 떴다.
‘부사장?’
외국 배우 하나를 섭외하는 데 부사장이 직접 나온다고?
한은솔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건 된다!’
부사장쯤 되는 이가 사과를 하러 나왔을 리는 없다. 중국인들은 체면 을 중시하기 때문에 치하를 받는 자 리에는 무슨 수를 써도 참석하고, 고개를 숙여야 하는 자리는 어떻게 는 빼려 드는 경향이 있다.
만약 이 자리가 사과를 해야 하 는 자리였다면, 부사장은 절대 나오 지 않았을 것이다.
한은솔이 눈짓을 하자, 최연하가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최연하입니다.”
“우차오[吳超]입니다. 허허, 이렇 게 보니 정말 아름다우시군요.”
말이 길어지자 최연하가 이해하지 못하고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은솔이 통역을 해주려 했지만, 누군 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름다우시다고 말씀하고 계십니 다.”
뒤쪽에 젊은 여성을 본 최연하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유창한 한국어 다.
“감사합니다.”
살짝 웃어 호의를 표한 최연하가 여자를 돌아봤다.
“통역입니다. 저는 없다고 생각하 셔도 괜찮습니다.”
“아!”
최연하가 역시나 미소를 지어 통 역에게도 호의를 표했다.
‘말이 짧으니 옷는 것밖에 할 게 없네. 아니지. 잠깐, 저 여자는 한국 말 알아듣잖아?’
아무래도 긴장한 모양이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올라가시 죠. 이런 대배우님을 여기에 세워두 고 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좋은 자 리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앞서 걸었다. 최연하가 그 뒤를 따르고, 한은솔이 옆으로 다가와 붙자, 자오쉬가 몸을 돌려 손으로 한은솔을 제지했다.
“아, 자네는 돌아가도 되네.”
“예‘?”
“윗사람들이 대화를 하는데 굳이 매니저가 붙을 필요는 없지. 자네가 들을 내용은 없으니, 그만 돌아가 봐.”
“하지만 계약은……
“계약이야 나중에 서류를 보내주 면 그만 아닌가.”
한은솔이 눈을 찌푸렸다.
“뭐래?”
“저는 올 필요 없다는데요?”
최연하가 살짝 웃으며 자오쉬를 바라봤다. 조금 전과 같은 웃음이지 만, 그녀의 얼굴에 차가움이 한 겹 씌워져 있었다.
“그럼 저도 안 갑니다.”
눈짓으로 통역을 바라보자, 통역 이 중국어로 최연하의 말을 전했다.
“한 실장은 제 매니저지만, 저희 회사의 실무진이기도 해요. 실무진 이 낄 수 없는 자리라면 저도 낄 수 없는 게 맞죠.”
“누, 누나!”
통역을 전해 들은 자오쉬가 미간 을 살짝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그 표정을 보고도 여전히 웃고 있는 최 연하를 보더니 너털웃음을 터뜨렸 다.
“허허허, 내가 한 방 먹었구만. 나름 생각해 준 건데도 말이야.”
“그럼 같이 가지.”
자오쉬가 쉽게 물러나자, 최연하 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최연하가 겁이 없는 타입 이라지만, 중국이라는 타지에서 모
르는 이들과 자리를 함께한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일전에 겪은 일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저들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모양이었다. 가볍게 웃더니 먼저 앞서가고 있었 다.
한은솔이 그녀의 옆으로 바짝 붙 었다.
“잘하셨어요, 누나.”
“은솔아.”
“예.”
“부사장이 직접 나왔다는 건 확률 이 높다는 거지?”
“그럼요.”
통역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말을 나눈 최연하가 미간을 좁혔다.
‘ 이상하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돌아가는 상 황이 녹록치가 않다. 그런데 부사장 까지 직접 나와서 밀어붙인다라
‘돌아갈까?’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최연하는 이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뭘 쫄고 그래.’
순간, 자존심이 상한다. 안에 들
어가 보지도 못하고 쫄아서 도망치 는 건 최연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은솔아.”
“예.”
“강진호 씨 휴대폰 번호 지정해 놓고, 문제 생기면 바로 눌러.”
“여기가 어딘지 말 안 하고 왔는 데요.”
“알아서 찾아올 거니까 걱정 말 고.”
“예, 누나. 근데 이미 지정해 놨 어요.”
“그래.”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
로 걸어갔다. 세 사람이 엘리베이터 를 열어놓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 다.
“미녀는 걸음이 느린 법이지. 그 렇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부사장님. 하지만 그 걸 탓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미녀 의 특권 아니겠습니까?”
두 사람이 최연하를 빤히 보며 옷는다.
뭔가 살짝 끓는 느낌이 났지만, 최연하도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그 들의 웃음을 받아주었다.
‘옛날 생각 나네.’
최연하가 연예계에 들어온 초기에 는 이런 캐릭터들이 좀 있었다. 아 직 미성년자인 최연하를 두고도 이 런저런 품평을 하며 음흉한 시선을 보내던 이들 말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멸종당한 인종들인데, 설마 여기서 다시 만나 게 될 줄이야.
한국이 발전해서가 아니라 여기에 는 이런 일을 해도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의 인식이라는 것은 사회의 분위기를 따라가기 마련일 테니까.
띵.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자 자오쉬가 앞서 나갔다. 화려한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중국 전통 복장을 차려입 은 미녀가 그들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국장님!”
“자자, 됐으니까 방으로 안내해.”
“왜 이렇게 쌀쌀맞으신가.”
미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오쉬 의 뒤쪽으로 시선을 옮기더니, 최연 하를 발견했다. 그러고는 눈을 크게 떴다.
“대단한 분을 모셔 오셨네.”
“예약해 둔 안쪽 방으로 안내하 고, 아무도 들이지 마.”
“예예, 물론이죠.”
금세 영업용 얼굴로 전환한 여자 가 그들은 안쪽으로 안내했다. 최연 하의 얼굴에 미묘함이 감돌았다.
‘룸?’
인테리어가 보통 곳은 아니다. 왁 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오지 않을 뿐 이지, 유흥 주점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문제는 이런 곳에서 협상을 하는 게 중국의 문화에서 결례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괜히 지적을 했다가 상대의 기분 을 건드리는 것 역시 그녀가 원하는 바는 아니었다.
“누나.”
“일단 있어봐. 세세한 건 따지지 말자.”
최연하의 얼굴에 살짝 독기가 어 렸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것 따졌다 고.’
처음 중국에서 드라마를 찍을 때 는 산골 오지에서 음식이 안 맞아 말라 죽을 뻔하면서도 버텨낸 최연 하다.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참아줄 수 있다.
‘이러고도 계약 안 되면 대가리를 깨버릴 거야.’
최연하가 살짝 입술을 깨물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가운데 보이는 긴 테이블과 좌우로 들어선 일체형 소 파가 영락없는 노래방이었다.
‘한국 같네.’
비슷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화면에 오가는 중국어가 그나마 익 숙함을 밀어내 주는 중이었다.
“자자, 이쪽으로 앉으시면 됩니 다.”
“네.”
최연하가 한쪽에 앉자 한은솔이 그 옆에 앉으려고 했다. 하지만 자 오쉬가 손을 들어 한은솔을 제지했
다.
“이쪽 문화를 잘 모르는 모양인 데, 그거 큰 결례요.”
“예?”
“우리는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는 섞어 앉는다는 말이지. 가운데 테이 블 놓고 대결하는 게 아니잖소?”
“아••••••
“그쪽은 이리로 오고.”
한은솔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최연하가 한은솔의 등을 살짝 밀었다. 가라는 뜻이다.
한은솔이 돌아보자, 최연하가 무 표정한 얼굴로 미미하게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러자 한은솔도 두말없이 테이블의 반대쪽으로 가 앉았다.
‘아니, 미친! 이게 뭐 하는 거지?’
한은솔의 건너편에 우차오가 앉는 다. 최연하와 나란히 말이다. 한은솔 은 단 한 번도 미팅 자리에서 이런 포지션을 취해본 적이 없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우차오의 얼굴 이 너무도 어색하다.
심지어는 통역도 우차오의 옆에 앉아 있다. 한은솔이 보기에는 우차 오의 양쪽에 최연하와 통역이 앉은 모양새였다.
‘진짜 이게 맞나?’
전에는 그가 계약을 진행하지 않 았기에 어땠는지 알 수가 없다. 문 제는 당시에는 최연하도 계약을 직 접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녀가 한 것이라고는 한국으로 날아온 계 약서에 사인을 한 게 전부였으니까.
어쩌면 배우를 직접 데리고 계약 을 하러 돌아다닌 게 실수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때 즈음, 문이 열리고 안쪽으로 술과 안주가 날라 져 왔다.
종업원들이 테이블을 세팅하자 앞 서 본 여자가 포장된 술을 들고 안 으로 들어왔다.
“말씀하신 마오타이예요.”
“진품이겠지?”
“저희가 언제 가품 취급하는 것 보셨어요?”
“알 수가 있나. 마담 코도 가짠 데.”
“어머, 이건 한국산 진품이라구 요.”
오가는 저속한 농담에 한은솔이 미간을 찌푸렸다.
‘계약하는 자리에 이런 곳을 오다 니, 이게 뭐 하는 생각인지 모르겠 네.’
포장을 뜯어 술을 세팅한 여자가
허리를 꾸벅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 다.
“그럼 좋은 이야기 나누십시오.”
“아무도 들이지 마.”
“예.”
탁.
문이 닫히자 한은솔이 슬쩍 최연 하의 얼굴을 확인했다. 미미하게 미 소를 짓고 있지만, 저 표정은 절대 기분 좋은 얼굴은 아니었다.
혹시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부 사장이고 나발이고 턱주가리를 날려 버리겠다고 생각하며 한은솔이 입을 열었다.
“이리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야말로 이리 찾아와 주어서 감사하네.”
“CNTV와 같이 일을 할 수 있다 면 저희에게는 더없는 영광이 될 것 입……
“그만.”
자오쉬가 손을 들어 한은솔의 말 을 막았다.
“사업은 좋은 일이지. 하지만 우 리는 친구가 아닌 자와는 이야기를 하지 않네. 자네들이 중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중국의 문화에도 익숙
해져야지.”
“저희는 이미 친구라고 생각합니 다만.”
“술잔을 나누지 않은 이들이 어찌 친구가 될 수 있겠는가.”
한은솔이 뭐라 반박하려는 순간, 최연하가 손을 뻗어 술잔을 잡았다.
“그럼••••••
최연하가 술잔을 들어 자오쉬에게 내민다.
“저희에게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되겠네요.”
통역이 말을 전하자 자오쉬와 우 차오가 껄껄 웃어 젖혔다.
“보기와는 다르게 여장부였구만. 걱정하지 마시게. 우리 부사장님은 마음이 넓으신 분이라 언제든지 당 신들과 친구가 되어주실 거니까.”
우차오가 웃으며 술병을 잡았다. 그러고는 뚜껑을 따 최연하의 잔 에 따르기 시작했다.
“중국의 명주이니, 한 번 맛보도 록 하시오.”
“감사합니다.”
술이 채워지자 우차오가 잔을 들 었다.
“우리들의 성공과 건강을 위해, 건배!”
최연하와 한은솔이 건배를 외치며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어디 보자고.’
최연하가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않고 술을 쭉 들이켰다.
‘뭐라고 지껄이는지.’
그녀의 눈에 미미한 독기가 어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