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24)
마존현세강림기-1326화(1323/2125)
마존현세강림기 54권 (7화)
2장 대작하다 (2)
계단을 타고 오르며 이현수가 눈 을 가늘게 떴다.
‘완전히 배 속에서 걸린 모양새 군.’
북경 땅 한가운데서 홍왕에게 걸 렸다. 이건 어찌해 볼 수도 없는 상 황이다.
다른 이들이 본다면 아무 생각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게 이상 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애초에 홍 왕이 그들의 존재를 파악한 순간, 공간은 의미가 없다.
달아날 수 없다는 건 마찬가지니 까.
그럼에도 이현수는 본능적으로 탈 출 루트를 머리로 계산하고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든 강진호만이라도…….
차이커창이 슬쩍 고개를 돌려 이 현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노골 적으로 웃었다.
“칼로리를 효율적으로 소비해야 지. 비싼 돈 주고 먹은 걸 그런 쓸 데없는 공상에 낭비하면 되겠나.”
“괜찮아. 너희가 다시 채워줄 거 니까.”
“하하하.”
차이커창이 빙그레 웃었다.
“좋아좋아. 그건 확실하게 해주지. 잘 골랐어. 여긴 홍왕께서도 좋아하 시는 곳이거든. 음식이 아주 괜찮 지.”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 람을 딱 한 사람만 고르라면, 이현
수는 주저하지 않고 차이커창을 고 를 것이다. 그만큼이나 차이커창과 는 악연이 깊었다.
심지어 차이커창과 악연이 조금도 없이 좋은 관계로 만났다고 해도 이 현수는 차이커창을 좋아할 수 없었 을 게 분명하다. 그만큼이나 두 사 람은 태생적으로 맞지 않았다.
‘이걸 동족혐오라고 하는 건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현수 가 그 위치에 있었다면 분명 차이커 창과 비슷하게 굴었을 것이다. 그걸 아니까 더 짜증이 난다.
“부족한 놈 데리고 다닌다고 고생
이 많으십니다.”
“ 부족?”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부족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 군. 항상 과분한 사람이지.”
“……진심이시군요.”
살짝 이현수를 놀리려던 차이커창 이 강진호의 어투에 미소 지었다.
“운은 좋은 놈이지요. 주제에 마 왕을 모시게 되었으니.”
“능력이겠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말입니 다.”
차이커창과 강진호는 마치 벽이
없다는 듯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현수의 눈에는 그 광경이 신기 하기 짝이 없었다. 둘의 관계를 고 려한다면 지금쯤 칼이 날아다니고 서로를 죽일 듯한 욕설이 오가도 이 상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정말 신기해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예 요?”
이현수가 최연하를 돌아보고는 어 색한 표정을 지었다.
당황스럽겠지, 상황을 모르니까.
“어…… 음, 중국의 아주 높으신
분이 우리를 초대한 모양입니다.”
“네? 건물을 전세내서요?”
“예.”
“얼마나 높으신 분이기에? 공산당 간부예요?”
“어, 그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중국에서 공산당이 차지하는 비중 이야 모두가 알겠지만, 그 공산당의 간부 따위를 감히 홍왕에 비견할 수 있을까?
중국의 삼분의 일을 휘두른다는 것만으로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 보할 수 있는 홍왕이다. 게다가 홍
왕의 힘은 겨우 거기에 국한되지 않 는다.
정부를 존중하고 정부와는 독립적 으로 움직이는 총회와는 다르게, 삼 왕은 당을 반쯤은 장악하고 있다. 당이 무인계와 협력하는 게 아니라 무인계가 당을 휘두르는 현실이다.
최소로 잡아 주석급은 안 되어도 그 바로 밑이라고는 할 수 있는 이 들이 바로 삼왕이다.
“상무위원급은 될 것 같은데.”
“예? 상무위원요?”
최연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무위원이라니.
중국에 대한 지식이 애매한 최연 하도 상무위원이 어떤 직책인지는 안다. 중국의 수많은 인구를 지배하 는 공산당, 그 공산당에서도 최고의 위치에 올라 있는 이들이 바로 상무 위원이다.
10억이 넘는 인구 중에 단 일곱 명만 존재하는 이들. 말 그대로 권 력의 최정점이라 할 수 있다.
“상무위원이 아니라 상무위원급이 요.”
“……그게 그거지.”
최연하의 눈이 살짝 떨렸다.
한국의 고위직과 중국의 고위직은
전혀 다른 존재다. 한국의 고위직은 언제든 썰려 나갈 수 있는 선출직이 나 임명직에 불과하지만, 중국의 고 위직은 살아 있는 권력의 화신이나 다름없다.
“그런 사람이 왜 우리를……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아니 라 저분이겠죠.”
“……저 사람, 대체 무슨 짓을 하 고 돌아다니는 거예요?”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어떻게 합 니까.
여자 친구분이 더 잘 아시겠죠. 이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쩌면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겠 군.’
만약에 사태가 터진다면 강진호만 이라도 탈출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짐이 될 수 있는 자신의 존재를 배 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왜 그렇게 쳐다봐요?”
“ 네?”
“뭐가 좀 찝찝했는데.”
“……그냥 저를 찝찝하게 생각하 시는 것 아닙니까?”
“음, 그게 맞을 수도 있겠는데.”
과하게 솔직한 사람이네.
과하게.
비어 있는 일층에서 계단을 오르 자 커다란 2층 홀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중앙에 자리한 커다란 원탁에 한 사람이 앉아 그들을 기다리고 있 었다.
계단을 올라오는 일행을 본 사내 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양손을 벌렸다.
이현수는 순간 숨이 틀어막히는 걸 느꼈다. 사내의 존재감이 이현수 를 말도 안 되는 압력으로 짓누른 다. 기세를 일으킨 것도, 위협을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만물을 짓밟는 존재.
‘홍왕••••••
절로 입에서 신음이 홀러나왔다.
당장 무릎을 꿇지 않은 것만으로 도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눈앞 에 존재하는 사내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이것이 왕의 풍모라고.
‘잘도 이런 자와……
이현수는 강진호를 너무도 잘 안 다.
그보다 강한 자는 세상에 존재하
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건 신뢰를 넘어 신앙에 가까운 영역이다. 하지 만 홍왕을 직접 마주한 순간, 저자 와 일대일로 겨뤄 호각을 이룬 강진 호가 너무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분명 체구는 바토르보다 작다.
결코 작지 않은 덩치지만, 바토르 와 같은 ‘비인’의 영역은 아니다. 하 지만 이상하게도 이현수의 눈에는 홍왕이 바토르보다 더 커 보였다.
기세와 존재감이 현실을 왜곡시키 는 수준이었다.
“왜 그래요?”
“아……
이현수가 슬쩍 고개를 돌려 최연 하를 바라보았다. 최연하는 아무런 압박을 받지 않은 모양이다.
‘평범한 이들은 느낄 수도 없다는 건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뜻.
그렇다면 지금 강진호에게는 대체 뭐가 보일까?
이현수는 강진호의 뒷모습을 바라 보았다. 지금 강진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강진호의 등을 쫓던 그의 시선이 다시 홍왕에게로 향했다.
예전과는 복장이 다르다.
과거, 강진호와 맞닥뜨렸을 때, 홍왕은 황금의 곤룡포를 입었다. 하 지만 지금의 홍왕은 새하얀 상의와 검은 바지를 입은 평범한 차림이었 다.
상의가 개량된 현대적 치파오라는 것을 제외하면 특이할 게 없는 복장 이다.
다만, 특이한 것은…….
‘홍왕의 나이가 분명 백에 가까울 텐데.’
옷 위로 드러난 얼굴은 패기 넘 치는 중년인의 모습이었다. 검고 짙 은 머리와 가스라니 자라난 수염.
대체 얼마나 무공이 고강하면 저 리 세월을 거스를 수 있는 걸까?
그 순간, 차이커창이 옆으로 가만 히 시립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모셔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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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왕이 강진호를 보며 빙그레 웃 는다.
“격조했도다, 마왕이여. 이리 다시 보니 더없이 즐겁구나. 건강해 보여 다행이다.”
“뜻밖의 환대로군.”
“반갑지 않은가?”
“물론.”
강진호가 맡끝을 살짝 흐리고는 이어붙였다.
“반갑지.”
강진호의 입꼬리가 절로 말려 올 라간다.
너무 반가워서 주체가 안 될 정 도다. 당장에라도 홍왕에게 달려들 고 싶다. 하지만 강진호는 치솟는 호승심을 억지로 내리눌렀다.
가만히 홍왕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억눌린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벽을 넘었군.”
“덕분이다. 가히 그대의 덕이라 할 수 있다. 감사를 표해야 할 일이
지.”
“감사라……
“일단은 자리에 앉지.”
강진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살짝 우 물쭈물하던 이현수와 최연하도 강진 호의 좌우로 앉았다.
“너도 앉거라.”
“더없이 자비로운 말씀이십니다 만…… 홍왕이시여, 제가 감히 홍왕 과 겸상할 수는 없습니다.”
차이커창이 차가운 눈으로 이현수 를 보며 입을 열었다.
“개 주제에 주인과 겸상이라니,
잘못 배웠군.”
이현수가 발끈해서 차이커창을 노 려보았다. 하지만 홍왕의 존재는 천 하의 이현수가 함부로 입을 열 수 없게 만들었다.
“후후, 개라……
홍왕이 미묘하게 웃고는 강진호를 바라봤다.
“어찌 생각하는가, 마왕이여?”
“글쎄, 주인과 겸상하는 개가 버 릇이 나쁠 수는 있겠지만, 다짜고짜 손님께 개 운운하는 게 예의는 아니 겠지.”
“들었느냐?”
차이커창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 다.
“사과드리 거라.”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차이커창의 고개는 명확하게 강진 호를 향해 숙여져 있었다. 그 와중 에도 사과의 주체가 자신이 아니라 는 것을 알아챈 이현수가 부글부글 끓는 속을 내리눌렀다.
‘토막 쳐버리고 싶다.’
세상에 그를 이리 화나게 할 수 있는 이가 또 있을까.
여하튼 행동거지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가 모두 거슬리게 만드는
자다.
“그리고……
강진호가 말을 이었다.
“개가 주인과 겸상하는 게 그리 흠이 되지 않는 세상이기도 하고.”
“하하하하, 맞는 말이다. 자리에 앉거라, 차이커창.”
“하나••••••
홍왕이 피식 웃으며 손을 내저었 다.
“과거를 살아온 이가 과례를 꾸짖 는데, 현재를 살아가는 이가 예의에 함몰되어 있는 것 역시 추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이 중 예의에 가장 민
감할 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 냐‘?”
차이커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생각해 보면 강진호는 과 거를 살아온 이다. 그는 귀환자니까.
그런 강진호가 예의를 논하지 않 는데, 그들이 예의를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차이커창이 두말없이 홍왕의 옆쪽 에 의자를 빼고 앉았다.
짝.
홍왕이 손뼉을 쳤다. 그러자 계단 에서 몇 사람이 올라와 더없이 공손 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음식을 가져와라.”
“예!”
종업원들이 아래로 내려가자, 이 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도무지 안정이 안 되는군.’
생각해 보면 굉장한 상황이다. 북 경에서 홍왕과 맞대면해 식사를 해 야 한다니. 이걸 최후의 만찬이라 불러야 할지…….
‘돼지를 도살하기 전에 물을 먹이 는 느낌이군.’
그의 시선이 슬쩍 강진호에게로 향한다. 심장이 벌렁거리는 이현수 와는 다르게 강진호는 너무나 태연
해 보인다. 태연을 가장하는 게 아 니라 정말 태연한 모습이다.
이럴 때는 정말 강진호의 심장이 뭘로 만들어져 있는지 해부해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 우선은 초대해 주신 것 에……
살짝 공간을 장악한 미묘함 침묵 을 참지 못한 이현수가 분위기를 환 기해 보려던 찰나, 홍왕이 손을 들 어 말을 막았다.
즉시 입을 닫은 이현수를 보며 홍왕이 가볍게 웃었다.
“미안하군.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에 먼저 해결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말이지.”
“아, 예!”
부드러운 어투.
하지만 강함 힘이 느껴지는 말이 다.
홍왕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최연하 씨라고 했던가?”
“ 네?”
갑작스레 자신이 호칭되자 최연하 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