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25)
마존현세강림기-1327화(1324/2125)
마존현세강림기 54권 (8화)
2장 대작하다 (3)
“아, 네. 제가 최연하예요.”
최연하는 영 정신을 차리지 못하 고 있었다.
그저 밥을 먹으러 온 것뿐인데, 상황이 우당탕탕 흘러버리더니 결국 여기까지 왔다.
눈앞의 사내가 누구인지, 왜 자신
들을 불렀는지 모르는 최연하로서는 그저 귀를 기울이고 돌아가는 사태 를 열심히 파악해 보는 수밖에 없었 다.
그로 인해 확인한 것은 두 가지.
하나는 눈앞의 중년인이 굉장히 대단한 자라는 것.
이만한 건물을 통째로 예약할 수 있어서?
먼저 예약한 이들이 불만조차 표 하지 못하고 돌아갈 정도의 강대한 권력이 있기 때문에?
그게 아니면 눈으로 확인한 모습 에서 강한 힘이 느껴져서?
모두 아니다.
최연하가 눈앞의 사내를 대단하다 고 느낀 건 강진호를 대하는 홍왕의 태도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최연 하도 모르던 사실이지만, 강진호를 대하는 이들은 태도에 미묘한 껄끄 러움과 공손함이 묻어난다. 그게 너 무 자연스러워서 의식하지 못했다.
하나 홍왕이 강진호를 대하는 모 습을 보자, 너무도 자연스러웠던 것 들이 삐걱대며 위화감을 불러일으킨 다. 그제야 지금까지 강진호를 대하 던 이들이 다들 강진호를 과하게 의 식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오로지 홍왕만이 최연하가 본 이 들 중 유일하게 강진호를 대등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최연하의 시선이 살짝 옆으로 향 했다. 강진호의 옆모습을 살핀 최연 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홍왕을 태연하게 상대하는 강진호도 말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생각을 말아야지.’
강진호가 그녀에게 해준 이야기들 에 현실감이 덧입혀지기 시작한다.
“아래에서 한 말은 들었네.”
“아, 그건……
최연하가 놀라 입을 가렸다.
‘여기서 그걸 어떻게 들어?’
들었다는 사실도 문제지만, 그녀 가 한 말이 더 문제다. 대놓고 중국 을 까내리는 발언을 하지 않았던가.
안 그래도 머리가 혼란스러운데, 홍왕이 말을 끝내자마자 차이커창과 이현수가 동시에 통역을 해 대서 더 혼란스럽다. 통역이 서라운드로 들 리는 것 같다.
“내가 대신 사과를 해야 할 것 같 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홍왕이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더
니, 최연하를 향해 고개를 미미하게 숙인 것이다.
그리 대단한 예의라고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광경이 주는 임 팩트는 엄청났다. 특히나 이현수는 너무 놀라서 자리에서 튀어오를 뻔 했다.
조금만 자제력을 잃었다면 지금쯤 천장의 샹들리에에 매달려 있을 것 이다.
‘저 고개가 숙여질 수 있는 거였 나?’
뭔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아야 할 것을 본 기분이다. 하늘과 땅이 뒤
집히고, 물이 거꾸로 흐는 광경 같 은 것들.
놀라움을 넘어 경악스럽다.
자세를 바로 한 홍왕이 진지한 얼굴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불쾌한 경험을 겪게 한 걸 사죄 하지. 특히나, 음……
홍왕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향했 다.
“마왕의 연인에게 겪게 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중화를 대신하여 사 죄하지.”
세상 그 누구도 중화를 대표한다 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중국은
감히 한두 사람이 대변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니까. 하지만 홍왕의 말 에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했다. 이 사람은 중화를 대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 중의 하나니까.
“아, 아뇨. 뭐, 대신 사과하실 건 아니에요. 그건 그 사람들의 잘못이 니까요.”
“사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홍왕이 말을 끊자, 차이커창이 손 짓을 했다. 그러자 아래에서 살짝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 요란스러움의 이유를 알게 된 최연하가 자신도 모르게 입
을 크게 벌렸다.
계단으로 두 사람이 끌려 올라온 다.
그 두 사람은 최연하도 익히 아 는 사람들이었다.
‘세상에!’
우차오와 자오쉬.
최연하와 트러블을 일으킨 두 사 람이 말 그대로 핏덩어리가 된 채 양팔을 잡혀 끌려 올라왔다.
최연하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 다.
언제나 타인에게 보여지는 얼굴을
신경 쓰고 살아온 최연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우차오와 자오쉬를 끌고 온 이들 이 두 사람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끄으으……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린 두 사 람이 최연하를 발견하고는 바닥을 기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망가진 몸에 비해 더없이 기민한 동작이었 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정신 이 나가서! 살려만 주신다면 떳떳하 게 살겠습니다. 제발…… 제게는 아 내와 자식이 있습니다.”
“어……
최연하가 얼이 빠진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강진호에게로 고 개를 돌렸다.
강진호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 다.
“식사 전에 보기에 좋은 광경은 아닌 것 같군.”
“으음, 그 점은 생각하지 못했다. 섬세하지 못했군.”
홍왕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최연하 에게 말했다.
“저들의 처우는 그쪽에 맡기지. 어떻게 하길 원하는가?”
어떻게?
여기서 뭘 더 어떻게?
최연하의 눈에 퉁퉁 불어 사람의 몰골이 아니게 되어버린 우차오의 얼굴이 들어왔다. 저러고도 사람이 살아서 말을 한다는 게 신기할 정도 였다.
“죄, 죄송……합니……
진저리를 친 최연하가 고개를 돌 려 홍왕을 바라봤다.
“충분하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하는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요.”
홍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이 섞이지 않았다고는 말하 지 못하겠군. 그대에게 추한 꼴을 보인다는 건 마왕에게 추한 꼴을 보 인다는 것과 같다. 솔직히 말해 감 정적으로 평정을 유지하지 못한 건 사실이지.”
이현수는 시시각각 홍왕의 새로운 면을 보는 기분이었다.
흥분이라든가 평정을 잃는다든가
하는 말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완전 하지 못함을 드러내는 말이다. 그런 것을 솔직하게 남에게 드러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더없는 자신감, 그리고 자신에 대한 확신. 모자란 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건 강점에 대한 확고함이 있 다는 거겠지.’
오만하다.
하지만 그 오만함을 당연하게 만 드는 이가 바로 홍왕이었다.
“그대의 넓은 마음에 감사한다. 끌고 가라. 직위를 해제하고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라.”
처음 끌고 온 이들이 쓰러진 두 사람의 양어깨를 움켜잡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 으혹.”
계단 아래로 끌려 내려가는 두 사람을 보며 최연하가 한숨을 내쉬 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 둘을 찢 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막상 사람이 저런 몰골이 된 걸 보니 기 분이 풀리기보다는 당황스럽다.
“다시 한 번 유감을 표하는 바다, 마왕의 연인이여. 사죄의 의미로 그 대가 중화에서 하려던 일들을 모두
이뤄주겠다.”
“네?”
“그대에 대한 제재는 모두 풀릴 것이다. 이번만큼은 내 특별히 그대 가 접촉한 계약 중 원하는 모든 계 약을 할 수 있도록 손을 써두겠다.”
“•…”네?”
너무 황당한 말을 들어서인지 머 리가 말의 뜻을 해석하지 못했다. 한참 동안 멍하니 있던 최연하가 귀 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로 홍왕을 바라봤다.
“그, 그게 되나요? 그게?”
“어렵지 않은 일이지.”
홍왕이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 다.
“대신 한 가지를 기억해 주기 바 란다, 마왕의 연인이여. 중화란 세상 의 축약판이나 다름없다. 이곳에는 모든 것이 존재한다. 선한 자와 악 한 자가 존재하고, 욕망과 선도가 공존한다. 중화의 한 면만을 보고 선입견을 가지지 않아주었으면 한 다. 그건 슬픈 일이지.”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 요.”
“이해해 주어서 감사하다.”
그때,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말은 면피 일 뿐이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지적이었다.
하지만 홍왕은 기분 나빠하기는커 녕, 되레 기껍다는 듯 고개를 주억 거렸다.
“정확하다, 마왕이여. 그래서 나는 노력하고 있다. 이 혼란에 가득한 땅을 교화하고 이끌어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나의 힘이 부족하고, 아직은 나의 세가 부족하다. 그렇기에 지금
은 그저 감내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 지.”
“흠.”
강진호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이현수는 강진호의 그런 행동에서 미묘한 불만과 미묘한 만족을 동시 에 느꼈다.
“이 모든 일을 만든 당의 고위직 역시 저들과 같은 꼴이 될 것이다. 그러니 그만 마음을 풀고 용서해 주 길 바라겠다.”
“그, 그게 가능합니까?”
이현수가 너무 놀라 홍왕의 대화 에 끼어들고 말았다.
“주제넘게.”
차이커창의 쏘아붙이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현수는 이번만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무, 물론 홍왕의 힘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홍왕께서는 무엇이 든 하실 수 있지요. 하지만 제가 알 기로 당은 홍왕뿐 아니라 다른 삼왕 의 영향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고위직 을 홍왕의 의지만으로••••••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 는 법. 그게 세상의 이치다. 가능하 지. 다만, 대가를 지불할 뿐이다.”
“대가라고 하시면……
홍왕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현수와 대화하고 있으면 차이커 창과 말을 나누는 느낌이 난다. 그 느낌이 그리 나쁘지 않아서인지 쓸 데없는 설명마저 해주고 싶어진다.
“내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이를 실 각시키면, 내 사람이 아닌 다른 사 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 리고 내 영향력 아래에 있지 않은 이를 강제로 실각시키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것을 내주어야 하는 법이 지. 세상의 이치가 그렇지 않은가?”
“아••••••
“나는 그저 이번 일이 그만한 손 해를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 을 뿐이다. 작은 것조차 바로잡지 못하는 이가 어떻게 큰일을 논하겠 는가.”
순간, 이현수의 등에 소름이 돋았 다.
무섭다.
강진호가 어두운 밤하늘에 홀로 빛나는 붉은 별 같다면, 홍왕은 밝 은 하늘에 불타오르는 거대한 태양 같다. 그 단호한 의지와 확고한 신 념에 의식도 하지 못한 채 빨려 들 어가는 느낌이다.
차이커창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 다.
“관련된 일의 처리는 제가 도와드 리겠습니다. 내일 따로 연락을 드릴 테니, 제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최연하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여 하튼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지고 있 는 게 분명하다.
‘여긴 대체 어디지?’
현실이 아닌 것 같다.
드넓은 중국 땅에서 오로지 이
원탁만이 현실이라는 무거운 힘에서 벗어나 허공을 자유로이 유영하고 있다.
‘이게 진호 씨가 사는 세계구나.’ 감히 그녀가 볼 수 없는 세계를 살짝 들여다본 느낌이었다.
“자, 그럼……
홍왕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러고는 강진호에게 시선을 고정 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홍왕이 피식 웃고는 계단을 바라 봤다.
“허기질 테니 우선 식사부터 하도 록 하지. 숙수에게 특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했으니, 맛은 기대해 도 좋을 것이다.”
“장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 는 미식가니까.”
“아니, 그건 아니죠.”
“에이, 농담도.”
같은 쪽에서 걸려오는 태클에 강 진호가 멍한 얼굴을 했다.
“아군이 없군, 마왕.”
뼈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