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26)
마존현세강림기-1328화(1325/2125)
마존현세강림기 54권 (9화)
2장 대작하다 (4)
산해진미라는 말이 어울렸다.
나름 미식가를 자처하는 최연하조 차 구경도 해보지 못한 요리가 줄줄 이 세팅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미식에는 꼭 동반되는 살짝 과 한 요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다.
“곰 발바닥이라든가, 이런 게 나 올 줄 알았는데……
이현수의 뇌까림에 홍왕이 미간을 찌푸렸다.
“미안하군. 내가 그런 것에는 조 금 약해서.”
“……아, 아닙니다! 기대한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 호오?”
이현수가 어색하게 웃었다.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그런 걸 억 지로라도 맛있게 먹어야 할까
“하하, 그렇다면 다행이로군.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내가 편식이 좀 있어서 말이다.”
“……보통은 그걸 편식이라고 하 지는 않죠.”
곰 발바닥을 먹지 않는다거나 뱀 요리를 즐기지 않고, 지네를 먹지 못하는 걸 편식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한국과 중국의 기준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보통은 편식의 범주 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편히 먹지.”
“감사합니다.”
이현수가 슬쩍 음식들을 바라보았 다. 하나같이 식욕을 자랑하는 비주
얼이지만, 차마 음식에 손이 가지 않는다.
‘내 위가 지금 음식을 소화할 수 있을까?’
이럴 줄 알았다면 한은솔과 같이 호텔방에서 죽이나 먹을 걸 그랬다. 이 자리에 없는 한은솔이 한없이 부 러워졌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모양이었다.
강진호가 손을 뻗어 그릇에 음식 을 덜었다.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가져오는 강진호를 보고 있으려니, 살짝 현자 타임이 온다.
‘저 양반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 고 사는 거야?’
홍왕이나 차이커창이 적극적으로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태도는 우호적이라고밖에 말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지 한가운데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잖은 가.
‘위기감이 너무 부족하신 것 아닌 가?’
이럴 때는 정말 강진호라는 사람 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현수의 그런 마음을 아
는지 모르는지, 강진호는 태연하게 덜어온 음식을 맛보는 중이었다.
“음식은 입에 맞나?”
“괜찮군.”
“다행이로군.”
홍왕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자 차이커창이 부연했다.
“시간을 잘못 택하셨습니다. 원래 이 시간에는 메인 셰프가 퇴근을 하 니까요. 다음에 이곳을 방문하시려 면 낮 시간을 추천드립니다. 이번에 는 저희가 좋은 음식을 대접하기 위 해서 퇴근한 메인 셰프를 다시 불렀 습니다.”
“과한 배려로군.”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이현수와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배려를 받았으면 즐겨주 는 것도 예의겠지.”
“네.”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 을 덜어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 스가 올라간 볶은 고기를 입에 넣은 최연하가 눈을 크게 떴다.
“아, 이거 진짜……
“입에 맞았으면 좋겠군.”
“이걸 먹고 ‘괜찮군’이라는 말 한 마디로 끝내 버린 사람이 있다는 게
더 놀라울 지경이네요.”
아니, 유탄이 왜 이리로 날아오 나.
강진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다가 최연하와 시선이 마주치자 슬쩍 고 개를 돌렸다.
“중국은 넓고 커서 다양한 맛이 존재하지. 하지만 다시 말하면, 기준 에 맞지 않는 음식도 많다는 걸 의 미한다. 중국을 방문한 이들이 제대 로 된 중국 요리를 먹어보지 못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안타까 운 일이다.”
“평소의 저라면 과한 자신감이라 고 말했을 건데, 맛을 보니 할 말이 없네요.”
홍왕이 마음에 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과연 마왕의 연인이로군.”
“저…… 죄송한데, 그 호칭 좀 안 써주실 수 있을까요? 들을 때마다 조금 민망해서.”
“흠, 그런가? 미안하군. 내가 겉 보기보다 꽤 노인이라……. 그럼 어 떻게 불러 드릴까?”
“그냥 최연하로 충분합니다.”
“그럼 최연하 씨로 부르지.”
최연하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웃 고 말았다.
하얗게 질려 있는 이현수와는 다 르게, 최연하는 눈앞의 사람이 그리 나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뭐 랄까, 굉장히 부유하고 여유로운 노 신사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다.
‘차라리 이쪽이 더 악당 같아.’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최 연하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알아채 지 못했다.
“이거 정말 괜찮네요.”
분위기에 못 이겨 음식을 맛본 이현수도 감탄을 토했다.
“많이 먹어두도록 해. 네 주제에 감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일 테니까.”
“이 인간이 진짜.”
차이커창의 딴지에 이현수가 발끈 하자, 홍왕이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아무래도 차이커창은 자네가 마 음에 든 모양이로군.”
“••••••예?”
“인정하는 사내를 깔아뭉개는 버 릇이 있지. 별것 아니라고 판단된 이에게는 과한 예의를 보이고 말이 야.”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수준은 비슷한 것 같은데.”
“아니, 진짜 이게!”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조금 풀렸다. 여전히 미묘한 긴장감 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 이상의 분위기는 무리다.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데……
“ 얼마든지.”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공항에서 포착한 건가?”
“공항이라……
홍왕이 빙그레 웃고는 차이커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차이커창이 한 숨을 내쉬었다.
“사실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가 적의를 가지고 온 게 아니라 는 사실을 납득시키기 위해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마왕께서는 위기감이 너무 부족하십 니다.”
“위기감?”
“저희가 마왕의 동선을 파악한 건 공항에서가 아닙니다. 저희는 마왕 께서 한국의 공항에 들어서는 것부 터 모두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순간, 강진호의 미간이 꿈틀했다.
“내 이목을 속였다고?”
불가능한 일이다.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강진호 를 감시해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 강진호를 감시할 수 있는 이가 있을 리 없다. 그의 감각을 속이는 건 홍 왕쯤 되는 이나 가능한 일이니까.
“물론 그건 무리죠. 하지만 마왕 이시여, 우리가 굳이 감시하지 않아 도 마왕의 동선을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눈은 세상 곳곳에 있고, 하늘 위에도 있습니 다.”
강진호가 한 방 먹었다는 듯 차 이커창을 바라보았다.
“CCTV?”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희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계신 겁니다. CCTV는 한국 정부의 소관이니 저희가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겠죠. 그래서 위기감이 부 족하다는 겁니다. 정부란 건 생각보 다 무척 얄팍한 조직이죠.”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민국에 사는 이들은 CCTV에 포착되는 걸 피할 수 없다. 홍왕계 는 굳이 강진호의 주변에 감시자를 두는 번거로운 일을 선택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거리를 감시하는 CCTV 자료를 손에 넣은 모양이다.
사람을 매수하든, 해킹을 하든.
“위기감이 부족했다는 말이 사실 이긴 하군.”
“물론 마왕의 잘못은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감시하는 일은 우리의 특기이기도 하니까요.”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분야에 있어서는 중국 은 세계 최강국이다.
“그러니까, 내가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중국으로 올 것을 알았 다?”
“예. 그러니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손안에서 놀아났군.”
이상하게도 불쾌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시원하게 한 방 먹은 느낌 이다.
“사실 이건 마왕의 부주의라기보 다는 보좌의 무능입니다.”
“거……
한마디 하려던 이현수가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차이커 창의 말에 반박할 논리가 없다. 너 무 아프게 뼈를 얻어맞아 전신이 시 큰거릴 정도다.
“차이 커창.”
“예, 홍왕이시여.”
“겁 많은 개가 짓는 법이다. 예의 를 잊지 마라.”
“죄송합니다.”
차이커창이 크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강진호를 보며 말을 이어 갔다.
“저희뿐 아니라 다른 삼왕계도 마 왕께서 중국을 방문하셨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을 겁니다.”
“다른 삼왕계? 그들도? 왜?”
차이커창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 었다.
“이런 표현은 조금 무례할 수 있 지만, 마왕의 가치를 가장 낮게 보 는 이는 마왕 본인이신 것 같습니 다. 마왕 같은 강자의 움직임은 당 연히 모두의 관심사입니다.”
“마왕께서 홍왕과 격전을 벌이고 도 살아 돌아가신 이후, 삼왕계는 단 한순간도 마왕의 종적을 놓친 적 이 없을 겁니다.”
“내가 큰일을 해줬지.”
홍왕이 조금 겸연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놈이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숨
통을 끊어놓을 수 있었을 텐데.”
“아니, 죽는 건 너였겠지.”
“크흠, 이미 흐지부지되어 버린 승부를 입으로 논하려니 추하군. 그 래, 그랬을 수도 있다.”
홍왕이 단호하게 말을 끊어버렸 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럼 모두가 알고 있는데, 괜히 정체를 감춘다고 설쳐 댔다는 뜻이 군.”
“무의미하긴 했습니다.”
“그렇군.”
강진호가 살짝 허무한 얼굴을 했 다. 나름 조심한다고 했는데, 의미가 없던 모양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문제를 해결 해야겠군.’
이 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중국에 온 의미는 있었다. 일상을 감시당한 다는 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니 까.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차이커창 이 한 말 중에 ‘하늘’이라는 말이 걸린다. 그건 분명 CCTV를 의미하 는 건 아닐 것이다.
‘위성인가?’
사람을 감시하기 위해 위성을 동 원한다는 게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 인 줄은 잘 알지만, 홍왕계의 권력 과 자본력을 감안한다면 무턱대고 불가능한 이야기라 몰아갈 수는 없 다.
“뭔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느낌이 로군. 삼왕계가 CCTV라니……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 는 이들은 도태될 뿐이다. 시대가 다르고, 나이가 있어서 당황스러운 건 알겠지만, 그대도 현대의 기술에 관심을 가지는 게 좋을 것이다.”
장민에게도 당한 지적이다.
그때는 좀 무안하고 말았다면, 지 금은 뼈가 아프다.
‘발전하고 나아가는 건 총회뿐이 아니라는 거로군.’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새 삼 실감이 난다. 이 순간에도 삼왕 계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무인계가 조금 더 나아가기 위해 수많은 방법 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뒤처지는 이는 도태된다.
“그럼 새로운 의문이 생기는군.” 강진호가 홍왕을 똑바로 보았다.
“북경은 홍왕계의 영역이 아닌 걸 로 아는데?”
“그건 생각하기에 따라서 나릅니 다. 사실 영역이라는 게 세인들이 받아들이는 것처럼 지도에 선을 그 어 딱딱 나누는 개념이 아닙니다. 정확하게 영역이라기보다는 영향력 으로 이해하는 게 나을 겁니다. 홍 왕계의 영향력이 베이징에 미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다만, 창왕의 힘 이 더 강할 뿐이죠.”
“여하튼 적지라는 거로군.”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그럼 묻겠는데……
강진호가 살짝 차가워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위험할 수도 있는 적지로 굳이 나를 만나러 온 이유가 뭐지?”
홍왕의 눈이 살짝 끓어올랐다.
강진호의 시선과 홍왕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친다.
강렬한 홍왕의 눈빛과 차가운 강 진호의 눈빛.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눈빛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서로 를 짓눌렀다.
“흐 ”
홍왕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