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27)
마존현세강림기-1329화(1326/2125)
마존현세강림기 54권 (10화)
2장 대작하다 (5)
“먼저 몇 가지를 바로잡아야겠군. 첫째로 이곳은 위험한 적지가 아니 다.”
“무슨 의미지?”
“나 혼자 이곳으로 왔다면 분명 위험한 적지가 될 수도 있겠지. 하 지만 그대가 이곳에 있는 이상, 이
곳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된 다.”
“아!”
홍왕의 말을 이해한 것은 강진호 가 아니라 이현수였다.
“둘이니까.”
“그렇다.”
홍왕이 미소를 지었다. 이현수의 이해력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창왕은 조심스러운 자다. 과도하 게 조심스럽지. 그는 모험을 하지 않고, 위기를 만들지 않는다. 그런 이가 마왕이라는 변수가 있는 자리 에 모습을 드러낼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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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있다면 어떻게든 제거 하려 들었겠지. 하지만 그는 마왕이 나를 돕는다는 희박한 가능성조차도 무시할 수 없다. 창왕은 그런 자니 까.”
“아주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군.”
“오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싸우 고 또 싸웠다. 서로를 견제하고, 파 악하고, 공격했지. 어떨 때는 그들이 나의 가장 가까운 친인보다 더욱 가 깝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결국 증오가 애정의 완벽한 반례
가 될 수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증오하는 대상에 대한 집착은 사랑 하는 대상에 대한 집착과 맞먹는 법 이니까.
“그렇기에 느긋하게 베이징으로 올 수 있었지. 덕분에 좋은 음식도 먹고 말이야.”
강진호가 피식 옷는다.
생각보다 넉살이 좋은 자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내게 어떤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내가 그대를 만나러 온 이유는 아주 단순하니까.”
홍왕이 열기가 들끓는 눈으로 강 진호를 노려본다.
“그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 다. 평생 처음으로 내게 패배감이라 는 감정을 느끼게 만든 나의 숙적이 과연 더 강해졌는지, 그 대결을 양 분 삼아 나아간 나처럼 마왕 역시 더 강해졌는지…… 이 눈으로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감상은?”
“만족스럽군.”
홍왕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무시무시할 정도다. 솔직히 평정 을 유지하기가 어렵군. 전신이 떨리
고 심장이 요동친다. 지금이라도 당 장 목숨을 걸고 싸우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마찬가지야.”
강진호도 이를 드러냈다.
거대한 호랑이와 피에 굶주린 늑 대가 서로를 보며 으르렁대는 것 같 다. 그 순간적인 기파에 남은 이들 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상황이 허락하 지 않는군. 그대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지금 그대와 겨룰 수 없다. 지 금 내가 그대와 겨룬다는 건 모든 대업을 무너뜨리겠다는 말과도 같으
니까.”
홍왕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진호와 싸워서 진다면 어차피 모든 게 끝난다. 하지만 더 큰 문제 는 강진호와 싸워서 이긴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이길 자신은 있다.
하지만 강진호와 싸우면서 피해 없이 이긴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 다면 상처 입은 홍왕을 다른 삼왕이 승냥이처럼 물어뜯을 게 분명하다.
순간의 혈기를 참지 못하면 백 년의 대업이 무너진다. 그 무게감이 지금 홍왕을 짓누르고 있었다.
“술이 필요하군. 속이 쓰리니까.”
“한 잔 따라 주지.”
“하하하! 마왕이 주는 술이라 니…… 세상에 다시없을 귀한 술이 되겠군.”
이현수가 묘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관 계군.’
금방이라도 서로 죽고 죽일 듯이 으르렁대다가도 일변해 둘도 없는 친구처럼 군다. 대체 이들 사이에 어떤 감정이 오가는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 이상한가?”
홍왕이 그런 이현수의 기색을 알 아챘는지 먼저 물어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이상할 것 없다. 마왕과 나는 충 분히 술잔을 나눌 수 있지. 왜인 줄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이미 둘의 관계가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둘은 절대 양립할 수 없다. 누군가는 죽어야 끝나는 관계다.”
“화를 내고, 욕을 하고, 상대를
압박하는 건 관계를 바꾸려는 의지 의 표현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지. 시기가 무르익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그저 서로 죽일 뿐이다. 그런데 굳이 사이가 나쁠 필요가 있겠는가.”
전혀 모르겠거든요?
저 사람, 사고방식이 이상해.
더 소름 돋는 건, 그 말을 듣고 맞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강진 호였다. 저 인간이 더 이상하다.
“남자들이라는 건 꼭 그렇게 싸워 야 하는 거예요?”
최연하의 물음에 홍왕이 미소를
지었다. 서로 죽인다는 말을 비유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이건 남자라서가 아니다. 서로가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지. 내 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마왕 의 존재를 허락할 수 없는 것뿐이 다. 마왕 역시 마찬가지겠지.”
“흠……
강진호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강진호는 홍왕이 하는 말처럼 명 확한 무언가를 가지지는 않았다. 하 지만 확실한 건, 홍왕의 존재가 거 슬린다는 점이다.
그와 동시에 확인해 보고 싶다.
이 초인의 심장에 그의 적루가 틀어박힐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전신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는 기분이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마왕과 술 한잔 기울이고 싶었을 뿐이다. 그대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자신 의 모든 것을 걸고 부딪칠 수 있는 숙적이라는 건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말했듯이, 때때로 그런 이는 더없는 친우처럼 느껴지기 마련이지.”
홍왕이 강진호를 돌아봤다.
“그렇지 않은가?”
“고리타분해.”
“빤하고 재미없군. 하지만 동의하 지.”
“후후후.”
홍왕이 술병을 들었다.
“그대에게 술 한 잔을 권할 수 있 는 영광을 주겠나?”
“얼마든지.”
강진호가 홍왕이 주는 술을 받았 다.
고리타분하다.
중간중간 들리는 고어(古語)라든 가 사고방식이 과거의 정파 놈들을
떠올리게 한다. 답답하긴 하지만, 그 들 중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자 도 분명 있었다.
지금의 홍왕이 바로 그런 자다.
확실히 강진호와는 가는 길이 다 르다. 절대 둘은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인정 할 수 있다.
쪼르르륵.
강진호가 자신의 잔에 채워진 술 을 단숨에 넘겨 버리고는 술병을 받 아 들어 홍왕의 잔에 술을 따랐다. 홍왕 역시 강진호가 따라 준 술을 단숨에 넘겼다.
“다음에 만날 때는 술이 아니라 다른 것을 권해야 하겠지.”
홍왕의 말에 강진호가 고개를 끄 덕였다.
“걱정할 것 없어. 깔끔하게 죽여 줄 테니까.”
“하하하하! 그거 정말 좋은 말이 로군.”
최연하가 빙그레 웃으면서 머릿속 에 정립한 흥왕에 대한 인상을 수정 했다.
‘이 양반도 미쳤어.’
아무래도 강진호 주변에서 정상인 을 찾겠다는 건 헛된 바람인 모양이
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멀쩡한 인간 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홍왕이 입을 열었다.
“하나 경고하겠다. 마왕이여, 창왕 을 조심해라.”
“그대는 자신의 위치를 좀 더 자 각할 필요가 있다. 이미 동아시아는 삼왕의 세상이 아니라 사왕의 세상 으로 재정립된 지 오래다. 아마 창 왕과 흑왕 역시 나와 같은 비중으로 그대를 견제하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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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왕은 나와는 다르다. 그는 신 중하고 조심스럽지만, 더없이 독랄 하고 잔인하다. 그는 그대를 죽이기 위해서 어떤 방법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강진호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어떤 방법도’라는 말에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나와 생사를 가르기 전에 다른 이의 손에 허무하게 죽는 건 허락하 지 않겠다. 마왕이여, 너는 내 손에 죽어야 한다. 그게 네 삶을 완성하 는 유일한 방법이다.”
“……잘도 지껄이는군.”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홍왕을 보며 강진 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홍왕과 그는 정말 맞지 않는다.
차이커창과 이현수가 서로 닮았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할 수 없다면, 홍왕과 강진호는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할 수 없다.
숙적.
그 말이 가장 어울리는 존재다.
이전의 생에서도 숙적을 가져보지 못한 강진호다 보니, 홍왕의 존재는 강진호에게도 무척이나 특별했다.
‘다른 삼왕들도 내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줄까?’
어려울 것이다.
이건 단순히 강함의 문제가 아니 다. 홍왕보다 다른 삼왕이 더 강하 다고 해도 강진호가 그들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가치관의 차이, 성향의 차이, 그 리고 지향하는 것의 차이.
맞아떨어지지 않기에 오히려 더 의식하게 된다.
“좋은 자리였군.”
홍왕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식사는 마저 하도록 하지. 끝까 지 손님을 모시는 게 예의겠지만,
솔직히 더는 참기가 어렵군. 내가 내 자신을 주체할 수 없어지기 전에 먼저 가보겠다.”
“인내심이 부족하군.”
“그대에게라면 그런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지.”
홍왕이 강진호를 보며 웃었다.
“기이한 기분이다. 마왕이여, 나는 그대를 세상에서 가장 증오한다. 하 지만 반면에 그대는 나를 춘절의 처 녀처럼 설레게 하는군.”
“……이상한 표현 좀 안 써줬으면 좋겠는데.”
“……미안하군. 잘 고쳐지지가 않
아서.”
홍왕이 겸연쩍게 웃다가 안색을 바꿨다.
“다음에 만날 때는 그 목을 가져 가지. 그때까지 강해져라. 더 먹어 치우고, 더 갈구하라. 이 홍왕의 숙 적으로 부족함이 없도록 강해져라.”
“말을 할 때는……
“상대가 누구인지 보고 지껄이는 게 좋아.”
강진호의 가라앉은 눈이 홍왕을 꿰뚫었다. 홍왕이 만족스러운 미소 를 지었다.
“과연 노파심이었군. 마왕에게 할 말은 아니었지. 그걸로 좋다.”
홍왕이 몸을 돌렸다.
“차이 커창.”
“예.”
홍왕이 바닥에서 커다란 상자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홍왕의 선물입니다.”
“그럼 강녕하시길.”
강진호를 향해 깊게 예를 표한 차이커창이 싹 달라진 얼굴로 이현 수를 바라본다.
“창왕을 조심해라.”
“마왕께서 창왕에게 당한다면, 그 건 마왕의 탓이 아니라 네놈의 잘못 이다. 홍왕께서는 마왕과의 승부를 세상 어느 것보다 기대하고 계신다. 네놈이 얼간이 짓을 해 그 승부를 망친다면, 천 갈래로 찢어 죽이겠 다.”
“그럼 정보라도 좀 주시든가. 주 둥아리만 놀리지 마시고.”
“빌어먹을 놈.”
차이커창이 이현수를 노려보고는 몸을 돌렸다. 두 사람이 천천히 걸 어 계단 아래로 내려간다.
이윽고 두 사람이 완전히 건물을 빠져나가자, 이현수와 최연하가 땅 이 꺼져라 탄식을 내뱉었다.
“뭐가 이렇게 힘들지?”
“……저는 팬티까지 젖었습니다.”
“뭐예요, 더럽게!”
“•…”죄송.”
이현수가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 다.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지만, 그 아래 칼날 같은 신경전이 오갔다. 천하의 이현수라고 해도 강진호가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지 못했다면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질렀을 것이다.
이현수가 슬쩍 고개를 돌려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는 아무 말 없이 홍왕이 떠난 자리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걸까?’
“회주님.”
유 Q »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이현수가 막 입을 열려는 찰나, 강진호가 미간을 좁히며 먼저 말했 다.
“그런데……
“••••••예?”
“계산은 하고 갔겠지?”
강진호가 테이블을 보며 말했다.
“비싸 보이는데.”
긴박하던 만남의 마무리가 산으로 향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