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28)
마존현세강림기-1330화(1327/2125)
마존현세강림기 54권 (11화)
3장 실행하다 ⑴
부우우웅.
홍왕을 태운 고급 승용차가 도로 를 질주했다.
차이커창은 슬쩍 시선을 돌려 홍 왕의 표정을 확인했다. 그가 아무리 신경을 쓴다고 해도 홍왕의 감각을 피하는 건 무리겠지만, 그럼에도 대
놓고 고개를 돌리는 것보다는 예의 바른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홍왕의 표정은 딱히 정의 내리기 힘들었다.
겉으로는 딱히 표정이 보이지 않 지만, 차이커창은 그 무표정해 보이 는 얼굴에 깊은 만족감과 미묘한 불 만이 동시에 떠올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이커창의 가슴속에 궁금증이 생 겨났다.
홍왕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토록 고대하던 마왕과의 만남을
성사한 홍왕의 가슴을 채우고 있는 건 어떤 감정일까?
“궁금하더냐?”
차이커창이 움찔했다.
그 모습을 보며 홍왕이 가볍게 웃었다.
“걱정할 것 없다. 독심 같은 걸 익힌 건 아니니 말이다. 다만, 궁금 해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알아채지 않기를 바라는 건 과욕이 겠지.”
“송구스럽습니다, 홍왕이시여.”
“그럴 것 없다. 호기심이 죄는 아 니니까. 물어보라. 대답해 주겠다.”
차이커창이 마른침을 삼켰다.
주군의 기분을 꼬치꼬치 캐묻는 게 비례(非禮)라는 것은 알고 있지 만, 궁금함을 참을 도리가 없다.
“어 떠셨습니까?”
“마왕 말이더냐?”
“예.”
홍왕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 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해졌더군.”
“나는 벽을 넘었다. 그렇기에 내 심 이제 마왕 정도는 내 상대가 되 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었지. 하지
만 그렇지 않았다. 내가 강해지는 만큼 마왕 역시 강해지고 있다. 그 강함에 심장이 저릿할 정도로 말이 다.”
차이커창의 미간이 좁아졌다.
순간, 홍왕의 말을 이해할 수 없 었다. 그도 그의 눈으로 직접 강진 호를 보기는 했지만, 과거와 달라졌 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감히 제 눈을 홍왕과 비교할 수 는 없겠지만, 저는 오히려 마왕의 독기가 흐려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번에 본 강진호는 말 그대로
지상에 강림한 악마, 그 자체였다.
차이커창은 단 한 번도 그런 인 간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세상의 모 든 사마(邪魔)를 다룬다는 흑왕조차 도 차이커창에게 그런 강렬한 공포 를 가져다준 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오늘 그가 마주한 강진호 는 악마라기보다는 평범한 청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아무리 전장과 일상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강진 호라는 인간 자체가 주는 느낌이 달 라졌다는 건 분명한 일이다.
“네게는 그리 보일 수도 있다.”
“오해할 것 없다. 너를 무시하는 건 아니니까. 지금 마왕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이는 천하를 통틀어 다섯을 넘지 않을 것이다.”
차이커창이 미간을 좁혔다.
“완성에 가까워졌다는 말씀이십니 까?”
“아니지.”
홍왕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궁극에 달하면 모든 것이 부드러 워진다는…… 뭐, 그런 이야기를 하 고 싶은 것이냐?”
“……듣기로는.”
“나는 어떠하더냐?”
차이커창은 홍왕의 말을 바로 이 해했다.
홍왕은 말 그대로 패도의 화신, 패도의 궁극을 이룬 이다.
하지만 홍왕의 경지가 높아졌다고 해서 그의 패도가 안으로 스며들지 는 않는다.
그렇다면 마왕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감을 잡지 못하는 차이커창을 보 며 흥왕이 가볍게 미소를 머금었다.
‘이해하기 힘들겠지.’
마(魔)와 악(惡)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으니까.
차이커창은 영원히 강진호를 이해 할 수 없다. 왜냐면 그는 마공을 익 힌 이와 악한 이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이커창은 더없이 똑똑한 사람이 지만, 겪지 않은 것마저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다. 마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그동안 겪어온 마인들에 대 한 선입견이 강진호를 평가하는 눈 마저 가리고 있다.
‘재미있는 일이지.’
사실 좀 어려운 개념이긴 하다.
마공은 악이고, 마공을 익힌 자는 마인이다. 하지만 마공을 익히자가 반드시 악인은 아닐 수도 있다. 언 젠가는 차이커창도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하면 마왕이 그토록 강해졌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벽을 넘은 홍왕께서도 경계할 만 큼‘?”
홍왕은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 다. 굳이 부연할 필요 없다는 듯이.
“하지만……
차이커창이 미간을 좁혔다.
그는 안다.
그 역시 절정에 오른 무인이기에 알고 있다.
무학을 익히고, 강해진다는 것은 사실 매우 불합리한 일이다.
왜냐면 무학에 들인 노력과 투자 가 반드시 강함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강해진다는 것은 산을 오 르는 게 아니다. 산을 오른다는 것 은 더없이 어려운 일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학대해야 하고, 자신의 한계 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면 목숨마 저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산은 노력하고 또 노력한 다면 결국은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죽는 그 순간까지 한 발이라도 더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무학은 산을 오르는 것과 는 다르다. 무학이란 벽을 넘는 것. 하나의 벽을 넘으면 더 단단하고 높 은 벽이 앞을 가로막는 것이 무학이 다.
아무리 노력하고 발악해도 벽의 끝에 발을 걸치지 못하면 추락하여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넘어서지 못하면 단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이 무학이다.
홍왕쯤 되는 이가 넘어야 하는 벽의 높이는 차이커창으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아마 그 벽은 인 간의 인식하에 규정될 수 없는 높이 일 것이다.
홍왕은 기어코 그 벽을 넘었다.
그런 만큼 홍왕은 과거와는 차원 이 다르게 강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홍왕의 말대로라면 강진호 역시 홍 왕과 같이 벽을 넘어 같은 영역에 서 있다는 뚯 아닌가.
“하면••••••
“걱정할 것 없다.”
홍왕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와의 승부를 미루는 이유 는 아까 말한 그대로다. 학과 조개 의 처지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일 뿐, 마왕과의 승부에 부담을 느끼는 건 아니다.”
홍왕의 눈이 가라앉았다.
“언젠가는 마왕과의 승부를 낼 날 이 올 것이다. 그날이 내 무(武)를 완성하는 날이 되겠지.”
그 목소리에는 울림이 있었다.
차이커창이 가만히 홍왕을 바라보 았다.
‘숙적이라는 건가.’
기이한 일이었다.
삼왕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들이 라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홍왕의 숙적은 다른 삼왕이라 생각할 것이 다. 아니, 심지어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홍왕 역시 그리 생각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홍왕은 자신의 숙적 이 다른 삼왕이 아닌 마왕이라 말하 고 있었다.
단순히 승부를 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전력을 다해 싸웠음에도 상대의 목숨을 빼앗지 못했기 때문도 아니 다.
강진호도 그렇고, 홍왕도 그렇 고…… 서로에게 다른 이들은 모르 는 무언가를 느끼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설명되지 않는 게 너 무 많다.
“홍왕이시여, 한 가지 더 여쭤도 되겠습니까?”
“말하라.”
차이커창이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총회와 우리가 동맹인 것은 분명 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곳에 있는 동안 적대하지 않겠다는 의사 를 밝힌 것 역시 분명합니다.”
“그런데?”
“하나 저들이 이곳에서 벌이는 일 을 그대로 용인하겠다는 뜻은 아니 지 않겠습니까?”
홍왕이 슬쩍 차이커창을 바라보았 다.
대놓고 적대하지는 않겠지만, 강 진호가 중국에 온 목적이 뭔지를 알 아내고 그걸 방해해 볼 생각은 있다 는 뜻이다.
“목적은?”
“아무래도 암살 같습니다.”
“ 암살?”
“예. 북한에서 요인이 넘어온 시
기와 강진호가 입국한 시기가 일치 합니다. 베이징에 자리를 잡은 것도 그렇거니와……
“내버려 둬라.”
홍왕이 시트에 몸을 묻었다.
“지원할 수 있으면 지원도 해줘.”
“홍왕이시여.”
“차이 커창.”
“예.”
차이커창이 몸을 바짝 세웠다. 홍 왕의 목소리에 질책이 묻어났다.
“네가 노력하고 있는 것은 잘 알 고 있다. 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는 것 역시 충분히 이해하고 감사하 고 있다.”
“호, 홍왕이시여, 그런 말씀 마십 시오. 이 미천한 놈이 무슨 도움이 되었겠습니까. 이 모든 것은 오로지 홍왕께서 이루신 일입니다.”
“과한 겸손은 오히려 오만이 되는 법이다. 고개를 들어라.”
“예, 예!”
차이커창이 몸을 바짝 세웠다.
“ 첫째로.”
홍왕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마왕이 암살을 결행하기로 결심 했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나쯤 되는 이가 주변을 지키지 않는 이상은 군대로 주변을 두른다고 해 도 마찬가지다.”
“으음.”
차이커창이 신음을 흘렸다.
조금 의아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홍왕의 말이 그렇다면 틀림없을 것이다.
“둘째로……
홍왕이 고개를 돌려 차이커창을 바라보았다.
“마왕이 그를 암살하려는 이유 는?”
“……쿠데타의 전조가 있습니다.
아마도 북한에서 일이 터질 모양입 니다. 입국한 요인은 강경파로 그가 정권을 잡는다면 한국에 크나큰 위 협이 될 것입니다.”
“한국만은 아니겠지.”
홍왕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이 급박해진 다면 저희 쪽에 나쁠 게 없습니다.”
“그래. 내가 하고 싶던 말이 그거 다, 차이커창.”
“……무슨 말씀이신지?”
“우리는 절벽 위를 걷고 있다.”
홍왕의 목소리가 무겁게 내려앉는 다.
“한 발만 삐끗하면 백척간두로 떨 어지지.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우 리가 패배한다면 중화의 미래가 어 둡다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창왕과 흑왕이 중국을 지배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공포스러울 정 도다. 혹왕은 악의로 똘똘 뭉친 자 고, 창왕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 는지 알 수 없는 자다.
“그렇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목적을 이루면 모든 것이 평화로워질 거라 믿었으니까. 하지 만 어느 순간, 그 마음가짐이 우리
의 신념마저 흐리고 있지 않느냐?” 차이커창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정확하고…… 냉정한 지적이었다.
“방식이야 더없이 마왕답지만, 그 목적은 결국 평화를 위한 것이겠지. 마왕이 평화를 지키겠답시고 목숨을 걸고 중국까지 날아왔는데, 정도(正 道)를 추구한다는 우리가 그걸 방해 한다는 게 참 우습지 않느냐?”
차이커창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납득한 건 아니다.
그렇게 대의(大義)만 좇아서는 아 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 역시 사
실이니까. 하지만…….
‘이분은 옳다.’
이끌어가는 자는 때로 몽상가가 되어야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대의와 정의에 목숨을 걸 줄 아는 이들이 사람의 마음을 얻어 내는 법이니까.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예?”
홍왕이 피식 웃었다.
“우리가 굳이 방해하지 않아도 방 해할 이들이야 널려 있지.”
홍왕이 미소를 지으며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혼돈의 시기지.’
홍왕은 느낄 수 있었다.
대륙은 들끓어 오르고 있다. 세상 의 모든 악의가 이 넓은 중국으로 몰려든다. 이제 곧 다시없을 혼란이 대륙을 강타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기껍다.
혼란은 정화로 가는 과정일 뿐이 다. 이 지독한 혼란이 잦아들 때 즈 음, 대륙은 다시 평화를 되찾고 만 세의 영광을 손에 넣을 것이다.
바로 홍왕이 그렇게 만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