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32)
마존현세강림기-1334화(1331/2125)
마존현세강림기 54권 (15화)
3장 실행하다 (5)
“거……
요원이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 으로 건너편에 앉아 있는 강진호와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다리를 꼰 채 담배를 피우고 있 는 강진호와 귀찮다는 듯이 허리를 늘어뜨리고 있는 이현수를 보고 있
자니, 오랜 스파이 생활에서도 느껴 보지 못한 현자 타임이 엄습했다.
“아니••••••
입을 몇 번이고 뻐끔거리던 요원 이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여기 험한 일 하러 왔다는 자각은 있으십니까?”
“뭐, 그 정도야.”
“ 있으시냐구요.”
이현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이쪽은 원래 험한 일 하는 사람 들이라 딱히 그런 자각이 없어도 됩 니다. 하루하루 칼끝 위에서 사는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네? 칼끝요? 네?”
요원의 얼굴이 파들파들 떨렸다.
“거, 그런 얼굴 하지 마쇼. 뭔가 좀 위화감이 드니까. 그거, 성형한 거요?”
“그럼 이게 원래 제 얼굴이겠습니 까?”
“그럼 위로해 주려고 했지. 진짜 안타까운 일이니까.”
“끄으으응.”
요원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아니, 대체 어디서 이런 사람들 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열불이 터지고, 속이 썩어 문드러 진다.
애초에 이 일은 은밀함이 생명이 다. 그들이 이곳에 입국해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 양반들은 은밀함은커녕 함부로 이동해서 사고를 치고, 사람 들이 몰려 있는 커다란 식당을 전세 내는 기행을 저지르는 중이었다.
이쯤 되면 없던 관심도 생길 지 경이 아닌가.
“최소한 눈에 안 띄려는 노력은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뭐 하러요?”
“예?”
“어차피 다 아는데.”
“••••••예?”
요원의 눈이 흔들렸다.
“알아요? 뭐, 뭘요?”
“우리가 중국에 입국한 거, 중국 고위층들이 이미 알고 있다구요.”
“그,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 까?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안 되긴. 알아서 찾아왔더 만.”
이현수가 살짝 차가운 눈으로 요 원을 노려보았다.
“중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정보가
샜답니다. CCTV를 통해서 이쪽의 이동 경로를 진작부터 확보하고 있 었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십니 까?”
요원이 입을 닫았다.
하지만 흔들리는 눈동자는 그가 지금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를 말 해주고 있었다. 표정에 감정이 드러 나지 않는 훈련을 받았음에도 불구 하고,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착오가……
이현수가 말없이 테이블에 놓인 컵을 잡아 냉수를 들이켰다. 그러고 는 과격하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
다.
타악!
컵이 탁자를 치는 소리가 주변을 환기하}자, 요원이 등을 바로 세웠다.
“성함이?”
“예‘?”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본명 말씀이십니까?”
“ 뭐든.”
요원이 마른침을 삼켰다.
“장필재라고 불러주십시오.”
“좋습니다, 장필재 씨.”
이현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이해하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이 그게 아닐 텐데?”
맞는 말이다.
장필재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현수가 한 말이 맞다면, 정보가 내부에서부터 새고 있다는 뜻이다. 꼭 국정원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정 부의 CCTV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루트를 뚫었다는 의미니까.
이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대한민국에 CCTV가 얼마나 많은 가.
CCTV를 장악할 수 있다면, 한국 을 오가는 이들의 경로를 모조리 파 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이들을 감시한다는 건 시스템적으로 나 인력적으로나 불가능한 일이겠지 만, 주요 몇몇 인물들만 감시할 수 있어도 어마어마한 정보를 넘겨주게 된다.
그렇다는 말은?
‘이들이 중국에서 그만큼의 투자 를 통해 감시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인물들이라는 건가?’
이 사람들이?
장필재는 새삼 그 자신이 강진호
와 이현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부의 지시 대로 정보를 전달하고 안내를 할 뿐, 이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 사 람들인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생각 이상으로 거물이라는 뜻인 데……
장필재가 슬쩍 강진호의 눈치를 봤다.
둘 중 누가 상관인지는 굳이 물 어볼 필요도 없다. 이종욱 과장도 강진호를 훨씬 더 신경 쓰는 기색이 역력했고 말이다.
‘이 젊은 사람이 중국의 고위층이 감시를 해야 할 정도로 거물……
그 순간, 강진호가 불편한 표정을 짓더니 슬쩍 아래를 내려다봤다.
“……드시면서 하죠.”
U 으 »
살짝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은 강진호가 젓가락을 들었다.
“식으면 맛이 없으니까.”
강진호가 젓가락을 들자, 이현수 도 한숨을 쉬며 젓가락을 들었다.
우육면에 젓가락을 담그며 이현수 가 입을 열었다.
“먹으면서 합시다. 이 짓도 다 먹 고살자고 하는 건데.”
아니, 남 눈 피하려고 여기 온 거 지, 밥 먹으러 온 게 아니잖습니까!
……라고 속으로만 외치는 장필재 였다.
이전이었다면 이렇게까지는 아니 더라도 한마디 정도 했을지 모르지 만, 오늘은 뭔가 찔리는 게 많다. 이쪽에서 정보가 새어 나갔다는 말 도 걸리고, 강진호가 생각 이상으로 거물이라는 것도 걸린다.
‘아니, 이런 건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냐!’
만약 장필재가 실수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는가.
여하튼 책상바리들은 현장에서 뛰 는 이들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당 연히 넘겨줘야 할 정보도 그러려니 넘겨 버리지 않는가.
“드세요.”
“아, 예.”
장필재가 슬쩍 눈치를 보며 우육 면 한 젓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생 각 없이 면을 씹다 보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잠깐만.’
혼란스러운 머리가 정리되기 시작 하자, 이게 얼마나 황당한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저, 그런데……
“네?”
우육면을 흡입하던 이현수가 장필 재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말씀하신 대로 정보가 빠져나갔 다는 건…… 강진호 씨와 이현수 씨 가 여기서 뭘 하려는지 그쪽도 알고 있다는 뜻 아닙니까?”
“으언 아이죠.”
이현수가 후루룩 면을 빨고는 입 을 닦았다.
“그건 아니죠. 우리가 여기에 왔 다는 건 알고 있지만, 우리가 뭘 할 지는 모르는 거죠.”
“하지만 저쪽에서……
장필재가 납득이 안 간다는 듯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이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지. 임무를 막으려는 게 아 니라 애초에 저쪽을 감시하는 게 목 적이었다면 중국으로 입국했다는 사 실이 추적 가능하지만, 뭘 하려는지 는 모를 수도 있겠군.’
꽤나 황당한 상황이지만 말은 된 다.
장필재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임무는 예정대로 진행하십 니까?”
“당연한 말씀을.”
이현수가 빤히 장필재를 바라보았 다.
“설사 저쪽에서 이쪽의 목표를 알 고 있다고 해도 강행합니다. 이건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취소할 수 있 는 일이 아니니까요.”
상황을 탓하기에는 걸려 있는 게 너무 많다.
설사 잃는 것이 크더라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일이다.
“ 다만••••••
이현수가 손가락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그쪽의 문제로 일에 차질이 생기 게 됐으니, 상식적으로 처리해야겠 죠.”
“상식적으로라면?”
“추가금 내라고 하세요.”
장필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추가금이라고 하시면?”
“돈이죠. 달리 뭐 있겠습니까?” 단호한 이현수와 멍해져 버린 장 필재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후루루룩.
그리고 그 옆에서는 강진호가 열 심히 우육면을 흡입하고 있었다.
“돈이요?”
“예. 왜요? 이상할 거라도?”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건 국가와 국민의 운명 이 걸려 있는 일이다. 그런 일에 돈 을 끌고 들어오는 이현수의 사고방 식을 장필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돈은 좋은 겁니다. 세상에 존재
하는 수백만 가지의 물건과 인간의 감정까지 대부분 돈으로 계량할 수 있거든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훌 륭한 물건 중 하나죠.”
“적당한 보상이라는 건 언제나 찾 기 어려운 법입니다. 간단한 건 돈 의 수치를 조정하는 거죠.”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 물론. 그렇습니다.”
“돌아가셔서 이종욱 씨에게 똑바 로 전하십시오. 위험부담이 늘어난 만큼 그전의 조건으로는 안 됩니다.
추가적으로 받을 이득도 딱히 없는 것 같으니, 그냥 얼마로 보상할지 정해서 연락하라고 말입니다. 아시 겠습니까?”
장필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수의 말이 옳고 그르고를 따 질 건 없다. 애초에 그에게는 이현 수와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니 까. 그는 그저 메신저에 불과하다.
“오늘 저녁까지 연락이 오지 않는 다면, 이 일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 다. 내일이 결행일이니까요.”
“그, 그렇게 급박스럽게……. 보고 를 한다고 해도 상부도 회의를 해야
합니다.”
“장필재 씨.”
“예?”
“그 급박함을 왜 우리만 감당해야
합니까?”
이현수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댔 다.
“이 일이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 면, 그쪽도 동일한 중요도로 움직여 야죠. 이쪽에는 중요한 일임을 강조 하고, 본인들은 지켜야 할 절차를 다 지켜가며 원칙대로 하겠다는 겁 니까?”
할 말이 없었다.
이현수의 말이 맞으니까.
“여하튼 이쪽에서는 더 할 말 없 습니다. 그럼.”
“자, 잠시만……
장필재가 다급하게 이현수를 잡았 다.
“왜요?”
“혹시 대략적인 요구 금액이라도 알 수 있겠습니까? 너무 밑도 끝도 없는 것 같아서……
“그런 건 나라에서 정할 일이죠.” 이현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국가가 이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겠죠.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싶으면 저 희가 철수해도 별문제 없는 것 아니 겠습니까? 이게 그리 중요한 일이라 면 말입니다.”
장필재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 다.
이쪽의 무능으로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이건 고의가 아닌 실수다. 하지만 이현수는 그 실수를 물고 늘 어져 상처를 내고 소금을 뿌리는 중 이었다.
“장필재 씨.”
“……예.”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장 필재 씨도 결정권자가 아니잖습니 까. 그저 저희 제안을 전하기만 하 시면 됩니다. 결정은……
이현수가 손가락을 들어 천장을 가리켰다.
“위에서 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장필재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품 안에서 스마트패드를 하나 꺼내 이현수에게 내밀었다.
“그쪽의 정보가 담겨 있는 기기입 니다.”
“……이걸 이렇게 줘도 됩니까?”
“이게 더 안전합니다. 어설프게 데이터로 옮겼다가는 기기에 흔적이 남을 수도 있고, 전송하다가는 감청 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 Q »
“사용이 끝나면 반드시 물리적으 로 폐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쪽으 로는 전문가라고 들었으니, 따로 방 법을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전문가?
……뭐, 그렇기는 하지. 깨고 부 수는 건 최고로 해줄 수 있으니까. 전문가라면 전문가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이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아 차하고 고개를 돌렸다.
쭈우우욱.
강진호가 그릇째로 우육면을 들고 마신다. 말 그대로 마시고 있었다.
탁!
개운하게 그릇을 내려놓은 강진호 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지.”
“아, 예.”
“그리고……
강진호가 슬쩍 장필재를 보며 말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겁니
다.”
“••••••예?”
“그쪽도 노출됐을 테니까.”
강진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는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하고 뒤를 따른다.
“친절도 하셔라.”
이현수가 너스레를 떨며 밖으로 나갔지만, 혼자 남겨진 장필재는 그 뒤로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