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33)
마존현세강림기-1335화(1332/2125)
마존현세강림기 54권 (16화)
4장 수립하다 (1)
호텔 엘리베이터에 탄 강진호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말했다.
“추가금은 원래 생각한 건가?”
“딱히 돈을 받을 생각은 아니었습 니다. 다만, 뭔가를 받기는 해야 한 다고 생각했죠.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지금은 딱히 저쪽에 받아낼 게
없습니다. 그럼 돈밖에 없는 거죠.”
“받아야 하나?”
“물론입니다.”
이현수는 강진호의 말투에 숨어 있는 미묘한 불편함을 포착했다. 국 가의 일을 하면서 돈을 요구한다는 건 사실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 다.
“돈을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 다. 저들에게 돈을 내게 하는 게 중 요하죠.”
“……이해가 어렵군.”
“살림살이에 보태자는 게 아닙니 다. 저쪽에서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
는 게 중요한 겁니다.”
이현수가 조금은 시니컬한 어조로 말했다.
“좋은 일이니 공짜로 해줘도 괜찮 죠. 하지만 그게 반복되면 나중에는 해주는 게 당연하게 됩니다. 사람은 똑같습니다. 처음에는 감사함을 느 끼게 되지만, 나중에 합당한 권리와 보수를 요구하게 되면 그동안 해준 것은 싹 잊고, 왜 이전과는 다르냐 고 섭섭하다는 말을 지껄이는 법이 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 되고, 좋 다고 퍼주면 호구 되는 겁니다. 얼 마를 받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 뭔가를 요구하거나 의뢰할 때는 합당한 코스트를 지불한다는 개념을 심어줘야 합니다. 그게 아니 면……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다음에 국가에 위기가 닥치면 말 하겠죠. 이번에는 저번보다 더 중요 한 일이다. 대가를 지불하기가 힘들 지만, 제발 부탁드린다. 그거 안 받 기 쉽지 않습니다.”
모든 국가는 국민의 희생을 전제 로 발전한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이 더 이상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 아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은 반면, 여전히 많은 국가들이 국가를 위해 국민이 희생하는 걸 당연히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아 직은 후자에 속하는 국가다.
“애국심이 끼어들 게 아닙니다. 이건 일이니까요.”
“무슨 말인지 알았다.”
방으로 향하는 복도를 걸으며 강 진호가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이현수가 하는 말을 백 프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강진호는 이현수처럼 모든 일을 그렇게 딱딱 끊어서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하나는 안다.
이런 일에 있어서는 이현수의 의 견을 따르는 게 옳다.
과거와 지금의 강진호가 가장 달 라진 점이라면, 자신의 모자람을 알 고 타인의 의견을 믿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예.”
“얼마나 받을 생각이지?”
“글쎄요?”
이현수가 볼을 긁었다.
“한 천억 받아볼까요?”
강진호가 뭐이런 미친놈이 다 있느냐는 눈으로 이현수를 돌아보았 다. 강진호가 이런 격한 감정을 표 현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천억?”
“그리 많은 돈 아닙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생각해 보십시오.”
강진호는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이 돈 개념이 없는 건지, 아
니면 이현수가 돈 개념이 없는 건지 는 모르겠지만, 지금 둘 중 하나는 단단히 잘못된 게 분명하다.
“아무리 그래도 천억이라니.”
이현수가 혀를 찼다.
“이번 일이 잘못되면 국가가 입을 피해가 얼마쯤 될까요?”
“수십 조? 아뇨. 수백 조는 넘습 니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죠. 그걸 해결해 주는데 천억이요? 말 그대로 푼돈만 받는 겁니다.”
“이게 전부가 아니잖아.”
이미 받을 건 다 받아 챙겼는데.
“그러니 천억만 받는 거죠. 싸게 해주는 겁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는 나름 이현수에게 익숙해졌 다고 생각했는데, 때때로 정말 이게 사람인가 싶을 때가 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적당히 잘 처리하겠습니다.”
그 말이 더 무섭다.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은 비어 있었다. 최연하와 한은솔 은 미팅을 위해 자리를 비운 상황이 다. 이현수를 붙일까도 고민해 봤지
만, 한 번 홍왕이 나선 이상 그들을 노리는 이들은 없을 거라 판단했다.
창왕의 세력권인 게 걸리기는 하 지만, 차이커창과 이현수의 판단대 로라면 창왕은 절대 최연하를 건드 리지 않는다. 홍왕과의 전쟁도 버겁 게 이어가고 있는데, 거기에 분노한 강진호가 참전하게 된다면 창왕계가 멸망하는 데 채 한 달도 걸리지 않 을 테니까.
창왕이 돌아버리지 않는 이상은 그런 멍청한 일을 저리를 리가 없 다.
그리고 강진호와 이현수가 최연하
의 보디가드로 중국으로 넘어온 것 도 아닌데, 거기만 계속 신경을 쓰 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강진호가 돌아오자마자 TV를 켰 다.
이현수가 그 모습을 보며 쓴웃음 을 지었다.
“TV가 그렇게 재미있으십니까?” 유 Q »
“한국에서는 쳐다보지도 않으시는 분이.”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개념이 조금 다르다.
중국의 방송에서 재미를 찾고 있
기는 하지만, 강진호가 느끼는 재미 는 일반적인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강진호가 보는 중국의 TV에는 다 른 이들은 느낄 수 없는 것이 보인 다.
오랜 세월이 지나며 변한 것들, 그리고 그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변하지 않은 것들.
중국의 과거를 겪은 강진호에게는 그 변화가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진 다. 그러니 재미있는 것이다.
“좀 다르지. 설명하긴 어렵지만.”
“음식도 입맛에 맞는 것 같으시
고.
“……그건 사실이고.”
강진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건 강진호도 예상하지 못한 일 이다. 일전에 중국에 왔을 때는 제 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상황 이 아니라 몰랐는데, 이곳에 와 음 식을 먹고 있으니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현수가 입 맛이 맞지 않아 고생하는 와중에도 강진호는 몇 년 만에 고향집에 내려 온 사람처럼 머슴밥을 홉입하는 중 이었다.
참 재미있는 게 강진호가 처음
이 세상으로 돌아왔을 당시만 해도 강진호는 현대, 그중에서도 현대 한 국의 음식에 굉장히 집착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중국 음식 에서 향수를 느끼고 있다.
서는 곳이 달라지면 감상도 달라 지기 마련이라지만, 꽤나 극단적인 변화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재밌으시면 한국에 중국 방송 설치해 드릴…… 잠시만요.”
이현수가 휴대폰을 들었다.
“오우, 쾌속하기도 하시지.”
전혀 모르는 번호다. 심지어 번호 도 이상하다. 그래서 누가 전화를
건 건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별일 없으시죠?”
[……이종욱입니다.]“반갑네요, 무척이나.”
이현수가 소파에 앉으며 통화를 이어갔다. 강진호가 두말없이 주머 니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이현수 에게 던져 주었다. 이현수가 담배를 받아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증명할 방법 같은 건 없죠.”
[말로 충분합니다.]“확실합니다.”
살짝 침묵이 흘렀다.
[이현수 씨, 그게 사실이라면…… 이쪽에서 무슨 말을 해도 사죄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 만 면피라도 해야겠죠. 정말 죄송합 니다.]이현수가 피식 옷었다.
확실히 이 사람은 한 부서를 맡 을 자격이 있다. 판단이 빠르고, 대 응이 나쁘지 않다.
“뭐, 괜찮습니다. 이게 일부러 그 런 것도 아니니까요. 일을 진행하다 보면 문제는 여기저기서 터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죠. 정보가 새면서 이쪽의 일이 좀 더 위험해졌다는 게 중요하죠.”
[인정합니다.]“그래서……
이현수가 깊게 담배 연기를 빨아 들이고는 천천히 내뿜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보상으로 금전을 요구하셨다고 들었습니다.]“예.”
[보상하겠습니다.]이현수가 살짝 눈을 크게 떴다.
‘이렇게 쉽게?’
생각보다 연락도 빨리 왔는데, 제 안도 쉽게 받아들인다.
‘굉장히 달아올랐다는 뜻인데.’
이현수가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조금 더 대화를 해봐야 저쪽의 심리 를 짐작할 수 있다.
“제안하시죠.”
[먼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 금 자금 사정이 그렇게 좋지가 않습 니다. 아시다시피 예산이라는 건 투 명하게 공개가 되어 있기 때문 에…….]“본론만 말하죠.”
[예. 그래야죠.]이현수가 단호하게 이종욱의 말을 끊었다. 그건 그쪽 사정이지, 이쪽이 고려해 줄 일이 아니다.
[보상 차원으로 현금 삼천억을 준 비하겠습니다.]
“ 얼마요?”
[삼천억입니다.]
“생……각보다 적네요.”
망할. 방금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짜고짜 삼천억이 라니, 이 새끼들이 미쳤나?
[원하시는 금액이 아닌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 부탁드립니
다. 저희가 준비할 수 있는 최대치 입니다.]
원하는 금액이 아니긴 하지.
근데 이놈들, 대체 나를 뭘로 보 고 있는 거지? 돈에 미친 악마쯤으 로 보고 있는 건가?
단호하게 천억을 지르고 한 삼백 억 정도에서 타협을 볼 생각도 있던 이현수가 순식간에 열 배로 뛰어버 린 금액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다만, 이 돈은 일을 성공해야 지 급되는 보수입니다.]“물론이죠.”
선입금까지 요구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미리 받아봐야 쓰지도 못하 는 돈이다.
아무리 이현수가 큰돈을 만지는 사람이라지만, 저 정도 되는 금액은 체감이 안 된다. 현실성이 안드로메 다로 날아가 버렸다.
‘국정원에 돈이 그렇게 많나?’
살짝 의아한 생각이 든 이현수가 이종욱의 목소리에서 조금 더 많은 것을 읽어내려고 노력했지만, 더 이 상의 정보를 뜯어낼 수가 없었다.
[그러니 반드시 성공해 주십시 오.]“알겠습니다. 그럼 일을 처리한
뒤에 뵙죠.”
[건승을 기원합니다.]전화가 끊겼다.
이현수가 살짝 멍한 얼굴로 전화 기를 바라봤다. 타들어 간 담뱃재가 툭 떨어져 이현수의 옷을 더럽혔다.
“아, 씨!”
이현수가 재를 터는 모습을 보며 강진호가 물었다.
“뭐래?”
“삼천억 준다는데요?”
“삼백 억?”
“삼천억이요.”
강진호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내가 엄청 순진하거나 돈 개념이 없는 건가?’
천억 부른 놈도 미쳤다고 생각했 는데, 저쪽에서는 삼척억이란다.
원래 국가 단위로 뭔 일이 벌어 질 때는 이만한 돈이 오가는 건가?
“이젠 모르겠다.”
“……준다는 데 뭐, 받으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런데……
강진호가 미묘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좀 이상하긴 하죠?”
강진호와 이현수가 시선을 교환했 다.
세상에 대가 없는 이득은 없는 법이다. 지불하는 금액이 강진호와 이현수의 기준을 동시에 벗어난다는 건 저들에게 다른 생각이 있다는 뜻 이었다.
“다음에도 잘 부탁한다는 뇌물이 라면 좋겠지만, 그럴 리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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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그•
강진호가 살짝 고개를 내저었다.
“고민해 봐야 다를 게 없겠지. 일 단은 일부터 처리하지.”
“예.”
이현수의 눈이 가라앉았다.
‘너희, 지금 장난치는 거면…… 큰 실수한 거야.’
세상에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 람도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