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35)
마존현세강림기-1337화(1334/2125)
마존현세강림기 54권 (18화)
4장 수립하다 (3)
“이거, 엄청 신기하네요.”
“왜?”
“구멍이 없습니다.”
“무슨 구멍.”
“USB 커넥터가 있기 마련 아닙니 까.”
“유에스?”
“……아닙니다.”
이현수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을 말자.’
저놈의 기계치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스마트폰을 비싼 알람으로 쓰는 사람에게 뭘 바 라겠는가. 보아하니 사진 찍을 줄도 모르는 것 같던데.
그런 사람에서 USB라는 고급(?) 단어를 사용한 이현수의 잘못이었 다.
‘그건 그렇고, 진짜 신기하네.’
외부 연결이 가능한 포트가 존재
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성품과 그리 다를 게 없지만, 이건 PC나 타 기 기와의 연결이 불가능한 물건이었 다. 당연히 적외선 연결도 차단시켜 두었을 테니, 오로지 보는 것만 가 능하다.
아마도 자료를 빼내는 걸 방지하 게 위해서 특수하게 제작한 물건인 모양이다.
‘구멍이나 나사만 보면 기겁하던 그 양반이 보면 저승에서라도 좋아 하겠군.’
아니. 팔아먹을 물건이 안 되니,
병신 같은 기기라고 욕을 할까? 여하튼 기묘한 물건이었다.
“무선 충전 기능이 이걸 여기까지 만드네요.”
“무선? 무선으로 충전을 한다고?”
“……아닙니다.”
말을 말자, 말을.
이현수가 강진호의 의문을 깔끔하 게 무시하고 기기를 켰다.
“와, 이거…… 인터넷도 안 되네. 새끼들, 진짜 철저하네.”
강진호가 뭔가 말을 하려 들었지 만, 이현수는 재빨리 메인 화면에 떠 있는 자료를 열었다. 들어봐야
속만 터진다.
거창한 기기에 비해 들어있는 자 료는 별게 없었다.
목표물이 묵을 숙소, 그리고 그 숙소 주변의 지도.
“조악한 거 봐라, 새끼들.”
대형 포털 위성지도가 훨씬 자세 하겠다.
하지만 이 지도가 의미 없는 건 아니다. 지도상에 수십 개의 붉은 점이 찍혀 있고, 그 붉은 점이 일정 한 형태로 이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게 경호원들의 이동 경로인 모 양입니다.”
“음?”
“여기 지도에 빨간 점이 이동하는 게 보이시죠? 얘들이 이런 형태로 움직입……
“음‘?”
아놔.
이현수가 흐뭇하게 웃고 말았다.
‘원숭이에게 스마트폰을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호두 까먹는 망치로나 쓰겠지.
“그냥 신경 쓰지 마십시오.”
“숙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차피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이 구도가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구
요. 어차피 회주님이면 주변을 지키 고 있는 놈들의 위치 정도야 멀리서 도 다 파악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은 했네.’
이현수가 슬쩍 지도를 다시 바라 보았다.
조악한 지도에 그려진 어설픈 배 치도지만, 이만한 정보를 빼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지도가 가리키고 있는 지점이 공산당의 안가(安家)라는 점을 감안 하고, 리기광이 이곳에 도착하여 경 호 배치가 완료된 게 불과 하루 전
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최근 겪은 일들 때문에 중국에 들어와 있는 한국 요원들의 능력을 살짝 무시하는 경향이 생겼는데, 아 무래도 그 생각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배치는 무시하셔도 됩니다. 숙지 해야 할 건 이거죠.”
화면을 다시 클릭하자 지도에 빨 간 선이 생겼다. 두 갈래로 나뉜 붉 은 선을 본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 다.
“뭐지?”
“탈출 경로입니다. 마지막 부분에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회주님을 탈출시킬 겁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탈출 경로의 확보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침투보다 중요한 게 탈 출입니다. 아니면 목숨을 일회용으 로 가져다 버리는 것밖에 안 되니까 요. 물론 회주님께는 별로 해당 사 항이 없는 이야기지만.”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사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자료들 이 보이기는 하지만, 강진호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는 자료들뿐이었다.
조사한 쪽에서 쓸데없는 자료를 가 져온 건 아니다. 그저 이들은 무인 과 일반 요원의 차이를 알지 못하는 것뿐이다.
특히나 강진호쯤 되는 이라면 경 계 병력이라는 게 거의 의미가 없 다. 그들의 감각으로 강진호를 포착 한다는 건 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 가 하늘 위의 독수리의 존재를 알아 채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니까.
문제는…….
“사람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문제 는 여기에 분명히 여러 감지 기기가 작동하고 있을 거라는 점이죠. 예를
들면 동작 감지 센서라든가.”
“……동작 감지?”
“영화도 안 보십니까?”
“본 것도 같고.”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빨간 선 죽죽 그어져 있는 것, 사람이 아크로바틱하며 지나가 는 장면이 영화에 자주 나오는데.”
“미안하군.”
“……뭐, 괜찮습니다. 실제로는 그 런 게 아니니까요.”
이현수가 턱을 긁었다.
“사실 저도 명쾌하게 말씀드리기 가 힘듭니다. 기술이라는 건 언제나
발전하기 마련이고, 저들이 어떤 식 으로 방어 체계를 마련해 뒀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특히나 중국 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여러 가지를 배치해 뒀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
“예. 그래서……
“의미가 있나?”
“네?”
강진호가 느긋하게 소파에 등을 기댄다.
“들키는 게 문제가 될 경우는 들 켰을 때 모여드는 병력을 돌파하지 못할 때겠지.”
생각해 보니 그러네.
이현수가 머리를 긁었다.
평범한 스파이나 암살자가 잠입을 하다가 발각된다면 도주를 하거나 살해당하겠지만, 강진호가 잠입을 하다가 발각된다면 영화의 장르가 잠입에서 액션으로 바뀔 뿐이다.
그것도 거의 히어로 액션 영화급 으로.
뒷감당이 어려워서 그렇지, 당장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이현수가 미묘한 시선으로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내가 누굴 걱정하나.’
중국에 들어오고부터는 묘하게 평 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만, 그래도 강진호는 강진호였다.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천천 히 연기를 내뿜는다.
“위치만 확인하면 돼. 그리 유쾌 한 일도 아니니, 빨리 정리하고 돌 아오지.”
“결행은 내일 밤입니다.”
“꽤 많이 남았군.”
강진호가 지루하다는 듯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이현수는 꽤 나 위안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일부러 저러시는 건가?’
아마 아닐 것이다.
강진호는 그럴 위인이 못 된다. 강진호는 말하자면 사자나 호랑이에 가깝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 한 맹수들은 자신의 모습을 꾸밀 필 요가 없다.
다른 이들이라면 임무가 주는 무 게에 짓눌려 초조함을 보여야 할 상 황이지만, 강진호는 되레 평소보다 더 풀려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이현수의 긴장을 풀어주
고 있었다.
별것 아닌 일.
언제든 해낼 수 있는 일.
강진호의 태도에서 생각이 묻어난 다. 그리고 그 생각은 강진호를 아 는 이라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더 받았어야 하는데.’
강진호를 사용하는 데 삼천억이라 니,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다.
물론 그전에 받은 게 훨씬 크지 만, 이미 받은 돈은 계산에 넣고 싶 지 않은 이현수였다.
“회주님.”
“말해.”
“노파심이라고 하실지 모르겠지 만, 이번 일은 생각 이상으로 변수 가 많습니다.”
“ 변수?”
“예. 일단 기본적으로 적의 능력 이 가늠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북한 에서 온 이들의 힘은 미지수에 가깝 고, 중국의 호위대 역시 어느 정도 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지 알 수 없 습니다.”
강진호가 대답 없이 담배를 피웠 다.
하지만 이현수는 개의치 않고 설
명을 이어갔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되지 만, 만에 하나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하나는 명심해 주십시오.”
이현수가 깊게 숨을 들이켰다.
“임무 같은 건 아무래도 좋습니 다. 받기로 약속한 것을 모조리 뱉 어내더라도, 두 배를 물어낸다고 해 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니 상황이 여 의치 않다면 몸을 빼주십시오. 부탁 드립니다.”
이현수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어렸 다.
“빤한 소리 아닌가?”
“……회주님에게는 그게 빤하지 않은 일이니 굳이 말씀을 드리는 것 아닙니까. 저는 회주님이 몸을 빼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몰려오면 몰려오는 대로 다 죽이겠 다고 또 눈이 돌아가서……
“아, 죄송합니다. 표현이 조금 과 격했는데, 열이 올라서로 정정하겠 습니다.”
정정해 줘서 고맙다.
좀 늦은 것 같지만.
“여하튼 그놈들 다 죽인다고 뭐가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시간이 끌리 고 상황이 변한다 싶으면 미련 없이 물러나 주십시오. 이건 제 개인적으 로 드리는 부탁이 아닙니다. 총회의 실장으로서 드리는 부탁입니다.”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아.”
“저도 압니다. 그런데 이건 멍청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강진호가 물러서지 않는 것은 계 산이 느려서가 아니다. 인간이란 때 로 계산과 이득을 밀어놓고 행동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는 종교가 그렇고, 누군가에게는 신념
이 그렇다.
강진호에게는 물러나지 않는다가 그런 부분이었다.
“국가적으로 봐도 마찬가집니다. 짧게 본다면 회주님이 여기서 목숨 을 걸고 그놈을 죽이는 게 이득일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 건 손해입니다. 아무리 북한이 안정 된다고 해도 회주님이 없으면 무인 계는 중국의 침략을 버틸 수가 없습 니다.”
“ 알겠다.”
강진호가 깔끔하게 이현수의 말을 끊었다.
이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 이해하신 건지.’
하지만 더 이상 같은 말을 반복 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었다. 이제는 그저 강진호를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럼 저는 회주님이……
“잘 이흐fl가 안 가는데.”
“예?”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실망시킨 적이 있었나?”
이현수가 할 말을 잃고 강진호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한참 만에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러네.’
친분이라는 것은 반드시 좋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잘 알고 잘 이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눈을 가리 는 경우도 있다.
지금이 그렇다.
이현수는 새삼 자신의 눈앞에 있 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떠올렸다.
강진호.
총회의 회주.
대한민국 무인계 역사에 다시없을 신화를 쌓아 올린 무인이자, 전 세 계의 무인들이 동아시아의 작은 나
라를 주목하게 만든 사람.
그리고 이제는 세계를 위협하는 중국에서조차 삼왕이 아닌 사왕이라 는 말을 사용하게 만든 이.
“죄송합니다.”
이현수가 솔직하게 고개를 숙였 다.
“잔소리가 좀 심했습니다. 저도 나이를 먹는지.”
“좋은 거겠지.”
“예?”
“예전보다는 낫다는 뜻이야.”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미소를 보며 이현수도 새삼
깨달았다.
‘나는 너무 멀리까지 와버렸구나.’ 그리고 그건 강진호도 마찬가지였 다.
과거의 강진호와 과거의 이현수가 이곳에 있었다면, 서로 아무런 걱정 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냉정 하게 가능성만을 따졌겠지.
하지만 이제 둘은 다시는 과거의 그들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이현수가 싱긋 웃었다.
“같이 낚시라도 한 번 가시죠.”
“……그거 재밌나?”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 실 겁니다. 낚시는 그만한 매력이 있는 법이죠.”
“자주 갔나 보지?”
“한 번도 안 가봤는데요?”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여하튼 입만 살아서.”
냉정하고도 정확한 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