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38)
마존현세강림기-1340화(1337/2125)
마존현세강림기 54권 (21화)
5장 협의하다 (1)
타탁.
담배가 매캐하게 타들어 간다.
이현수가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 다. 그러자 폐로 담배 연기가 훅 들 어오는 느낌이 오늘따라 껄끄럽게 느껴진다.
‘이럴 때마다 영 기분이 좋지 않
다니까.’
이현수는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활약할 수 없는 반쪽짜리 무인이다.
예전에는 딱히 이런 사실이 껄끄 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현수에 게는 다른 무인들이 가지지 못한 강 점이 있으니까.
되레 현장에서 치고받는 놈들을 손가락 하나로 부린다는 사실에 미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예전 일일 뿐.
최근 들어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몇 번이고 절감하게 된다.
이유?
너무도 간단하다.
예전에 그는 영남회의 머리였다. 그것도 필수적인 브레인.
적당히 훈련을 받은 무인들이 집 단으로 움직일 때는 전략이 필요하 고, 전술이 필요하다. 간결하고 확실 한 연락 체계와 지역과 상황을 감안 한 맞춤형 지시로 이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현수는 이런 일에 최적화되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회주님 같은 무인에게는 전략이 라는 게 필요가 없어.’
강진호는 말 그대로 일인군단이 다. 그리고 강진호가 상대해야 하는 자들도 일인군단이다. 홍왕이나 강 진호 같은 자들은 규격화할 수 없는 이들이다. 그들을 전략 속에 가둔다 는 건 그 누구에게도 불가능한 일이 다.
그러니 이렇게 손가락이나 빨 수 밖에.
“스읍.”
이현수가 깊이 담배를 빨았다.
강진호는 그에게 호텔방에서 얌전 히 기다리라 했지만, 아무리 이현수 라도 거기까지는 참을 수 없었다. 우기다시피 해서 중간 지역까지는 이동했지만, 그 이상 들어가는 건 또 만용이다.
‘결국은 자기만족이지.’
그가 여기에서 대기하나, 호텔에 서 대기하나 다를 것은 없다. 어차 피 그의 무력으로는 어떤 상황에서 도 개입이 불가능하니까.
그저 조금이라도 더 위험을 감수 하고 있다는 기분을 내고 싶은 것뿐 이다.
문득 자기혐오가 밀려온다.
이현수가 나직하게 한숨을 쉬고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쯤이면 강진 호가 안으로 돌입했을 시간이다.
‘별일은 없겠지.’
이현수의 강진호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감이 있다.
하지만 신뢰한다는 말이 불안하지 않다는 말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이곳은 중국이다.
이현수가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땅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치고 빠지
는 게…….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이현수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 다. 이현수가 눈을 찌푸리며 주머니 로 손을 뻗었다.
‘이 시간에?’
강진호는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해서 전화를 할 사람이 아니다. 워 낙에 연락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이 사들이 연락책으로 이현수를 딸려 보낸 게 아닌가.
그럼 다른 사람이라는 말인데, 이 시간에 그에게 전화를 할 만한…….
“ 어?”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아야 한다 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현수가 낮 은 탄성을 질렀다. 그러고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예, 사부님.”
전화를 건 이는 위긴스였다.
[로드는 어디 계시냐?]“작전구역으로
돌입하셨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아무래도 일이 틀어진 것 같다. 원탁에서 연락을 해왔어. 수상한 움 직임이 포착됐다.]“예?”
[당장 거기서 나와라. 당장!]“아, 아니, 지금……
철컥.
이현수가 말을 멈췄다. 너무도 생 생한 소리가 바로 귀 옆에서 들려온 탓이다.
[이현수, 듣고 있나?]이현수가 가만히 통화를 끊고는 전화기를 바닥에 떨궜다. 그러고는 양손을 머리 위에 대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눈치는 있군, 애송이.”
빌어먹을.
불이 켜진 방 안에 여러 사람이 있다.
여기까지는 딱히 이상할 것이 없 다. 애초에 이 방 안에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감각으로 파악한 뒤였 으니까.
하지만 여러 사람이 있다는 것만 동일할 뿐, 보이는 광경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일단 중앙에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그리고 그 뒤에 한 사람이 소파 에 앉은 채 술잔을 기울이고, 나머 지는 그를 호위하듯 시립해 있었다.
어디가 이상하냐고?
무릎을 꿇고 있는 이가 어디선가 본 이다.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으 로는 몇 번이고 확인한 사람.
‘리기광.’
강진호의 타깃.
쿠데타를 기획하고 있는 북한의 실권자.
그가 지금 처량한 모양새로 무릎 을 꿇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여, 반갑소이다.”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소파에 앉 은 이를 바라보았다.
쩔그럭.
술이 비워지며 술잔 안에 담긴 얼음이 쏠리는 소리가 난다. 테이블 에 술잔을 내려놓은 사내가 술병을 들어 다시 술을 따랐다.
그러고는 자신의 술잔을 옆으로 치웠다.
“온더락, 아니면 스트레이트?”
“그쪽은 스트레이트를 좋아할 것 같군.”
얇은 양주잔에 술이 가득 따라진 다. 사내가 술병을 내려놓자 옆을 지키던 이 중 하나가 술잔을 들고 다가와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강진호가 별말 없이 그 술잔을 받아 들었다.
“좀 놀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단은 한 잔 하시죠. 그럼 긴장이 풀릴 겁니다. 아, 재미없게 독이라든 가 그런 건 타지 않았……
강진호가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 고 술을 쭉 들이켰다. 그러고는 기 다리고 있던 이에게 술잔을 내밀었 다.
“……화끈하시네.”
사내가 빙그레 웃었다.
“좀 당황스럽겠지만, 이해해 주시 기 바랍니다. 이쪽도 나름 사정이 있어서 말입니다.”
강진호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건 어차피 서로 마찬가지 아니 겠습니까, 강진호 선생?”
기다린다는 건 상대를 알 때나 의미가 있는 거니까.
다시 말하자면, 이들은 강진호가 이곳에 온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는 뜻이다.
강진호의 시선이 리기광에게로 향
했다.
“아, 이거?”
사내가 피식 웃으며 리기광을 툭 툭, 찼다.
“이건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잘라 놓을까 하다가 그래도 직접 하시는 걸 선호하실 것 같아서 말입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아주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군.
“먼저 제 소개를……
“ 의자.”
“……가져다 드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의자가 날 라져 온다. 강진호는 그 광경을 가
만히 지켜보다가 세팅이 끝나자 의 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잘생기셨네.”
사내가 씨익 웃고는 소리쳤다.
“뭐 하냐, 이놈들아! 재떨이 가져 다 드려라. 생담배 다 타버렸잖아.”
군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재떨이를 테이블째 들고 와 강진호 앞에 내려 놓는다.
“꽤나 환대받는 느낌인데.”
“물론입니다. 당연히 환대해 드려 야지요.”
강진호의 시선이 사내를 쫓았다.
꽤나 나이가 있어 보이는 이.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젊지만, 장 년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그 사 이의 어디쯤을 살고 있는 이다.
얼굴을 특별할 게 없지만, 강인한 눈매에서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그런데 무인은 아니란 말이지.’
강진호가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주변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은 분 명 무인이다. 하지만 저자는 무인이 아니었다. 차이커창이나 이현수처럼 실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정말 일 반인이다.
“제 소개를 하지요. 저는 첸후이
라고 합니다. 중화인민공화국 중앙 군사위원회에 속해 있지요. 직위 는…… 뭐, 그런 것까지 필요하겠습 니까? 어차피 들어도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를 빨았다.
방금 들은 말대로 이자가 어떤 지위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배짱이 보통은 넘는군.’
아무리 살기를 뿌리지 않고 있다 지만, 평범한 이가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능글맞게 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람은 마주한 이의 격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법이니까.
강진호를 보고도 흔들리지 않는다 는 건, 이 사내가 나름의 수라장을 헤쳐 나온 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는 건…….
강진호가 연기를 뿜어냈다.
“본론만 말하지.”
“듣던 대로 깔끔한 분이시군요. 저도 그런 화법을 좋아합니다.”
첸후이가 슬쩍 고개를 돌려 리기 광을 바라보았다.
“이건 어떻게 할까요? 포장해 드 립니까?”
“••••••포장?”
“아무래도 목은 가져가셔야 할 것 같아서. 나중에 일이 잘 풀렸을 때 가져가시려면 미리 포장을 해놔 야……
“일이 잘 안 풀리면?”
“그럼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어차피 얘는 못 살려둡니다. 저를 봤고, 강진호 선생을 보지 않았습니 까.”
첸후이가 웃으며 리기광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도 공이 있어서 살려주고 싶 지만…… 참 사람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나랏일 아니겠습니까?”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좋을 대로 지껄이는 건 좋은 데……
“••••••예?”
“나는 선을 넘었다고 해서 한 번 씩 경고해 주는 사람은 아니야.”
첸후이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첸후이가 양손을 들어 올리고 항복의 시늉을 했다.
“아, 죄송합니다. 이거, 긴장을 풀 려다 보니 농담이 과했던 모양이군 요.”
강진호가 첸후이에게서 시선을 떼 고 리기광을 바라보았다.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지만, 핏기 없는 얼굴이 속을 짐 작하게 만든다.
‘상황이 우습군.’
한국과 총회는 저 리기광을 죽이 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강진호가 직접 중국으로 왔다 는 게 그걸 증명하지 않는가.
하지만 저 첸후이란 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리기광의 목을 따버 릴 수 있는 존재쯤으로 여기는 모양 이다.
‘그게 사실이겠지.’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공을 들인 자가 아닌가? 그렇게 죽여도 되나?”
“아, 뭐…… 공을 들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 쿠데타인지 뭔지가 문제라는 거죠?”
“그게 강 선생이 생각하시는 것처 럼 대단히 복잡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이놈을 죽이면 조선 놈들이 항의라도 할까 봐 그러십니까?”
아니겠지.
오히려 감사하다고 머리를 조아릴
거다. 위기를 해결해 줬으니까.
생각해 보면 이건 중국 입장에서 는 꽃놀이패나 마찬가지였다. 리기 광을 살려서 쿠데타가 벌어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북한을 집어삼킬 수 있어서 좋고, 리기광을 죽인다면 북 한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늘어 서 좋다.
더 나은 선택이 있을 뿐, 못할 선 택은 없다.
“힘이라는 건 그래서 좋은 거죠. 안 그렇습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딱히 재밌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저자와 강진호는 사고방식이 비슷한 모양이다.
“그럼.”
강진호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 담 배를 물었다.
“리기광이 여기에 온 것도 나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였다는 건가?”
“미끼라고 하기는 좀 그렇군요. 선물이라고 하죠, 선물.”
미끼도 선물이다.
그 대가로 낚싯바늘에 꿰뚫린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래?”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주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상황은 정말 오 랜만이다.
“그럼 어디 한 번 지껄여 봐. 왜 여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말 이야.”
“물론이죠. 저는••••••
“ 단.”
강진호가 담배를 잡고 재떨이에 내리눌렀다.
“재미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너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이지러진 담뱃불이 천천히 빛을 잃어간다.
그 담배를 가만히 바라보던 첸후 이가 빙그레 웃었다.
“재미있으실 겁니다.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