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40)
마존현세강림기-1342화(1339/2125)
마존현세강림기 54권 (23화)
5장 협의하다 (3)
“글쎄요. 그런 생각은 딱히 해보 지 않았습니다.”
순간, 강진호의 눈가가 살짝 꿈틀 댔다.
하지만 첸후이는 강진호의 시선을 살짝 피하며 술잔에 술을 채웠다.
“한 잔 더?”
“자자, 한 잔 하시죠.”
첸후이가 잔에 술을 채워 앞으로 내밀자, 대기하던 이가 술잔을 강진 호의 테이블로 옮겼다.
“사실 따져 보면 우리가 굳이 얼 굴 마주 대고 으르렁대야 할 사이는 아니잖습니까? 우리는 회주님 때문 에 피해 본 게 없고, 회주님은 우리 때문에 피해 본 게 없으니까요. 그 렇지 않습니까?”
“홈.”
“회주님이 중국에 가지는 악감정 은 사실 중국을 향한 게 아닙니다.
삼왕계를 향한 거죠.”
첸후이가 잔을 들어 올렸다.
“건배.”
그러고는 강진호를 기다리지 않고 술을 쭉 들이켰다.
“크으.”
술잔을 내려놓은 첸후이가 입가를 닦는다.
강진호가 그 모습을 보다가 술잔 을 들어 술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독한 위스키가 목을 자극하며 넘어 간다.
“이 술과 같지 않습니까?”
“……무슨 말이지?”
“중국에는 수많은 술이 있습니다. 굳이 귀주모태주 같은 명주를 논하 지 않더라도 수많은 술이 넘쳐 나 죠. 그런데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 리는 술이 뭔지 아십니까?”
“글쎄?”
“맥주입니다.”
첸후이가 낄낄대며 웃었다.
“거, 이상한 일이지요. 중국에 술 이 이렇게나 많은데, 자부심이 넘치 는 중국인들이 외국 술인 맥주를 찾 는단 말이지요. 중국에서 생산되면 중국술이라는 이상한 말까지 해가며 말입니다. 이 위스키도 마찬가지 아
닙니까?”
강진호가 슬쩍 위스키 병에 눈을 주고는 다시 첸후이를 바라보았다.
“다시 말하자면, 아무리 사상이니 뭐니를 지껄이더라도 사람은 자신의 기호에 더 민감하고, 이득을 놓지 못한다는 겁니다. 앞에서는 중화를 논하지만, 집에 가서는 전통주 대신 에 맥주 한 캔 하는 게 낙이라는 거죠.”
첸후이가 양손을 과장되게 비볐 다.
“그래서 거절은 딱히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이건 거절할 이유가 없
는 제안이니까요. 손해가 없고 이득 만 있는 제안을 거절하는 바보가 어 디에 있습니까? 저는 회주님이 그런 바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현수가 살짝 얼굴을 일그러뜨렸 다.
뭔가 찝찝하기 짝이 없는데, 저 말에서 허점을 찾아낼 수가 없다.
‘이거•…”
틀린 말은 아니다.
총회는 어차피 삼왕계와는 결판을 내야 하는 입장이다. 이제 와 관계 를 돌이킬 방법은 없다.
홍왕은 담담히 총회와 강진호가
자신의 가장 큰 숙적이라고 선언한 채 가버렸고, 창왕이나 흑왕이 총회 에 우호적일 리도 없다. 결국 누가 중국을 통일하든 마지막 남은 이는 총회를 노릴 것이다.
결국 총회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은 저들이 힘을 소진하기를 기다렸 다가 마지막 남은 상처투성이의 승 리자와 자웅을 겨루거나, 셋의 전쟁 이 심화될 때 즈음 최대한 이득을 보는 방향으로 참전하는 것, 둘 중 하나뿐이다.
어차피 삼왕계와는 싸워야 한다.
‘그런 와중에 아군이 생긴다는 건
확실히 이득이지.’
이들을 믿을 수 있는가는 중요하 지 않다. 언제는 총회에게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아군이라는 개념이 있었던가.
서로의 이득을 위해 적당히 발목 만 잡아주어도 감사할 일이다. 그런 와중에 승리할 경우 중국의 사업권 을 보장해 주겠다는 제안까지 받았 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쁠 게 없 다는 게 문제군.’
조건이 너무 좋으니 오히려 의심 스럽다.
하지만…….
‘듣고 보면 저쪽도 딜을 하지 않 을 이유가 없다.’
저들이 진정 삼왕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무인계를 정권에서 배제하기 로 마음먹었다면, 총회는 완벽한 파 트너다. 총회는 적어도 중국의 정치 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 설사 일이 꼬여서 중국 내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면?
그래도 상관없다.
삼왕계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총회 는 볼 이득은 다 본다. 한국과 일본 을 견제 없이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
하다.
“어떻습니까? 좋은 제안 아닙니
까?”
“지금 바로 대답해 달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제 마음 같아서는 계약서에 사인이라도 받아 가고 싶 은 심정이지만, 그건 무리겠죠. 워낙 큰일이고,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니 심사숙고해 보시고 연락을 주십시 오.”
이현수가 가면 갈수록 영문을 모 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심사숙고해 보고 연락하라니.
이건 정말 정당한 계약을 하는 이들이 하는 말이 아닌가.
‘정말 우리와 손을 잡겠다는 건 가?’
이현수의 머릿속 계산기가 빠르게 돌아갔다. 아무리 따져 보고 의심해 봐도 이건 손해를 볼 여지가 없다.
“그럼
천천히 숙고를 해보시
고……
“그럴 것 없어.”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결론이야 나와 있으니까.”
“그럼 저희와……
“손잡을 생각 없어.”
첸후이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강진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얼굴이 다. 반사적으로 그의 시선이 이현수 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현수가 얼이 빠져 있는 걸 본 첸후이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옆의 부관도 이해 못하 는 결정인 것 같습니다만?”
“그럴지도 모르지.”
“혹여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만약 조건의 문제라면 이쪽에서 협 의를 들어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 이유?”
“예. 거절의 이유.”
첸후이는 아직 포기하지 않은 얼 굴이었다.
실무 단계에서 협상이 깨지고 다 시 조율되는 과정은 수도 없이 반복 된다. 굳이 실망할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생각이 전혀 다 른 모양이었다.
“이유가 딱히 필요한가?”
“예?”
“손을 잡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거절의 이유를 찾는 게 더 이상하지.”
“이유가 없다고 하셨습니까?”
첸후이의 말이 살짝 빨라졌다.
“제가 지금까지 많은 설명을 드린 것 같은데.”
“좋은 제안이었지.”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게 다야.”
조금은 설명이 필요할 듯싶다.
“계약은 현실을 붙들고 하는 거 지, 꿈을 가지고 하는 게 아냐. 그 렇지 않나?”
“……그야 물론입니다.”
“우리가 손을 잡는다고 삼왕계를
제압할 수 있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 지‘?”
첸후이가 빙그레 웃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의 힘은……
“너희가 그리 강하다면 지금까지 참지도 않았겠지.”
첸후이가 입을 다물었다.
“이유는 둘 중 하나. 힘이 약하거 나, 아니면 강한 힘을 제대로 사용 할 수 없거나.”
“그게••••••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야. 쓸 수 없는 힘은 힘이 아니지.”
강진호의 목소리는 고저가 없었 다. 심드렁하게 풀어내는 말이지만, 첸후이는 강진호의 말이 이어질 때 마다 자신이 핀치에 몰리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 이상으로……
강진호를 무시한 적은 단 한 번 도 없다. 그를 무시했다면 굳이 이 런 자리까지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 다. 하지만 첸후이는 지금 강진호에 게서 보고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있었다.
‘냉정하군.’
보통은 눈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들뜨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굳이 많은 것을 따져 보지 않는다.
머릿속이 희망과 미래로 가득 찬 사람을 발밑을 보지 않는 법이니까. 지금 저 이현수도 아차 하는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현수가 멍청한 게 아니다. 강진 호가 과도하게 냉정한 것이다.
“증명하기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저희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군사력……
“군사력으로 무인을 통제할 수 있 다면, 이미 그렇게 했겠지.”
“이봐.”
강진호가 몸을 조금 낮췄다.
그러자 첸후이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로 쭉 밀었다. 단순히 자세 를 조금 낮춘 것뿐인데, 맹수가 사 냥을 위해 웅크리는 것처럼 느껴진 다.
당장에라도 달려들어 목을 물어뜯 을 것 같다.
“네가 누군가의 머리 위에 있다고 생각하나?”
첸후이가 마른침을 삼켰다.
‘홍왕이 강진호를 또 하나의 왕이
라 인정했다.’
마를 주관하는 왕.
강진호나 총회에서는 그러려니 하 는 모양이지만, 홍왕을 아는 이라면 이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모를 수 가 없다.
오만함이 하늘 끝까지 닿아 스스 로를 중화의 화신이라 여기는 홍왕 이 한낱 오랑캐에게 왕이라는 이름 을 달아준 것이다.
사와 마라면 경기를 일으킬 만큼 증오하는 그 훙왕이 말이다.
직접 마주해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이자는 확실히 왕이다.
일신의 무력이 어떠한가는 접어두 고라도, 사태를 정확하게 꿰뚫을 줄 아는 직관력과,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그 무엇보다…….
‘이곳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배짱이라니.’
이곳은 중국이다.
그리고 그 중국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심처다.
이 협상이 결렬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빤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강진호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심드렁한 태도를 유지하 고 있다.
“너희와 손을 잡는다고 미래가 보 장되지는 않아. 되레 삼왕계가 힘을 합치는 명분을 만들어줄지도 모르 지.”
“그들이 손을 잡는 일은 절대 벌 어지지 않습니다.”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어.”
그건 강진호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것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으니까.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일도
절대 없을 거라 믿었다.
“알고도 하는 말인지, 아니면 정 말 몰라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 만,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불확실한 미래를 확정된 것처럼 말하고, 그 애매모호한 이득을 이미 준 것처럼 말하는 걸 뭐라 하는 줄 아나?”
“……글쎄요.”
“사기.”
강진호가 담배를 천천히 빨아들이 고는 연기를 내뿜었다. 하얀 연기가 허공에서 흩어지는 모습이 상징적으 로 보인다.
“나름 애는 쓴 것 같지만, 썩은 고기에 달려드는 취미는 없어.”
첸후이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그게 회주님의 생각이십니까?”
“그래.”
“그렇다면 거래는 불가능하겠군 요.”
강진호는 굳이 대답을 하지 않았 다. 그저 입에 문 담배를 재떨이에 꾹 눌러 꺼버렸을 뿐이다.
“선물은 잘 받아 가지.”
“간다구요?”
첸후이가 이를 드러냈다.
“어디를?”
그 모습을 보며 강진호가 희게 웃었다.
“여기는 우리의 심처입니다.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았는데 마음대로 자리를 비울 수는 없으십니다.”
“정중한 협박이군.”
강진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사람을 잘못 골랐어.”
“우리는 당신을 인정합니다. 우리 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당신을 놓 칠 확률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습 니다. 왕이란 그런 존재들이니까요.”
상식과 계산의 범주를 벗어난 자 들.
중국에서 칭하는 왕이란 결국 인 외(人外)의 존재를 일컬음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텐데요?”
강진호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아, 물론 이현수 씨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회주님께서 다른 이 들도 데려오지 않았습니까. 예를 들 자면, 음……
첸후이가 빙긋 옷는다.
“호텔에 계시는 어여쁜 여인이라 든가.”
강진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간
다.
짙은 미소 속에 강진호의 하얀 이가 드러난다.
첸후이는 그 광경을 보며 늑대를 떠올렸다.
사냥감을 앞에 두고 이를 드러내 는 늑대를 말이다.
“ 이건••••••
쇠를 긁는 듯한 소리가 첸후이의 귀를 파고들었다.
“너희가 시작한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