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42)
마존현세강림기-1344화(1341/2125)
마존현세강림기 54권 (25화)
5장 협의하다 (5)
‘자, 그러면……
이현수가 상황을 정리했다.
어차피 여기까지는 돌이킬 수 없 는 수순이다. 계산을 하고 전략을 짤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 은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일과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을 구분하는 것
이다.
강진호가 첸후이를 응징하는 건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강진호는 기준이 명확한 사람이 다.
지금까지 이현수가 겪어온 어떤 이보다 더.
만약 이중걸이나 김석일이 강진호 의 자리에 앉았다면 꽤나 많은 이들 이 죽어 나갔을 것이다.
권력을 가진 이는 그 권력을 사 용해 보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 니까.
하지만 강진호는 그렇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강진호는 권위를 내세 우지 않는다. 총회의 일반 회원과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고, 자 신을 우대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권위가 없는 상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강진호의 권위를 만드는 것 은 강력한 기준이다. 그리고 그 강 한 기준을 만드는 건 바로 경고의 부재 였다.
일반적인 이들은 누군가 자신의 선을 넘으려는 의도를 보이면 우선 경고를 날린다. 선을 넘는 순간, 당 신과 나는 함께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를.
그건 말일 수도 있고, 폭력일 수 도 있고, 때로는 다른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강진호에게는 그런 경고의 과정이 없다.
누군가 선을 넘으려 한다면 무심 하게 기다리다가 선을 넘는 순간 철 저하게 응징한다.
그렇기에 강진호를 상대하는 이들 은 자신이 선을 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절로 움츠러들고 조심스레 대하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그걸 알았어야지.’
이현수가 조금은 안쓰러운 눈으로 의식을 잃은 첸후이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저 잠이 첸후이의 인생에 있어서는 마지막 휴식이 될 것이다. 눈을 뜨면 현실을 마주하게 될 테니 까.
이현수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강진호에게 다가갔다. 그가 태연히 걸어가고 있음에도 주변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은 감히 움직일 생각조 차 하지 못했다.
등 뒤에서 노한 맹수가 이를 드 러내고 있는데, 누가 움직일 수 있
겠는가. 움직이는 순간 목에 송곳니 가 틀어박힐 텐데.
이현수가 담배를 가만히 강진호에 게 내밀었다.
“흥분하셨습니다.”
“그래?”
강진호는 딱히 동의하지 않는 모 양이었다.
하지만 이현수의 충고를 무시할 생각은 없는지, 담배를 받아 들었다.
찰칵.
담배 끝에 불이 붙으면 매캐한 연기가 방 안으로 퍼져 나간다.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되어
버렸네요.”
U 흐 아
T3 •
강진호도 그 사실에 동의했다.
생각 이상의 난관이 있다고는 생 각했지만,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자, 그럼 이제……
이현수가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 를 긁었다.
“여기서 빠져나가야 하는데……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거, 난관인데?’
첸후이가 허망하게 당하기는 했지 만, 기본적으로 멍청한 이는 아니다.
협상이 결렬됐을 때 어떻게 대응할 지 준비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저 그는 근거리에서 강진호와 직접 대면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너무 간과했을 뿐이다.
‘그럴 만도 하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위험에 노 출되어 본 적이 없을 테니까.
기본적으로 힘은 속성이 있다. 첸 후이가 가진 힘은 권력. 권력은 강 대하다. 세상을 움직이는 이는 재력 을 가진 자지만, 권력을 가진 이는 재력을 가진 이를 종 부리듯 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권력은 언젠가 폭력 앞에 무너진다.
권력이 재력을 부리고, 폭력이 권 력을 무너뜨리고, 다시 재력이 폭력 을 이용하는 게 변치않는 세상의 흐 름이 다.
첸후이는 자신이 가진 권력이 폭 력 앞에 무의미할 수 있다는 걸 잊 었을 뿐이다.
이젠 알게 되었겠지만, 너무 늦었 다.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걸 알았다 면, 저들은 회주님을 살려두려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그리고 아마 이 사태를 대비해서 주변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겠죠.”
“ Q..”
M…•
“꽤나 위험한 길이 될지도 모르겠 습니다.”
이현수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심지어 여긴 전파도 안 터지네 요. 총회와 연락하기 위해서는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강진호가 이현수를 힐끔 보고 말 했다.
“좀 참을 걸 그랬나?”
“안 바랍니다.”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투정하는 게 아니라 정말 바라지 않습니다. 거기서 참으면 회주님이 아니죠. 솔직히 조금 더 편한 쪽을 택해줬으면 좋겠다는 불만이야 없다 고는 말 못하겠습니다만……
이현수가 피식 웃어버렸다.
아니.
강진호라면 이쪽을 택해줘야 한 다. 그래야 강진호니까.
강진호가 이득에 따라 입장을 바 꾸는 사람이었다면, 이현수는 진심 으로 따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건 자신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정리가 안 되네.’
이현수가 담배를 물고는 불을 붙 였다.
좀 쉬운 길을 택하고 싶지만 강 진호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니, 남 앞에서는 쪽팔려서 하지도 못할 말 이다.
“굉장히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는 데…… 일단은 제일 큰 문제가 하나 있는데 말입니다.”
“뭐.”
“저거, 어떻게 합니까?”
이현수가 손에 든 담배로 리기광 을 가리켰다.
강진호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어쨌거나 그들이 여기까지 온 목 적은 리기광의 척살이다. 하지만 이 쯤 되니 그 목적이 꽤나 불분명해졌 다.
리기광의 쿠데타가 들은 것처럼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점도 그렇 고…….
“굳이?”
강진호가 턱짓으로 리기광을 가리 켰다.
입을 헤, 벌린 리기광의 입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연 속된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정신적
으로 무너진 모양이다.
“에이, 맛이 갔네.”
이현수가 입맛을 다셨다.
하기야 지금 상황에서는 리기광이 멀쩡하다고 해서 써먹을 구석이 없 다. 리기광을 데리고 탈출하는 게 요원하기도 하고.
“두고 갑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리기광이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쿠데타는 불가능하다. 아니, 리 기광이 제정신이라고 해도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쿠데타 자체가 존재했 는지도 의심스럽다.
‘어디서부터였지?’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뭔가 걸리는 게 있다.
정확하게 어떤 부분이 거슬리는지 잡아내기는 힘든데, 짙은 위화감이 강진호의 신경을 쿡쿡 찌르는 중이 다.
‘우선은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먼 저다.’
생각은 나중에도 할 수 있다.
“자, 그럼……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호위 들에게 다가갔다.
“어차피 너희도 맨정신으로 여기
서 빠져나가면 목숨 부지하기 힘들 잖아? 적당히 기절시켜 줄 테니, 자 진 납세하자.”
“대답하지 마. 그냥 반항만 안 하 면 알아서 해준다.”
미동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들도 상황을 파악했는 지, 반항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 다. 이현수가 한 명, 한 명의 경동 맥을 조여 의식을 끊어놓았다.
듣는 귀가 사라지자 이현수가 미 간을 좁혔다.
“회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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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데…… 최연하 씨를 먼저 확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아.”
“예?”
“세상에는 자존심 하나로 사는 사 람도 있는 법이니까.”
강진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이 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
“하……
소파에 늘어진 한은솔이 고개를 까딱까딱했다.
목에 금 목걸이를 채우고 손에 금반지만 몇 개 끼워주면 영락없는 힙스타의 자세다.
“은솔아.”
“예, 누나.”
“적당해 해라. 목 부러지겠다.”
“헤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제가 이래보겠어요.”
최연하가 한은솔을 보며 피식 웃 었다.
‘하기야.’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원래 연예인 매니저라는 게 목 디스크가 올 만큼 굽실대야 하는 직 업이라지만 그건 신입 때의 이야기 일 뿐, 최연하 정도 되는 배우의 매 니저는 연예계 먹이사슬의 상급에 처하는 위치다.
그런 이가 중국에 오자마자 갑질 이란 갑질은 다 당하고, 비상식적인 처우를 웃음으로 넘겨야 했으니 스 트레스가 오죽했겠는가.
그런데 상황이 역전돼서 역으로 갑질을 원 없이 했으니, 그 기분이 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조정을 좀 더 해야 하긴 하는데, 대충 견적은 나온 것 같아요.”
“흐웅.”
“회장님이 전화 한 통 해주신 덕 분에 누나가 못 들어가는 스케줄에 우리 애들을 쓸 수 있게 됐어요.”
“그게 더 좋은 일이지.”
“그렇죠. 정말 좋은 일이죠.”
일단 한국과 중국의 연예계는 돈 의 단위부터가 다르다. 한국이 아무 리 연예 사업으로는 중국과 비할 수 없는 곳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내 수시장의 파이가 열 배 이상 차이가 나버리면 도리가 없다.
중국의 B급 연예인이 한국의 S급 연예인 이상의 개런티를 받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번 계약으로 스케줄을 제대로 잡지 못하던 소속사 배우들의 숨통 이 트였다.
‘돈은 더 트였고.’
이번 건으로 얼마를 벌었는지를 계산해 보면, 헤벌쭉 벌어지는 입을 주체할 수가 없는 한은솔이었다.
“ 좋냐?”
“당연히 좋죠.”
“좋기도 하겠다. 지금 중국에서 1 년 살아야 할 판이구만.”
“그래도 이번에는 스케줄이 그렇 게 빡빡하지 않잖아요. 거리가 그리 먼 것도 아니니, 한 주에 한 번씩 왕복하면 될 거예요.”
“비행기 값은 하늘에서 떨어져?”
“누나 호텔비보다 쌀걸요?”
어?
그러네?
“촬영지도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 으니까, 이번에는 적당히 한국 오가면 서 밥도 잘 챙겨 먹고 하자구요. 당장 저부터 중국에서 1년은 힘들어요.”
“하긴 너도 한식파지.”
찌개 없으면 밥 못 먹는 인종.
최연하가 쭉 기지개를 켰다.
‘일이 잘 풀리긴 했는데, 생각하 면 할수록 참 희한하네.’
대체 그 사람은 누구기에 이만한 일을 이리 쉽게 해결해 버라는지 알 수가 없 다. 심지어 원래 계약하려던 금액의 배를 퍼 줘서라도 어떻게든 계약을 따내려 들 지 않던가.
‘그 사람도 이상하고, 그런 사람 이랑 친구처럼 이야기하는 강진호 씨도 이상하고.’
여하튼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 천 지다.
“그런데 내가……
그때 였다.
똑똑.
“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한은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지?’
강진호?
아니, 강진호야 키가 있으니 문을 열고 들어오면 될 테고, 그럼 누가 찾아왔다는 뜻인데…….
‘여기에 찾아올 이들이 있나?’
있다고 하기도 뭐하고, 없다고 하기 도 뭐하다. 중국에서 그들을 찾아올 만 큼 친분 있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지만, 호텔에서 서비스 점검을 위 해 들르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고, 계약 관계자들이 추가 논의를 하거나 친분 을 다지기 위해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누구십니까?”
한은솔이 문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뛰어갔다.
그러고는 문 옆에 설치되어 있는 인터폰을 들었다.
‘웅?’
화면 안에는 빈 복도만 보인다.
“내가 잘못 들었……
그 순간.
우드드득!
문고리가 뒤틀렸다. 스위트룸의 보안을 위해 더없이 단단하게 만들 어진 문고리가 마치 마르지 않은 찰 흙처럼 우그러졌다. 그 광경을 보며 한은솔이 경악하여 눈을 크게 떴다.
쿵!
문이 벌컥 열리며 안쪽으로 누군 가가 우르르 밀고 들어온다. 그들의 복장과 어깨에 견착된 자동소총을 보는 순간, 한은솔이 그 자리에 얼 어붙어 버렸다.
“확보하라!”
최연하의 얼굴에서도 핏기가 가셨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