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46)
마존현세강림기-1348화(1345/2125)
마존현세강림기 55권 (4화)
1장 탈출하다 (4)
“어디야? 위치가 어디냐고!”
이번 작전의 야전 사령관 역할을 맡은 인민해방군 대교(大校) 쉬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보통 상대의 위치를 찾아내는 일 은 은밀함과 꼼꼼함을 요구한다. 하 지만 지금은 그런 걸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다.
“R4. R4에서 신호가 옵니다! 아, 아니, 잠시만! R2입니다!”
“이 잡종 새끼들아! 제대로 확인 못해!”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쉬치가 뿌드득 이를 갈았다.
‘대체 이게 뭐란 말이냐!’
포위는 완벽했다. 그 누구라도 이 포위망을 뚫을 수는 없을 거라 확신 할 만큼 말이다.
안가를 중심으로 무려 열 겹이나 포위를 구축했다. 아무리 대단한 자
라고 해도 조금이라도 지체하는 순 간 발목이 잡히고, 둘러싸인다.
그런데 전황은 예상과는 전혀 다 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C7에서 경보! 목표 C7에서 D2 로 이동 중!”
“이런 미친!”
쉬치가 앞에 펼쳐진 작전지도를 보며 이를 갈아붙였다.
R4에서 C7까지의 거리는 2km가 넘는다. 이건 군장을 멘 일반 병력 이라면 30분, 극한까지 훈련된 특수 부대원이라도 5분은 걸려야 주파가 가능한 거리다.
그런데 그만한 거리를 단 몇 십 초 만에 주파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가.
“B1 에 병력 집결해! 당장!”
“목표가 방향을 틉니다! F2로 이 동 중!”
“이 잡종 새끼가!”
쉬치가 테이블을 걷어찼다.
중구난방이다. 방금 전 들려온 포 인트를 지도상에 이어보면 말도 안 되는 곡선이 나온다. 이건 숫제 탈 출할 생각이 없는 놈이다.
“미쳐도 적당히 미쳐야지!”
탈출이라는 건 공간을 벗어나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빠른 시간 내에 탈출하기 위해서는 가장 약한 포인트를 잡고 직선으로 주파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리고 이 포위망은 그 상식을 노린다.
적이 노리는 탈출 경로가 확인되 는 순간, 앞쪽은 방비를 철저히 하 고 주변 포인트의 병력이 이동하여 이중 삼중의 경계를 친다. 그럼 화 망에 노출된 이들은 총알로 곱절이 나 무거워진 시체가 될 수밖에 없 다.
하지만 강진호인가 뭔가 하는 이
한국 놈은 탈출할 생각 자체가 없어 보였다.
그저 사방팔방을 휘젓는다.
그러다 보니 우왕좌왕하는 것은 되레 이쪽이었다.
상대의 탈출 예상 경로로 병력을 이동시키다 보면 다시 방향이 바뀐 다. 이동하던 병력을 다시 이동시키 고, 다시 또 이동시키기만을 지금 수차례 반복 중이었다.
“C5에 있는 이들, C2로 이동시 켜!”
“C5에 병력이 없습니다.”
“뭔 개소리야!”
“조금 전에 B6로 이동했습니다. 아니, 아직 이동 중입니다. 지금쯤이 면…… 자, 잠시만, GPS를!”
고개를 돌려 화면의 GPS를 확인 한 이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너무 멉니다.”
달려들어 모니터를 확인한 쉬치가 이를 악물었다.
병력이 제멋대로 엉켜 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완벽하게 포 위망을 형성하고 있던 이들이 뒤섞 이고 밀려나 한눈에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예비대 투입해!”
“아, 아직 병력 손실이……
“닥치고 투입하라고! 빈 구역 안 보여? 여기서 저놈 놓치면 네놈이나 나나 다 모가지 날아가는 거 몰라서 그래?”
“지금 당장 투입하겠습니다.”
쉬치가 들고 있던 지휘봉을 바닥 으로 집어 던졌다.
“이 미꾸라지 같은 자식이!”
강진호에게는 딱히 어울리지 않는 비유였다.
‘이거, 처음부터 게임이 안 되네.’
이현수는 자기가 뭘 잘못 계산했 는지 금세 알아챘다.
전력 분석부터 완전히 잘못됐다.
기본적으로 강진호는 그동안 자신 을 노리고 오던 이들을 정면에서 상 대했다.
강진호가 겪은 대부분의 전투는 뭔가를 지켜야 하는 전투였으니까.
홍왕계에 맞서 마교도들을 탈출시 킬 때가 그랬고, 달아날 곳 없는 망 망대해에서 일본 놈들을 몰살시킬 때가 그랬다. 그리고 한국으로 쳐들 어온 일본의 무인들을 상대할 때 역
시 마찬가지였다.
‘그게 말도 안 되는 페널티였던 거지.’
밀고 들어오는 거대한 병력을 물 러서지 않고 맞상대하는 건 자살행 위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강진호는 언제나 그 자살행위에서 살아남았 고, 되레 상대를 몰살시켜 왔다.
그럼 강진호의 전력은 그가 아슬 아슬하게 물리친 이들 정도일까?
천만에.
지금 강진호가 그 사실을 이현수 에게 확인시켜 주는 중이었다.
지켜야 할 사람도 없고, 지켜야
할 구역도 없는 강진호는 말 그대로 전장을 제집처럼 누비는 중이었다.
오류가 있다.
똑같은 병력을 상대한다 해도, 소 총 하나 든 병사가 개활지에서 일제 히 몰려오는 천 명을 상대하는 것과 서로 난전이 된 상황에서 탈출만 하 는 게 같은 난이도일 수가 없는 것 이다.
특히나 속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는 강진호라면, 그저 고속 으로 이동하는 것만으로 천 명과의 싸움이 두세 명과의 전투가 끊임없 이 이어지는 것으로 바뀌어 버린다.
어느 쪽이 쉬운지야 너무도 간단 하지 않은가.
지금도 그렇다.
강진호가 허공으로 뛰어올라 나뭇 가지를 밟으며 이동한다. 원숭이 어 쩌고 할 일이 아니다. 원숭이도 이 광경을 보면 눈이 돌아갈 게 분명하 다. 한 번 나뭇가지를 밟는 것만으 로 50미터를 뛰는 건 원숭이라기보 다는 손오공의 영역이다.
그러고는 갑자기 사라진 강진호의 모습에 당황한 놈들을 향해 독수리 처럼 내리꽂힌다.
콰아앙!
이현수가 눈을 질끈 감았다.
종을 들고 자시고 할 타이밍도 없다. 폭음이 터지는 순간, 밑에 있 던 셋은 곤죽이 된다. 자신들이 어 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죽었을 테니, 차라리 다행이라 해야 할까?
양 떼 속의 늑대?
‘지렁이 떼 속의 독수리겠지.’
독수리가 지렁이를 먹는가 아닌가 는 둘째 치고, 일단 독수리를 어찌 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투투투투투투투!
강진호를 발견한 이들이 다짜고짜 소총을 난사했다. 강진호가 적루를
들어 휘두른다.
우우우우웅!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강 진호의 앞에 검의 형상 수백 개가 나타나며 완벽한 벽을 만들어낸다. 날카로운 쇠 마찰음이 연속으로 터 진다. 총알이 검벽에 막혀 튕겨 나 가는 것이다.
‘아니, 나는 잠입 액션이 좋다고!’
대규모 전투고, 서바이벌이고 다 싫다고! 그냥 은밀하게 숨어서 달아 날 수도 있는 거 아냐!
하지만 이현수의 생각은 말이 되 어 나오지 못했다. 말 대신 위액이
솟구친다. 이현수가 고개를 돌려 목 구멍으로 밀려온 쓴물을 뱉어냈다.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고를 반복하다 보니, 위장이 백기를 들어 버렸다. 제 기능을 유지하는 걸 포 기했는지, 자꾸 목으로 뭔가를 올려 보낸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강진호에게 잡 힌 탓에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목은 위액을 몸 멀리 뱉어내지도 못했다.
가슴팍을 타고 흐르는 위액을 보 며 이현수가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아아아앙!
강진호가 막아선 이들을 볼링 핀
처럼 날려 버리며 앞으로 돌진한다.
완전히 붉게 물들어 버린 그의 눈은 섬뜩한 혈기를 휘날리고 있었 다.
이현수가 그 모습을 보며 진저리 를 쳤다.
‘확실히 평소와는 다르네.’
전투에 들어간 강진호는 악마나 다름없다. 하지만 오늘의 강진호는 평소보다 확실히 들떠 보였다.
이현수는 새삼 깨달았다.
그동안 총회라는 제약이 강진호를 얼마나 친친 감고 있었는지 말이다. 누군가를 지키고, 물러서서는 안 되
고, 상대에게는 극심한 피해를 줘야 하고…….
강진호는 언제나 그런 조건들을 전신에 두르고 싸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강진호가 지켜야 할 것은 자신의 목숨과 이현수의 목숨, 딱 둘뿐이다.
그러니 발이 가벼울 수밖에.
“쏴! 쏘라고, 이 새끼들아아아아 아!”
강진호가 달려드는 것을 목격한 이들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미 친 듯이 당긴다. 방아쇠를 세게 당 긴다고 총이 더 빨리 나가는 것도
아니고, 연사 속도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지만, 이성이 날아간 이들은 방 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이 부러지도록 힘을 줬다.
하지만 헛된 일.
허공으로 몸을 날린 강진호가 화 망을 뛰어넘이 아래로 활강한다.
파아아앙!
검이 공기를 찢어발긴다. 물론 공 기만 찢어낸 건 아니었다.
툭, 투욱.
목과 분리된 머리가 바닥으로 떨 어진다. 머리를 잃어버린 시체는 뒤 로 넘어가는 그 순간까지 여전히 총
을 갈겨 대고 있었다.
“회, 회주님!”
강진호가 멈춘 듯 보이자 이현수 가 다짜고짜 소리부터 질렀다.
“이, 일단은 여기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이 속도면 벌써 달아나고도 남았 을 텐데, 대체 왜 아직 이 숲속이란 말인가.
강진호의 속도를 고려할 때, 이 정도 시간이면 베이징에 도착하고도 남았다.
이 숲이 아마존도 아닐진대, 왜 아직 숲속이란 말인가.
“이쪽은 아니고.”
“회주님?”
강진호가 슬쩍 이현수를 돌아봤 다.
“모, 목이 부러질 것 같아서 그렇 습니다.”
“그래?”
그제야 강진호가 이현수의 목에서 손을 뗐다.
‘내가 보통 사람이었다면 죽었다 고, 이 양반아!’
그만한 속도로 달리며 직각으로 방향 전환을 해 대는데, 목뼈가 버 티기를 바라는 게 양심 없는 짓이
지!
그래도 무인이랍시고 그동안 단련 한 게 있어서, 강진호의 손에 목이 부러지는 참사만은 막아낸 이현수였 다.
하지만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 다.
덥썩.
강진호가 이번에는 이현수의 한쪽 어깨를 움켜잡는다.
“……자, 잠깐.”
“간다.”
강진호가 이현수의 대답도 기다리 지 않고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
다. 순간적으로 어깨가 부러질 것 같은 통증이 밀려온다.
‘그냥 목 잡으라고 할걸.’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 다.
앞쪽으로 돌진하던 강진호가 갑자 기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으아아앗!”
이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른다.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커 다란 나무줄기에서 나뭇가지로 휘익 바뀌더니, 이내 뻥 뚫린 하늘과 드 넓은 숲이 시야를 메운다.
“아……
별 하나 없이 검게 물들어 있는 하늘 아래, 파도치는 검은 물결처럼 보이는 숲이 펼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할 생각은 아니지 만, 평생 다시 볼 수 없는 장관인지 도 몰랐다.
“찾았다.”
강진호가 허공을 박차더니 아래로 가속해 떨어져 내렸다. 전투기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따로 없다.
위장이 목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골반까지 내려가는 느낌을 전신으로 생생하게 받던 이현수가 피눈물을 홀렸다.
‘그냥 업힌다고 할걸.’
몰골이 대수냐, 사람이 죽을 판인 데.
그런데 왜 뛰어오른 거지?
밀려 들어오는 바람에 저항하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이현수의 눈에 미약한 불빛이 들어온다.
정말 미약한 불빛.
꽁꽁 싸맨 야전 텐트에서 흘러나 오는, 아주 작은 불빛이다.
‘잠깐, 야전 텐트?’
강진호가 지붕을 찢어발기며 텐트 안에 내려섰다.
“뭐, 뭐야!”
“가, 강진호입니다! 목표물……
강진호가 혼이 빠진 얼굴로 자신 을 바라보는 쉬치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인사라도 해야 하나?”
“너……
쉬치가 채 입을 열기 전에 강진 호의 적루가 공간을 찢어발겼다. 허 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떨어지는 쉬 치의 머리에는 믿을 수 없다는 경악 이 잔뜩 담겨 있었다.
툭.
강진호가 바닥에 떨어진 머리를 힐끔 바라보고는 적루를 휘둘러 바
닥에 피를 뿌린다. 그러고는 일말의 지체도 없이 텐트 밖으로 달려 나갔 다.
남겨진 이들은 그저 귀신에 홀린 것처럼 강진호가 나간 곳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