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49)
마존현세강림기-1351화(1348/2125)
마존현세강림기 55권 (7화)
2장 격노하다 ⑵
강진호는 이현수를 옆에 낀 채 고속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강진호 의 옆구리에 짐짝처럼 꿰어진 이현 수가 살짝 서글픈 얼굴을 했다.
‘그래도 차라리 이게 낫지.’
등에 업혀 가거나 전처럼 목을 잡혀 끌려가는 것보다는 보릿자루
취급이라도 받는 게 이득이다.
다만, 가슴속에서 뭔가 밀려오는 느낌만은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이번에 무사히 복귀하면 무 슨 일이 있어도 경공만큼은 제대로 다시 익힌다.’
무력이야 이제 돌이킬 수 없다지 만, 속도만은 어떻게든 맞출 필요가 있다. 경공으로 안 된다면 마법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적어도 강진호 와 비슷하게 이동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게 아니면 평생 이렇게 짐짝이 되어 옮겨질 테니까.
“이쪽인가?”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이현수가 휴대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했다.
‘GPS를 쓸 수 있으면 좋겠지 만……
위치 기반은 모두 꺼놓았다. 노파 심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은 이 휴대폰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으니, 미리 저장해 둔 지도로 찾 아가는 수밖에 없다.
“저 앞쪽 같습니다.”
강진호가 그 말을 듣더니 가볍게 몸을 멈춰 세우고는 이현수를 내려
놓았다. 이현수가 허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쉰다.
‘몸이 남아나질 않네.’
고속으로 이동하는 강진호의 허리 춤에서 버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 었다. 새삼 승차감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납득하는 이현수였다.
찰칵.
강진호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천천히 연기를 내뿜었다. 이현수도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 다.
“이제 말해봐, 왜 여기로 왔는지.”
“확인을 해봐야 해서 그렇습니
다.”
“확인?”
“예.”
이현수가 혀를 내밀어 입술을 축 였다.
바짝 마른 입가에 물기가 스며들 자 알싸한 통증이 느껴진다.
“저들은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 었습니다.”
“CCTV를 해킹했다고 하지 않았 나?”
“예. 하지만 그건 우리가 뭘 하는 지 지켜볼 때 의미가 있는 겁니다. 저희가 뭘 할지 예상할 수는 없죠.
하지만 저들의 대처는 너무 단호합 니다. 마치 우리가 그곳으로 리기광 을 죽이러 간다는 걸 완벽하게 예측 했다는 듯이 말입니다.”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확실히 그런 면이 없지는 않다.
“그것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을 텐 데.”
“위긴스 님과 연락이 끊겼습니 다.”
“중간중간 한 번씩 휴대폰을 켜보 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오지 않습니
다.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겠죠.”
“위성전화였지?”
“예.”
강진호의 눈이 가라앉는다.
“ 결론은?”
이미 강진호도 어느 정도는 짐작 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 말을 듣 는 것과는 다르다.
“저들에게 동조하는 세력이 있습 니다. 제 예상으로는 아마 한국 쪽 일 겁니다.”
타타탁.
강진호의 입에 물려 있는 담배가
빠르게 타들어 가기 시작한다.
“물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 저 우연히 상황이 이렇게 흘렀다든 가 제가 입수하지 못한 정보가 작용 한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확인 을 해봐야 합니다.”
“확인이라……
강진호가 쓴옷음을 지었다.
지금 상황에서 확인이라는 게 의 미가 있을까?
“오해일 가능성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리 높지 않 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군.”
생각을 정리한 강진호가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는 발로 비벼 껐다.
“위긴스와 연락이 안 된다는 건……
“아니요. 그런 상황까지는 아닐 겁니다.”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위긴스 님이 혼자 이동한다면 모 를까, 총회의 무인들을 대동하고 있 을 겁니다. 그들을 압박한다는 건 전쟁을 하겠다는 겁니다. 그쪽에서 도 부담이겠죠.”
“으..”
M..•
“그보다 간단한 방법은 많으니까
요. 적당히 위성전화를 차단해 버리 고, 이쪽과 연락을 끊어버리면 됩니 다. 그런 후에 중국 쪽에 정보를 흘 리면 해안선이 차단되겠죠. 망망대 해에 떠 있는 배를 이쪽에서 찾아갈 방법 같은 건 없으니까요.”
이현수는 말을 하면서도 생각을 정리했다.
“그럼 제일 중요한 게 남았군.” 강진호가 이현수를 빤히 바라봤 다.
“누구지?”
이현수가 마른침을 삼켰다.
“회주님, 저는……
“ 알아.”
강진호가 이현수의 변명을 끊어버 렸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이건 그저 의견일 뿐이다. 그렇지?”
“……예.”
“그래서 그 의견이 뭔지 듣고 싶 군. 누구지?”
“ 저는••••••
이현수가 눈을 감았다. 참담해서 가 아니라 마지막 한 가지 가능성까 지 다시 검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상황으로 봐서 적은 둘 중 하나
입니다. 국정원, 아니면
“아니면?”
“정권.”
강진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국정원도, 정권도 모호한 개념일 뿐입니다. 그들은 일반적인 인식처럼 모두가 한뜻을 가지고 일 괄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아닙니 다. 우리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몇몇이 제 권력을 활용하는 것만으 로 이 사태는 충분히 만들 수 있습 니다.”
“그러니까……
강진호의 눈에서 차가운 광망이 흘러나왔다.
“김명찬, 아니면 이종욱.”
“둘 중 하나라는 거군.”
이현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이 말이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이다. 김명찬은 대한 민국의 총리고, 이종욱은 국정원의 해외 정보부를 담당하고 있는 거물 이다.
그 어느 쪽과 문제가 생긴다 해 도 정권과 척을 지는 건 불가피하
다.
더구나…….
‘타협은 없겠지.’
노련한 정치인이라면 상황이 불리 해질 때, 더 많은 이득을 안겨주며 무마를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강진 호는 그런 협상을 받을 사람이 아니 다.
상대가 누구든 공격해 들어온 이 는 철저하게 웅징한다. 그게 강진호 의 방식이고, 총회의 방식이다.
“아직은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습 니다.”
“ 알아.”
“그러니 일단은……
이현수가 휴대폰을 들었다.
그러고는 끊어놓은 전파를 다시 연결했다.
‘지금쯤이면 국정원도 사태를 파 악했겠지.’
그럼에도 연락이 들어온 게 없다 면,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도 된다.
이현수가 긴장한 눈으로 휴대폰을 바라봤다.
우우우웅.
그 순간, 이현수의 휴대폰이 울리 기 시작했다.
‘ 전화?’
부재중 전화나 문자 정도를 기대 했는데, 바로 전화가 걸려온다. 지금 쯤 휴대폰이 켜지는 걸 지켜보고 있 다?
‘아니. 이건 우연이겠지.’
그게 아니면…….
액정에 뜬 전화번호를 빤히 바라 보던 이현수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받았습니다.”
[이현수 씨.]이종욱의 목소리다.
이현수가 얼굴을 굳혔다.
“예.”
[어디십니까?]“그걸 왜 묻죠? 지금 휴대폰 위 치를 추적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시간 끌 상황이 아닙니다. 혹시 지금 해안으로 이동하고 있다면 방 향 바꾸세요.]‘이것 봐라?’
이현수의 얼굴이 좀 더 심각해졌 다.
[그쪽은 사지(死地)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포인트로 이동하십시오.]상황을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안 그래도 지금 거의 도착했습니 다.”
[아니요. 완전히 가서는 안 됩니 다. 그쪽으로 이동만 하시고, 주변에 서 대기하세요. 위치를 알려주십시 오. 제가 바로 사람을 보내겠습니 다.]“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말씀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짐작하고 계시겠죠?] [항공편이나 배편으로 한국에 돌 아오는 건 불가능합니다. 가능하다 해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이현수 씨,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말고는 아무것도 믿지 마십시오.]“누굽니까?”
[그건 저도 모릅니다. 아니, 알아 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나 확 실한 것은 이쪽의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어쩌 면…….]그 순간, 강진호가 손을 내밀었 다.
이현수가 말없이 강진호에게 전화 를 넘겼다.
“강진호입니다.”
[아……. 예. 강진호 씨,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누구지?”
[…….]강진호가 새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지금 당신이 이쪽으로 연락을 한 다는 건, 이쪽에 도움을 줘서 상황 을 더 심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거나 우리를 함정에 빠뜨릴 의도거나 둘 중 하나겠지.”
[함정은 아닙니다. 이건 제 목숨 을 걸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저…….]“그러니 말해. 내가 어디까지 손 을 대야 하는지.”
[…….]“아니면 모두가 적인가?”
휴대폰 너머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조금의 정적이 흐르고 나 서야 신음하는 듯한 목소리가 휴대 폰을 통해 흘러나왔다.
[제가 그걸 알고 있다면 어떻게든 막았을 겁니다. 하지만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확 실한 건 지금 중국 측에 정보를 넘 기고 있는 사람은 저보다는 확실히 권한이 큰 사람입니다.]“그래서?”
[제 입으로는 더 말씀드릴 수 없 습니다.]강진호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렇다면 서로 신뢰할 수 없겠 군.”
[강진호 씨, 아니, 회주님. 제 입 장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함부로 입을 열 수 있는 위치가 아 닙니다. 하지만 저는 누군가가 벌이 고 있는 이 일이 국가에 엄청난 해 가 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 회주님 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하겠습니다.]강진호가 슬쩍 이현수를 돌아본 다. 그러자 이현수가 묵직하게 고개 를 끄덕였다.
“방법은?”
[위치만 알려주시면 그쪽으로 사 람을 보내겠습니다.]
강진호는 말없이 휴대폰을 이현수 에게 넘겼다. 휴대폰을 받아 든 이 현수가 이종욱에게 대략적인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종욱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 전화가 끊기면 어쩌면 저는 다시 여러분께 연락을 드릴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찾아가는 정보원에 게 루트를 확보시켜 뒀으니, 그 지 시를 따르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건승을 기원합니다.]전화가 끊기자 이현수와 강진호가 조금 묘한 시선으로 휴대폰을 바라 본다.
“믿을 수 있을까?”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 만……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한다.
“일단은 기다려 보죠.”
전화를 끊은 이종욱이 깊게 한숨 을 내쉬었다.
‘일단 이걸로 됐고……
강진호와 이현수의 안전은 확인했 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올 루트도 확보했다. 이제 중요한 건 대체 어 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확인 하는 일이다.
‘도와줄 이를 찾아야 한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어설프게 입을 열었다가는 목숨도 위험하다. 일단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이를….
덜컹.
이종욱의 고개가 부러질 듯 들려 졌다.
잠가놓은 문고리가 격하게 흔들리 고 있었다.
덜컹! 덜컹!
이종욱이 가만히 홀스터에 든 권 총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 개를 내젓고는 다시 권총을 집어넣 었다.
의미가 없다.
쾅
문고리가 부러지며 문이 격하게 열렸다. 안으로 걸어 들어온 검은 정장의 사내들이 이종욱의 좌우로 서 그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다.
이종욱이 순순히 양손을 들어 올 렸다.
그런 후에…….
문 안으로 한 사람이 걸어 들어 오며 혀를 찼다.
“이군, 자네는 나를 실망시켰네.” 김명찬.
대한민국 총리의 얼굴을 보며 이 종욱이 질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