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5)
마존현세강림기-135화(135/2125)
마존현세강림기 6권 (10화)
2장 행동하다 (5)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영기 어떻게 합니까? 그 새끼 깨어나서 말하면 저희 다 엿 되는 거 아닙니까?”
“엿 되긴.”
안색이 파랗게 질려 있는 김학 철에 비해 노수봉은 너무도 여유
로운 얼굴이었다.
“그 새끼 못 깨어나.”
“그,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그 새끼가 내무반에서 빠져나간 시간이 언젠지 아냐?”
노수봉이 피식 웃었다.
“야, 한 시간은 더 전에 빠져나 갔던 애를 발견해서 숨 간신히 붙 여놨다고 멀쩡할 거 같냐? 식물인간이 최상이야.”
“……그래도 불안하지 말입니다.”
“별게 다 불안하네.”
노수봉이가만히 김학철을 바라 보다가 그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우리 아버지가 누구시냐?”
“걱정하지 마. 손 다 써놓을 테니까.”
“믿어도 되겠습니까?”
“어쭈? 김학철이, 말하는 것 좀 봐?”
“죄, 죄송합니다, 노수봉 병장님. 제가 너무 불안해서 그렇습니다.”
“새끼, 간이 그리 작아서야 이 험난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겠냐?” 노수봉이 낄낄대며 웃었다.
“벌써 어젯밤에 전화 다 해놨 어.”
“아……
“아니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나 와서 담배 피우고 있을 수 있을
거 같냐?”
“저도 놀랐지 말입니다.”
“조사는 형식적인 거야. 깨지도 못할 놈 조사해서 뭐 어쩐다고. 걔가정환경을 생각해봐라. 비관해서 자살했다고 우기면 지들이 뭘 어 쩔 건데? 우리가 외상을 남겨놓은 것도 아니잖아.”
“그렇습니다.”
“야, 씨발. 생각하니 다행이지. 지난달까지는 진짜 신나게 팼는데 지난달에 걸렸으면 어쩔 뻔했냐? 저 새끼 멘탈이 버텨서 다행이다. 하, 그 새끼가 좀 일찍 뒈졌으면 우리까지 끌고 갔을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노수봉 병장님.”
“응?”
“애들은 어떻게 합니까?”
노수봉이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되물었다.
“ 애들?”
“예. 알 애들은 알지 않습니까.”
“알긴 뭘 알아? 아는 애들 없 어.”
“아닙니다, 노수봉 병장님. 우리 분대 애들이랑 옆 분대……
“야.”
“……예?”
노수봉이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내가 그런 것도 생각 안 했을
것 같아?”
“아닙니다.”
“씨발, 그 새끼들이 찌른다고 뭐 얻는 거 있냐? 알량한 정의심? 웃 기고 있네. 손에 떨어지는 돈보다 중요한 건 없는 거야. 뭔 소린지 알아?”
“ 예.”
“아무 일도 없던 거야. 너는 아 무것도 모르는 거고. 괜히 불안한 티 내지 마, 새끼야. 조사관이 아니라 다른 분대 애들이 낌새채게 하지 말라고.”
“예, 명심하겠습니다.”
“다른 애들이 눈치를 채고 말고가 아니고, 지금 내가 보기에는니
가 제일 문제야. 누가 봐도 ‘아이 고,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 하는 얼굴로 돌아다니지 말란 말이야.”
“ 예.”
김학철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 씨발. 그 새끼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야. 말이야 바른말이지, 우리가 뭘 잘못했냐?”
“잘못한 건 없지 말입니다.”
“병신 같은 새끼 하나 들어와서 피해는 다 보고, 그 새끼 자살한 거 때문에 덤터기 쓸 뻔했잖아. 그 래도 새벽에 일이 터져서 어떻게 대비라도 했지, 애새끼 사라진 거 아침에 눈치챘으면 손도 못 써보 고 털릴 뻔했네. 어휴.”
노수봉이 물고 있던 담배를 바 닥에 던지더니 발로 비벼 껐다.
“아버지한테 말해서 수습해 달라 고 했으니까, 너는가만히 몸만 사 려. 어차피 전역 얼마 안 남았으니 까 조용히 넘어가면 돼.가혹행위 흔적만 없으면 상부에서도 이런 일 크게 안 벌인다고.”
“그렇습니까?”
“사고 하나 터졌다면 언론에서 개 떼처럼 달려들텐데, 일을 벌이 고 싶겠냐?”
“……불안하지 말입니다.”
“하, 이 새끼 뭘 모르네.”
“ 예?”
“너 뉴스에서 군대에서 애들 자
살했다는 이야기 본 적 있냐?”
“잘 못 봤지 말입니다.”
“그런데 너 최근 오 년 동안 군 대에서 죽은 애들이 몇 명인지는 아냐?”
“한 백 명 안 되겠습니까? 오 년 이니까?”
“ 병신.”
노수봉이 낄낄 웃었다.
“오 년 동안 죽은 애만 오백 명가까이 된다. 그중에 자살로 죽은 애가 삼백 명이야.”
“진짭니까?”
“일년에 육십 명씩 자살하는데…… 너, 자살이 뉴스라도 타는 것 본 적 있냐?”
“없지 말입니다.”
“그럼 그 새끼들이 왜 자살하는 거 같냐? 그냥 훈련하다가 어느 순간 기분이 나빠져서 자살하겠 냐?”
그럴 리는 없었다.
자살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군생활이 힘들어서 자살을 했다면 그에 대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거 다 파고들면 감옥 갈 놈이 한둘일 것 같냐? 그런데 안가잖 아. 그 새끼 멘탈이 약해서 자살했 다로 끝난다니까?”
김학철은 미묘한 얼굴이 되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의외로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야, 이게 자살로 끝나잖아? 그 럼 일년에도 육십 명씩 죽어 나가는 병신들 중에 하나로 끝나는 것뿐이야. 그런데가혹행위가 나오 지? 그럼 난리 나는 거야. 언론에 서 개 떼처럼 달라붙고 다 물어뜯 지. 육군 사령부까지 박살이 난다니까? 우리보다 저 새끼들이 지금 자살로 몰아가려고 필사적이라고.”
“그러고 보니……
사실 이 일의 주동자나 다름없는 그들이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상황 자체가
말이 되지 않은 것이었다. 아무리 조사관들이 아직 주영기와 그들의 연관성을 모른다고는 하나 같은 분대원들은 1차적인 조사의 대상 이니까.
“쟤들은 지금 이걸가혹행위 사 건으로 몰아갈 생각이 없다니까.야, 몸에 멍이 엄청 든 애들도 자 살이라고 우기는 판에 몸에 흔적도 없는 영기를가혹행위 대상자 로 조사할 것 같냐?”
“아니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그런 거 일일이 조사하면 여기가 헬조선이 냐? 헬조선에서도 제일 썩은데가 군대야. 아무 걱정 하지 말고 형만
믿으라고. 입만 꾹 닫고 있어.”
“예. 저는 노수봉 병장님만 믿지 말입니다.”
노수봉이 낄낄 웃더니 입을 열 었다.
“야, 헬조선에서 살아남는 방법 이 뭔지 아냐?”
“……머리를 잘 굴려야 합니까?”
“하, 이 새끼. 센스하고는.”
노수봉이 새 담배를 꺼내서 입 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잘 들어, 새끼야. 헬조선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우리가 악마가 되는 거야. 원래 악마는 지옥에서 살잖아.”
차가운 노수봉의 눈을 본 김학
철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겁나?”
노수봉이 손을 뻗어 김학철의 볼을 톡톡, 두드렸다.
“쫄지 마, 새끼야.니가 앞으로 사회 나가면 이거랑은 비교도 안 되는 일, 수도 없이 겪을 테니까. 넌 그냥 내 옆에 찰싹 붙어 있으 면 돼.”
“지금도 붙어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네?”
노수봉이 씨익 웃고는 담배를 바닥에 던졌다. 발로 담배를 비벼 끈 노수봉이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 예.”
“영기, 그 새끼 써둔 건니가 다 챙겼지?”
“버렸다가 걸릴까 봐 숨겨놨지 말입니다.”
“적당히 상황보고 태워 버려.”
“ 예.”
“가자,가자. 밥시간 다 된 거 같은데. 오늘 메뉴 뭐라고 했냐?”
“똥국이지 말입니다.”
“아, 씨발. 피돌이한테 피엑스 좀 열라고 해.”
“ 예.”
둘은 낄낄대며 생활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은 건물의 그림자가 내려앉은 어두운 음영 안에서 그
들을 주시하는 눈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외출?”
찰리 포대장 하진남은 검게 죽은 얼굴로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외출이라고?”
“ 예.”
하진남이 머리를 툭 떨어뜨리더니 책상에 머리를 박고 한숨을 쉬 었다.
“ 진호야.”
“상병 강진호.”
“이 새끼야, 너 해도 해도 너무 한 거 아니냐?니 눈에는 지금 상황이 어떤 것 같아? 포대장은 지 금 불명예제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들 지금 모가지 걱정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외출은 좀 너무하는 거 아니냐?”
“죄송합니다.”
“니가 힘 있는 거 형도 알아.니가 간다고 하면 내가 무슨 수로 막겠냐. 그런데 아무리 힘이 있어도 그렇지, 상황을 봐가면서 써야 하는 거 아니냐?”
“죄송합니다.”
별다른 변명 없이 ‘죄송하다’를 반복하는 강진호를 보며 하진남이
한숨을 푹 쉬었다.
“어디 갈려고? 집에?”
“아닙니다.”
“그럼 어디?”
“수도병원에 다녀와야겠습니다.” 하진남이 말없이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마, 거긴 외출지가 아니잖아. 영유 이탈이라고, 새끼야.”
“그럼 휴가 갈 수 있겠습니까?”
“어휴, 씨발. 갈수록 태산이네.”
하진남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확실히 조금 전 보다 풀려 있었다.
“가라,가, 새끼야. 대신 걸리지 마라. 걸리면 나는 모른다고 하고
그냥 영유지 이탈이라고 할 테니, 백을 쓰든 알아서 빠져나오고.”
“ 예.”
“어차피 커리어 작살났는데 거기 에 영유 이탈 하나 추가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너 이 새끼, 형이 이만큼 신경 써줬다는 거 잊지 말 고 나중에 사회가면 형 한자리 해줘야 한다?”
“농담이야, 새끼야. 외출증 끊어 놓으라고 할 테니, 내일 출발해. 주말이 잖아.”
“ 예.”
“가봐.”
“감사합니다.”
강진호는 포대장실 밖으로 나왔다.
복도로 싸늘한 공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겨울이라 그런 것인지, 포 대가 얼어붙어 있어 그런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포대 앞에 검은 색 세단이 대어져 있었다.
“야, 저거 뭐냐?”
“오늘 외출자 있잖습니까.데리 러 왔겠지 말입니다.”
“외출? 포대 분위기 개박살 났는데 외출을 보내줘?”
“강진호 상병님 나가신다고 들었 습니다.”
“……아, 강진호 상병님?”
포대원들 사이에서도 강진호는 예외 취급을 받고 있었다. 간부들 이 그를 대하는 자세나 면회객들의 위상만을 보아도 그가 그들과는 다른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만이 나오지 않는 것은 강진호가 그 누구보다 열심 히 군생활을 한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후임들도 괴롭히지 않으니 딴지를 걸 거리도 없었다.
“비가 이렇게나 오는데 외출이라니, 날을 잘못 잡으셨네.”
“저기 나오십니다.”
“어.”
강진호가 위병소로 내려오자 근 무를 서던 위병들이 경례를 붙였다.
“ 필승.”
“ 필승.”
강진호는가볍게 경례를 받고는 위병조장에게 보고한 뒤 위병소를 나왔다.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규 민이 밖으로 나와 강진호를 맞았다.
“괜찮으십니까?”
“타서 이야기 하죠.”
“ 예.”
차에 오르자 조규민이 미리 준
비해 둔 수건을 내밀었다. 강진호가 창문을 살짝 열고는 입을 열었다.
“성남으로가주세요.”
“수도병원으로가면 되겠습니까?”
“ 예.”
조규민이 품 안을 뒤지더니, 검은색 케이스를 꺼내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새로 나온 담배입니다. 한 대 피우시죠.”
강진호는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케이스를 열어 담배를 꺼내 입 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 길게 빨아들이고 나자 머리가 멍해진다.
“출발하겠습니다.”
조규민이 차를 몰아가자 매캐하게 뿜어져 나온 담배 연기들이 차 창 밖으로 빨려 나갔다. 강진호는 아무 감정 없이가라앉은 눈으로 밖으로 빨려 나가는 담배 연기들을가만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