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50)
마존현세강림기-1352화(1349/2125)
마존현세강림기 55권 (8화)
2장 격노하다 (3)
강진호가 비어버린 담뱃갑을 손으 로 구겼다. 주머니를 더듬어 보니 더 남은 담배가 없다.
‘하나 더 챙길 걸 그랬나?’
평소 만약을 대비해 담배 한 갑 정도는 예비로 들고 다니는 강진호 지만, 이제는 그 예비마저 다 떨어
졌다. 아마 한동안은 꼼짝없이 강제 금연에 들어가야 할 모양이다.
그때, 이현수가 주머니에서 새 담 배 한 갑을 꺼내더니 강진호에게 던 졌다.
탁.
담배를 받아 든 강진호가 미묘한 시선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기본이죠.”
이현수가 주머니에 든 담배 몇 갑을 들어 쫘악 펼친다.
이건 센스가 좋은 걸까, 개념이 없는 걸까?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담뱃갑을 깠다.
찰칵.
매캐한 담배 연기가 목을 찔러 댄다.
폐 속으로 깊숙이 담배 연기를 밀어 넣은 강진호가 한참을 기다리 다가 천천히 한 모금을 뿜어냈다.
‘ 나른하군.’
안가로 쳐들어간 이후부터 쉴 새 없이 무언가를 겪다가 이제야 조금 쉬는 느낌이다.
“상태는?”
“버틸 만합니다.”
이현수가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안색은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다. 핏 기 없는 얼굴과 짙은 다크 서클이 지금 이현수의 상태를 말해준다.
그렇겠지.
쫓긴다는 건 그런 거니까. 아무리 이쪽이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누군가 쫓아온다는 감각은 체력을 급속도로 소진시킨다. 이현수의 체 력으로는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옛 생각이 나는군.’
과거, 정도무림의 공적으로 몰려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던 기억이 난 다.
사방에서 몰려오던 적들.
달아났다 싶으면 앞을 가로막고, 떨쳐 냈다 싶으면 어느새 포위되어 있다.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물 한 모 금 마시지 못하고 달아나고 또 달아 났다. 나중에는 환청이 들리고, 환상 을 볼 지경이었다.
쩌적쩌적 갈라지는 목과 터질 듯 한 심장, 그리고 언제라도 등 뒤에 서 칼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공포.
떠올리는 것만으로 전신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기억이다.
‘기분이 좀 더럽군.’
지금도 쫓기고 있지만, 그때와 같 은 기분은 아니었다.
탈출구가 있으니까.
쫓기더라도 달아날 곳이 있는 것 과 없는 것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강진호가 깊게 담배를 빨아들였 다.
“이현수.”
“예, 회주님.”
“이종욱이 저렇게 나왔다면, 적 은?”
“……여전히 둘 중 하나입니다.” 이현수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이종욱이 정말 우리에게 탈 출구를 제공한다면, 그를 아군이라 고 봐도 될 겁니다. 하지만 그게 아 니라면……
“김명찬이라는 거군.”
“예.”
이현수가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는 다.
“하지만 그것도 확실하지는 않습 니다. 어쩌면 김명찬이 이리 나오는 이유도 자의가 아닐 수 있으니까 요.”
“……그건 무슨 말이지?”
“그 역시 정치인이고, 조직에 묶
인 몸 아니겠습니까? 더 윗선에서 명령이 내려온다면 어쩔 수 없이 따 라야 하는 법이죠.”
더 윗선이라…….
강진호는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 다. 이건 입으로 내기에는 너무 큰 일이다. 대한민국 총리의 위에 있는 사람은 단 하나뿐이니까.
“회주님.”
이현수가 조심스레 강진호를 불렀 다.
“왜?”
“하나 여쭤도 되겠습니까?”
“새삼스럽게.”
“그렇죠. 새삼스럽죠.”
이현수가 어색하게 웃는다.
하지만 이 질문만은 아무렇지 않 게 할 수 없다. 말에 실린 무게가 너무도 무겁기 때문이다.
“만약 총리가 배신을 한 게 맞다 면……
이현수가 살짝 말꼬리를 흐렸지 만, 강진호의 얼굴은 변화가 없었다.
그저 무거운 눈으로 먼 곳을 바 라볼 뿐이었다.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타탁.
담배 끝이 타들어 간다. 이현수는
재촉하지 않고 강진호가 생각을 정 리하길 기다렸다. 강진호가 어떤 말 을 하더라도 이현수는 그 의견을 받 아들일 것이다.
“생각할 것도 없지.”
강진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아 니, 어쩌면 고민조차 하지 않았는지 도 모른다.
“배신이 어쩌고 할 생각은 없어.”
강진호가 생각하기에 김명찬과 자 신, 그리고 정권과 총회는 서로를 배신했다고 여길 만큼의 친교를 쌓 지 않았다.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약속을 한 적도 없고, 한시적이나마
적대시하지 않겠다는 계약을 한 적 도 없다.
그저 서로가 가는 길이 같기에 잠시 함께한 사이에 불과하다.
그런 주제에 의리를 논한다는 건 너무 순진한 말이다.
“ 다만••••••
강진호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어쨌든 그쪽에서 나를 노린 건 사실이지. 그럼 그 대가를 치르면 돼.”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말이지만, 그 안에 모든 게 담겨 있었다. 강진호의 대가라는
건 너무도 간단하니까.
“모두를 적으로 돌리실 생각이십 니까?”
“관여한 자라면.”
“……알겠습니다.”
총리가 관여했다면 총리까지. 그리고 더 윗사람이라면…….
이현수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솔직히 거기까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총리에서 더 윗선으로 올라가 버린다면 그들이 상대해야 할 건 ‘국가’가 되어버릴 테니까.
이현수는 자신이 꾹꾹 눌러놓은 것들이 천천히 그 머리를 들어 올리
는 걸 느끼는 중이었다.
“문제가 있나?”
“아닙니다. 그저……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의 일도 그렇고, 중국의 상 황도 그렇고…… 우려하던 일이 슬 슬 벌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 니다.”
“우려하던 상황?”
“예. 그게……
이현수가 마른침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동안은 아슬아슬하
게 균형을 맞춰온 것뿐입니다.”
“그렇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설명이 없어도 이현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는 게 어렵 지 않다.
국가와 무인계의 공존.
그건 너무도 어려운 숙제였다.
강진호는 이 공존 자체가 매우 불편하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 중 하 나다.
“그동안 국가 단위에서 무인계를 없애려 들지 않은 이유는 하나뿐입 니다. 쓸모가 있기 때문이죠.”
이현수가 혀로 입술을 축인다.
“쓰레기 제거용으로 사용하든, 뒷 골목의 청소부로 쓰든, 혹은 그들이 하지 못하는 더러운 일들을 해결하 기 위해서든, 무인계는 국가와 나름 긴말한 협조를 유지해 왔습니다.”
“우리처럼?”
“그렇죠. 사실 저희는 좀 늦은 편 이죠.”
이현수는 그 상황을 충분히 이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의 혹만은 놓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는 저들이 우리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어떻게 나오겠
냐는 겁니다. 유럽이나 일본 같은 곳이야 괜찮습니다. 거긴 이미 정계 가 무인계에 장악당해 있는 거나 마 찬가지니까요. 하지만 중국이나 우 리는……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다.
이미 그들은 보지 않았는가.
중국의 정권이 무인계를 배제하려 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진호를 회유하려 든 것도 그 움직임의 일환 이다.
“쓸모 있는 물건은 사용됩니다. 하지만 그 물건은 두 가지 이유로
처분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쓸모가 없어지는 것. 제가 생각하기에 이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국가는 체 면을 차려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 만……
이현수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 다.
“더 나은 물건이 나오면, 불편한 건 언제나 대체됩니다. 설사 성능이 완전히 더 뛰어나지 않더라도 말이 죠.”
편리하니까.
강진호는 더 나은 물건이라는 말 에 주목했다.
“우릴 대체할 이들이 있다는 건 가?”
“있을 겁니다. 정확하게 말하자 면……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키웠겠죠. 지금도 키우고 있을 것이고. 무학이란 우리만 가진 게 아니니까요.”
오으..«
M..•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생각했어야 하는 일이다.
과거, 그가 중원을 지배할 당시에 도 황궁에서는 황궁 무장들을 육성 했다. 무림처럼 아주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이 완전 히 갖춰지지 않아 그 실력이야 진짜 무인에 미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건 사실 이었지.’
당시에도 한 일을 지금 못할 이 유가 없다. 아니. 오히려 지금은 훨 씬 더 쉬울 것이다.
“중국과 한국이 무인들을 육성하 고 있다?”
“한국은 모릅니다. 정권이 최근까 지 무인계에 무지했던 걸 보면, 육 성에 손대지는 못했을 겁니다. 하지 만 중국은 확실합니다.”
W 으 »
M-
일리가 있는 말이다.
‘무인의 군대화라는 건가.’
그건 단순히 국가가 무인을 군사 력으로 보유했다는 사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인계와 바깥세계.
철저하게 나뉘어지던 두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의미다. 군대 는 곧 국가의 힘, 그리고 국가는 바 깥세상의 상징이다.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핵심이 서로 섞여드는데, 두 세계의 경계를 지킨다는 건 불가능 하다.
강진호가 언젠가는 무너질 거라 생각했던, 그 미약한 경계가 이미 파탄을 내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뭘?”
“……말씀드린 상황을.”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딱히 별생각 없는데?”
“예‘?”
강진호가 입에 문 담배를 길게 빨았다.
“내가 고민한다고 뭐가 달라지 나?”
멍한 이현수의 표정을 보며 강진 호가 피식 웃었다.
“그런 건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 가가 고민하겠지.”
“아니, 회주님이 아니면 누가
“착각하지 마.”
강진호가 피식 옷었다.
“나는 초인도 아니고, 미래를 보 는 선지자도 아니야. 나는 그저 지 금 당장을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 이야.”
“몇 십 년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고민하는 것? 좋지. 하지만 나는 당장 닥친 일이 더 중요하다. 그런 고민은 나중에 시간 많을 때, 생각 나면 한 번쯤 해보는 걸로 충분해.”
이현수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었다.
참 속편한 소리다.
하지만 참 강진호답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니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세 계의 경계고 나발이고 그런 말을 늘 어놓고 있는 게 속편한 소리다.
이현수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일단은 지금 이 일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겠죠.”
“ 아는군.”
그런데 왜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 놨냐는 핀잔이다. 이현수가 어색한 얼굴로 뭔가 말을 하려는 찰나였다.
강진호가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 다 댔다.
조용히 하라는 신호.
이현수가 숨을 죽이고는 강진호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 렸다.
바스락.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평범한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겠지만, 그래도 무학을 익혀 오 감이 예민해진 이현수의 귀에는 작 지만 똑똑히 들렸다. 아마 강진호의 귀에는 코끼리가 걸어오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자……
이현수가 낮게 숨을 내쉬었다.
적인가.
아니면…….
조금 기다리자 어둠 속에서 검은 사람의 형상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현수가 주 먹을 꽉 쥐고는 다가오는 이를 노려
보았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을 밟는 소리가 꽤나 크게 들릴 즈음이 되어서야 검은 그림자 가 완연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어?”
이현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장필재 씨?”
“ 쉿.”
장필재가 양손으로 입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중국에 정보원이 장필재 씨밖에 없습니까?”
“중국에 정보원은 많습니다. 하지
만 이 상황에 신뢰할 수 있는 이는 몇 없죠.”
장필재가 긴장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손짓했다.
“일단은 따라오십시오. 안전한 곳 으로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