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52)
마존현세강림기-1354화(1351/2125)
마존현세강림기 55권 (10화)
2장 격노하다 (5)
“갈겨!”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든다.
강진호가 전신을 마기로 휘감았 다.
피하는 건 무리.
현대의 화기는 무인의 능력 범주 를 뛰어넘었다. 소수의 사격이라면
초인적인 시력과 반사신경으로 어찌 어찌 피해낸다거나 총구를 보고 피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대규 모의 화망이 구성되면 눈으로 보고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는 게 막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카카카카카캉!
강진호의 몸에 닿은 총알이 날카 로운 금속음을 뿜어내며 튕겨 나갔 다.
“이런 개 같은!”
총알이 튕겨 나가는 것을 본 누 군가가 욕지기를 내뱉었다.
애초에 개인화기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발전해 온 물건이다. 가장 효 율적이고, 가장 완벽하게.
하지만 때로는 그 발전이 해가 되기도 한다.
인간을 죽이기 위한 물건에 필요 한 화력은 방탄복 너머로 상대를 쓰 러뜨릴 정도면 충분하다. 그 이상의 화력은 낭비일 뿐이다. 화력을 올리 면 연사력이 떨어지고 반동이 커질 뿐이니까.
다시 말해 더도 덜도 말고 오직 사람만을 죽이기 위해서 발전한 총 기는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른 무인에
게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총기를 운용하는 이들도 인간. 인 간의 가장 큰 힘은 총이 아니라 머 리다.
파아아앙!
귀를 찢는 소리와 함께 강진호의 머리 부분이 살짝 옆으로 꺾였다.
‘먹혔나?’
스나이 핑.
돌격소총 같은 개인화기로는 무인 의 강기를 뚫는 게 불가능하다. 하 지만 대물저격총의 화력은 기관단총 을 아득히 능가한다. 강기를 뚫어내
는 것은 무리겠지만, 강기 너머의 인간에게 충격을 주는 정도는…….
강진호의 고개가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안 먹힌다고?’
상황을 지켜보던 지휘관의 눈이 혼들렸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면 버텨낼 수 없다. 상처가 나지 않는 다고 해도 물리력 자체가 주는 충격 은 분명 대미지를 입힐 것이다.
“이게 안 되면 대전차 소총이라도 가져오라는 거냐? 괴물 같은 새끼!”
대전차 소총은 없지만, 더 쓸모 있는 건 준비해 왔다.
부우우우우웅!
군용 트럭이 거칠게 안쪽으로 진 입한다. 그러더니 트럭 위에 거치된 89식 중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 다.
고막이 나가 버릴 것 같은 강렬 한 소음과 진동. 탄피가 하늘로 솟 구쳐 눈처럼 떨어지고, 매캐한 탄연 (彈煙)이 불이 난 것처럼 뿜어진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벌집을 만들다 못해 시체조차 남기지 않을 화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도합 네 정
에서 뿜어지는 화력이 강진호의 전 신으로 쏟아졌다.
카카카카카카캉!
불꽃이 튄다.
어둠 속에서 검은 마기로 둘러싸 여 잘 보이지 않아야 할 강진호의 몸 주변이 환하게 빛난다.
“갈겨! 더 갈겨! 저 괴물 새끼를 죽여 버려! 당자아아앙!”
고함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가 총성에 묻혔다.
가져온 탄약을 모두 퍼부을 때까 지 사격은 멈추지 않았다. 탄통이 모두 떨어지고, 당긴 방아쇠가 격발
불량을 일으킬 때까지 쏘고 또 쏜 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소음이 잦 아든 후에 싸늘한 정적이 내려앉았 다.
지휘관의 눈이 강진호를 응시했 다.
‘ 침묵?’
마치 검은 타르의 언덕을 보는 것 같다. 인간의 몸이 만들어낸 광 경이라기에는 너무도 이질적이다.
하지만 그뿐.
강진호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잡았나?’
선 채 죽는다?
만화 같은 이야기지만, 따지고 보 면 저놈들의 존재가 만화겠지.
지휘관이 마른침을 삼키고 접근하 라는 수신호를 보내려는 찰나였다.
“어……
입 밖으로 경호성이 튀어나온다. 검다.
오로지 검기만 한 시커먼 존재에 서 붉은 무언가가 생겨난다.
핏빛으로 타오르는 듯한 두 개의 불꽃.
그게 강진호의 눈이라는 걸 뇌가
이해하는 순간, 침묵하던 악마가 움 직이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아!
강진호의 마기가 사방으로 뻗어졌 다.
“무, 물러나……
거기까지 였다.
목이 잘려 나간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으니까.
마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걸 리는 모든 것을 갈라 버린다. 사람 도, 화기도, 차량도…… 모두 종잇장 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너무도 간단 히 잘려 나갔다.
살아 있는 뱀처럼 영활하게 허공 을 유영하던 마기가 일순 강진호에 게로 회수된다.
까가가강!
강진호의 양손에 잡힌 적루와 청 루가 바닥을 긁으며 거슬리는 소음 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회수된 마기 가 강진호의 몸을 휘감으며 불타올 랐다.
마치 악마의 날개처럼 치솟은 마 기는 상대하는 이들의 전의를 순식 간에 거품처럼 날려 버리기에 충분 했다.
“다, 달아……
강진호를 상대하는 이들은 다들 비슷한 착각을 한다.
압도적인 수로 몰아붙이면 잡을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혹여 잡지 못하더라도 우월한 수를 바탕으로 후퇴하는 건 딱히 문제가 없을 거라 고.
악마를 상대하는 이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법 이다. 그 각오를 다지지 못한 이들 은 당연히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강진호가 앞으로 돌진한다.
마치 거대한 검은 새가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르는 듯한 모습으로.
“오, 오지……
‘오지 마’라는 말은 채 마지막까 지 이어지지 못했다.
파아아앗!
적루가 무심하게 사람의 목을 가 르고 지나간다. 잘린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수십 개의 피 분수가 동시에 뿜 어지자, 마치 피의 비가 내리는 것 같은 광경이 만들어졌다. 그 피의 비 속에서 검은 악마가 광기를 머금 고 날뛰고 있었다.
w 흐으.”
쿵샹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필사 적으로 바닥을 움켜잡았다.
“흐으으으 ”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미 바지는 축축하게 젖어버린 지 오래였다.
‘미친놈들! 개 같은 새끼들!’
그가 원망하는 건 날뛰는 악마가 아니었다.
우습게도 그는 전우들의 목을 날 리며 분쇄기처럼 병력을 갈아버리고 있는 강진호에게는 조금의 분노조차 느끼지 못했다.
저건 재해(災害)니까.
상식을 넘어선 힘은 원망의 대상 이 되지 못한다.
태풍에 집을 잃은 이가 태풍을 원망하는가. 헤일에 휩쓸린 이가 바 다를 욕하던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일정 수준을 넘어선 힘은 컨트롤 이 불가능하다. 그럼 나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대항하는 것이 아 니라, 피하거나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미친놈들은 대항하는 것을 택했다.
생각해 보라.
태풍을 잡겠답시고 배를 타고 헤
일이 몰아치는 바다로 나가는 모습 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일은 존재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미친놈들은 그 짓거리 를 하고 만 것이다.
‘개 같은 놈들!’
군대란 언제나 그런 곳이다.
결정을 내리는 자들은 멀리서 지 켜보고, 목숨을 잃는 자들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들뿐이다. 덕 분에 그는 지금 악마의 아가리 안에 서 빠져나가기 위해 바닥을 기고 있 다.
“후욱! 후욱!”
거친 숨이 토해진다.
‘처음부터 잘못됐어.’
그의 소속은 인민해방군 제기특 수여단.
인구가 넘쳐 나는 중국인 만큼, 인민해방군의 부대들도 수백 개가 넘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기특 수여단은 특별한 곳이다.
현대의 군대로 무인을 상대한다.
누구나 생각하지만, 아무도 현실 로 옮기지 못한 일을 직접 실행하는 곳이 바로 제기특수여단이다. 그런 만큼 가혹하기까지 한 훈련을 버텨 내야 하는 곳이다.
사람이 죽어 나가도 아무도 이상 하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극한의 훈련을 버티면서 쿵샹은 언젠가는 자신들의 힘으로 무뢰배들을 쓸어버 리고, 중화의 위상을 만방에 떨칠 날이 올 거라 믿었다.
그리 교육받고, 그리 들었으니까. 귀가 헐도록.
하지만 그가 맞이한 현실은 생각 한 것과는 너무 달랐다.
그제야 쿵샹은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지만, 자신들이 ‘누구’를 상대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걸 깨달았다.
“흐으, 흐.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고, 뻗은 손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털썩!
바로 그의 옆으로 무언가가 떨어 진다.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돌린 쿵샹 의 눈에 눈을 부릅뜬 누군가의 머리 가 보인다.
쿵샹은 굳이 뒤쪽으로 고개를 돌 리지 않았다. 이 머리의 아래에 아 무것도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 까.
총으로 삼왕을 상대한다?
“흐흐.”
그게 얼마나 웃긴 소린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다. 왜 그동안 압도적 인 군사력을 지닌 국가들이 무인을 통제할 수 없었는지 말이다.
저건 숫제 괴물이다.
화기란 기본적으로 더 많은 화력 을 뿜어낼수록 크고 둔중해지기 마 련이다. 그렇기에 보병이 운용할 수 있는 화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저 한 사람을 잡기 위해 시가지 에 전차라도 몰고 와야 하나? 그게
아니면 폭격이라도 해야 하는가?
무리.
절대 무리다.
심지어 전차를 수십 대 끌고 온 다고 해도 저 괴물을 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눈에 보 이지도 않는 속도로 이동하는 괴물 을 무슨 수로 겨누고 명중시킨단 말 인가.
저런 괴물 앞에서는 전차조차도 덩치 큰 쇳덩어리가 될 뿐이다. 아 니, 쇳덩어리조차 아니겠지. 마음만 먹으면 썰려 나가는 금속을 쇠라고 지칭하는 건 웃기지도 않는 일이니
까.
쿵샹이 양손으로 바닥을 마구 당 겼다.
하지만…….
턱!
그의 머리가 무언가에 부딪쳤다. 고개를 들어보니 시커먼 천막에 둘 러싸인 뭔가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내가 어디로 온 거지?’
어디로 달아나야 하는가.
어디로 가면 살아남을 수 있는가.
등 뒤 어디선가 비명 소리와 함 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
를 돌려보니, 보이는 것이라곤 모두 불이 꺼진 채 다 쓰러져 가는 낡은 건물뿐이었다.
아무도 밖을 내다보지 않는다.
누구도 그들을 보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가 여기서 죽어간다는 건 누가 알아줄 텐가.
“으아아아아아! 빌어먹으으으을!” 쿵샹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 고는 몸을 돌려 그가 도망쳐 온 곳 을 바라봤다.
지옥과도 같은 광경.
어둠 속에서 피의 비가 내린다.
그 피의 비 속을 악마라고밖에 형용 할 수 없는 존재가 유영하듯 거닐고 있었다.
쿵샹은 그 모습을 두 눈에 똑똑 히 담았다.
달아날 곳은 없다. 힘이 풀린 다 리로는 얼마 가지 못해 목이 잘리고 말 것이다. 저 악마에게 자비란 없 어 보였으니까.
그렇다면 비참하게 죽지는 말아야 지.
“죽여! 죽여! 이 잡종 새끼야! 내 가 쫄 것 같아! 으아아아아아아!”
가슴속의 모든 울분이 한번에 토
해져 나온다.
그리고 그 처절한 목소리는 확실 하게 악마의 귀에 들어간 것이 분명 했다. 악마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시커먼 불꽃.
차라리 흘러내리는 타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밀도 높은 마기 속에서 피처럼 붉은 두 눈이 그를 응시했다.
“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악마가 빤히 그를 바라보다가 천 천히 다가온다.
결코 빠르지 않게.
느릿하게.
겨우 이십여 미터를 걸어오는 것 뿐이다. 하지만 짧디짧은 그 시간이 쿵샹에게는 억겁과도 같이 길게 느 껴졌다.
저벅.
이윽고 쿵샹의 바로 앞까지 당도 한 악마가 고개를 모로 꺾는다.
“나, 나는……
저벅.
서로의 숨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가까움.
악마가 천천히 손을 뻗는다.
쿵샹이 질끈 눈을 감았다.
촤아악.
하지만 예상한 일은 벌어지지 않 았다. 힘겹게 눈을 떠보니 악마의 손이 무언가를 잡아 치우고 있다. 천막이 벗겨지고 그를 가로막은 물 체의 정체가 드러난다.
‘지프?’
여기에 왜?
하지만 쿵샹의 생각은 더 이어지 지 않았다.
파앗!
시야가 바뀐다.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몸이 허공으로 부웅 떠오른다.
‘ 뭐‘?’
시야가 제멋대로 치솟아 하늘로 향했다가 등 뒤로 돌고, 마침내 아 래로 향했을 때, 쿵샹은 볼 수 있었 다.
목이 잘린 채 피를 뿜어내고 있 는 그의 몸뚱아리를 말이다.
‘뭐……
필름이 끊어진 영화처럼 그의 의 식이 끊어진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 신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