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55)
마존현세강림기-1357화(1354/2125)
마존현세강림기 55권 (13화)
3장 북진하다 (3)
부우우우웅!
과격하게 도로를 달리던 지프의 속도가 조금 줄어들었다. 지프의 상 태를 고려하여 속도를 줄인 장필재 가 슬쩍 시선을 올려 뒷좌석에 앉은 강진호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고는 강진호와 눈이 마주치기
전에 재빨리 눈을 깔았다.
꿀꺽.
마른침이 절로 넘어간다.
‘아니, 미친! 저런 사람이면 미리 말을 해줘야 할 것 아냐!’
분위기 파악 못하고 우육면이나 탐하던 인간이 저런 괴물이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중국에 있느라 강진호라는 이름조 차 이번에 처음 들은 장필재로서는 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하기가 힘들 었다.
총알이 안 박히는 사람이라니.
생전 듣도 보도 못했다.
아니, 강진호는 겨우 그런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장필재는 오늘 본 광경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죽어서도 잊지 못할 수도 있다.
덜덜 떨리는 손 때문에 운전하기 가 힘들다. 하지만 장필재는 필사적 으로 핸들을 움켜잡았다.
“바꿔줍니까?”
“아, 아닙니다.”
이현수가 장필재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장필재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지 모를 이현수가 아니다.
‘충격이었겠지.’
강진호가 싸우는 걸 눈으로 본다 는 건, 평범한 이들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일 것이다. 그나마 이 정도에서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되레 장필재의 대단함을 증명하 고 있었다.
“장필재 씨.”
“예? 아…… 아, 예!”
“정신 좀 차리세요.”
“죄, 죄송합니다.”
장필재가 마른침을 삼켰다.
“제가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보통은 다 처음이지.
그래도 대화를 조금 나누니 긴장 이 풀린다는 듯 장필재가 먼저 운을 뗐다.
“무인이란 이들은 다 회주님 같은 겁니까?”
“설마요. 그랬다가는 세상이 남아 나겠습니까?”
격하게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저 런 사람이 몇 명만 더 있었다면 세 상이 뒤집혀도 벌써 몇 번은 뒤집혔 을 것이다.
“회주님이 특별한 겁니다. 비슷한 수준에 근접한 몇몇은 있지만,감히
회주님과 비견될 수 있는 사람은 한 국에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몇 없지.
“그, 그렇군요. 그럼……
이종욱의 그 조심스러운 언행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도 단 하나만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저, 그럼 회주님께서는……
“네.”
“힘과 권력을 동시에 갖추신 분 아닙니까?”
“그렇죠.”
“그런데 왜……
이현수의 볼이 살짝 떨렸다.
그의 귓가에 선명한 목소리가 들 려왔다.
“아, 아니, 그게 상황이……. 네, 물론 그렇죠. 네……. 아니, 전화를 안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지금까 지…… 어, 네. 네, 죄송합니다. 네……. 아뇨, 아니죠. 그래야죠. 제 가 그랬어야죠. 네.”
이현수가 슬쩍 고개를 돌려 버렸 다.
“귀 막으세요.”
“……네.”
뭘 어쩌겠는가.
대대로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던 독재자도 잔소리에서 벗어난 적은 없는 법이다.
“석가모니께서 어떻게 인간으로 태어나 부처가 되셨는지 아세요?”
“글쎄요.”
“결혼해서 그렇습니다.”
“나는 안 하려구요.”
“ 저두요.”
조금 전에 사람을 두부처럼 썰어 넘기던 강진호와 지금 전화를 받으 며 쩔쩔매고 있는 강진호가 동일 인
물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하기야 따져 보면 암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서 우육면이나 흡입하던 강진호도 이상하긴 마찬가 지지.
장필재가 슬쩍 룸미러로 강진호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식은땀?’
강진호의 이마에 맺힌 습기가 보 인다.
장필재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운전에 집중했다.
그리고 강진호는 지금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사람을 중국 한복판에다 그냥 던 져 놓고! 네? 이게 할 짓이에요?]“죄, 죄송합니다.”
[몸은?]“네‘?”
[다친 데는 없냐구요!]“아, 멀쩡합니다.”
[어디 생채기 하나 났어봐. 머리 채 다 뽑아버릴 거야!]아직 대머리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강진호가 슬쩍 자신의 몸을 내 려다봤다. 확실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진짜 괜찮아요.”
[그럼 왜 연락을 안 해!]
와…… 이게 왜 이렇게 연결이 되나? 빠져나갈 구석이 없네.
수화기 너머로 씩씩대는 숨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심호흡 소리가 들 린다 싶더니, 조금 차분해진 목소리 가 들려온다.
[진짜 괜찮은 거죠?]
“네, 괜찮아요.”
[진호 씨.]
“네?”
[나는 그 중국 애들이 보호해 주 고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여
기 숙소도 엄청 좋고, 밥도…… 내 가 아직 밥은 안 먹어봐서 잘 모르 겠는데…… 괜찮겠지, 뭐.]
역시나 홍왕이 최연하를 보호한 모양이다.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 지만, 일단 마음이 놓인다.
[애들이 좀 개념이 없어 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친절하게 굴려고 노 력 중인 것 같으니까 내 걱정 안 해도 돼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얘들 말로는 한국에 무슨 일이있다는데.]
“설명하기 쉽지 않아요. 그런데 곧 해결될 겁니다.”
강진호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그는 차이커창이 최연하들을 한국 으로 보낼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최연하들이 한국으로 갔다가 인질이 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못했다. 이건 차이커창에게 감사해야 할 일 이다.
[빨리 해결하라고 할 생각 없어 요. 위험하면 하지 마요. 나 그냥 여기 살아도 되니까. 중국 음식도 생각보다 먹을 만하고, 볼 것도 많아요.]
강진호가 아무 말 없이 살짝 눈 을 감았다.
[그리고 나, 이제부터 중국 스케 줄도 많아서 여기 몇 년 산다고 별 일 없어요. 돈도 많이 버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러니까 무리하지 마요. 그러다가 다치지 말고!]“걱정 안 해도 됩니다.”
[오지랖인 거 알아요. 아는데도 신경 쓰이니까 그러는 거잖아.]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여하튼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처리할 테니까.”
[금방 안 해도 된다니까! 말귀를 못 알아먹나!]“……천천히 처리할게요.”
[네. 절대 다치지 마요. 알았죠?]“네.”
강진호가 슬쩍 앞쪽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그럼 끊습니다. 또 전화할게요.”
[네.]전화를 끊은 강진호가 가만히 눈 을 감았다.
‘ 오랜만이군.’
이렇게 속에서 뭐가 끓는 느낌을
받는 건 말이다.
“홍왕이 보호하고 있다는 겁니 까?”
“그렇다는군.”
“……진짜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 가 안 가네요.”
“그럴 거야.”
홍왕의 사고방식은 현대인과는 다 르다. 오히려 과거의 중원인들과 닮 아 있었다.
‘이 시대에 협의지사라니.’
웃기는 소리다.
하지만 그 웃기는 소리가 지금 강진호의 상황을 조금은 편히 만들
어주고 있었다.
“고생하겠네요.”
“그렇겠지.”
“아니요. 차이커창 말입니다.”
어?
어…… 그렇……겠지?
음….
뭔가 부정하거나 화를 내야 할 상황 같은데, 부정할 수가 없다.
괜히 겸연쩍어진 강진호가 장필재 를 보며 말했다.
“어디로 갈 계획이지?”
“국경을 넘어 블라디보스토크로
갈 겁니다.”
“러시아?”
“서해 쪽은 위험합니다. 배를 타 는 건 더더욱 위험하죠. 동해로 빠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은 블라디 보스토크 쪽에 개인적으로 마련해 놓은 선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 서……
장필재가 살짝 머뭇거렸다.
뒤에 나올 말이 무슨 말인지 이 해한 이현수가 피식 웃고는 선수를 쳤다.
“밀항을 하겠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당당한 한국인이 한국으로 가는데 밀항을 해야 하는 상황. 그 상황을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괜히 이들 의 분노를 자극할 수 있으니까.
“밀항이라……
이현수가 쓴옷음을 머금었다.
중국으로 올 때는 위장 신분으로 오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위장 신분으로 넘어간다라…….
“이건 웬만한 정보원들도 못해볼 경험 같은데.”
“좋은 경험이군.”
강진호의 눈이 가라앉았다.
“그런 만큼 저들에게도 좋은 경험
을 하게 해줘야지.”
“물론입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저들’이 누군 지 아는 장필재로서는 그저 입을 다 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였다.
“ 어?”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이현수가 휴대폰을 들었다. 그러고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전화를 받고는 소리쳤 다.
“사부님!”
“무사하십니다.”
[다행이로군.]
“어떻게 된 겁니까?”
그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위긴스 의 전화였다. 이현수가 조금 안도한 듯 시트에 등을 기댔다.
[억류되어 있었다. 이제야 한국으 로 돌아온 참이야. 거의 해안에 닿 았어.]
“억류요? 누가 위긴스 님을 억류 한단 말입니까?”
[글쎄, 저들을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모르겠군. 국적기를 달지 않은 군함이 주변을 포위하고 움직이지 않더군. 덕분에 아무것도 못하고 그
냥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공격하진 않았구요?”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이더군. 오 로지 우릴 해상에 묶어두는 게 목적 이었던 모양이다. 싸워볼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래도 바다 위에서는 무리지.]“잘 판단하셨습니다.”
[로드께서 무사하셔서 다행이다. 상황은 짐작하고 있겠지?]“예.”
이현수가 얼굴을 굳혔다.
[저들이 적극적으로 우릴 공격하 지 않은 걸 보면,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특정 몇몇의 의도라고 봐야겠지.]
“한국 해군이라 확신하시는 겁니 까?”
[글쎄, 내가 함부로 할 말은 아닌 것 같군. 공해에는 누구도 들어올 수 있지. 하지만 갑판에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하지 않느냐?]“……그렇죠.”
[지금 위치는?]“베이징에서 벗어나서 위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하얼빈을 경유하여 블라디보스토크로 가 밀항할 생각입
니다.”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군.]“예?”
[서해에 군함이 움직였다. 그 말 은 동해에도 군함이 이동할 수 있다 는 뜻이지. 그리고 우리와는 달리, 로드나 네가 탄 배는 포격을 피할 수 없을 거다. 그만한 위험은 감수 하고서라도 목적을 달성할 생각일 테니까.]이현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강진호는 강하다. 하지만 아무리 강해도 망망대해에 빠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으십니까?”
[바다는 위험한 곳이지. 결국 발 이 땅에 닿는 곳으로 움직여야지. 그쪽의 인원은?]이현수가 힐끗 장필재를 보고 입 을 열었다.
“셋입니다.”
[조력자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 지. 하지만 때로는 방해가 되기도 하는 법. 세 사람이라면 미완성된 마법진으로 왕복할 수 있는 거리는 최대 100km 정도다.]“그 말은……
[100km까지 접근해야 한다는 소 리지. 어딘 줄 알겠나?]알지.
당연히 알지.
그런데 그거…….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시 겠죠?”
[물론 제정신이다. 최적이지. 한국 의 영향력이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 큼 닿지 않고, 심지어 중국도 함부 로 병력을 끌고 들어갈 수 없지. 그 리고 CCTV처럼 거슬리는 것도 존 재하지 않는 최적의 도주로가 아닌가.]
아니, 물론 그렇지. 그렇기야 한
이현수가 황당함을 한껏 담아 말 했다.
“그러니까…… 지금 저희더러 북 한으로 가라는 소리십니까?”
강진호와 장필재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 북한?”
“ 북한?”
동시에 터져 나온 경호성에 이현 수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 양반도 미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