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56)
마존현세강림기-1358화(1355/2125)
마존현세강림기 55권 (14화)
3장 북진하다 (4)
멀리 보이는 육지를 보며 위긴스 가 미간을 찌푸렸다.
“거부감을 가지는 건 이해하지. 하지만 지금은 상식을 따질 때가 아 니야. 가장 효율 높은 루트를 선택 해야지.”
[아니, 물론 그건 이해합니다
만…….]
“그럼 다른 방법이 있나?”
[……없죠.]“깔끔하군.”
위긴스의 얼굴은 부쩍 초췌해져 있었다. 손을 들어 눈두덩이를 주무 른 위긴스가 피로가 가시지 않은 목 소리로 말했다.
“평양 아래쪽으로만 내려오면 가 능해. 북한으로 들어가면 연락이 불 가능할 테니, 입국하기 전에 미리 전화를 하도록. 그럼 미리 장소를 정할 수 있을 테니까.”
[가능하다면 북한으로 들어가기전에 위성전화 한 대 구입해 보겠습 니다.]
“좋은 선택이야. 그럼 이쪽에선 준비를 시작할 테니, 최대한 자주 연락을 해주게나.”
[자, 잠시만요.]“ 응?”
살짝 시간이 흐른다 싶더니, 익숙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긴스.]“로드,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한국인가?]“아직은 아닙니다만, 곧 해안에 닿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 들어가거든 내 가족에 대 한 경호를 부탁한다. 일이 틀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뒤, 제일 먼저 지시해 두었습니다. 염려 마시길. 가족분들의 안전은 확보했 습니다.”
[고맙다.]“별말씀을.”
전화가 끊긴다.
위긴스가 조금은 기묘한 표정으로 끊긴 전화를 바라보았다.
‘고맙다라……
강진호에게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이 있던가. 그동안은 기껏해야 ‘수 고했다’ 정도였지.
‘가족이라는 건가?’
위긴스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가족을 중히 여기는 건 물론 훌 륭한 일이지만, 강진호 정도 되는 자에게는 약점이 될 뿐이다. 그리고 그 약점은 앞으로 점점 더 커져 갈 게 빤하다.
‘조금 더 신경 쓸 필요가 있겠군.’ 막 상념에 잠기려는 순간, 짜증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랍니까?”
“베이징을 빠져나와 하얼빈 쪽으
로 이동 중이라는군. 블라디보스토 크에서 밀항할 계획이었던 모양이 야.”
“개 같은 새끼들.”
방진훈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중국 놈들이 방해해서 밀항을 하 는 게 아니라, 한국의 반응이 어떨 지 몰라서 밀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다.
머리 끝까지 화가 뻗친 방진훈이 애꿎은 갑판을 걷어찼다.
“이 개새끼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개 처럼 일해줬는데!”
“권력이란 언제나 그런 법이지.”
따르는 개는 용납해도 대등한 존 재는 용납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권력의 속성이다.
‘하지만 이리 극단적으로 나올 줄 이야.’
방진훈이 뒤쪽을 돌아본다. 먼바 다를 바라보던 방진훈이 이를 갈았 다.
“그 개새끼들을 다 쳐 죽였어야 하는 건데, 왜 말린 겁니까?”
“선제공격을 받지 않았으니까.”
“그 새끼들은 왜 둘러싸고 공격을 안 하는 겁니까?”
“내 생각이네만……
“예.”
“아마도 저들이 파악하는 총회 내 에서의 회주님의 입지와 우리가 생 각하는 입지에 차이가 있는 모양일 세.”
“그게 뭔 소립니까? 좀 알기 쉽 게 말씀해 보십쇼.”
“간단히 말해서……
위긴스가 살짝 생각을 정리했다.
“저들이 우리를 공격했다면 그건 전쟁이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모두를 죽일 수 있다면, 그리고 나 중에도 밝혀지지 않는다면 모를까.”
“그렇지요.”
“하지만 우리와는 충돌하지 않고 회주님만 죽인다면, 전쟁까지는 안 간다는 계산이겠지.”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저들의 입장에서는 말이 되지. 왜냐면 총회의 회주는 짧은 시간 동 안 두 번이나 바뀌지 않았는가.”
“저들의 판단으로는 총회는 회주 님의 개인 사병 집단이 아니라, 한 국의 무도인들이 모여 만든 단체네. 머리 하나 바뀐다고 별일이 벌어지 지 않는다는 뜻이지.”
“잘못 짚었네요.”
“아주 잘못 짚었지.”
그 오판의 대가는 철저하게 치르 게 만들어줄 것이다.
“어떻게 합니까? 돌아가는 대로 다 잡아 죽이는 게 낫지 않겠습니 까?”
“그랬다가는 전쟁이라니까.”
“까짓것, 전쟁! 못할 건 뭐가 있 습니까! 저 새끼들이 시비를 걸었는 데! 그럼 맞고만 있으라는 소립니 까?”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방진훈이 한심해서가 아니라, 방
진훈의 말에 공감이 가가 때문이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연류된 놈들 을 모조리 색출해 죽여 버리고 싶지 만……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려 애쓰는 위긴스조차 이번에는 제대로 분노한 상태였다. 믿고 등을 맡긴 이가 배 신하여 등을 찔러 대는 기분은 경험 해 보지 않은 이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후우.”
길게 심호흡을 해 마음을 진정시 킨 위긴스가 입을 열었다.
“자네가 하는 말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닐세. 저들에게 달아날 곳이 있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이건 회 주님의 몫이지.”
“으음.”
방진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개 같은 경험이었어.’
적이 눈앞에 있는데 싸우지 못한 다. 달려들 수도 없고, 달아날 수도 없다.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그저 감내하고 또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화끈하게 싸울 수나 있었 다면 이런 기분은 아닐 것이다.
방진훈이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 았다.
“왜 갑자기 이러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너무 간단한 일이지. 그냥 두려 운 걸세.”
“……예? 그건 또 무슨 말입니 까? 회주님이요? 회주님이 뭘 하셨 다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회주님이 아 니라 통제되지 않는 힘이 두려운 거 지.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방진훈이 콧김을 내뿜었다.
“그래서 우리가 그만큼이나 협력 의 의사를 내보인 것 아닙니까.”
“그걸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
이 있는 법일세.”
방진훈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위 긴스는 그런 방진훈을 되레 대단하 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지.’
방진훈이 이중걸과 대척한 이유는 권력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중 걸의 독재를 막기 위해서다. 그리고 회주의 자리에까지 올랐다가 미련 없이 그 자리를 강진호에게 넘겨주 었다.
아무리 권력욕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 번 손에 넣은 권력을 내려
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방진훈은 그 권력욕을 이겨낸 사람 이다.
그런 방진훈으로서는 이 일련의 사태가 이해 가지 않을 것이다.
“여하튼 돌아가는 대로 자네는 회 를 정비하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예.”
“일본에 가 있는 장로님도 불러들 이고.”
“……장로님을요?”
“그렇다네.”
방진훈이 낮게 침음을 홀렸다.
장민이 돌아와 이 사태를 알게 된다면, 분명 난리가 날 것이다. 그 장민이 미쳐 날뛰는 걸 생각하자 전 신이 부르르 떨렸다.
“좀 무서운데.”
“사실 나도 무섭네.”
두 사람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 다.
이들의 입장에서 장민은 정말 껄 끄러운 사람이었다. 일단 과도하게 나이가 많고, 과도하게 강하며, 과도 하게 충성심이 높다. 강진호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돌아가는 그 사람이 지금의 상황을 알게 되면 어
찌 나오겠는가.
“……그래도 불러야지.”
“그래야죠.”
항구를 확인한 위긴스가 눈을 가 늘게 뜬다.
‘병력은 없군.’
만약 저들이 정말 총회와 전쟁을 하고 싶었다면, 지금쯤 저 항구는 무장한 병력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항구는 비어 있었다.
‘둘 중 하나겠지.’
그럴 수 있음에도 확전을 경계하 거나, 그게 아니라면 이 일을 주도
하고 있는 이의 힘이 군에는 제한적 으로 작용하거나.
“아니면…… 진짜 이 일을 주도하 는 이는 따로 있거나.”
“예?”
“아닐세.”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가세. 이제 할 일이 많을 것 같 으니까.”
“어디요?”
장필재의 눈이 사시나무처럼 떨렸
다.
“북한이요?”
장필재가 허허 웃었다.
“농담이시죠?”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웬만하면 농담 한마디 던져 보고 싶지만, 솔직히 농담이 안 나온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게 맞는 판 단이기는 한데……
해로가 위험하다는 건 이현수도 생각하고 있던 일이다. 그럼에도 다 른 생각을 하지 않은 이유야 간단하 다.
‘바다가 북한보단 안전하겠지.’
이성적으로 따지자면, 저항이 힘 든 바다 한중간보다는 그래도 발이 땅에 닿아 있는 북한이 낫다. 평범 한 이들에게는 반대겠지만, 일단 여 기에 있는 이들은 평범한 사람이 아 니니까.
“자, 잠시만요. 진짜 북한으로 갈 겁니까?”
일행 중 유일하게 ‘평범’한 이가 경기를 일으켰다.
“공작원이 북한을 두려워해서야 되겠습니까?”
“저는 공작원이 아니라 정보원이
라구요! 북파공작원은 우리랑 받는 교육이 다르단 말입니다!”
“큰 틀에선 비슷한 거죠, 뭐.”
“뭐가 비슷합니까, 뭐가!”
장필재가 눈을 까뒤집었다.
조금 전까지는 강진호와 이현수가 무서워서 말도 제대로 못하던 장필 재지만, 북한이라는 말은 두려움을 날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아니요, 이건 아닙니다! 이건 정 말 잘못 생각한 거라구요!”
장필재가 발작적으로 말을 쏟아냈 다.
“우리가 지금 왜 공격받지 않는지
아십니까? 도로를 타고 있으니까요! 옆에 차가 지나가니까요! 제정신 박 힌 놈들이면 자기네 국민들이 오가 는 도로에다 공격을 퍼붓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여기가 북한이면, 우리는 벌써 벌집이 됐습니다. 그놈 들은 그런 걸 신경 안 쓴단 말입니 다!”
“……그도 그러네.”
“그러니까 잘못 생각한 거란 말입 니다! 중국 놈들이 북한에 요청하 면, 북한 놈들이 우릴 가만히 둘 것 같습니까? 보나마나 어떻게든 추적 해서 죽이려고 난리를 칠 겁니다!”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해로라고 뭐 다를 게 있어요? 똑같이 요청 들어오면 북한 놈들도 눈이 뻘게서 찾아다닐 거고. 바다 위에서는 숨을 데도 없잖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우리가 지금 상대하는 놈 들이 군인이라는 걸 잊지 마시죠. 북한 영해와 그 앞 공해까지 중국 함선으로 도배가 될 겁니다. 그럼 바다 위에서 배 몰고 피구하는 거 죠. 한 대 맞으면 진짜 죽는 피구.”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손가락 하나 못 대보고 죽는 것 보다는 찍소리라도 해볼 가능성이 있는 곳이 낫지 않겠습니까?”
장필재가 넋이 나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미친 짓이야. 진짜 미친 짓 이라고……
현실이고 뭐고, 북한으로 들어간 다는 사실만으로 장필재는 넋이 나 가 버렸다.
그런 장필재의 정신을 부여잡아 준 것은 강진호의 낮은 목소리였다.
“하나는 틀렸군.”
“ 예?”
“도로에서는 공격을 안 한다고 했 나?”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러고는 몸을 돌려 뒤를 바라봤다.
“뭘……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놈들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 군. 도로든 뭐든 상관없는 모양이 야.”
“ 예?”
이현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장필재 씨.”
“ 예?”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봐요! 운 전에만 집중해!”
이현수가 손을 뻗어 룸미러를 돌 려 버렸다.
‘아니, 그런다고 안 보이나?’
더 궁금하기만 흐]지, 이 양반아!
장필재의 눈이 절로 사이드미러를 향했다. 아무리 봐도 딱히 다를 게 없….
‘ 어?’
그 순간, 장필재의 얼굴이 딱딱하 게 굳었다.
어둠.
채 가시지 않은 어둠 속으로 더
짙은 무언가가 밀려든다. 해안으로 밀려드는 검은 파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