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60)
마존현세강림기-1362화(1359/2125)
마존현세강림기 55권 (18화)
4장 증명하다 (3)
사내가 눈을 떴다.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몸을 확인한 사내가 혼이 빠져나갈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만한 현실감은 정말 오랜만이 군.’
전신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다.
‘죽음’을 경험하는 게 이번이 처 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죽음’이 그에게 준 충격은 이제까지의 죽음 과는 그 격이 달랐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에게 죽음 을 선사한 이에 대한 충격이 지금까 지와는 다르다고 해야 할 것이다.
“흑강시 두 구를 종잇장처럼 찢어 버리고, 혈강시마저 장난감처럼 분 쇄해 버린다라……
사내가 헛웃음을 흘렸다.
‘슈퍼 히어로도 아니고 말이야.’
천시적종.
모든 마공은 천마에서 시작하여 적마에서 끝난다.
그 고리타분한 말을 이토록 실감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직접 겪어본 ‘적마’는 교에 내려오는 전설이 무 색할 만큼 강하고 무자비했다.
‘ 더구나……
가장 큰 위협은 적마의 강함이 아니다. 적마가 혈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혈강시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는 게 분명했어.’
적마가 마지막에 그에게 한 말을
감안해 보면, 그는 이미 자신이 상 대하고 있는 게 혈마의 본체가 아니 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내가 너를 찾아간다. 그때까지 기다리도록.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말이야.”
혈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 강대한 마인을 적으로 돌리고 말았다. 과거, 마교를 상대해야만 했 던 혈교의 선인들이 어떤 기분이었 는지 지금의 혈마도 똑똑히 체감하 는 중이었다.
혈마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 다.
“영 손해 보는 장사네.”
그의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하지만 채 상황을 정리하기도 전 에 전화가 울렸다. 액정을 확인한 혈마가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전화 를 받았다.
“예.”
[실패했군.]혈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정보가 완전히 잘못되었습니
다. 상대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이지.]왕룽.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왕룽의 목소리는 고저가 없었다. 혈마는 때 때로 이 사내와 대화를 하는 것이 껄끄러웠다.
[하지만 말일세, 완벽한 정보와 완벽한 상황하에서만 일을 성공 시 키는 이를 뭐라 지칭하는지 아는 가?]왕릉은 혈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무능력자.]무표정한 혈마의 얼굴에 낮은 미 소가 감돌았다.
“부정할 수 없는 말이네요. 이번 에는 확실히 제가 무능력했습니다.”
[네가 자네를 신뢰하는 이유를 알 고 있나?]“글쎄요.”
[인정이 빠르고, 자기 객관화에 능하기 때문이지. 쓸데없는 변명을 늘어놓지 않고 말이야.]“그거, 감사하군요.”
[감사할 것 없네. 나는 인정이 빠 른 무능력자보다는 고집불통의 능력 자를 좀 더 선호하거든.] [자네는 나를 한 번 실망시켰네. 잊지 말도록. 나도 잊지 않을 테니 까.]“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진호에 대한 건 이제 내가 맡 지.]“잠시. 실패했다는 걸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강진 호, 마왕은 부참모장님이 가진 힘으 로는 어찌할 수 있는 이가 아닙니
다.”
[아네. 그걸 어떻게든 하는 게 내 일이겠지. 내가 무능력자가 아니라 면 말이야.]“……알겠습니다.”
혈마가 끊어진 전화를 가만히 바 라보았다.
우득.
손가락이 닿은 부분이 부러지며 액정 전체에 거미줄 같은 금이 생겨 났다.
‘얕보였군.’
혈마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군에 협력하는 것은 중화에 대한 대단한 애국심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과학이 무학을 능가하는 시대. 무 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학을 다 루는 이들에게 협조하는 수밖에 없 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삼왕이 저들의 머리 꼭대 기에 올라가 있지만, 그것도 잠시. 언젠가는 저들이 가진 힘이 삼왕을 능가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미리부 터 저들에게 협조한 혈교는 그때, 그 공을 인정받을 것이다.
‘단순한 계산이지만……
국가의 개가 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저들은 탐욕스럽다.
늑대를 개처럼 길들이기 위해서 먹이를 주던 이들은, 늑대가 충분히 길들여졌다 싶으면 그때부터는 매를 들기 시작한다. 질 좋은 고깃덩어리 를 구할 돈을 아끼는 대신, 돈이 들 지 않는 몽둥이로 개가 되어버린 늑 대를 다스리려 드는 것이다.
“……이젠 완전히 개 취급이로 군.”
혈마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붉게 번들거리는 그의 입술에서
살심이 묻어난다.
이런 취급을 자처한 건 그다. 그 러니 딱히 불만은 없다. 개가 되든 고양이가 되든 질 좋은 사료와 안락 한 집을 얻을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 믿음이 혼들리고 있다.
‘적마.’
강진호.
직접 눈으로 확인한 강진호의 힘 은 혈마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모조 리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저항조차 불가능한 압도적인 힘.
그야말로 마의 화신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힘이었다.
‘인민해방군이 저 힘을 억제할 수 있을까?’
단 하루 전이었다면 당연하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생 각이 조금 달라졌다.
승패는 가진 힘으로 갈리는 게 아니다. 그런 논리였다면, 베트남전 에서 미국이 패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전쟁의 승패는 가진 힘 중 얼마를 동원할 수 있느 냐에 갈린다.
무인들은 그 부분에서 이점을 가
지고 있다.
제아무리 무인들이 국가를 벗어나 는 존재라지만, 그들이 ‘국민’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자국 내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얼 마만 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겠는 가.
‘당장 도로에 헬기 다섯 대를 띄 운 것만으로 후처리에 골치가 썩는 게 현실이지.’
어쩌면…….
혈마가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 다.
“끅…”
혈강시의 몸으로 받은 타격이 지 금 그의 몸에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 다. 한쪽 팔과 두 다리가 마비된 듯 감각이 없고, 머리가 깨어질 듯 아 프다.
혈강시의 몸뿐 아니라 그의 심령 (心靈)에도 타격을 가하는 공격이라 니…….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의 머리를 짓밟고 있던 강진호 의 눈빛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다. 그건 진정한 압제이고 진정한 공포였다.
“적천마존……
혈마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걸 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는 지금까지는 볼 수 없던 기이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총회로 돌아온 위긴스는 상황 점 검부터 시작했다.
“총회 주변을 감시하는 인원들은 없었나?”
“예? 딱히 그런 기색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만?”
“경계를 강화하게. 외부에서는 알
수 없도록 은밀하게 수색조도 돌리 고.”
“알겠습니다.”
위긴스가 미간을 좁혔다.
‘빤한 방식으로 감시하지는 않겠 지.’
무인을 상대로 사람을 이용해 감 시를 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을 것이 다. 아마 첨단 기기를 있는 대로 활 용하고 있겠지.
사람의 눈으로 발견해 낼 확률은 높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멍하니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쪽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달한다는
의미도 있고 말이다.
위긴스가 슬쩍 고개를 돌려 방진 훈을 바라보았다.
‘일단 이 양반을 진정시키는 것부 터 해야 할 것 같은데……
방진훈은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 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표정만 봐 서는 당장 버스 한 대 탈취해서 청 와대로 쳐들어갈 것 같은 모습이었 다.
“방 이사, 진정 좀 하게.”
“……압니다.”
“누누이 말했지만, 회주님을 총회 로 안전히 모시는 게 먼절세.”
“빌어먹을, 그러니까 하는 말 아 닙니까. 구조대라도……
“잊었나? 대한민국은 실질적인 섬 나라네. 그리고 바다 위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이미 한 번 겪어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가?”
“끄응.”
위긴스가 재빨리 말을 돌렸다.
“그래서, 회주님의 가족들의 안전 은 확보했는가?”
“개 떼처럼 둘러놨습니다. 기계화 사단이 몰려와도 두 시간은 버틸 겁 니다.”
“너무 티 나게 하지는 않았겠지?”
“걱정하지 마십쇼. 저희 특기가 그거 아닙니까. 남들 모르게 감시하 는 거.”
“……그런 걸 특기라고 하지 말 고.”
“아니, 그게……
그 순간이었다.
콰앙!
문짝이 그대로 터져 나갔다.
위긴스와 방진훈이 내력을 끌어 올리며 몸을 돌렸다.
‘ 적습?’
하지만 그들은 곧 문을 박차고 들어온 이가 적이 아니라는 것을 인
식했다.
다만, 때로는 적이 아군보다 반가
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을 뿐이
“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 노인의 머리
가 거꾸로 솟구쳤다.
그냥 하는 표현이 아니라, 정말 솟구치고 있었다. 과도하게 끌어 올
린 공력이 머리카락을 위쪽으로 밀 어 올린다.
붉게 충혈된 그 눈과 솟구치는 백발은 그 비주얼만으로도 보는 이
들의 심장을 아프게 만들기에 충분
했다.
“자, 장로님.”
위긴스와 방진훈이 어찌할 바 몰 라 하는 얼굴로 장민을 바라봤다.
장민이 이를 뿌드득 갈아붙였다.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이…… 뭐가 어떻게 됐다고?”
“아, 아니, 그게……
“마존께서 중국 땅에서 공격을 받 고 계시다고 했나?”
“그런데 너희 버러지들은 지금 여
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살기.
몸을 찢고 살을 갈아버릴 것 같 은 살기가 방진훈과 위긴스를 덮쳤 다. 화가 난 장민은 평소와 전혀 다 른 사람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 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지금 장민 이 내뿜는 살기는 그들의 예상조차 무색하게 만들었다.
“장로님, 일단 진정하십시오.”
위긴스가 마른침을 삼키고 장민을 만류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위긴스가 침 착을 유지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광신도를 상대하는 건 언제나 힘겨
운 일이다. 사고방식 자체가 일반인 과는 다르니까.
힘으로 제압할 수라도 있으면 어 찌해 보겠는데, 강진호도 없고, 바토 르도 자리를 비운 이 상황에서 장민 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 다. 그가 작정하고 날뛰기 시작하면 총회의 반이 날아가는 데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진정?”
장민이 주먹을 움켜쥔다. 검붉은 마기가 울컥울컥 홀러나왔다.
“지금 진정이라고 했나?”
장민의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나는 지금 온전히 제정신이다.”
“자, 장로님.”
“중국으로 갈 방법을 찾아내라. 그렇지 못한다면 너희의 그 하찮은 삶을 여기에서 끝내주겠다. 지금 당 장 중국으로 간다.”
“자, 장로……
“당장!”
위긴스가 식은땀을 흘리는 순간, 방진훈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중국으로 가면 방해가 된다잖습 니까!”
“……뭐라 했느냐?”
장민이 고개를 돌려 방진훈을 똑 바로 바라보았다.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모골이 송 연해질 정도의 살기다. 하지만 방진 훈은 그 살기를 정면으로 받으면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가 중국으로 가봤자 쪽수 늘 리는 것밖에 더 됩니까? 회주님이 탈출하는 데 부담이 될 뿐이라구요. 그냥 닥치고 여기서 공조하는 게 낫 다잖습니까?”
“네놈이 감히……
“지금 장로님이 하는 일이 회주님 께 폐가 되고 있다는 생각은 못하십
니까?”
장민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방진훈은 한 치도 물러서 지 않고 그런 장민의 기세에 맞섰 다.
“진정하십시오. 진짜 회주님이 위 기에 처하기 전에 말입니다.”
우드득.
장민의 눈이 검붉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