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62)
마존현세강림기-1364화(1361/2125)
마존현세강림기 55권 (20화)
4장 증명하다 (5)
푸짐하게 차려진 상을 보며 이현 수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영 찝찝한데, 이거.’
음식에 독을 탔을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위생이 불결해 보여서 걱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차린 건 없지만, 조금이라도 드
셔주신다면 삼생의 영광으로 알겠습 니다.”
저리 공손히 비는 이들의 몰골을 보니 거지 굴에 쳐들어와 거지 밥을 빼앗아 먹는 느낌이 난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마교.
중국 무인계의 쓰레기 청소부라 불리던 하층민들.
수많은 마교도들이 강진호와 장민 을 따라 중국으로 넘어왔지만, 더 많은 마교도가 중국 땅에 남아 있었 다. 가족의 부양과 결코 적지 않은 나이라는 현실을 이겨내지 못한 이
들은 분루를 삼키며 한국으로 넘어 가는 이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 마교의 잔당이 여전히 중국에 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그들 앞에 나타난 이들은 그 중국의 마교도들이었다.
‘이거, 기분이 영 이상한데.’
마교도들은 마치 삼 대조 할아버 지를 만난 것처럼 공손했다. 하지만 이현수는 곧 이들의 반웅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이들에게 있어서 강진호는 삼 대조 할아버지 보다 더한 사람이 아니던가.
삼 대조 할아버지가 직접 와도
일단 바닥에 엎드리고 시작해야 하 는 사람이다.
“마존이시여, 이리 뵙게 된 감동 을 어찌 말씀드려야 할지……
이현수가 슬쩍 강진호를 돌아보고 는 필사적으로 허벅지를 움켜잡으며 옷음을 참았다.
‘곤란해하고 있어, 이 양반.’ 흰머리가 성성한 이들이 머리를 숙이는 광경을 보는 게 영 익숙해지 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보다……
강진호가 두어 번 헛기침을 하고
는 입을 열었다.
“우리를 어떻게 찾은 거지?”
“마존이시여, 마존의 존안은 모든 마교도들이 이미 숙지하고 있습니 다. 혹여나 마존을 만나 뵙게 되었 을 때, 무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장민이 시켰겠지.
그 인간이라면 그러고도 남으니 까.
“하지만 이현수를 알 수는 없었을 텐데?”
“마존이시여, 그 얼굴과 이름 역 시 모든 마교도가 알고 있습니다.
이건 장로……
“ 됐다.”
강진호가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내저었다.
“장민이 알렸겠지.”
“예. 이현수라는 자가 마존의 곁 을 지키는 경우가 많으니, 혹여나 이현수를 보게 된다면 마존께서 함 께함을 확인하라는 것이 장민 장로 의 전언이었습니다.”
강진호의 볼이 살짝 떨렸다.
‘사람이 이렇게 오지랖이 넓어도 되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지만, 장민이라는 이름 앞에서 납득 이 가버리니 환장할 노릇이다.
“그래서 우릴 알아봤다고?”
“그러합니다, 마존이시여!”
“어……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긁었다.
‘이거, 생각해 보면……
신분증으로 위장하고 어쩌고 하는 게 다 헛짓거리였던 것 아닌가. 베 이징에서 멀리 떨어진 선양에서조차 길거리에서 강진호를 알아보는 이들 이 나타나는데, 베이징에서 강진호 를 알아본 이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CCTV고 뭐고, 앞으로 잠입 같 은 건 생각도 하지 말아야겠어.”
“동감입니다.”
강진호와 이현수가 대충 상황을 이해하고 한숨을 내쉬는 동안에도, 장필재는 돌아가는 사정을 전혀 이 해하지 못했다.
“대체 이분들은?”
“……마교도라네요.”
“그러니까, 이분들이 왜 강진호 씨를……
“저분이 교주시거든요.”
장필재의 눈이 혼들렸다.
“사이비도 하십니까?”
강진호의 눈가가 경련을 일으킨 다.
이현수가 강진호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제낄까요?”
“상태 영 별론 거 같은데, 적당히 교육 한 번 해야 할 것도 같고.”
“냅 둬. 환자잖아.”
“많이 나았는데.”
“냅 둬.”
“그럼 다음 기회에.”
이현수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장필재도 이제는 총회의 식구로 봐야 한다. 강진호가 장필재를 받아 주겠다고 공언한 이상은 말이다. 얼 굴은 노안이지만, 실제로는 이현수 보다 어린 사람이 아닌가. 이제는 슬슬 총회의 분위기를 파악할 필요 가 있었다.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마교도들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장민이 보낸 이들인 줄 알았는데 알아서 강진호 를 찾아왔다니, 황당하기도 하고, 기 특하기도 하고…… 미묘한 심정이 다.
“그러니까……
“저, 그런데!”
장필재가 번쩍 손을 들어 강진호 의 말을 막았다. 강진호가 의문 어 린 눈으로 돌아보자 장필재가 단호 하게 말한다.
“배고파 뒈질 것 같은데, 먹고 하 면 안 됩니까?”
이현수가 다시 조곤조곤 물어왔 다.
“제낍니까?”
“……냅 둬. 먹어야 산다며?”
“그럼 저도 먹습니다?”
“너는 먹지 마.”
이현수가 매우 억울한 표정을 지 었지만, 강진호는 피식 웃는 것으로 이현수의 항의를 넘겨 버리고는 다 시 마교도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장민의 연락을 받았나?”
“장민 장로가 저희에게 따로 한 전언은 없었습니다. 저희는 감히 장 민 장로의 연락을 받을 수 있을 만 한 지위가 아닙니다.”
강진호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 다.
무위로 볼 때, 중요한 직책을 맡
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보인다.
“이곳에 교의 지부가 있나?”
“선양에는 딱히 지부라고 할 만한 곳이 없습니다. 대신 교도들이 모이 는 장소가 있기는 합니다.”
“흠.”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지부가 없다면 도움을 받기는 어 려울 것 같다. 이들의 사정이야 빤 하고.
‘하기야.’
북한으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무슨 도움을 받겠는가. 북한이라는 나라 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리 판단한 강진호가 입을 열려 는 순간이었다.
“회주님.”
“응?”
“이제부터는 제가 이야기하겠습니 다. 회주님은 식사하시죠.”
“응‘?”
“잘 먹으셔야 합니다. 잘 먹어둬 야 험난한 이북을 돌파할 수 있는 법이죠. 그럼 여러분은 잠시 저를 뵙죠. 이쪽으로. 자자, 이쪽으로.”
이현수가 마교도들을 잡아끌었다. 강진호가 영문을 몰라 하는 사이,
이현수가 모두를 데리고 밖으로 나 갔다.
“대체?”
이현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 간, 장필재가 국수를 후루룩 마시고 는 강진호의 옷을 잡았다.
“가시면 안 됩니다.”
“•…”응?”
“원래 이럴 때는 모르는 척하는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금방 뜯 어내고 돌아오실 테니까요.”
“••••••응?”
뜯어?
뭘?
“마존이시여, 옥체 보존하십시 오!”
“강녕하십시오! 도움이 되어드리 지 못해 죄송합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마교도들의 열렬한 배웅에 강진호 가 손을 혼들었다. 하지만 그의 얼 굴은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자, 가시죠.”
이현수가 기름이 반들반들한 얼굴 로 미소를 짓는다. 그러고는 강진호 의 팔을 잡아끌었다.
“내가……
강진호의 입에서 혼이 빠진 목소 리가 홀러나온다.
“내가 교도들에게 삥을 뜯는 날이 오다니.”
“인생 다 그런 겁니다. 그리고 말 이야 바른말이지, 삥은 무슨 삥입니 까? 잠시 빌린 거지요.”
보통 그렇게 말하면서 삥뜯거든?
“그리고 진짜 갚을 거 아닙니까? 한국으로 돌아갈 수만 있으면, 열 배로 돌려주면 그만이죠.”
그게 삥뜯는 거라고, 인마.
“아니면 지금이라도 돌려줄까요?”
“기쁜 마음으로 준 돈이니, 요긴 하게 쓰고 돌려주면 됩니다.”
“끄응.”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 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지금은 고양 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때다. 돈을 빌린 이들이 고양이가 아니라 가난 한 마교도라는 게 문제였지만.
“그런데 저 양반들, 생각보다 알 부자인 모양입니다. 이게 짭짤한데 요?”
“회주님이 고개 들고 중국 순회
한 번 하면 웬만한 건물 몇 채 올 릴 돈은 나올 것 같은데, 어떻……
강진호가 가만히 주먹을 쥐는 걸 본 이현수가 입을 닫았다.
‘그만 깝쳐야지.’
분위기를 풀어보겠답시고 평소보 다 조금 더 날뛰어봤지만, 정도를 넘으면 허리 부러지는 건 순식간이 다.
“그래서……
강진호가 살짝 끓는 목소리로 말 했다.
“이제 북한으로 들어가면 되나?”
이현수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우선은 필요한 물품을 몇 가지 구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으로 진입하면 민가를 최대한 피해서 산 길로만 남하해야 할 테니, 최소한의 물품은 갖춰야죠.”
“홈.”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사실 그의 입장에서는 산 며칠 탄다고 따로 필요한 물품이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건 강진호의 입장이고, 다른 사람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는 것 정도는 납득할 수 있다.
“최대한 빠르게.”
“알겠습니다. 그럼 물품만 구입하 고 나서 바로 북한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위긴스 님과 연 락하여 좌표를 다시 맞춰 보겠습니 다.”
“그래.”
“그럼 저쪽 카페에서 쉬고 계십시 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이현수가 빠른 걸음으로 멀어졌 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묵묵히 이현수를 바라보고 있던 강 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카페라……
“저기 말하는 것 같은데요.”
장필재가 강진호의 허락을 구하고 앞장을 섰다. 강진호는 아무 말 없 이 장필재의 뒤를 따랐다.
베이징에서 한참이나 멀어진 소도 시지만, 번화가는 한국의 모습과 그 리 다를 게 없었다. 특히나 강진호 의 눈에는 말이다. 꽤나 조용해 보 이는 카페 안으로 들어간 강진호와 장필재가 커피를 시키고는 다시 밖 으로 나왔다.
파라솔이 쳐진 간이 테이블에 앉 은 강진호가 말없이 담배를 꺼내 물
었다.
찰칵.
불을 붙인 강진호가 느긋하게 주 변을 둘러봤다.
“저…… 강진호 씨. 아니, 회주 님.”
장필재가 자신의 호칭을 정정했 다.
“말해.”
“……긴장 안 되십니까?”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게?”
“예.”
“글쎄.”
강진호가 살짝 고민해 보고는 태
연하게 대답했다.
“긴장할 이유가 있나? 위험한 건 여기나 북한이나 마찬가지지. 그리 고 이제는……
강진호가 말끝을 흐렸다.
“한국도요?”
“그렇지.”
장필재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렇죠. 한국도 위험하죠.”
그 말이 가지는 무게가 새삼 장 필재를 짓눌렀다.
‘조국이라……
평생을 바쳐 온 조국은 더 이상
그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잡아 죽이기 위해서 혈안이 되 어 있다.
여기까지 와서야 장필재는 그동안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그에게 얼마 나 큰 우산이 되어주었는지를 깨닫 고 있었다. 국적을 속이다 발각되면 무국적자로 죽어야 하는 정보원의 삶을 사는 와중에도, 대한민국에 소 속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커다 란 위안을 주고 있던 것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뭐가?”
“제가 지금 뭐 하는 건지요.”
장필재가 쓰게 웃었다.
“나를 여기로 밀어 넣어버린 상사 는 연락도 안 되고, 국가는 대놓고 제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같이하는 사람들은 국가에서 제거하려고 혈안 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니.”
장필재가 얼굴을 감쌌다.
정신없이 달아날 때는 의식하지 못한 일이다. 하지만 조금의 여유가 찾아오자마자 현실을 깨닫게 된다. 결코 알고 싶지 않은 현실이.
“회주님은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도 그리 침착할 수가 있습니까? 저 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겠습니
다.”
가만히 장필재를 바라보던 강진호 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