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63)
마존현세강림기-1365화(1362/2125)
마존현세강림기 55권 (21화)
5장 돌아오다 (1)
“침착이라……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리 보이는 모양이다.
“아닙니까?”
“글쎄.”
지금 강진호의 기분을 뭐라 정의 해야 할까.
“터지기 일보 직전이겠지.”
강진호가 씁쓸하게 웃었다.
강진호는 장필재와는 다르다. 강 진호에게는 국가가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다.
그의 첫 번째 삶은 철저한 외면 의 연속이었고, 두 번째 삶은 오로 지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국가 가 아니라, 그의 지인과 총회였다.
“우선 하나.”
“너를 버린 건 국가가 아니라 정
부겠지.”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 어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좁은 범위일지 도 모르겠고.”
“하지만 국가가 저를 보호해 주지 않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언제는 보호해 줬고?”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 결국 자기 목숨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 법 이지. 그 상대가 중국이든 한국이 드 ”
장필재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 다.
원론적인 말이다.
위로가 되지 않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소심한 걸 수도 있죠. 하지만 평범한 사람은 다들 저처럼 반응할겁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 나?”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를 빨아들였 다. 담배 끝이 타탁,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간다. 폐 속에 깊이 담배 연 기를 밀어 넣은 강진호가 느릿하게 뿜어냈다.
“나는 그저 하나를 알 뿐이야. 좌 절할 시간에 움직이면 해결할 가능 성이 높아진다는 것. 그러니 움직이 는 것뿐이야.”
장필재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때때로 느끼는 것이지만, 회주님 은 강철로 만든 사람 같습니다. 흉 내도 못 내겠네요.”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강철로 만든 사람이라……
장필재의 눈에는 그리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강진호를 완전히 반대로 파악한 말이다.
강진호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단 단해 보이는 강진호의 겉이, 실제로 는 너무 많은 상처로 뒤덮여 굳어버 린 흉터라고 말할 것이다.
피를 홀리고 또 홀려, 더는 피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상처 입고 또 상처 입는다.
무뎌지고 무뎌져, 결국에는 혼자 만의 세상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게 강진호의 두 번째 삶이었다.
“솔직히 나는 네가 어떤 기분인지 몰라.”
“그러니 위로하고 싶은 생각도 없 어.”
“냉정하네요.”
“하지만 하나는 약속해 주지.”
“••••••예?”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살아서 한국까지 따라온다면, 너 를 배신한 이들이 대가를 치르는 모 습을 보여주지.”
장필재가 입을 닫았다.
순간적으로 강진호에게서 너무도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모골이 송연 할 만큼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군.’
강진호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를 만난 덕분에 그는 이만한 일에 휘말리고도 목숨을 부 지할 수 있었다.
전신이 부러진 그의 몸을 순식간 에 거동이 가능할 만큼 고쳐 버린 것만 보더라도 이들의 능력은 의심 의 여지가 없다.
“회주님.”
장필재가 뭔가 결심한 듯 단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회주님의 능력이라면 국정원을
뒤엎는 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강진호는 말 없이 장필재를 바라 보았다.
“하지만 총리는 안 됩니다.”
“총리는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총 리를 건드리면 결국은 윗선이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와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도록 만들게 됩니다. 분노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통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예?”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실이니 참
아야 한다.”
강진호가 비릿하게 웃었다.
“그럼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 까지가 현실이 아니지?”
장필재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강진호가 손을 뻗어 테이블에 쭉 선을 그었다.
“사람에게는 모두 선이 있지. 자 신이 설정해 둔 선이, 이것을 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선이 말이야. 하지만 때때로 누군가는 이 선을 침 범하기 마련이지. 그때 갈리는 거 야.”
“어떻게……
“누군가는 반발하지만, 누군가는 이해하지. 실수니까, 한 번은 그럴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참기 마련이지. 하지만 상대는? 상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 그야••••••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을 넘은 이는 여기가 상대의 선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리고 다시 밀고 들어오지. 내가 침범당하는 걸 용납할 수 없는 구역을 흙발로 짓밟 고 들어와 태연하게 다시 선을 밀어 내지.”
장필재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반발하면 이미 몇 번이나 들어온 곳인데, 왜 이제 와 화를 내 느냐는 핀잔만 들을 뿐이야.”
납득이 가는 말이었다.
“한 번 밀려 버린 선은 다시는 제 자리로 돌아가지 않아. 그만큼 나의 구역을 내주게 되지.”
“선을•…”
“그래, 지켜야지. 지키게 만들어야 지. 여기를 넘어서는 순간, 나는 동 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너를 응징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알 려야지.”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의자에 등 을 기댔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직접 알려줄 뿐이야. 내가 정한 선을 넘 은 대가가 무엇인지.”
장필재가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강진호가 장필재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그가 총리를 응징하 려는 이유가 단순히 감정적인 이유 가 아니라는 걸 말하기 위해서다.
이건 원칙의 문제였다.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거네요.”
“딱히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 서.”
장필재가 고개를 내저었다.
강진호와 만난 지 얼마 안 된 장 필재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이상하 기는 하지만, 참 강진호답다는 생각 이 들었다.
생각하면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다른 이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 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 민해야 할 텐데, 장필재는 벌써 뒷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 면, 무의식적으로 이미 장필재는 총 리가 강진호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 단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새삼 자신이 지금 얼마나 무시무
시한 이와 마주 앉아 있는지 실감이 났다.
그때, 점원이 쟁반에 받쳐 든 커 피를 가지고 나온다. 커피를 받아 든 두 사람이 별말 없이 커피를 마 셨다.
그리고 커피가 채 바닥을 보이기 도 전에 이현수가 배낭 하나를 메고 돌아왔다.
“그건 뭐지?”
“간단한 식량과 물, 의약품, 그리 고……
이현수가 검고 작은 기계를 들어 보였다.
“GPS 입니다.”
“그건 왜?”
“……회주님은 북한 한가운데서 길을 찾아가실 수 있으십니까? 도심 지 한복판에서도 가끔 길을 잃으시 는데?”
강진호가 대답하지 못하고 슬쩍 고개를 돌렸다.
“이래서 제가 회주님을 보필해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없었으면 또 대책 없이 북한으로 뛰어들어서 강 원도로 가셨겠죠. 아니면 도착해 보 니 다시 압록강이든가.”
“북쪽과 남쪽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장물로 위성전화까지 구입했습니 다. 이제는 북한 내에서도 위긴스 이사와 연락이 가능합니다.”
“그걸 그렇게 빨리?”
“네. 아까 그분들에게 미리 물품 을 구해 달라고 요청했거든요. 역시 나 뒷세계 일을 하시는 분들이라 빠 르더라구요. 총도 구해준다는데, 말 렸습니다.”
“••••••총?”
“예.”
“중국은 총기가 합법인가?”
“에이, 설마요.”
강진호는 더는 묻지 않았다. 모르 는게나을 듯싶다.
“그리고 이거.”
이현수가 배낭에서 지도를 꺼내 들었다. 지도 안에는 북한의 국경선 이 나와 있었다.
“뭐지?”
“탈북 루트입니다. 여길 역으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그건 어디서 구했는데?”
“여기는 탈북자 브로커가 굴러다
니는 곳입니다. 탈북자 잡으려고 중 국 공안이 아니라 북한 공안들이 돌 아다니는 곳이죠. 이런 지도야 마음 만 먹으면 누구든 구합니다. 대신 돈이 좀 필요할 뿐이죠.”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뭐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런데 굳이? 그냥 강만 넘으면 되는 것 아닌가?”
“북한 놈들이 탈북자를 막겠답시 고 국경에다 지뢰를 매설해 놨습니 다. 회주님이야 괜찮으시겠지만, 저 는 발목 날아가는 건 질색이라서 요.”
장필재가 격하게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지뢰까지?”
“쟤들을 상식선에서 판단하려고 들지 마십시오. 그리고 그건 앞으로 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라는 나 라는 기본적으로 상식이라는 게 존 재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교 같다고 하더니.’
그 말이 새삼 실감이 난다. 예전 중원에서 마교를 보는 눈이 딱 이랬 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무
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곳.
생각해 보면 맞는 말도 있고, 틀 린 말도 있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 겠지.
“그럼 준비는 끝났나?”
“예. 이걸로 됐습니다.”
“출발하지.”
강진호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
어났다.
“자, 잠시만요.”
하지만 장필재는 아직 마음의 준 비가 덜된 모양이었다.
“자, 잠시만. 다리가 후들거려서.”
“소심하네.”
“그러게요.”
‘니들이 이상한 거야, 이 미친놈 들아!’
아쉽게도 장필재의 마음의 소리는 입안에서만 머물 뿐,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걸 소풍 가듯 이야기하는 놈들과 무슨 대화를 하 겠는가.
“진짜 이걸로 괜찮은 겁니까?”
“그럼?”
“아, 아니, 뭔 계획이라도……
“북한에 아는 사람도 없고, 안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모르는데 계 획은 무슨 계획이야?”
“그러다가 북한군에 걸리면요?”
“까고 튀어야지.”
U 으 »
장필재가 가슴을 쳤다.
이걸 계획이랍시고! 아니! 어? 그 런데 저 새끼는 왜 아까부터 반말이 지?
“장필재 씨.”
그런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이현 수가 피식 웃으며 장필재를 불렀다.
“예?”
“잘못되어 봤자 죽기밖에 더 하겠
습니까? 그래도 국정원 정보원이라 는 양반이 쪽팔리게.”
“정보원은 목숨이 두 개는 된답니 까?”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죽은 목숨 아닙니까?”
“하••••••
그것도 맞는 말이다.
장필재가 여기서 혼자 버텨봤자 결국 공안이나 인민군에 걸려 죽거 나 한국으로 밀항하다 바다에서 죽 는 결말밖에 남지 않는다.
죽으나 사나 이자들을 따라가야 생존의 가능성이라도 있었다.
“……네. 갑시다, 가요. 한 번 죽 지……. 빌어먹을.”
장필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커피를 입안에 단숨에 털어 넣었다.
“앗, 뜨거! 으아아아!”
커피를 내뿜은 장필재가 허리를 꺾으며 격렬하게 기침을 해 댄다. 그 모습을 보는 강진호와 이현수의 눈을 가늘어졌다.
“두고 갈까요?”
“그래도 여기까지 데리고 왔는 데……
“하, 진짜.”
이현수가 고개를 두어 번 내젓고
는 장필재를 잡고 걷기 시작했다.
말없이 두 사람의 뒤를 따르는 강진호의 눈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아직은 발 뻗고 자고 있겠지.’
하지만 곧 그들은 알게 될 것이 다.
강진호를 건드린다는 게 어떤 의 미인지.
다름 아닌 그들의 몸으로 직접 깨닫게 해줄 것이다.
‘곧 만나게 될 거야.’
그를 대면한 자들의 얼굴이 어떤 빛을 띨지 벌써 궁금해지는 강진호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