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71)
마존현세강림기-1373화(1370/2125)
마존현세강림기 56권 (4화)
1장 도착하다 (4)
방진훈의 손이 갈 곳을 찾지 못 했다.
살짝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가, 그리고 얼굴을 매만졌다가 뒤 통수를 긁었다.
손뿐만이 아니다.
제자리서 통통 뛰었다가 앞으로 슬쩍 나갔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 온다. 선 채로 다리를 떨고, 숫제 주저앉을 듯 숙였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천태훈이 그 모습을 보며 한숨 을 푹 내쉬었다.
“……진정 좀 하십쇼.”
“야, 이 새끼야! 내가 지금 진정 할 상황이냐!”
방진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핏발 선 눈을 본 천태훈이 ‘아, 뜨거라’ 뒤로 물러섰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기
세였다.
“당장 북한에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우리가 달달댄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잖습니 까.”
“야! 너는 냉정하고 침착해서 참 좋겠다, 이 새끼야! 부럽네, 아주 그냥!”
천태훈이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흥분해서 말이 통하지 않는 사 람과 억지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 은 멍청한 짓이다. 지금은 일단 방 진훈을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괜찮으실 겁니다. 어디, 그분들 이 쉽게 당하실 분들입니까? 사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어떻게 죽여 야 할지 견적이 안 나오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방진훈이 조금 납득한 듯 고개 를 끄덕이자, 천태훈이 깊게 한숨 을 내쉬었다.
“아니, 그래도 사람 일이라는 게……
u..n
천태훈이 허망한 눈을 했다.
‘아니, 사부님이 언제부터 이렇
게 부정적인 사람이셨지?’
예전에는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도 이중걸과 싸우던 사람이 아니 었는가.
‘하기야……
생각해 보면 납득하지 못할 일 은 아니다.
강진호 한 명이 사라지는 순간, 총회는 그 정체성을 잃고 붕괴할 테니까. 그럼 오히려 강진호가 둥 장하기 이전보다 더 끔찍한 상황 이 되어버릴 확률이 높다.
일단 당장 한국에 들어와 있는 저 마교도들부터 적으로 돌아서
버릴 확률이 높으니까.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상황들을 머릿속에 떠올린 천태훈이 자신도 모르게 가슴 앞으로 양손을 모았 다. 저도 모르게 기도하고 싶은 심 정이 된다. 왜 방진훈이 저렇게 초 조해하는지 되레 이해하고 만 천 태훈이었다.
“여하튼 이 개새끼들.”
방진훈이 이를 갈았다.
상황을 여기까지 몰고 온 놈들 을 생각하니, 속에서 천불이 끓어 오르는 느낌이다.
“사, 사부님, 저기!”
“ 응?”
방진훈이 격하게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 설치되어 있는 마법진이 빛을 뿜어낸다.
“ 오!”
방진훈이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하지 못하는 방진훈이었다. 일이 잘못되어 위긴 스만 귀환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으니까.
방진훈이 눈에 힘을 주고 빛을 웅시했다. 그러자 이내 빛이 조금 약해진다 싶더니, 그 안에서 사람 의 형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회주님!”
눈앞의 형상이 완전해지는 순간, 방진훈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다. 방진훈의 눈에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강진호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회주님, 괜찮으십니까? 빌어먹 을! 빨리 의사 불러!”
“호들갑 떨지 마.”
강진호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살짝 피가 난 것뿐이니까.” 살짝?
방진훈이 어이없다는 듯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전신이 피투성이 다. 머리카락까지 피에 젖어 떡이 져 있는데, 이게 살짝이라고?
“치료하셔야 합니다.”
“ 해야지.”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 여긴?”
“총회 지하에 만든 연구실입니 다.”
“총회인가.”
강진호가 잡고 있던 이현수들을 놓았다. 그러자 두 사람이 바닥으
로 털썩 쓰러졌다.
“ 끄으•…”
이현수가 신음을 흘리며 바닥을 밀어낸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킨 이현수가 다시 그 자리에 주저앉 고는 벽에 등을 기댔다.
“으…… 진짜 죽는 줄 알았네.”
“회주님! 치료를……
이현수가 방진훈에게 볼멘소리 를 했다.
“아니, 저도 부상잔데……
“넌 죽어도 돼.”
“……예?”
“아니, 죽었으면 좋겠다.”
“헐…… 예전 악감정 끌고 오시 기 있습니까?”
“시끄럽다. 닥쳐.”
“ 넵.”
방진훈이 강진호의 상태를 상세 하게 살폈다. 확실히 강진호의 말 처럼 내상은 보이지 않는다. 속이 상하지 않고, 외부만 상한 정도라 면 그나마 다행이다.
“비켜 봐.”
강진호가 방진훈을 가볍게 밀어 내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부상이신데……
“새삼스럽게.”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이 현수의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깊 게 담배를 빨아들였다.
“저도 한 대 주십시오.”
강진호가 두말없이 이현수에게 담배를 내밀었다. 담배를 받아 불 을 붙인 이현수가 벽에 등을 기댔 다. 몽롱하게 눈이 풀려 나간다.
“……이번에는 정말 죽을 뻔했 습니다.”
“그렇지.”
강진호도 이 말에는 동의했다.
“무슨, 전쟁터에 갔다 오신 반응 인데……
“ 전쟁터였지.”
“그 말이 딱 맞습니다.”
“ 엥?”
방진훈이 두 사람의 반응을 이 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설명을 듣기 위해 돌아보자, 위긴 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군. 자 네가 그 포격이 쏟아지던 모습을 눈으로 봤어야 하는데.”
“네? 포격이요? 그만한 무인들 이 북한에 있단 말입니까?”
“아니. 정말 포격.”
“ 예?”
방진훈의 눈이 더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시간을 조금 더 끌었으면 포격 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폭격이 쏟 아졌을 수도 있네.”
“..미 친놈들인가?”
방진훈이 말을 잇지 못했다.
북한에서 나름 고생할 수 있다 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 군대가 동 원돼서 포를 쏘아대는 상황을 누 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럼 저 부상이?”
“그렇다네.”
“……하기야 생각해 보면 북한
이 무슨 중국도 아니고, 회주님을 부상 입힐 정도의 무인이 있을 리 가 없죠.”
방진훈이 어이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니, 그런데 진짜 미친놈들인 가? 어떻게 사람한테 포를 쏠 생 각을 하지?”
그러라고 만든 게 장사정포다.
방진훈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간 다는 듯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 그럼 설마 자주포고 곡 사포고…… 뭐, 여하튼 그런 게 날 리는 포탄을 맞고 살가죽만 다쳐
오신 겁니까? 저 짐 덩어리들을 데리고?”
“그렇지.”
방진훈이 할 말을 잃고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이 인간은 언제나 사람을 놀래 킨다. 문제는 그 놀람의 수준이 날 이 갈수록 올라간다는 것이다.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방진훈의 시선을 받으며 강진호 가 벽에 등을 기댔다.
몸이 물먹은 솜처럼 늘어진다.
육체적으로 받은 손상은 생각보
다 크지 않다. 사람의 속을 망가뜨 리는 무학과 다르게 외상에 집중 하는 포격을 받다 보니 살가죽이 야 찢겨졌지만, 속은 멀쩡했다.
문제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 제껏 겪어온 어떤 전투보다 극심 하다는 것이다.
‘전혀 다른 개념이군.’
지금까지 강진호가 싸운 적은 언제나 실체가 있었다. 아무리 강 한 적이라 해도 눈앞에 있고, 한 번의 공격으로 쓰러뜨릴 수 없다 면, 수차례, 수십 차례 검을 휘둘 러서라도 상처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겪은 전투는 개 념을 달리했다.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포탄이 날아온다. 그리고 피하고 막을 수 는 있지만 반격을 할 수가 없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제대로 싸워보 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얻어맞기 만 했다.
“위긴스.”
“예, 로드.”
“무인이 군대를 이길 수 있나?”
“겪어보셨겠지만……
“그렇지.”
현대로 돌아온 강진호는 이미
여러 차례 이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결론은 빤했다. 일반적인 무인은 군대를 막아낼 수 없지만, 상승에 오른 무인은 군 대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 그 생각이 뒤집어 졌다.
아무리 강진호라고 해도 10km 밖에서 쏟아지는 포격에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하늘 위에서 쏟아지는 폭격에도 대응할 수 없 다.
버틸 수야 있겠지.
이를 악물고 날뛴다면 몇 개의
포대는 찾아내 곤죽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겠지.
하지만 강진호가 그 정도라면 다른 이들이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빤하다. 당장 총회만 하더라 도 강진호와 같은 공격을 받았을 때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바토르와 장민 정도가 전부다.
만 오천이 넘는 인원 중 단둘.
단둘이 다.
강진호가 깊게 담배를 빨아들였 다.
그런 강진호를 보며 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로드께서 지금 생각하시는 일 은 과거의 원탁이나 중국의 무인 들이 모두 한 번쯤 떠올린 생각입 니다.”
“그렇겠지.”
“그렇기에 원탁도, 그리고 중국 도 권력을 쥐기 위해 노력해 왔습 니다. 그리고 이제는 완연한 권력 을 손에 넣었죠. 제가 예전부터 총 회가 권력을 손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다.
“무인은 사람들의 숲 안에 숨어
서 군대의 힘을 피하고 있을 뿐입 니다. 기생충 같은 거죠. 배 안에 들러붙어 수술로는 적출이 불가능 한 기생충.”
“좋은 비유로군.”
“무인을 적대하고자 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이유야 간단하죠. 무인은 군대를 감당할 수 없지만, 사람은 무인을 막을 수 없으니까 요. 어떤 군대라 하더라도 명령을 내리는 이는 있기 마련이고. 그들 은 무인의 칼을 피할 방법이 없습 니다. 그렇기에 이 균형이 유지되 는 겁니다.”
강진호가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알고 있던 일이지.”
실감하지 못했을 뿐.
강진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 났다.
“하지만 그 명령을 내릴 수 있 는 사람이 목숨을 돌보지 않을 때 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로군.”
“……겪으셨듯이.”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상황은 알았다. 충분할 정도로 알았다. 그 몸으로 겪었으니까.
강진호의 눈은 오히려 차갑게
가라앉았다.
“위긴스.”
“예, 로드.”
“김명찬의 위치를 파악해.”
“바로 움직이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로드, 김명찬이 했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증거는 지금부터 나오겠지.”
“……예?”
“위치를 파악해 봐. 둘 중 하나 일 거다. 평소와 다를 바 없거나, 위치를 찾을 수 없거나.”
“아……
“만약 그가 우리에게서 모습을 감춘다면, 더 생각할 것도 없겠 지.”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파악해 보겠습니다.”
«으 ’’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려 바 닥에 뻗어 있는 장필재를 바라보 았다.
“치료해 줘.”
“예! 그리고 회주님도 치료를 받 으셔야 합니다.”
“ 나는••••••
“받으셔야 합니다!”
방진훈이 콧김을 뿜어내자, 강진 호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 다.
“알겠다. 셋 모두 치료를 받지.”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방진훈이 아랫사람에게 시킬 생 각도 하지 못하고 밖으로 뛰어나 갔다.
그와 동시에 위긴스가 강진호의 바로 옆으로 슬며시 다가와 작게 입을 열었다.
“ 로드.”
“ 말해.”
“설사 김명찬이 범인이라 하더
라도 그는 총리입니다. 쉽게 건드 릴 수 없습니다. 문제가 커진다면 김명찬이 아니라 정부를 상대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상관없어.”
“••••••로드.”
강진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 을 열었다.
“하나는 확실하게 알았다.”
“ 예‘?”
“공존 같은 건 불가능하다는 걸.”
위긴스의 눈이 커졌다.
“그, 그럼……
“정권이든 뭐든 반발한다면 찍 어 누른다. 어디 한 번 확인해 보 지. 그 권력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 한 것이기에 다들 이리 날뛰는지.”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