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74)
마존현세강림기-1376화(1373/2125)
마존현세강림기 56권 (7화)
2장 벌어지다 (2)
“그렇게 본다고 휴대폰이 뚫어집 니까?”
“……은솔아.”
“ 네?”
“사람이 왜 눈치가 있어야 하는 줄 아니?”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을 말도 날 잘못 만나면 대가리 깨지는 법이 거든. 너는 어떨 것 같니?”
“주둥아리를 닫아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최연하가 죽일 듯한 눈으로 노려 보자, 한은솔이 깨갱 하며 고개를 숙였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한은솔은 이미 서른여섯 번쯤 죽었 을 것이다.
“은솔아.”
“예?”
“사람이 왜 사고를 치는 줄 아
니?”
“글쎄요……
“아는 걸 못해서 그렇다, 아는
걸.”
“나는 네가 아는 걸 당연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
“아니면 코가 부러지든 머리채가 뜯겨 나갈 테니까.”
한은솔이 빙그레 웃고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아는 걸 못하는 건 누나가 제일 심하면서.’
물론 입 밖으로 낼 수는 없는 말 이다.
최연하의 기분이야 심심하면 나빠 지고 좋아지기를 반복하는 주식시장 그래프 같지만, 오늘처럼 저점을 찍 는 날은 흔치 않았다.
으득.
“누, 누나, 손톱! 손톱! 그거 비싸 게 주고……
“그럼 니 손톱 줄래?”
“……그건 아니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주둥아리 닫겠습니다.”
“그냥 대답도 하지 마.”
“예.”
한은솔이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잘못 건드리면 사단 난다.’
등 뒤에서 뭔가 음울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다. 호러 영화 감독이 지금 이 광경을 봤다면 억만 금을 들고 와서라도 캐스팅을 하겠 다고 난리를 쳤을 텐데.
‘하기야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
당장 한은솔만 해도 초조함을 어 떻게 할 수가 없다. 입장을 바꿔 한 은솔이 최연하라고 해도 평정을 유 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더 달달댔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대범한 것 같기 도 하고.
“아아아아악! 이 새끼, 왜 연락 안 해!”
아니네.
대범은 일단 취소하자.
최연하가 휴대폰을 잡아 소파로 던졌다. 그래도 최소한의 생각은 있 는지, 바닥에 던지지 않는 것만으로 도 박수를 쳐줄 만하다.
“살았으면 살았다! 죽었으면 죽었 다고 연락을 해야 할 거 아냐!”
“죽었는데 어떻게 연락을 해요?”
“왜 못해! 하면 되지!”
한은솔은 대화를 포기했다. 이건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 다.
‘빨리 어떻게든 결론이 나야 할 텐데.’
이러다가는 최연하는 둘째 치고 한은솔 자신이 말라 죽을 판이다.
“……그럼 그러지 말고 먼저 전화 를 해보시는 게?”
“그랬다가 진호 씨한테 사고라도 나면 니가 책임질래? 어?”
어쩌라고…….
한은솔이 눈을 질끈 감았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그 많고 많은 직업 중에 하필이 면 연예인 매니저를 골라 버린 한은 솔의 잘못이다. 아니, 그 수많은 연 예인 중에서 하필이면 최연하의 매 니저를 해보겠다는 말을 꺼낸 이 주 둥아리가 문제겠지.
인생이란 결국 선택이고, 모든 선 택은 합당한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 그 대가가 너무 맵다는 게 문제지만.
“아니, 참는 것도 한계가 있지! 대체 언제까……
그 순간,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최연하의 목이 획 돌아간다. 얼마 나 급격하게 꺾였는지, 목이 삐지는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러고는 비호같은 동작으로 소파 로 몸을 던져 전화기를 낚아챘다.
“ 여보세요!”
[별일 없어요?]최연하의 손이 파들파들 떨린다.
‘머리, 저…… 저 머리카락 치솟 는 거 아닌가?’
한은솔은 순간 최연하를 말려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다. 저러다가 정말 쌍욕 치는 게…….
“진호 씨는 괜찮아요?”
어?
이게 아닌데?
한은솔이 멍한 눈으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뭐지?
저 부드러운 목소리는?
방금 전까지 눈에 보이는 건 다 씹어 먹을 것 같던 악마는 어디가 고, 어찌 저런 온화한 목소리라는 말인가.
‘칸도 씹어 먹겠네.’
연기가 물이 오르다 못해 물이 철철 넘치는 수준이다.
한은솔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최 연하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피 가 날 듯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도 목소리는 부드럽게 내는 신기를 보 여주는 최연하였다. 감탄이 절로 난 다.
[네, 괜찮아요.]“지금 어디에요?”
[오늘 한국 들어왔어요. 이제는 와도 괜찮은 거예요.]“진짜죠? 어디 다친 데 없죠?
[네. 멀쩡합니다.]최연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다.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다. 이게 강진호가 무사하다는 데서 오는 안 도감인지, 아니면 이제 상황이 해결 되었다는 데서 오는 안도감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왜 연락이 이렇게 늦었어요! 속 터져 죽는 줄 알았잖아요!”
[바로 한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많았네요.]“여하튼 무사하다니까 다행이네 요. 그게 제일 중요한 거죠.”
누나, 방금 전까지 이 새끼, 저 새끼 하지 않으셨나요? 말이 좀 많 이 다른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제 한국으로 가도 된다 구요?”
[네. 괜찮을 겁니다.]“그럼 저 바로 들어갈게요. 이야 기는 나중에 해요. 나도 할 말 많으 니까.”
[네.]“진호 씨, 진짜 고생 많았어요.”
[아닙니다. 이번에 제가 폐를 끼 쳐 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폐는 무슨, 우리 사이에. 됐으니 이만 끊어요. 낯간지러우니까.”
최연하가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자 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짐 싸! 한국 가도 된대!”
“저도 들었어요!”
“빨리빨리! 이제 중국 공기만 맡 아도 죽을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중국 음식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다면서요?”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인마! 라 면 땡겨 죽을 것 같다! 집에 가자!”
한은솔이 피식 웃었다.
하기야 그 심정이야 한은솔이라고 다를 게 없다. 이제 정말 해외라면 지긋지긋하다. 집에 전화해서 일정 이 늦어지는 이유를 변명하는 것도 끔찍하고.
“얼른 집에 가자구요. 우리 엄마 는 제가 범죄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 한 줄 알아요.”
“……진짜?”
“티는 안 내려고 하는데, 그런 눈 치더라구요. 빨리 집에 가야 안심하 시지.”
“진짜 가야겠네. 얼른 준비해. 티 켓이야 가면 있겠지.”
“예. 지금 바로 준비할게요.”
한은솔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최연하도 그런 한은 솔을 거들었다. 해외 촬영이 잦아지 다 보니 이제는 짐 싸는 데 귀신이
되어버린 두 사람이었다.
순식간에 캐리어가 채워졌다.
캐리어들을 입구에 차곡차곡 쌓은 두 사람이 방 안을 다시 살폈다.
“놓고 가는 거 없지?”
“시뮬레이션만 몇 번을 했는데요. 그리고 여권이랑 지갑, 휴대폰만 챙 기면 다른 건 놓고 가도 됩니다.”
“그건 그렇지. 여권 챙겼지?”
“당연하죠. 여기…… 어? 여
품 안을 뒤적거리던 한은솔이 고 개를 갸웃했다.
“어? 이상하다? 아까 분명히
“빨리 찾아, 인마!”
“넵!”
한은솔이 기겁을 하여 캐리어를 다시 뒤지기 시작했다. 이내 여권을 찾은 한은솔이 어색한 표정으로 손 을 흔들었다.
“여기 있어요.”
“……내가 이런 놈을 믿고.”
한숨을 푹 내쉰 최연하가 바깥을 향해 턱짓 했다.
“그럼 이제 간다고 말은 해야지.”
“아, 그렇죠. 그게 예의니까. 잠시 만 계세요. 제가 가서 바로 말하고
오겠습니다.”
“그래.”
한은솔이 문을 열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사이, 최연하는 문을 고정 하고 캐리어를 하나씩 밖으로 옮기 기 시작했다.
이걸 미리 옮겨둔다고 시간이 뭐 그리 단축되겠냐마는, 한시라도 빨 리 공항으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빨리 한국 가서 샤워하고 쉬고 싶다.’
한국 가면 라면 끓여먹고 침대에 늘어져야지. 이왕이면 소주도 한 잔…….
아니, 진호 씨부터 보러 가야지. 목을 졸라 버릴 거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캐리어를 옮기던 최연하의 눈에 한은솔이 헐 레벌떡 달려오는 게 보였다.
“누나, 그 양반 지금 없다는데 요?”
“옹? 왜 없어?”
“일하러 나갔다는데요?”
“••••••그래?”
최연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걔 전화번호 있냐?”
“ 없죠.”
“그럼 연락할 방법이 없는 거지?”
“그렇죠?”
최연하가 상큼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억울하면 지가 알아서 연락하겠지. 그냥 가 자.”
“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한은솔이 재빨리 캐리어를 잡았 다.
“택시 불러야 하는 거 아냐?”
“공항으로 가야 한다니까, 차 한 대랑 운전기사 빼준대요.”
“그 차이커창인가 하는 양반이 없 는데도 그게 돼?”
“불편함 없이 모시라는 말을 들었 다고, 신경 쓰지 말라던데요?”
“그래주면 우리야 편하지. 안 그 래도 여기로 택시가 올까 걱정이었 는데 잘됐네. 그럼 얼른 가자.”
“예!”
최연하와 한은솔이 입구 쪽으로 캐리어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처음 올 때는 한 사 람당 두 개씩 들면 딱 맞던 캐리어 가 그새 두어 개 늘어나 있었다.
“쇼핑 좀 작작하라니까!”
“인마! 여기서 쇼핑이라도 안 하 면 무슨 재미로 버텨! 너나 폰 게임
좀 그만해!”
“그건 돈 안 들잖아요!”
“니가 게임에 현질하는 돈보다 누 나가 옷 사는 돈이 비율로 보면 더 적어!”
어? 그건 맞는데…….
와, 세상 억울하네.
그렇게 따지면 최연하는 무슨 짓 을 해도 검소한 사람일 수밖에 없 다. 버는 돈을 생각하면 지나가다 자동차 판매점에 들어가 차 한 대 체크카드로 질러 버려도 평범한 사 람이 장난감 차를 사는 정도의 소비
밖에는 안 될 테니까.
“더러운 자본가 같으니.”
“그 자본가한테 월급 받아 먹고사 는 사람이 누구더라?”
“제 월급은 강진호 씨가 주는데 요?”
“그 진호 씨가 더 더러운 자본가 야, 인마!”
“아, 그것도 그■러네.”
평범한 서민인 한은솔의 입장에서 는 안타깝게도 그의 주변에는 더러 운 자본가와 더 더러운 자본가들이 득실득실거렸다.
이곳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한국에서 가장 돈이 많다는 사람 이라 해도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거 대한 저택에 버젓이 살고 있는 사람 이 있다.
‘여하튼 중국은 익숙해지지가 않 는다니까.’
하지만 그것도 이젠 끝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오기는 해야겠지 만, 일단 한동안은 편안한 한국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비행기 있겠죠?”
“검색해 보든가.”
“아, 몰라요. 일단 갈래요.”
“그래. 나도 그냥 갈란다. 차라리
공항에서 밤을 새면 샜지, 이제 여 기는 더 있기 싫다.”
“동감. 격하게 동감.”
두 사람이 마지막 남은 캐리어를 들고 대문으로 향할 때였다.
“아오, 여기는 뭔 마당이 이렇게 넓어? 운동장도 아니고!”
“그래도 입구에서 가까운 쪽이라 다행이지, 안쪽 방 받았으면 캐리어 옮기다 숨 넘어갔겠어요.”
“내 말이!”
마지막 캐리어까지 모두 대문으로 옮긴 최연하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 다.
“다 끝났다. 이제 공항으로 가면 되네. 차 대문으로 오는 거 맞지?”
“예. 그럴……
그 순간, 한은솔이 눈을 크게 뜨 고 뒤쪽을 돌아보았다. 마당에서 검 은 밴 한 대가 대문 쪽을 향해 천 천히 다가온다.
“……차가 왜 안에서 나와?”
“그러게요?”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라 더니, 딱 그 짝이네. 썩을.”
최연하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를 기다렸다가 캐리어를 실으면 되는데.
“어쨌든 차에 짐을 싣……
그때, 최연하의 등 뒤에서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가는 건가?”
두 사람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 간다.
“아••••••
중국 전통 복장을 걸친 거대한 사내를 보는 순간, 최연하의 눈이 흔들렸다.
홍왕.
그가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