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75)
마존현세강림기-1377화(1374/2125)
마존현세강림기 56권 (8화)
2장 벌어지다 ⑶
한은솔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누구?’
최연하는 이미 한 번 본 적 있지 만, 한은솔이 홍왕을 보는 건 이번 이 처음이었다.
한은솔은 홍왕을 마주하는 순간, 바로 압도되는 것을 느꼈다. 당장에
라도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 아야 할 것 같은 느낌.
현대를 살아가는 한은솔에게 있어 서는 너무나도 낯선 감각이 그의 전 신을 지배했다.
“아……
그런 한은솔의 긴장을 풀어준 것 은 최연하의 태연한 목소리였다.
최연하가 홍왕을 향해 고개를 숙 인다.
“집주인께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갈 뻔했네요. 이해해 주세 요.”
“괘념치 마시오.”
홍왕이 빙그레 웃었다.
“되레 모시게 되어서 영광이었소 이다. 괜스레 부담이 될까 봐 한 번 찾아뵙지도 못했소. 이해해 주길 바 라오.”
“배려에 감사드려요. 덕분에 편히 쉬었어요.”
최연하도 부드러운 웃음으로 홍왕 의 웃음에 화답했다.
한은솔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 사람은 대체……
집주인이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 다. 그렇다면 이 아저씨가 이 거대 한 저택의 주인이라는 건데…….
‘확실히 포스가 장난이 아니네.’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본 한 은솔이지만, 사람에게 압도당한다는 느낌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강진호조차 한은솔에게 이런 느 낌을 주지는 못했다.
강진호가 은은하게 주변인을 끌어 당기고 짓누르는 사람이라면, 이자 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숨이 턱 막히 게 만드는 박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 누나는 뭔 배짱으로 저렇게 당당하지?’
한은솔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집 밖에 나올 때 간을 금고에 넣 어두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고서 야…….
그런 한은솔의 마음을 아는지 모 르는지, 최연하는 태연한 얼굴로 홍 왕과 대화를 나누었다.
“월세라도 드리고 가야 하나요?”
“하하, 그럴 리가 있겠소? 마왕 의……
“아, 제발 그 연인인가 뭔가 하는 말 좀 쓰지 말아주세요. 닭살이 돋 아서.”
“그럼 뭐라고 해야겠소?”
“나는 그 사람 여자 친구가 아니
라 최연하예요. 그냥 최연하 씨라 불러주세요.”
“음, 그렇지. 당신 역시 하나의 격을 가진 주체지.”
최연하가 이마를 손으로 짚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 사람, 너무 아저씨스럽다.
“그럼 좋소, 최연하 씨. 당신에게 돈을 받았다가는 아마 마왕이 내 목 을 자르겠다고 달려올 거요. 나는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소.”
“충분히 감당하실 것 같은데요.”
“하하, 여자에게 허세를 부리고 싶은 남자는 상대하는 게 아니오.”
홍왕이 손을 내젓고는 최연하를 응시했다.
“아무쪼록 좋은 시간이었기를 바 라겠소.”
“덕분에 정말 잘 쉬었어요. 오갈 곳 없는 저희를 받아주셔서 감사해 요.”
누나, 호텔 갈 거라 그랬잖아요.
가만 보면 저 누나, 사회생활 진 짜 잘한다니까.
“이제 한국에 가겠지만, 다음에 또 들를 수 있으면 선물이라도 사 올게요.”
“흐음, 기대하지.”
홍왕이 부드럽게 웃고는 둘을 배 웅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보기를.”
“예. 그럼.”
홍왕이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패기 넘치게 걸어가는 홍왕의 뒷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최연하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식겁했네.”
“네? 엄청 자연스러워 보이시던 데?”
“야, 떨려 죽는 줄 알았어.”
“누나도 저 사람 부담되시죠? 저 는 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네?”
최연하가 손부채질을 하며 한숨을 쉰다.
“저 사람, 왕 같지 않냐?”
“……무슨 의미로요?”
“커다란 저택에 저렇게 사는 점이 나, 밑에 사람들이 엄청 있다는 점 이나, 누가 봐도 함부로 못 건드릴 것 같은 점이나…… 중동의 왕족 같 지 않냐고.”
“듣고 보니……
좀 그런 느낌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중국 복식이 아니라 수염 기르고 터번 하나 둘렀으면 영락없 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왜요?”
“그거 있잖아. 중동의 왕족들 만 나면 내 열세 번째 부인으로 들어오 라고 한다든가.”
“갑자기 프로포즈할까 봐 쫄았잖 아.”
한은솔이 빙그레 웃었다.
그동안 무수히 깨닫고 또 깨달은 일이지만, 오늘 다시 한 번 확실하 게 깨달았다.
이 여자는 답이 없다.
“정신 좀 차리세요. 저 사람은 눈 없나?”
“눈이 있으니까 걱정했지, 인마! 눈이 없었으면 걱정했겠냐?”
아, 그러네. 말실수했다.
“이쁘면 뭐 해요, 인성이 노답인 데!”
“이거 왜 이래! 내가 왕년에는 하 루에 고백을 열두 번씩 받던 사람이 야!”
“그 고백하던 놈들이 누나랑 사귀 어서 삼 일을 버틸 수 있을 것 같 아요? 누나는 고백을 열두 번 받을
게 아니라 하루에 강진호 씨한테 열 두 번씩 절을 해야 하는 사람이에 요!”
“뭐, 인마?”
“말이야 바른말이지, 보아하니 돈 도 많고 권력도 있고,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사람 같던데, 저런 사람이 누나한테 왜 관심을 가져요. 속 터 질 일 있나!”
“이 새끼가?”
최연하가 한은솔의 귀를 잡아 당 겼다.
“아아아아! 귀! 아아! 귀귀!”
“저 사람이 속 터지는 게 아니라
너 때문에 내 속이 터진다! 이리 와, 인마! 너 오늘 푸닥거리 좀 하 자!”
“아야야야! 누나! 비행기, 비행기! 비행기 시간!”
“티켓팅 아직 안 했어! 어디서 개 수작이야!”
한은솔의 귀를 쭈욱 잡아당기던 최연하가 피식 웃고 말았다. 강진호 의 전화가 오기 전이었다면, 서로 이런 장난도 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과 강진호가 안전하다는 사실에 장난기가 돌아왔다.
“장난은 이쯤하고.”
“예? 장난이었어요?”
최연하가 묘한 눈으로 한은솔을 쏘아보았다. 한은솔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우, 운전기사님 기다리시는데, 빨 리 짐 싣고 공항으로 가죠.”
“너 공항에서 보는 눈 많다고 내 가 참아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귀신이 따로 없네.”
한은솔이 꿍얼대며 차에 짐을 싣 기 시작했다. 최연하는 여전히 인상 적인 중국식 저택을 보며 입술을 오
물거렸다.
표현하기 쉽지 않지만, 만감이 교 차한다.
‘진짜 중국이랑은 악연이네.’
딱히 이 나라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연하와는 궁합이 좋지 않은지, 올 때마다 사건이 터 지는 기분이었다.
“누나, 다 실었어요.”
“알았어. 가자.”
최연하가 차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자 기사가 두말없이 공 항을 향해 차를 몰기 시작했다.
홍왕은 멀어져 가는 차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는 여자로군.’
그의 앞에서 저렇게 당당한 여자 는 처음 봤다. 이쯤 되면 당당이라 기보다는 머리에 나사 하나 빠진 게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다.
껍데기의 아름다움을 믿고 그의 앞에서 오만하게 군 여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홍왕이 그 아름다움에 딱 히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 는 순간 대부분은 자세를 낮추기 마 련이다.
하지만 최연하는 홍왕의 자신의
아름다움에 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마왕을 등에 업었기에?
글쎄, 그건 아닐 테지.
그런 식이라면 마왕이 없는 곳에 서 홍왕에게 당당할 수는 없을 테니 까.
“잘 어울리는 한 쌍이로군.”
그건 인정해야 한다.
홍왕이 입맛을 다셨다.
생각해 보면 마왕, 강진호도 참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가 살아온 삶 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적천마존이 라는 전설을 고려해 본다면 그의 정
신 역시 홍왕과 그리 다르지 않은 세월을 겪었을 텐데, 아직도 누군가 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대 단한 일이다.
수많은 것을 겪고, 수많은 것에 상처 입은 이들은 감정이 무뎌지기 마련. 화를 내고, 분노하고, 증오할 수는 있어도 무언가를 아끼고 사랑 하기는 어려워진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토록 오랜 삶 을 버텨왔음에도 여전히 화를 내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한다.
‘부럽군.’
그건 인간의 중거다.
이제는 강함과 중화에 대한 집착, 그리고 협의에 대한 신념. 단 세 가 지만을 품고 살아가는 홍왕에게 있 어서 강진호는 불가해의 생물이었 다.
‘육체가 젊기 때문인가?’
그게 아니면 강진호가 독특하기 때문인가.
확실한 건 하나.
인간을 뛰어넘어 극한의 무를 추 구한 이들은 그 대가로 많은 것을 잃는다.
욕망.
감정.
인간미.
그 외에도 수많은 것들.
버리지 않고는 오를 수 없다. 모 두 품는다면 발이 너무 무거워지니 까.
그뿐 아니라 다른 삼왕도 마찬가 지다.
혹왕이나 창왕도 이제는 거의 인 간이라 할 수 없다. 아니, 그런 점 만 따진다면, 그들은 홍왕보다 더욱 심하다.
하지만 마왕은 아니다.
강진호는 인간인 채로 이 영역에 걸어 들어왔다. 그동안 누구도 가능
하지 않다고 여긴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냈다.
인간인 채로, 인간이기 위해 가져 야 할 것 중 그 무엇도 버리지 않 고.
물론 그 기준은 홍왕의 기준이지 만 말이다.
그렇기에 저런 사람 역시 만날 수 있는 거겠지.
홍왕이 낮게 웃었다.
‘더 강해져라, 마왕이여.’
길고 긴 정체, 길고 긴 대립.
마왕의 등장과 함께 정체는 무너 졌고, 대립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세상을 유지해 오던 균형은 뒤흔 들리기 시작했고, 오랜 세월 서로의 눈치를 보던 이들이 이제 녹이 슨 무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곧 이 세상은 전란의 파도에 휩 쓸릴 것이다.
그 모든 변화를 강진호가 가져왔 다.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던 호수에 던져진 조약돌이 호수 전체를 뒤덮 는 파문을 일으키듯이, 강진호라는 작은 존재 하나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홍왕은 직감했다.
강진호가 강해질수록 그도 강해질 거라고.
홍왕이 낮은 웃음을 흘리고는 몸 을 돌렸다.
하지만 이내 묘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멀어지는 검은 밴을 바라보았 다.
“ 아쉽군.”
강진호의 여자 친구만 아니었다면 조금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주책이 지.”
홍왕이 껄껄 웃으며 안쪽으로 천 천히 걸어 들어갔다.
“……아, 씨. 갑자기 소름.”
“왜요?”
“몰라. 갑자기 소름이 확 끼치는 데?”
최연하가 팔을 확확 쓰다듬고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뒤는 왜 보는데요?”
“나도 몰라.”
“……누나, 한 번씩 보면 정말 이 상한 거 알아요?”
“매일 봐도 이상하게 만들어줄 까?”
“주둥아리 닫을게요.”
“미리 좀 닫자, 은솔아. 미리 닫 으면 세상이 참 편할 텐데, 너는 참 세상을 힘들게 산다. 그렇지?”
“누나가 너무 편하게 사는…… 읍! 읍!”
최연하가 한은솔의 입술을 꽉 잡 고는 쭉 당겼다.
“오리 좋아하니? 할로윈에 오리 코스프레할 때, 부리 필요 없게 만 들어줄 수 있거든?”
“지……성하빈다.”
“쯧.”
한은솔의 입을 놓은 최연하가 팔 짱을 끼고는 시트에 등을 기댔다.
“좀 밟으라고 해. 이상하게 위기 감이 든다. 빨리 중국 탈출해야겠 어.”
“네.”
한은솔이 기사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최연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차 창 밖을 바라보았다.
‘진짜 중국이랑은 안 맞아.’
이래서 사람들이 내 나라, 내 나 라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제 한국으로 가니까.’ 한국으로만 돌아가면 이제는 좀 편하게 쉴 수 있겠지.
긴장이 탁 풀린 최연하가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지금 최연하는 전혀 예상 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가는 한국에서 지금까 지 겪은 것보다 더 큰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