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76)
마존현세강림기-1378화(1375/2125)
마존현세강림기 56권 (9화)
2장 벌어지다 (4)
장민의 해킹 드립이 그저 드립만 은 아니었다는 걸 깨닫기까지 걸린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제가 직접 해킹을 할 실력은 안 됩니다. 하지만 해킹을 할 수 있는 이들과는 연락할 수 있습니다.”
그런 선은 대체 어떻게 만드느냐
는 강진호의 물음에 장민은 간단히 대답했다.
“교는 중국의 수많은 범죄를 묻 고, 수많은 이들의 뒤처리를 했습니 다. 다시 말하자면, 중국의 어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곳이 교이고, 교 도들입니다. 전문적으로 타국을 해 킹하여 이득을 보는 이들과 접촉하 는 건 떡 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 죠.”
위긴스가 누누이 말했듯이…….
이제는 식상해지다 못해 쉰내까지 나는 표현을 빌리자면, 총회의 모두 는 여전히 장민과 마교의 능력에 대
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분명 했다.
“접촉합니까?”
강진호는 오랜만에 말문이 막힌다 는 느낌이 무엇인지 떠올릴 수 있었 다.
“어떻게 하지?”
“일단은 해보는 게……
“어, 음••••••
위긴스와 이현수조차 이 기막힌 상황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일단 가능하긴 한 겁니까?”
“중국 해커들을 얕보지 마라. 펜 타곤도 뚫는 놈들이다.”
“그거야 옛날에 한 번이고.”
“그 옛날에 한 번 뚫는 실력으로 도 한국 국정원 정도는 뚫을 것 같 은데?”
“어……
이현수가 대답을 망설였다.
그렇다고 대답을 해야 하는데, 왠 지 중국인인 장민에게 순순히 인정 하기에는 뭔가 울컥하는 면이 있다.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위긴스가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일단 피해만 오지 않는다면 야……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테니 까. 솔직히 국정원이든 뭐든 뚫는다
고 해서 좋은 정보가 나올 거라 생 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이라 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아, 아니, 잠시만요.”
이현수가 양손을 흔들며 두 사람 을 만류했다.
“그러니까, 저희가 중국 해커를 고용해서 국정원이나 정부 DB를 뒤 져 보자구요?”
“문제라도?”
이현수가 얼이 빠진 얼굴로 말했 다.
“아니, 물론 제가 제 스스로 착한 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
도 없지만, 그래도 제가 한국산 나 쁜 놈■이거든요. 이게 중국 놈들을 고용해서 한국 정부를 해킹한다는 게 심정적으로 거부감이……
위긴스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했 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 죽이고 다 니던 놈이 이런 곳에서 도덕과 법을 찾는군. 대체 그 머리의 도덕관이 어떤 식으로 짜여 있는지 연구해 보 고 싶을 정도야.”
“그런 말을 들어도 싸다는 건 아 는데…… 아니, 정말로 이게 좀 거 부감이 심해서……
강진호와 방진훈이 멀뚱멀뚱 이현 수를 바라봤다. 그 반응에 이현수가 입맛을 다셨다.
‘아니, 이 양반들은 애국심이라는 게 없나?’
특히나 강진호 저 양반은 군대도 갔다 온 사람이 저래야 쓰겠나.
“저는 반대입니다.”
“이유는? 그 애국심?”
“그것도 그렇지만, 국정원이나 정 부가 털린다면 그 정보가 모조리 해 커들에게 넘어간다는 뜻이 됩니다. 그놈들이야 도덕관도 없고 돈만 되 면 뭐든 하는 놈들이니, 그 정보를
따로 중국에 팔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럼 우리는 우리 돈을 들여서 중국에 한국 정보를 넘겨준 다는 건데, 이건 애국심도 애국심이 지만 좀 엿 같거든요.”
“오!”
장민이 감탄했다는 듯 고개를 끄 덕인다.
“그런 생각도 할 수 있었군. 의외 다.”
“아니••••••
“하지만 좀 얕은 생각이지. 중국 의 인터넷 대응 사령부의 능력은 해 커들을 능가하니까. 그놈들이 털지
못해서 안 건드리는 게 아니야. 어 쩌면 이미 싹 털고 흔적 없이 빠졌 을 수도 있지.”
이현수의 머리에서 김이 났다.
‘날 잡아서 IT 공부를 좀 하든가 해야지.’
이쪽으로는 전혀 문외한이다 보니 뭐가 맞고 뭐가 틀린 말인지 알 수 가 없다.
“여하튼 저는 반대입니다.”
이현수가 깔끔하게 손을 내저었 다.
“파서 뭔가 크게 나올 게 있다면 감수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뒤져
본다고 뭐가 나올 것 같지가 않습니 다. 그런 일에 리스크를 감수하는 건 멍청한 짓이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딱히 끌리지 않는군.”
“하지만 로드.”
“애국심 같은 게 아니야. 김명찬 이 그런 걸 버젓이 자료로 남겨둘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군.”
“으음.”
위긴스가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입 을 다물었다.
‘의외로 그런 건 잘 나오는 법인 데.’
사람은 생각 이상으로 용의주도하 지만, 생각 이상으로 멍청하다.
세상을 뒤흔든 스캔들이나 나라를 뒤집는 파문 같은 것은 의외로 이해 못할 만큼 허술한 관리에서부터 시 작되기 마련이다.
분명 파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 지만…….
‘회주님이 거부하시는데 굳이 말 을 물고 늘어질 필요는 없겠지.’
위긴스는 깔끔하게 생각을 정리하 고 한발 뒤로 뺐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나름의 조사 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현수
가 말했듯이 전임 국정원 요원인 장 필재를 활용해서 정보에 접근하는 건 허락해 주십시오.”
“마음대로 해.”
거기까진 강진호도 반대하지 않았 다.
“그럼 대충 정리가 됐나?”
“예.”
“그쪽은 아직 움직임이 없고?”
“딱히 움직임이랄 게 보이지 않습 니다.”
강진호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내가 한국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저들이 모를까?”
“알 겁니다.”
위긴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로드, 그 말을 기억하십니까?”
“무슨 말?”
“그 박…… 박…… 뭐였더라? 그 북한……
“박상철이라고 했지.”
“예. 그 박상철 말입니다. 그자가 이런 말을 했죠. 이 정도면 돈값은 했다.”
강진호의 눈이 가라앉는다.
위긴스가 슬쩍 강진호의 눈치를 살피고는 입을 열었다.
“그 말은 그들이 로드를 공격하는
대가로 누군가에게 돈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그렇겠지.”
“그럼 돈을 준 주체는 누구일까 요? 지금 로드를 죽이고 싶어 하는 이들은 굉장히 많을 겁니다.”
“ 많아?”
“원래 강자는 수많은 적이 있는 법이지요.”
“……계속해 봐.”
“예.”
위긴스가 살짝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많은 이들 중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이들은 단둘뿐입니 다. 하나는 중국, 그리고 다른 하나
“한국이군.”
“바로 그렇습니다.”
강진호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들을 때마 다 미묘하게 속이 쓰린 느낌이다. 국가에게 배척받는 일이야 이미 중 원에 있을 때 신물 나게 겪었지만, 그것과 이건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 중국은 북한을 움직이는 데 금전적인 보상을 할 필요가 없는 곳입니다. 다른 일이라면 몰라도 이
일은 특히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 결국 한 곳이 남죠.”
“그러니까……
담배에 불을 붙여 깊게 빨아들인 강진호가 연기를 내뿜었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돈을 찔러주 고 나를 죽이라고 했다?”
“정확할 겁니다.”
“그게 가능한가?”
위긴스가 대답 없이 이현수를 슬 쩍 돌아보았다. 그러자 이현수가 한 숨을 푹 내쉬었다.
“불가능할 이유를 찾는 게 더 어 려울 겁니다. 이미 한국은 여러 번
전례가 있습니다. 선거철에 북한에 돈을 찔러주고 한국을 공격해 달라 고 한다든가…… 그 외에도 뭐 여러 가지가 있었죠.”
“그리고 돈을 줬는가 안 줬는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 놈이 우리 앞에서 그 말을 했다는 거죠. 마치 들으라는 듯이 말입니 다.”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그도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때때로 위긴스나 이현수가 하는 말 을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
“일부러라는 건가?”
“예. 한국 정부에서 시킨 일이라 고 알려주는 거죠. 그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말입니다.”
“어째서?”
“그래야 치고받고 싸울 테니까 요.”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걸 원한다면 한국 정부에 회주 님이 탈출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 을 이유가 없습니다. 모르긴 해도 지금쯤이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담배 끝이 타들어 간다.
깊게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천천 히 내뿜은 강진호가 머리를 가볍게 가로저었다.
“그런데도 반응이 없다라…… 대답은 이현수의 몫이었다.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 다.”
강진호가 이현수와 시선을 마주친 다.
“회주님께서 한국으로 들어와 버 린 이상 저들은 회주님을 저지할 방 법이 없습니다. 시가지에 군대를 동 원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곳으로
군대를 보내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전력을 감안할 때, 총회를 치기 위 해서는 최소한 기계화 사단이 움직 여야 하는데, 기계화 사단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수도 주변을 움직이는 순간, 나라가 뒤집어질 겁니다. 대한 민국은 거기에 트라우마가 있는 나 라거든요.”
오 Q.”
M..•
위긴스가 거들었다.
“결국 이 전쟁은 이미 끝난 겁니 다. 물리력으로 로드를 저지할 방법 은 더 이상 없습니다. 또 모르지요, 삼왕계와 어떻게 협의하여 삼왕이라
도 불러온다면 모를까. 하지만 삼왕 은 중국을 비울 수 없습니다. 자리 를 비우는 순간, 남은 이들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요.”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로드를 막으려면 한국에 돌아오 기 전에 막았어야 합니다. 로드께서 한국에 들어온 순간……
위긴스가 손을 앞으로 들어 뭔가 놓는 시늉을 했다.
“체크메이트.”
“전쟁은 끝난 겁니다. 남은 것은 전후 처리지요. 그런데 이 전후 처
리라는 게 생각보다 복잡하고 추잡 합니다. 빤히 전쟁을 주도한 놈들이 증거를 내놓으라며 헛소리를 해 대 고, 다른 이들을 희생양으로 밀어 넣고 빠져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하 죠.”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주동자가 김명찬인지 아닌지야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 그자는 지금 쯤 어떤 식으로 이 상황을 면피할 건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 을 겁니다. 좀 더 용의주도한 자라 면 이미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움직 이고 있겠죠.”
강진호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일견 위긴스의 말이 맞는 것 같 다.
하지만 강진호는 못내 저 말들이 거슬렸다.
‘전쟁이 끝났다고?’
위긴스는 김명찬이 패배를 인정한 다는 전제하에 논리를 짜고 있다. 만약 김명찬이 더는 강진호를 어찌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저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만한 일을 벌인 이가 그리 쉽 게 물러선다라……
강진호가 나직하게 웃었다.
사람의 악의라는 건 때때로 같은 사람의 상식을 아주 간단하게 부숴 놓기도 한다.
그리고…… 그 악의라는 것은 절 대 멈추지 않는다.
처음 강진호를 노렸을 때의 김명 찬은 괴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 만 강진호가 자신의 의도를 계속해 서 무위로 돌렸을 때, 김명찬은 서 서히 악의에 잠식되어 갔을 확률이 높다.
지금은?
‘지금이면 괴물이 되고도 남았겠
지.’
강진호는 새삼 궁금해졌다.
그가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부류의 적.
폭력이나 계략이 아닌, 권력이라 는 힘을 가진 적이 진심으로 그를 쓰러뜨리려 들 때, 과연 어떤 식으 로 나올 건지 말이다.
길게 담배 연기를 빨아들인다. 매 캐한 담배 연기가 폐를 적시고 천천 히 밖으로 뿜어졌다.
“김명찬에게서 눈을 떼지 마.”
“예, 로드.”
“기다려 보지. 과연 저들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말이야.”
한 가지는 알아야지.
‘사냥은 이쪽에서 한다.’
김명찬들이 무슨 짓을 한다고 해 도 결국에는 발버둥 치는 사냥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더없이 섬뜩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