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79)
마존현세강림기-1381화(1378/2125)
마존현세강림기 56권 (7화)
3장 체포되다 (2)
수형복을 입은 강진호는 독거실 에 앉아 있었다.
기본적으로 입건되어 구속된 이 는 우선 유치장에 들어가서 조사 를 받고, 조사 내용에 따라 구속영 장을 발부받아 구치소로 옮겨진다 고 알고 있지만, 강진호는 조사를
건너뛰고 바로 구치소로 들어왔다. 이게 불법적인 것인지, 아니면 합법의 영역에 있는지 강진호의 지식으로는 판단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저들 역시 강진호를 그냥 수형 자로 대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 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당연히 있 어야 할 몸수색은 생략되었고, 방 배정 역시 다인실이 아니라 독방 으로 결정되었다.
정계나 재계의 거물들이나 받을 만한 대접이지만, 그런 대접을 받
는다고 해서 딱히 기분이 좋을 리 가 없는 강진호였다.
강진호가 고개를 슬쩍 내려 자 신이 입은 수형복을 바라봤다.
영화나 뉴스에서만 보던 옷을 지금 강진호가 입고 있다. 화가 난 다기보다는 황당해서 웃음이 나온 다.
‘별 경험을 다 해보는군.’
고개를 돌려 입구 쪽을 바라보 니, 커다란 물통과 음식이 담긴 식 판이 놓여 있었다.
‘밥이 잘도 넘어가겠군.’
강진호마저 밥을 먹을 생각이
들지 않는데, 평범한 사람이 죄를 짓고 이곳에 들어오면 과연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강진호가 가만히 벽에 등을 기 대고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분노?
아니, 그런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뭔가 담담해지고 있다.
현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 라 오히려 생생해진다.
‘이 벽이 지금 나를 가두고 있다 는 말이지?’
웃음이 난다.
이건 소꿉장난이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한 아이의 주변에 동그랗게 금을 그리고는 그 안에서 나오면 안 된다고 웃어 대는 장난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지금 강진호는 저들이 걸어온 장난에 어울려 주고 있다. 언제까지 이 웃기지도 않는 장난 에 어울려 줄 것인가가 문제일 뿐 이다.
그때, 누군가가 문 쪽으로 접근 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강진호 씨, 접견입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접견?’
하루 만에 올 사람이 있나? 아 니, 애초에 구치소에 들어온 첫날 부터 접견이 가능한가?
철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교도관 두 사람이 입구에 서 있다.
“식사를 마치셨으면 식기를 씻 어서 반납하셔야 합니다. 다음부터 는 그렇게 해주십시오. 나오시면 됩니다.”
강진호는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도관 하나가 수갑과 포승줄을 잡고 강진호에게 다가오려 한다.
하지만 선임으로 보이는 교도관이 손을 들어서 후임을 제지했다.
“ 포승••••••
“ 됐어.”
“하지만?”
“ 됐다니까.”
후임이 순순히 뒤로 물러난다.
선임으로 보이는 교도관이 빙그 레 웃으며 말했다.
“강진호 씨, 최대한 사정을 봐드 리겠습니다. 그러니 강진호 씨도 최대한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자는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 다.
막을 수 없는 것으로 기분 나쁘 게 만들어 사고를 유발하느니 최 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이 곳에 가두어두겠다는 의미다.
빤한 수작이지만, 어울려 줄 만 하다.
“누가 접견 온 거죠?”
“가보시면 압니다.”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 그대로 가보면 알겠지.
입구로 걸어 나가자 교도관 두 사람이 호위하듯 양쪽으로 달라붙 는다.
“ 이쪽으로.”
강진호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 은 걸음으로 안내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광경이 낯설 다.
빛바랜 횐색으로 칠해진 벽들과 푸른빛이 감도는 회색으로 칠해진 철문들도, 그리고 철문 사이로 나 있는 철창들까지…… 모든 광경이 어색하기만 했다.
닫혀 있는 창살문을 두어 개 통 과하고 나서 도착한 곳은 일반적 인 접견실이 아니라 작은 방이었 다.
교도소장실, 아니면 탕비실?
어디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접견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 만은 확실하다. 구치소의 면회는 강화 아크릴을 사이에 둔 접견실 에서 행해진다. 강진호의 짧은 상 식으로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교도관이 중앙에 놓여 있는 테 이블의 의자를 뺐다. 그러고는 친 절하게 자리를 가리켰다.
강진호는 이렇다저렇다 할 말 없이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미처 입을 열 틈도 없 이 문이 열리더니, 두 사람이 안으 로 들어왔다.
하나는 전혀 모르는 얼굴.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오랜만입니다, 강진호 씨.”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꽤나 보고 싶었던 얼굴이지만, 좀처럼 볼 수 없던 사람.
대한민국의 총리인 김명찬이 웃 는 낯으로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 다.
몸이 들썩한다.
스스로는 침착하다고 여기고 있 지만, 몸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김명찬도 그 기색을 보았는지 살 짝 질린 얼굴을 했다가 이내 침착 한 안색을 되찾았다.
“자, 다 나가지. 따로 할 이야기 가 있으니까.”
“ 괜찮으시 겠습니까? 교도관이 없으면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 있 습니다.”
“있어도 마찬가지야. 저 사람이 마음만 먹는다면 내 모가지 하나 따는 건 일도 아니지. 괜히 피해만 늘릴 뿐이야.”
“예? 저 사람이요?”
김명찬과 함께 들어온 이가 의 아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그런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체구는 오히려 평범한 이들보다 살짝 작은 느낌이다. 키야 작지 않 지만, 마른 체형이라 그리 힘이 느 껴지는 타입은 아니다.
‘국보법 위반이라더니, 북파공작 원이나 뭐 그런 건가?’
“ 소장.”
“예, 총리님.”
“시간 끌지 말고 시킨 대로 하
게. 둘이서 할 이야기가 있네.”
“예, 알겠습니다.”
“아, 잠깐.”
총리가 교도관들을 불렀다.
“미안하지만, 커피 두 잔 타 주 겠나?”
“예, 총리님.”
곧 정리가 끝나고 다른 이들이 모두 밖으로 나갔다. 강진호는 자 신의 앞에 놓인 믹스커피를 빤히 바라보았다.
“입에 그리 맞지는 않겠지만, 한 모금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여기서는 그것도 꽤 귀한 음식이
니까요.”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들어 김 명찬을 바라보았다.
“경험이 있는 모양이지.”
“집처럼 드나들던 시절도 있었 지요. 제가 오가던 시절에 비하면 지내기가 그리 나쁘지 않을 겁니 다.”
김명찬이 빙그레 웃었다.
그 표정을 보며 강진호가 실소 를 홀린다.
새삼 깨닫게 된다. 정치인이라는 존재들이 얼마나 괴물들인지. 김명 찬 역시 지금 강진호가 마음만 먹
는다면 그를 죽이는 데 1초도 걸 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 인지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강진호의 앞에서 너스레 를 떨며 웃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 이라면 강진호의 앞에 나타날 생 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이자도 사람의 가죽을 뒤 집어쓴 괴물이다.
“불편한 점은 없으십니까?”
강진호가 김명찬을 빤히 바라보 았다.
“재미있는 짓거리를 했군.”
“화를 내시는 건 충분히 이해합
니다. 제가 강진호 씨의 입장이었 더라도 화가 났겠지요. 하지만 이 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 이런 방법 이 아니고서야 강진호 씨를 통제 할 수단이 없지 않습니까?”
김명찬이 너스레를 떨려 자신의 목을 주물렀다.
“이러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제 목이 떨어져 나갔을지도 모를 일 이죠.”
“잘 아는군.”
김명찬이 가볍게 웃었다. 강진호의 눈에는 보였다.
김명찬은 최대한의 여유를 가장
하고 있지만, 그의 심장 소리는 너 무도 크고 빠르다. 그리고 숨도 가 빴다. 평범한 이들은 보지 못할 미 세한 차이가 강진호의 눈에는 똑 똑히 보인다.
지금 강진호의 앞에서 여유를 가장하는 것만으로 김명찬은 가진 체력과 정신력을 모두 소모하고 있었다.
그 역시 필사적이라는 뜻이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왜 그랬지?”
“……예?”
강진호가 살짝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말 이야. 나의 존재가 당신들에게 피 해가 된 적이 있었나?”
“나는 바깥세상을 최대한 존중 했어. 그렇기에 양보할 수 있는 것 은 최대한 양보하고, 협조할 것은 최대한 협조했지. 상황이 이렇게까 지 되고 나니 되레 궁금해지더군. 그렇게까지 나를 죽이려 한 이유 가 뭐지?”
김명찬이 손을 들어 안경을 살 짝 밀어 올렸다.
“수많은 질문을 예상했고, 그에 대한 답변도 준비했지만…… 이건 쫌 뜻밖이군요. 여기까지 와서 근 본으로 다시 돌아가는 겁니까?”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
김명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건 말씀드리려면 제 가 강진호 씨에 대한 일련의 일들 을 지시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 다만.”
“이제 와 새삼?”
김명찬이 웃고 만다.
“그렇군요. 예, 그래요. 이건 법 과는 관계없는 일이죠. 제가 모든 증거를 없애도 당신은 심증만으로 나를 죽이려 들겠죠. 그리 의심하 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 만 이런 상황에서 침묵은 바로 긍 정이다.
“그래서입니다.”
김명찬이 차가운 눈으로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최대한 협조하려 했고. 최대한 양보했다.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강진호 씨, 모르시겠습니까? 평범
한 이들에게 법이란 반드시 지켜 야만 하는 것입니다. 지키지 않으 면 벌을 받는 게 법이죠. 물론 세 상에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 역시 편법의 증거가 나오면 법에 심판을 받는 다는 건 달라지지 않습니다. 심지 어 대통령도 법을 피할 수는 없습 니다.”
김명찬이 목이 타는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당신들에게 있어서 법 이란, 그저 자신의 기분에 따라 지 켜도 되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
에 불과합니다. 협조와 양보라고 하셨죠. 알고 있습니다. 그건 저에 대한 호의였겠죠.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당신들이 정권과 각을 세 우는 순간, 어떤 법도 당신들을 구 속하지는 못할 겁니다.”
김명찬이 이를 갈 듯 말했다.
“국가라는 체제하에 법을 무시 하고, 자신의 사병을 키우는 세력 을 그대로 용인해야 할 이유가 되 레 궁금하군요. 저희가 당신들에게 호의를 보여야 할 이유가 하나라 도 있습니까?”
강진호와 김명찬의 시선이 허공
에서 마주쳤다.
두 사람다 서로에게서 눈을 떼 지 않았다.
“애초부터 협상의 여지가 없었 군.”
김명찬은 무인의 존재를 인정하 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무인들 이란 존재만으로 국가를 위협하는 사병 집단일 뿐이다. 그리고 강진 호는 태생부터 무인이다.
이건 영원히 교차되지 않는 철 길과도 같았다. 동행할 수는 있어 도 융합할 수는 없다.
결국 언젠가는 이 사단이 날 수
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나를 죽이려 했다는 건 이해하 겠다.”
강진호의 눈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의외로군. 정 말 이런 걸로 나를 잡아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김명찬이 가볍게 웃었다.
“이미 당신은 이곳에 있지 않습 니까?”
“강진호 씨, 강진호 씨는 스스로 를 잘 모르는 사람 같군요. 제가 보기에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
기는 게 뭔지 아십니까?”
“가족? 친구? 동료? 돈? 아니요,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지요. 당 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삶의 균형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당신은……
김명찬이 살짝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
“손에 쥔 무엇도 놓을 생각이 없는 욕심쟁이지요. 강진호 씨, 당 신은 희생이 뭔지 모릅니다.”
말이 섬뜩한 비수가 되어 강진 호에게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