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81)
마존현세강림기-1383화(1380/2125)
마존현세강림기 56권 (14화)
3장 체포되다 (4)
부우우웅.
김명찬을 태운 고급 세단이 도로 를 달렸다. 평소라면 안락한 뒷좌석 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봤을 김명찬 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머리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피곤한 건 오랜만이군.’
눈을 감는 순간 잠에 빠져 버릴 것만 같은 피로다.
‘기호지세야.’
멈출 수가 없다.
멈추는 순간, 그를 노리는 칼날들 이 그의 몸을 파고들 것이다. 그리 고 아마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죽음 이 그를 찾게 될 것이다.
죽음이 두려운가?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죽음이야 언제나 두렵다. 하지만 지금 김명찬은 자신에게 찾 아올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
다.
‘어차피 죽으면 썩을 몸.’
어떻게 죽는가가 뭐 그리 중요한 가. 무엇을 하다 죽는가가 중요할 뿐이지.
김명찬이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눈을 감으면 자꾸 조금 전 본 강 진호의 눈빛이 떠오른다. 자신을 노 려보던 강진호의 눈…… 그건 김명 찬에게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상징이었다.
“ 이보게.”
“예, 총리님.”
보조석에 앉아 있는 보좌관이 재
빨리 대답했다.
“내가 이상해 보이거나 그렇지는 않은가?”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 습니다.”
“평소와 달라 보인다든가.”
“아니요, 총리님. 조금 피곤해 보 이시기는 하지만, 평소의 총리님이 십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로 군.”
김명찬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딱히 뭔가를 당한 건 아닌 모양 이군.’
걸리는 것이 많다.
강진호에게 가장 강경하던 기재부 장관 석동수는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꿔 친강진호파로 돌아섰다. 믿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저들의 능력을 감안한다면 하루아침에 사람을 세뇌 해 버리는 일이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사람이 하늘을 날고, 군대 와 싸워 살아 돌아온다는 게 말이 되는가.
비인(非人).
저들은 사람이되, 사람이 아니다. 저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가 아
는 모든 상식을 의심하고 또 의심해 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잡아먹힌다.
혹시나 몰라 그가 강진호에게 우 호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그를 제외 한 채 계획한 일을 진행하라고 언질 을 해두었지만, 다행히 거기까지는 가지 않은 모양이다.
‘ 피곤하군.’
저들과 싸운다는 건 정계에서 살 아남는 것과는 또 다른 고통이었다.
‘ 피곤해.’
시트에 깊게 몸을 묻은 김명찬이 막 눈을 감으려는 순간, 그의 전화
가 울리기 시작했다. 김명찬이 손을 뻗어 전화를 꺼내 액정을 확인했다.
“만나고 나왔네.”
[그는 어떻습니까?]“글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 군. 순순히 협조할 생각이야 당연히 없겠지만, 돌발 행동은 보이지 않았 어. 놀랍도록 침착하더군. 팔다리 하 나 날아갈 각오는 했는데 말이야.”
[잘 먹혔다는 의미 아니겠습니 까?]“쉽게 움직일 수는 없겠지.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것들이 되레 그의 목을 죄고 있으니 말이야. 포
인트는 아주 간단하네. 그가 그 자 신을 위해서 다른 이들을 희생시킬 수 있느냐지. 그가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보는데 말이야.”
김명찬이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 다.
이 함정은 아주 독랄하고 잔악하 다.
이건 물리적인 함정이 아니다. 이 함정이 노리는 것은 강진호의 가치 관, 그 자체였다.
그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힘을 동원해 감옥을 부수고 나올 수 있 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그는 수배
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고, 지금까지 그가 이루어놓은 모든 것 이 무너진다.
첫째로 가족들이 범죄자의 가족이 되어 살아야 한다.
둘째로 그의 친구들은 범죄자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강진호의 삶을 파괴 해 버릴 수 있다. 집에 돌아갈 수 없고, 친구를 만날 수 없다.
그뿐 아니다.
범죄자가 사장으로 있다는 이유만 으로 MK는 수많은 불이익을 당해 야 할 것이고, 총회 역시 지금처럼
날뛸 수 없게 될 것이다.
별것 아닌 클럽 마약 사건 하나 가 촉발한 불길이 여기까지 타오를 줄은 김명찬도 상상하지 못했다.
‘공교롭다면 공교롭지만.’
그일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
[강진호만 움직이지 않는다면 모 두 제압할 수 있다는 겁니까?]“착각하지 말게. 이건 총회를 무 너뜨리기 위한 일이 아니야. 그런 상황이 온다면 강진호는 언제든 감 옥 문을 부수고 나와 모든 것을 제 자리로 돌리려고 할 걸세. 맹수를
곁에 두고 죽지 않는 방법은 하나뿐 이지. 언제든 맹수가 만족할 수 있 을 만한 먹이를 풍족하게 제공하는 거야. 나는 절대 그를 자극하지 않 을 걸세.”
[서서히 말려 죽이겠다는 거로군 요. 냄비 안에 들어간 개구리처럼.]“자꾸 착각하는데, 우린 그럴 능 력이 없다니까. 나는 그저 그가 참 아줄 동안 총회를 견제할 수 있는 체제를 정비하는 걸로 만족하네. 그 것만으로도 충분히 목적은 달성하는 것이지.”
김명찬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까 지는 확정된 것으로 알고 보고드리 도록 하겠습니다.]“워딩에 주의해 주게. 아직 확실 한 것은 아무것도 없네. 우리는 지 금 마취약도, 총도, 심지어는 올가미 도 없이 맹수를 우리 안으로 밀어 넣고 있으니까. 우리 문을 닫고 자 물쇠를 채울 때까지는 언제든 사고 가 날 수 있어. 심지어는 자물쇠를 채운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는 맹수 니까.”
[그 정도 분별력은 있습니다.]“그럼 보고하게. 그리고 이제 곧
2단계를 시행하겠네.”
[말씀과 다르게 너무 급해 보이시 는군요.]“그에게 알려줘야지. 국가가 마음 을 먹는다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말일세.”
[알겠습니다. 부디 떨어지지 마시 기를.]전화가 끊기자 김명찬이 다시 시 트에 몸을 기댔다.
‘떨어지지 말라고?’
어디에서?
절벽에서?
김명찬이 쓴웃음을 지었다.
‘마치 자신은 전혀 상관없이 구경 만 하고 있다는 듯 말하는군.’
저들은 모른다.
지금 김명찬이 무엇을 짊어지고 있는지. 강진호의 분노는 절대 자신 에게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 지 지켜봐 온 강진호는 그런 이였 다.
평소에는 왜 이런 자가 총회의 회주인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온 화하지만, 한 번 손을 쓰기로 작정 하면 말도 안 되는 광기를 뿜어낸 다.
마치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말이
다.
강진호가 한 번 광기를 뿜어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끝이지.’
이건 위험한, 너무 위험한 도박이 다.
저들은 잃어도 되는 것을 걸고, 이쪽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도박.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절대 배팅하 지 않을 도박이었다.
하지만 김명찬은 이 도박에 배팅 했다.
지지 않을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도박이든 협상이든 필숭법은 하나
뿐이다. 상대가 잃어도 된다고 생각 하는 것을 확실히 야금야금 챙기는 것.
정신을 차려보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도록 은밀하고 확실하게.
“관사에 도착하면 깨워주게.”
“예, 총리님.”
김명찬이 얼굴을 비비고는 눈을 감았다. 도착할 때까지…….
벌떡!
눈을 감은 김명찬이 자리에서 벌 떡 일어났다. 차 안이라는 것을 잠 시 잊었는지 머리가 천장에 부딪힐 뻔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 짧은 시간 동안 김명찬의 얼 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거칠게 숨을 쏟아내던 김명찬이 자리에 털썩 앉고는 고개를 내저었 다.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눈만 감으면 보인다.
자신을 노려보던 강진호의 눈빛 이.
‘잠자기는 글렀구만.’
김명찬의 얼굴에 어두운 빛이 떠 올랐다.
긴 싸움이다, 너무도 길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
“ 회주님……
이현수가 이를 악물었다.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 접견은 너 무도 쉽게 허락되었다. 구치소로 이 관된 초기에는 수형자의 안정을 위 해서 접견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례적인 조치 였다.
접견이 가능하다는 것에서 반색한
이현수지만, 막상 수형복을 입고 있 는 강진호를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
“이 개새끼들이……
그리고 그 기분을 느끼는 건 이 현수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방진훈은 당장에라도 앞으로 달려 들어 아크릴을 뜯어낼 기세였다.
위긴스가 그런 방진훈의 어깨를 꾹 눌렀다.
“진정하게.”
“아니, 씨발. 이 새끼들이 해도 해도……
“이러면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 회주님이 저걸 못 깨서
저러고 계시겠는가?”
“아니, 이사님!”
“닥치고 있으라지 않는가!”
위긴스가 고성을 내자 방진훈이 입을 닫았다.
방진훈은 지금까지 단한 번도 위긴스가 이리 험한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죽을 위기에 처해서 팔이 날아갔을 때도 피식 웃 고 만 위긴스였다.
“……죄송합니다.”
위긴스가 깊게 심호흡을 했다.
“미안하네. 내가 흥분했어.”
“아니요.”
그들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강 진호가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잘들 논다.”
“흥분할 것 없어. 이리저리 대접 받고 있으니까. 밖에 있을 때보다 더 잘 먹고 더 잘 대접받아.”
“로드•…”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강진호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 하고 있지만, 건너편에 선 세 사람 은 안쓰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진호가 괜스레 어색해질 정도로
말이다.
“로드.”
위긴스가 얼굴을 굳힌 채 말했다.
“얼마나 고초가 많으십니까. 저희 가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겠습니다.”
“괜찮다니까.”
“그 안에서 못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하다 못해 담배 한 대……
찰칵.
수형복에서 담배를 꺼내 문 강진 호가 불을 붙이자, 위긴스의 눈이 평소의 두 배는 커졌다.
그리고 얼이 빠진 이현수가 입을 열었다.
“그거 뭡니까?”
“담배.”
“……구치소에서 담배도 팝니까?”
“주던데?”
“……여기가 무슨 당나라도 아니 고, 뭔 감옥에서 담배를 주지?”
그리고 이 인간은 뭔 접견실에서 담배를 피우지?
이현수의 눈이 자연히 뒤쪽에 앉 은 이에게로 돌아갔다. 접견소는 원 칙적으로 교도관 중 하나가 뒤쪽에 서 참관을 지켜보게 되어 있다. 물
론 책상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서 앉 아 있는 것에 불과하지만.
교도관이 고개를 슬쩍 돌려 강진 호가 담배 피우는 걸 보더니, 아무 렇지도 않게 옆에서 공기 청향제를 꺼내 뿌리기 시작한다.
“……개판이네.”
강진호를 위로하러 왔다가 황당한 꼴만 보고 말았다.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쪽 입장에서는 내가 담배가 말 라서 탈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모 양이지.”
그거 의외로 확률이 높을 것 같
은데?
김명찬의 고심이 절절히 마음에 와닿는 모두였다.
“로드.”
위긴스가 억지로 표정을 굳히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대응해야 합니다. 로드께서 거기 에 언제까지 계실 수는 없잖습니 까.”
“그렇지.”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방향은 로드께 서 정해주셔야 합니다. 합법적으로 싸울지, 아니면 저희가……
“독방에 앉아서 생각을 좀 정리해
봤다.”
“하나는 확실하게 알겠더군.”
“뭘……
강진호가 입에 문 담배의 끝이 붉게 타들어 갔다.
“균형이고 나발이고, 결국 그건 허울일 뿐이야.”
이현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러는 동안 강진호의 낮은 목소 리가 그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와. 이건 전쟁이다. 칼과 주먹이 아
닌, 법과 정보로 하는 전쟁. 어떤 것이든 상관없어. 전쟁에서는 지지 않는다. 물러서지도 않는다. 그게 총 회의…… 아니, 그게 내 방식이지.”
강진호가 담배를 문 채 이를 드 러내고 웃었다.
“타협은 없다.”
“알겠습니다.”
모두의 눈에 확고한 의지가 피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