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82)
마존현세강림기-1384화(1381/2125)
마존현세강림기 56권 (15화)
3장 체포되다 (5)
뚱한 시선이 전신을 훑는다.
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 꺽 삼켰다.
그동안 그는 수많은 시선을 받으 며 살아왔다. 그중에는 원한에 가득 찬 시선도 있고, 신뢰로 가득 찬 시 선도 있었다.
은은한 두려움이 담긴 시선도, 그 리고 애정이 가득한 시선도 당연히 존재했다.
하지만 그 어떤 시선도 지금 이 눈빛처럼 강진호를 서늘하게 만들지 는 못했다.
“흐응
살짝 들려오는 높은 콧소리에 강 진호가 움찔했다.
아크릴 건너편에 선 최연하의 모 습에서 차가운 냉기가 마구 뿜어지 는 것 같다.
“내가 살다 살다……
“ 아니••••••
천하의 최연하조차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그 고생을 한 끝에 겨우겨우 한 국으로 돌아왔더니, 남자 친구라는 인간이 구치소에 처박혀 있는데.
멘탈이 남아나는 게 더 이상하다.
“……저기요, 강진호 씨.”
“네.”
“이거, 몰카예요?”
“나 지금 엄청 황당하거든?” 강진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
다.
상황이 이리되었을 때, 그가 가장 곤란하다고 생각한 일이 두 가지였 다.
하나는 가족들에게 이 상황을 어 떻게 해명하느냐는 것.
가족들에게는 체포당하는 모습을 보여 버렸으니, 그가 잡혀 있는 상 황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납득시 켜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최연하에게 이 모습을 어떻게 보이냐는 건 데…….
‘뭔 놈의 행동력이……
최연하는 강진호가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고 곧장 구치소로 쳐들어왔 다.
아마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강 진호의 소식을 듣고 구치소로 직행 한 모양이었다.
최연하의 칼날같은 눈빛이 강진호 를 쿡쿡 찔렀다.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 로 살짝 뺐다. 뒤쪽에서 참관하는 교도관도 알 수 없는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국보버 ~ 업?”
“국가보안법?”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아니, 이게 무슨 5공 시절도 아 니고, 국보법으로 사람이 잡혀 들어 간다는 게 말이나 되나? 어떻게 생 각해요?”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도 알고, 최연하도 안다.
지금 강진호에게 씌워진 누명이 얼마나 황당한 건지.
“아니죠?”
“그럼요.”
“네. 그럼 됐어요.”
최연하가 놀랄 만큼 담담하게 고 개를 끄덕였다.
“……끝이에요?”
“그럼 당사자가 아니라는데, 내가 안 믿어줄 이유가 있나?”
강진호가 살짝 흔들리는 눈으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면 총회의 사람들은 강진호가 왜 이런 꼴을 당하는지 알고 있고, 가족들은 강진호가 어떤 잘못을 저 지르더라도 이해해 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연하는 다르다.
강진호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설 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리 잡혀 있는 상황을 납득시켜야 한다. 이 어려운 미션에 난감해하던 참이었는 데, 최연하가 먼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준 것이다.
“이해해 줘서 고마……
“강진호 씨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짓을 해요. 돈은 넘쳐 나서 쓸데도 없는 사람인데. 그리고 강진호 씨, 정치는 하나도 모르잖아요.”
“대단한 신념이 있는 인생도 아니
고, 그냥 하루하루 사는 인생인데 국보법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지.”
참 잘 이해줘서 고맙기는 한 데…….
그게 뭐랄까, 어…… 기분이 좀 이상…….
“왜 이렇게 된 거예요?”
요으..”
M..•
“죄지은 거 있어요?”
“음, 그게……
강진호가 머리를 긁었다.
국보법을 위반했느냐고 하면 아니 라고 당당히 말하겠지만, 지은 죄가
있냐는 말에 없다고 대답하기에는 조막만 한 양심이 살짝 거슬린다.
결국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 이다.
“일이 조금 꼬였어요.”
“그런데 그리 걱정할 건 없습니 다. 금방 해결할 테니까요.”
최연하가 대답 없이 강진호를 가 만히 바라봤다.
뭔가 변명을 더 하려던 강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무표정해 보이는 최 연하의 안쪽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최연하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는 소매로 눈가를 쓱 문질렀다.
‘괜찮을 리가 없지.’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최연하가 워낙 남에게 약한 모습 을 보이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담담함을 가장하고 있을 뿐, 속으로 야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 아니겠는 가.
평범한 사람들도 남자 친구가 국 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치소에 수감되 었다면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텐
데, 최근에 연이어 고생을 거듭한 최연하가 느낄 감정이야 오죽하겠나 싶다.
“미안해요.”
“뭐가요?”
“내가 위로를 해줘야 하는 상황인 데, 따져 묻기만 하고 못난 꼴을 보 이네.”
강진호가 살짝 웃고 말았다.
참 이상한 여자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따져 묻거나, 최대한 상황에 관여하지 않으려 해야 할 텐 데, 오히려 강진호를 위로해 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하고 있다.
“와도 괜찮아요? 이미지가 있는 데.”
“알 게 뭐예요. 내가 지금 그런 거 신경 쓰게 생겼어요?”
“기사라도 나면 안 되잖아요.”
“내라고 해요. 내가 뭐 연예인 못 하면 죽는 병 걸렸나! 스캔들 나서 이 짓 못해 먹게 되면 강진호 씨가 먹여 살려주겠지. 돈도 많으면서.”
“그거 싹 털리게 생겼는데.”
“괜찮아요. 당신 능력이면 공사판 을 뛰어도 굶어 죽지는 않으니까. 나 의외로 가성비 좋은 여자거든
요.”
“••••••하.”
강진호가 웃었다.
구치소에 들어온 이후로 처음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웃음이었다.
“회사는 걱정하지 말아요. 난리야 났겠지만,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 까.”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뭐? 왜? 내가 그래도 이산데, 회 사에 나보다 높은 사람은 회장이랑 사장밖에 없는데 내 말 들어야지. 지들이 어쩔 건데?”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뭐요?”
강진호가 말을 하지 못하고 웃어 버렸다.
‘그러네.’
최연하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다.
하지만 강진호가 생각하는 도움이 라는 건 정신적인 의미일 뿐이다. 최연하가 그의 삶에 직접적으로 도 움이 될 거라고는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최연하가 그의 삶을 받쳐 주려 하고 있었다.
이상하지.
강진호는 주기를 원했다.
이번 삶에서 그가 원하는 건 그 저 작은 행복. 그 행복을 위해서는 그가 희생하고, 그가 다른 이들을 받쳐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강진호가 위기에 처 하자 그가 지탱한다고 생각해 온 이 들이 강진호를 지탱하려 나서고 있 었다.
그러고 보면 이들은 단 한 번도 강진호에게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받 으려 하지 않았다. 언제나 강진호가 주는 만큼, 자신들도 뭔가를 주려
했다.
강진호가 그걸 밀어냈을 뿐. 새삼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현수 씨들은 이거 알죠?”
“예.”
“회사 쪽은 내가 어떻게 해볼 테 니까, 이쪽에만 전념하라고 해주세 요. 아니면 제가 잘 아는 변호사라 도 소개시켜 드려요?”
“이쪽도 분주하게 뛰는 모양이니 까, 괜찮을 겁니다.”
“밥은 잘 나오고? 교도소 밥 끔 찍하다던데.”
“먹을 만해요.”
“사식이라도 좀 넣어줄까요? 영치 금은?”
“……딱히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사람 일을 모르는거니까, 넣어놓 고 갈게요.”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이건 강진호를 위한 게 아니라 최연 하를 위한 일이다. 그래도 뭐라도 했다는 마음을 느끼고 싶을 테니까.
“여하튼 내가…… 진짜 못살아.” 최연하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강진호에게 지금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 안 고개를 돌린 채 마음을 진정시킨 최연하가 다시 시선을 강진호에게 돌렸다.
“한 번씩 이럴 때마다 진짜 어떻 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나는 강진호 씨한테 도움이 되고 싶은데, 진호 씨가 겪은 일에 내가 도움이 되는 경우는 한 번도 없는 것 같 아.”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이건 강진호의 진심이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 은 단 한 번도 없어요.”
강진호가 최연하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그 시선에 최연하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내 가 어쩌다가 이런 양아치에게 걸려 가지고는……
“양아친 줄 알았더니 조폭 두목이 고, 조폭 두목인 줄 알았더니 국제 마피아더니…… 이제 뭐? 국가보안 법? 내가 살다 살다 간첩이랑 사귄 거예요?”
“……절대 아닙니다.”
최연하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가 배우 커리어는 포기할 수 있어도 최연하가 간첩이랑 눈맞아서 은퇴했다 소리는 죽어도 못 들으니 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누명 벗 어요. 알았어요?”
“물론이죠.”
강진호가 빙그레 웃었다.
“이제 오지 마세요. 내가 곧 나갈 테니까.”
“그건 내 마음이지. 억울하면 접 견 거부하시든가. 강진호 씨 짜증 나라고 하루에 한 번씩 올 테니까, 오는 거 말리고 싶으면 어떻게 해서 든 빨리 나와요.”
“……노력해 보죠.”
저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아, 그리고……
강진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보육원에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지금 상황에서 그런 게 걱정 이 돼요? 오지랖도 정도껏 떨어야 지.”
“별일 아닌데 애들이 괜히 신경 쓸까 봐요. 잠시 일이 있어서 해외 에 나갔다고 해주세요. 그리고 유민 이에게도 알리지 말아주세요. 중요 한 대회인데, 집중해야죠.”
“당신, 진짜……
최연하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다른 이들을 생각하는 강진호를 이해할 수가 없 었다.
살짝 눈썹을 치켜세운 최연하가 결국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어쩌겠어, 원래 이런 사람인데.’
최연하도 결국은 강진호의 그런 면에 끌린 것 아닌가.
이제와 강진호를 탓하는 것도 생각없는 짓이었다.
“그런데 정말 나올 수는 있는 거 죠‘?”
“네. 나갈 수 있습니다.”
“얼마나 걸리는데요?”
“……그건 장담 못하겠는데.”
최연하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 눈빛을 본 강진호가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이 양반이 미쳤나! 누굴 생과부 로 만들려고! 야, 이 인간아! 사형 이나 무기징역이 아니면 누구든 결 국에는 나오는 거 아냐!”
“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
길어봐야 몇 년.
아니, 몇 달.
강진호가 뒷머리를 긁었다. 그도
정확한 날짜를 특정할 수 없다. 당 장 내일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몇 년 뒤가 될 수도 있다.
최연하가 일그러뜨린 얼굴을 펴고 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봐요, 강진호 씨.”
“네.”
“나 그렇게 오래는 못 기다려요.”
최연하가 강진호를 빤히 바라봤 다.
“필러나 보톡스로 해결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내가 더 늙고 못 생겨지기 전에 빨리 나와요. 그래야
당신도 좀 덜 억울할 거 아니에요.”
강진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강진호의 눈이 단호해졌다.
“ 약속하죠.”
최연하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진짜 사기꾼이라니까.’
이런 상황에서 저런 얼굴이라니. 진짜 한 번씩은 화가 난다. 목소리 를 가다듬은 최연하가 고개를 들었 다.
“나오기만 해봐. 내가 진짜 이번
에는 머리채 다 뽑아놓을 테니까.”
저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