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84)
마존현세강림기-1386화(1383/2125)
마존현세강림기 56권 (17화)
4장 적대하다 (2)
“집에 왔으면 좀 씻으라고! 내가 항상 말하잖아!”
“거, 좀 늦게 씻는다고 사람이 죽 나? 어? 사람이 죽냐고?”
“죽는지 안 죽는지 알게 해줘?”
“……아니. 안 그러는 게 나을 것 같아.”
“욕실로 꺼져 버려!”
한진성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 혜야.”
“왜?”
“나 그냥 보육원 돌아와서 자립실 로 바로 가면 안 되냐? 이제 사는 데도 달라졌는데, 내가 왜 여기 와 서 씻고 밥 먹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그럼?”
조미혜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내가 애들 다 돌보고 관리하라 고? 나 혼자?”
그걸 니가 하는 게 아니지.
그건 선생님들이 하는 거지. 애초 에 왜 니가 애들을 관리하는데?
이 보육원은 뭔가 거꾸로 돌아가 고 있다.
“네가 꼭 다 할 필요는 없겠지만, 내가 굳이 도와야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우리 이성적으로 한 번 생각해 보자.”
“안 돼.”
“물론 의견이 다를 수는 있겠지. 하지만 반대에는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하는 법이란다.”
“오빠 혼자 자립실에서 생활하면 재수 망할 거 빤해서 안 돼.”
“……매우 합리적이네.”
도무지 반박의 여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논리였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성장하는 것 아니겠니?”
“오빠, 내가 오빠를 한 10년 봤는 데, 오빠는 기본적으로 성장이라는 게 없는 사람이야. 차라리 강아지를 데려다가 교육을 시키면 오빠보다 나은 개가 되지 않을까?”
인생이 서글프다.
매우 서글프다.
한진성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재수만 안 했어도……
여기서 이리 구박을 받고 살지는 않을 텐데.
처음에는 한 번 더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기껍던 한진 성이지만, 막상 재수를 시작하고 보 니 이건 도무지 사람이 할 짓이 아 니었다.
눈치 줄 사람이 없으니 행복한 재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과거의 자신을 찾아가 죽빵 을 날려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빨리 씻어. 오빠 밥 차려놨어.”
“그래도 밥은 챙겨주는구나.”
“애들 먹고 남은 거야.”
“……고맙다.”
한진성이 살짝 배어난 눈물을 홈 치며 욕실로 향했다.
말은 저렇게 해도 한진성이 공부 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마 음을 모를 한진성이 아니다.
‘고맙게.’
웅원해 주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런데도 공부가 아닌 다른 곳에 신경을 쓰면 안 되겠지.
한진성이 막 욕실로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오빠!”
“……아, 씻을 거야. 지금 들어가
잖아.”
“그게 아니고! 이리 와봐! 빨리!”
“씻는다니 까?”
“농담 아냐! 빨리 와봐!”
한진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조미 혜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어려 있었 다.
‘뭔 일이지?’
한진성이 방 안으로 빠르게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방 안에는 아무런 일도 없어 보였다.
“장난치……
“저거!”
“웅?”
“저거, 진호 오빠 아냐?”
“뭐?”
한진성의 시선이 조미혜가 가리키 는 곳으로 향했다.
TV.
방 한 쪽에 켜진 TV에서 뉴스가 홀러나온다. 그리고 그 뉴스에 멀리 서 찍은 듯한 사진이 자료 화면으로 나오고 있었다.
워낙 거리가 멀어서 화면상으로 얼굴을 알아보기 쉽지 않지만, 한진 성은 대번에 사진에 찍힌 사람의 정 체가 강진호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거, 지금 무슨 뉴슨데?”
대답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캐스터의 목소리가 금세 귀를 파 고들었으니까.
[현재 경찰은 K씨를 조사하는 중 입니다. 경찰은 K씨가 입북한 목적 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 며, K씨의 방북을 지원한 이들이 있는지 확인 중에 있다고 합니다. K씨는 현재 본인의 범행을 전혀 인 정하지 않고 있으며, 으씨가 대표이 사로 있는……』
“저게 무슨 소리야? 진호 형이 북한에 갔다고?”
“……그런가 봐.”
“그럼 지금 진호 형이 간첩으로 잡혀갔다는 거야?”
조미혜는 아무 말 없이 입을 꾹 다물고는 가슴 앞에 기도하듯 양손 을 모았다.
“오빠, 어떻게 해?”
한진성이라고 딱히 다른 수가 있 을 리가 없었다.
“TV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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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혜가 재빨리 TV를 껐다.
한진성이 휴대폰을 꺼내 강진호에
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동안 전화 기를 귀에 대고 있던 한진성이 얼굴 을 일그•러뜨리며 팔을 내렸다.
“꺼져 있어.”
“오빠…… 진짜 진호 오빠가 잡혀 간 거면 어떻게 하지?”
한진성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일단은 애들이 모르게 해. TV도 최대한 못 보게 하고. 알았어?”
“웅. 근데 애들도 다 휴대폰 있으 니까 곧 알 텐데.”
“아니라고 해. 얼굴은 안 나오니 까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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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민이 형…… 아니, 아니지. 지 금 유민이 형한테 말하면 안 되지.”
한진성이 양손으로 얼굴을 비볐 다. 평소 박유민은 뉴스를 잘 찾아 보는 사람이 아니니 괜찮을 것이다. 해외에 나가 있고, 워낙 중요한 대 회니까 한동안은 연습에만 집중하겠 지.
“나는 이 실장님한테 연락해 볼 게.”
“오빠.”
“신경 쓰지 마. 진호 형이 어디 간첩질할 사람이야? 그 형 눈치도 없고, 남 속이는 것도 못해서 그런
거 못해.”
“그렇긴 하지만……
“괜찮아, 괜찮아. 뭔가 오해가 있 었겠지. 진호 형이 그럴 리가 없어.” 한진성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하지만 조금 전 화면에서 본 강 진호의 모습이 눈에서 사라지지가 않는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 야?”
끝끝내 나온 한탄이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하광식이 책상을 걷어차자 책상 위에 놓인 모니터가 크게 흔들렸다.
그의 시선이 모니터에 띄워져 있 는 기사들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돌아가긴 뭘 어떻게 돌아 갑니까? 새 된 거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박규연도 표 정이 좋지는 않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모조리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강진호와 정권 간의 비리를 캐겠답시며 다른 일을 다 접 어두고 매달렸는데, 뜬금없이 강진 호가 간첩으로 체포되어 버렸다.
이런 황당한 일이 또 있겠는가.
“뭐? 씨발, 국가보안법?”
하광식이 이를 빠득빠득 갈아붙였 다.
“야, 규연아.”
“ 예.”
“우리가 이 새끼를 얼마나 쫓았 냐?”
“그야 몇 달 됐죠.”
“그래도 우리가 명색이 기잔데, 몇 달 동안 쫓은 사람이 간첩이라는 걸 몰랐다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 하냐?”
“ 그야••••••
박규연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세상일이라는 게 그런 면이 있잖 아요. 철저한 놈이었나 보죠.”
“철저? 너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선배.”
박규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가서 이야기합시다, 나가서.”
밖으로 나와 인적이 없는 곳까지 온 박규연과 하광식이 담배를 빼 물 었다.
담배에 불을 붙인 박규연이 한숨 을 쉬며 말했다.
“선배, 어쩌려고 그럽니까?”
“뭘, 새끼야?”
“간첩 아니면 어떻게 할 건데요?”
박규연의 얼굴은 이제껏 없던 심 각한 얼굴이었다.
“야, 솔직히 말해보자. 난 저 새 끼 간첩이라는 것 못 믿겠다. 어느 간첩이 저렇게 허술하냐?”
“그리고 간첩 새끼가 정부 지원 받아서 강남 땅에 빌딩 세우고 사업 한다는 게 말이나 돼? 그럼 저 정 부 새끼들도 다 간첩이게?”
“선배.”
박규연이 안쓰러운 얼굴로 하광식 을 바라봤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그럼 뭐가 중요해, 새끼야! 간첩 이 아닌 사람이 간첩으로 잡혀 들어 갔는데!”
“선배, 원래 강진호 안 좋아했잖 아요.”
“그거랑은 별개지!”
하광식이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죄지은 새끼들이 발 뻗고 자는 꼴이 보기 싫은 거야. 도둑질 한 놈이 살인죄 받고 모가지 잘리는
꼴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고!”
하광식이 다급하게 담배를 빨았 다.
“아무리 봐도 간첩이 아닌데, 갑 자기 간첩으로 몰아서 체포한다는 게 말이나 되냐? 증거라고 내놓은 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사진 한 장이 다고.”
“증거 필요 없는 거잖아요.”
“왜 증거가 필요 없어?”
“간첩 아니니까!”
박규연이 씹어뱉듯 말했다.
“모르겠어요? 저 새끼, 엮인 거라
구요. 지금 윗대가리들이 저 새끼 간첩으로 엮어서 보내려고 하는 거 잖아요.”
“그럼 진실을 밝혀야지.”
“여벌로 목숨 두어 개쯤 가지고 다니십니까? 별장에서 성접대한 애 들 폭로하려다가 사람 죽어 나가는 나라에서 정부가 마음먹고 저지르는 일을 폭로한다구요? 선배가 마티즈 를 그렇게 좋아하는 줄은 내가 몰랐 는데?”
“이 새끼야, 이게……
“정신 차려요, 선배. 아니, 형. 그 러다 형 죽어요.”
“이……
하광식이 이를 갈았다.
하지만 딱히 박규연의 말을 부정 하지는 못했다.
이건 정말 위험하다.
지금 정부는 말 그대로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문제는 그래서 더 위험하다는 것 이다. 쏟아지는 기사와 여론전에서 강진호를 반드시 묻어버리겠다는 악 의가 느껴진다. 정부가 이만큼 악을 쓰는 경우를 최근에는 본 적이 없었 다.
강력한 힘과 결합한 억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고 위협이다. 특 히나 정보를 다루고 진실에 접근하 는 이들에게는 말이다.
“그 새끼한테 무슨 의리가 있어서 우리가 목숨 걸고 진실을 밝혀줍니 까. 그러다 죽으면 그 새끼가 알아 주기라도 한대요? 아니, 알아주면 뭐? 그 새끼가 알아준다고 뭐가 달 라져요?”
“끝났어요, 형. 지금까지 조사한 게 아깝기는 하지만, 그냥 여기서 접읍시다. 더 들어갔다가는 모가지 날아가요.”
하광식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새끼야, 우린 기자야.”
“기자는 안 죽어요?”
“야, 이게……
“형!”
박규연이 고함을 질렀다.
“지금 이 새끼 간첩이라고 기사 뽑아내는 기자 새끼들은 이게 이상 하다는 걸 몰라서 기사 쓰는 것 같 아요?”
“참기자 좋죠. 참언론인 좋다구요. 그런데 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데, 왜 형만 목숨 걸어야 합니까?”
박규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진짜예요. 이건 절대 물면 안 되는 거라구요. 정 못 참겠 으면 형 혼자 하세요. 저는 이거 안 물어요.”
“갑니다.”
“야! 규연아!”
“형.”
박규연이 하광식을 빤히 보다가 말했다.
“형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거, 저 는 알아요. 기자들이 기레기 소리 듣고 사는 세상에 형 같은 사람 별
로 없다는 것도 안다구요. 그러니 까……
박규연이 하광식의 어깨를 꽉 잡 았다.
“내가 나중에 후배들한테 그 참기 자님께서 진실을 밝히려고 애쓰시다 가 자살 아닌 자살을 하셨다고 이야 기하지 않게 해주세요. 부탁 좀 합 시다. 꼭 좀, 씨발!”
박규연이 피우고 있던 담배를 바 닥으로 던지고는 발로 비벼 껐다.
그러고는 하광식의 대답을 기다리 지도 않고 회사를 향해 빠르게 걸어
갔다.
하광식이 살짝 짜증이 오른 표정 으로 그런 박규연의 등을 바라보다 가 한숨을 내쉬었다.
“꽁초는 가져가야지, 새끼야.”
바닥에 떨어진 꽁초를 주우려던 하광식이 멈칫하고는 빤히 바라봤 다. 지금 자신의 꼴이 마치 바닥에 비벼진 꽁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 죽고 싶냐고, 씨발.” 살고 싶지. 당연히 살고 싶지.
개같이 살고 싶지 않을 뿐이지.
꽁초를 주워 든 하광식이 말없이 회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이 더
없이 섬뜩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