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85)
마존현세강림기-1387화(1384/2125)
마존현세강림기 56권 (18화)
4장 적대하다 (3)
찰칵.
강진호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창을 타고 담배 연기가 모조리 뺄려 나간다. 아무리 담배를 피워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도 연기가 안쪽으로 가게 둘 수는 없다.
수감된 다른 이들에게 예의가 아
니니까.
‘며칠째지?’
이곳에 있다 보니 날짜 개념이 모호해진다.
며칠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꽤 많은 일이 있었다. 가족들과 최연하 가 한 번씩 접견을 왔고, 이현수는 날마다 접견을 신청하고 있었다.
“꼼수가 있습니다. 이게 일반인은 접견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하루에 한 번밖에 접견할 수 없지만, 변호 사는 접견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습 니다. 그러니 변호사가 접견을 신청
하면 하루 종일 접견실에서 변호사 와 노시면 됩니다. 변호를 맡아줄 변호사는 신중하게 구해야겠지만, 변호사가 한 명이어야 하는 법도 없 고, 접견용 변호사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시행할까요?”
물론 강진호는 이현수의 말을 이 해하지 못했다.
할 말도 없는데 왜 변호사와 하 루 종일 접견실에서 지내야 한단 말 인가. 불편하게.
이현수의 말에 따르면, 돈 많은 재벌이나 고위직들이 노역 등을 하
지 않도록 하루 종일 접견만 해주는 전담 변호사들도 있다는 모양이었 다.
보통 그런 변호사로는 젊고 예쁜 여변호사를 선호한다는 말까지 나왔 을 때는 아예 학을 떼고 말았다.
‘노역이 라……
다른 이들은 그런 것도 하는 모 양이다만, 강진호는 아직 노역을 나 가본 적이 없었다. 아니, 더 정확하 게 말하자면, 강진호가 이곳에서 하 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교도관도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 다른 이들이 점호를 하는
소리는 들리지만, 점호 시간에도 교 도관이 강진호의 수감실을 방문하는 경우는 없었다.
평범한 이들이라면 독거실에 홀로 가둬진 채 교도관과도 대화하지 못 한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겠지만, 강진호는 딱히 그런 고독감을 느낄 사람이 못 되었다.
그저 한없이 지루하고 갑갑할 뿐 이다.
강진호가 손을 뻗어 창살을 잡았 다.
딱히 힘을 줄 필요도 없다. 이 창 살을 잡은 채 손목을 살짝 돌리기만
해도 마치 수수깡처럼 부서질 것이 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를 가두고 있는 것은 벽도 아 니고, 창살도 아니다. 진정으로 강진 호를 가두고 있는 것은 그가 만든 세상이었다.
‘왜 안 되지?’
왜 부수고 나가는 게 안 되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부수고 나가 버릴 수 있지 않은가.
이 벽을 부수고 나가서 김명찬의 목을 잘라 버릴 수 있다.
그다음?
그다음이 왜 문제인가.
강진호가 원하는 대로 제멋대로 날뛴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이들이 있나?
오히려 저들이 강진호의 행적을 은폐하기 급급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강진호는 지금 왜 이곳 에 갇혀 있는 건가.
꾸욱.
창살을 잡은 강진호의 손가락이 창살을 우그러뜨리며 안으로 파고든 다. 하지만 이내 힘을 푼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뗐다.
‘몰렸다는 건가?’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다.
이런 상황에 내몰린 것에 대한 분노는 있을지언정, 갇혀 있다는 것 자체에서는 딱히 힘겨움을 느끼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든 나갈 수 있는 곳에 자신의 의지로 갇힌다는 건 신발 안에 들어온 굵은 모래처럼 강진호를 거슬리게 만들고 있었다.
‘죄는 짓지 말고 살아야겠네.’
한 번은 하겠지만, 두 번은 사양 이다.
강진호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갇혀 있다는 건 사람을 힘겹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다른 건 그렇 다 치고…….
‘콜라 먹고 싶네.’
아무래도 강진호에게 있어서 콜라 란 현대 사회의 상징 같은 의미인 모양이다.
최근에는 커피를 주로 마셨는데, 막상 감옥에 갇히자 커피 생각은 안 나고 콜라 생각만 난다. 사식으로 신청해 두기는 했지만 내일이나 되 어야 지급이 된다니, 그저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밖에…….
우우우우우웅.
그 순간, 강진호의 눈앞이 화악
밝아졌다.
천하의 강진호도 살짝 놀란 눈으 로 자신의 앞에 나타난 새하얀 빛무 리를 바라보았다.
이거, 어?
우우우우웅.
빛이 명멸하더니, 그 안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나타냈다.
강진호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독거실 안에 나타난 위긴스를 바라 보았다.
“어•••••• 어‘?”
“밥 가져왔습니다.”
“어?”
위긴스가 손에 든 밥상을 강진호 에게 내밀었다.
“아니면 잠시 나가서 드실?”
“……아, 아니, 아니야.”
천하의 강진호도 이 순간만은 진 심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이렇게 막 들어와 도 되나? 여길?”
“안 될 건 또 뭐 있습니까, 안 들 키면 그만이지. 식사나 하시죠.”
“누가 보면?”
위긴스가 두말없이 철문을 향해 양손을 휘저었다.
“환상을 걸어뒀으니 누가 와도 이 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돌아 갈 겁니다.”
와!
나도 마법 배울걸.
무공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네.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너털웃음 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건 황당하다 못해 어이없기까지 했다.
“상상도 못했네. 생각해 보면 당 연한 건데 말이야.”
“본래 고정관념이라는 게 사람을
속박하는 법입니다. 일단 식사하시 죠.”
“아, 그전에……
“예. 하실 말씀이라도?”
“편의점 가서 콜라 하나 사 와.”
“빨리.”
취이익.
강진호가 콜라 캔을 따고는 콜라 를 쭈욱 들이켰다.
“크
살짝 눈을 찌푸리며 콜라를 내려
놓자, 위긴스가 뭔가 오묘한 표정으 로 강진호를 바라본다.
“좋으십니까?”
“음, 뭐랄까…… 자유의 맛이라고 나 할까?”
“……잠시 못 본 새 꽤 유쾌해지 신 것 같습니다.”
“말을 잘 못해서 그런 모양이지.”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살면서 위긴스가 이렇게 반가운 건 또 처음이다. 얼마나 반갑냐면, 홍왕과 싸울 때 위긴스가 구하러 온 그 순간보다 더 반갑다.
사실 그땐 의식이 없긴 했지만.
“그런데 갑자기 왜?”
“식사 가져왔다고 하지 않았습니 까. 식사를 거의 안 드신다고 들어 서.”
“……어디서 그런 걸 듣는데?”
“저희의 정보력…… 아니, 로드께 서 계신 곳의 정보력을 얕보지 마십 시오. 교도관 한둘 매수하는 건 아 무것도 아닙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서로 속이고 매수하고…… 난리도 아니다.
‘예전 마교가 좋았지.’
일단 나보다 세면 충성하고, 나보
다 약하면 짓밟는다.
당시에는 세상에 이런 단순무식한 미친놈들이 있나 싶었는데, 현대의 삶에 너무 시달리다 보니 이제는 그 단순무식한 놈들이 그립기까지 하 다.
‘청마가 있었다면 여기까지는 안 왔을까?’
그랬을 것 같다.
이현수나 위긴스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들과 청마는 결이 다를 뿐이다. 기본적으로 청마는 자 신이 아는 모든 것을 자신의 지배하 에 두기를 원했다.
결국에는 그 욕심이 너무 커져 강진호와 대립하고 말았지만.
만약 청마가 지금 강진호의 곁에 있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전 에 정계에 스며들어 그들을 꼭두각 시로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과거, 황궁에 그런 것처럼.
‘딱히 좋은 건 아니지.’
그럼에도 지금 함께할 사람을 고 르라면, 청마보다는 위긴스다. 일단 청마는 콜라 심부름이 안 되니까.
“그리고 미리 실험도 해봐야 했습 니다.”
“실험?”
“예. 장민 장로나 바토르 님이 돌 아와서 날뛰면 제가 회주님을 잠시 모시고 나가겠습니다. 패주십시오.” 말려주십시오’가 아니라?”
“말린다고 듣겠습니까? 제가 여기 에 와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때로 는 매가 유일한 약인 상황도 있다는 겁니다.”
“……좋은 걸 배웠군.”
아주 좋은 걸 배웠어.
강진호가 슬쩍 상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가 좋아하는 음 식들만 쏙쏙 골라 챙겨 왔다. 그 와 중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챙겨
온 걸 보니, 그 센스에 박수를 쳐주 고 싶은 느낌이었다.
“일단 드시죠.”
“그전에……
“예.”
“말해봐. 바깥 상황은 어떻지?”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드시고 나서 듣는 게 나을 텐데 요.”
“먼저 말해.”
위긴스가 침중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좋지 않습니다.”
“언론이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김 명찬이 언론에 사건을 흘리라 지시 한 모양입니다. 현재 회주님은 허가 없이 북한에 입북한 간첩 취급을 받 고 있고, MK의 대표이사라는 사실 까지 언론을 타고 있습니다.”
“MK 는‘?”
“아직 수색은 들어오지 않았습니 다. 사실 수색할 생각도 없을 겁니 다. 괜히 건드렸다가 세무 관련 문 제가 나오면 자신들도 무사할 수 없 을 테니까요. 다만, 이건……
“회사라도 정상화시키고 싶으면 얼른 제안을 받고 감옥에서 썩어
라?”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습 니다.”
강진호가 벽에 등을 기댔다.
위긴스가 슬쩍 고개를 들어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강진호 의 얼굴을 보고 그가 지금 무슨 생 각을 하고 있는지를 짐작하는 건 어 려운 일이다.
다만,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위긴스.”
“예, 회주님.”
“냉정하게 생각해 보지.”
“내가 합법적으로 내 무죄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위긴스가 입을 다물었다.
이건 그의 예상과는 조금 다른 질문이었다. 그렇기에 대답하기 가…….
아니.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어렵습니다.”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저들은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만약 이 일이 실패하게 된다면, 자
신들이 무슨 꼴을 당할 건지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필사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설사 저희가 무죄를 밝힐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증거를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그 사 실을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법원도 저들의 손안에 있다는 건 가?”
“정권에게서 완벽히 독립된 사법 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건 이상 일 뿐입니다. 실제로 정권의 변화에 따라 판결은 간단하게 바뀌기 마련 입니다. 결국 법관도 사람이니까요.”
“그럼••••••
강진호가 차갑게 말했다.
“답은 정해져 있다는 건가?”
“ 로드.”
위긴스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균형을 깬다는 건 그만한 각오를 필요로 합니다. 로드께서 지금까지 지켜온 모든 것을 버릴 각오가 있으 시다면, 저희는 목숨을 내던지기를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조금 만 더 참아주십시오. 저희가 반드시 방법을 찾아내겠습니다.”
“무얼 위해서?”
“로드를 위해서입니다.”
위긴스가 강진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총회를 위해 참아달라는 말은 하 지 않습니다. 솔직히 저는 로드에게 있어서 총회가 자신의 삶을 희생해 야 할 만큼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 지 않습니다.”
M 0
95
M…•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로드의 삶이십니다. 균형을 깨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균형을 깬 대 가는 온전히 로드께서 감당하셔야 합니다. 저는 그 무게를 로드가 감 당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오해하고 있군.”
“ 예?”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총회 를 중요하게 여겨.”
“……그렇습니까?”
“총회를 위해 나를 희생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나를 위해 총회를 희 생시킬 생각도 없어.”
“••••••로드.”
“위긴스.”
“예!”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위긴스 를 바라보았다.
“나는 인내심이 그리 깊은 사람이
아냐.”
“알고 있습니다.”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서둘 러. 내 인내심이 끊어지기 전에.”
강진호가 으르렁대듯 말했다.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생각 이상으로 분노하고 계신다.’
그리고 이 분노가 끝까지 차는 순간, 세상은 재앙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거기까지 가지 않게 하는 게 위긴스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예, 로드. 하명하십시오!”
“가서 콜라 하나 더 사 와.”
“빨리 ”
“……네.”
괜히 왔다고 생각하는 위긴스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