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87)
마존현세강림기-1389화(1386/2125)
마존현세강림기 56권 (20화)
4장 적대하다 (5)
“엄마,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생각 없다.”
“그러다 쓰러져. 엄마 밥 안 먹을 거면 나도 안 먹어.”
“……지금은 정말 생각이 없어.”
“ 진짜••••••
강은영이 소리를 빽 질렀다.
“이럴 때일수록 엄마가 힘을 내야 지! 우리가 축 처져 있으면 누가 오 빠 구해줘!”
백현정이 고개를 돌려 강은영을 바라봤다.
“알았어. 먹을게. 조금만 있다가 진짜 먹을 거야.”
“약속했어?”
“그래그래.”
강은영이 영 불만이라는 눈으로 백현정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곧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백현정이 어떤 심정인지 강 은영이 왜 모르겠는가.
밥을 먹어도 모래알을 씹는 느낌 일 것이다.
“TV 좀 그만 봐, 엄마! 알지도 못하는 놈들이 제멋대로 말하는 걸 왜 자꾸 봐.”
“은영아, 쟤들이 우리 진호더러 간첩이란다.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 디 있니.”
“애가 그 추운 구치소에서 얼마나 떨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내가……
“……아니, 엄마. 엄마 아들은 알 몸으로 북극에 던져 놔도 눈 덮고 낮잠 잘 사람이야. 오빠가 추위 타
는 것 본 적 있어?”
“네가 몰라서 그래. 걔가 어릴 때 몸이 얼마나 약했는데.”
“그거 20년 전이야, 엄마. 20년이 면 새끼 거북이도 사람만 해진다 고.”
“자꾸 긁을래?”
“아니.”
강은영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서 아빠는 오늘도 가게 여신 대?”
“이럴 때일수록 사람이 자기 본분 을 놓으면 안 된단다.”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미련하다
고 해야 할지.”
강은영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TV를 틀면 온통 강진호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아무리 이게 국가보 안법 위반 사건이라지만, 강은영은 전에 이런 주제로 뉴스가 도배되는 걸 본 적이 없다.
지속적인 보도에서는 심지어 악의 까지 느껴진다. 반드시 강진호를 재 기 불능으로 묻어버리겠다는 악의 말이다.
“나쁜 새끼들.”
강진호의 실루엣과 인적 사항이 워낙 자주 TV에 나오다 보니, 이제
강은영의 지인들도 하나둘씩 연락을 해온다.
강은영이 소속사의 회장이 오빠라 는 말을 하고 다니지 않았기에 단순 히 소속사 문제에 대한 위로 연락인 경우가 많지만, 지금의 강은영에게 는 그것마저 스트레스였다.
강은영이 SNS를 켰다.
아니나 다를까, 슬슬 반복되는 뉴 스가 지겹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럼 그렇지,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댄데!’
매스컴을 이용해 여론 몰이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실시간으 로 국민들의 반응이 웹으로 표출되 는 시대다.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지 금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어?”
강은영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이거 뭐야?”
강은영의 눈에 실시간으로 올라오 는 타임 라인들이 보인다.
– 내 친구가 구치소에서 근무하 는데, 이번에 그 간첩 사건 연루된
회장한테 최연하가 자주 접견 신청 하고 찾아간다는데? 이거, 최연하도 관련 있는 거 아냐?
–
회장이 간첩인데 소속 연예인 이라고 간첩 아닐 이유도 없지 않 나? 그러고 보면 최연하 요즘 한국 활동 별로 안 하고 중국 활동만 하 는 것 같던데? 중국에서 북한이랑 접촉해도 이상할 거 있나?
–
최연하가 간첩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건지 머리를 해부해 보고 싶다. 여러분.
니들도 안 하는 걸 최연하가 할 리 가 있을지 생각을 좀 해보세요. 머 리에 뇌 대신 우동 사리가 찬 게 아니라면요. 최연하가 뭐가 아쉬워 서 그런 짓을 함?
–
MK 회장은 왜 그런 짓을 했 을까? 보아하니 나이도 어리고, 돈 도 많고, 심지어 학력까지 좋은 것 같던데? 나는 그렇게 하루라도 살아 봤으면 좋겠는데…… 복에 겨웠지.
–
애초에 MK가 북한 자본으로 만든 곳 아냐? 거기, 무슨 사업하는
지도 불명확하다는 말이 있던데? 이 게 사실이라면 강남 땅 한복판에 북 한이 빌딩 세우고 사업한다는 건데, 이거야말로 남북 화합의 숨길 수 없 는 증거겠네. 김일성이 저승에서 박 수칠 듯.
– 아무리 생각해 봐도 소속사 사장을 일주일에 네 번씩 면회 간다 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다. 특히나 이미지가 중요한 최연하 같은 연예인이. 킹리적갓심으로 나 는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관계인 것 같다.
—
선남선녀 OX?
–
남남북녀겠지. 아니, 남녀북남 이라고 해야 하나?
“어……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쩌억 벌린 강은영이 손을 들어 입을 를어막았 다.
“엿 됐다.”
상황이 갈수록 꼬여가고 있었다.
“누나, 너무 자주 가는 거 아니에 요?”
“스케줄 없잖아.”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요.”
“운전이나 똑바로 해.”
“누나.”
최연하의 눈꼬리가 쭉 올라갔다.
“안 그래도 속에서 천불 나는데, 너까지 자꾸 긁을래?”
“야! 내가 열녀는 아니지만, 그래 도 남자 친구가 누명 쓰고 구치소에
처박혀서 콩밥 먹고 있는데, 얼굴이 라도 비춰야 할 거 아냐! 그게 여자 친구 된 사람의 최소한의 도리 아 냐?”
“아니, 이러다가 소문이라도 나 면……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차나 몰아. 내가 MK엔터테인먼트 이산 데, 회장 만나러 가는 게 뭔 문제 야?”
한은솔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물론 문제는 없다. 하지만 세상일 이라는 게 어디 그런가. 자그마한 꼬투리라도 잡히면 죽을 때까지 물
어뜯는 게 언론과 인터넷의 습성이 다.
‘그렇다고 말릴 수도 없고.’
중국에서 살이 포동포동 올라서 돌아온 최연하가 단 일주일 만에 출 국하기 전보다 더 말라 버렸다. 스 트레스가 얼마나 심해 보이는지, 원 형 탈모라도 오는 게 아닐까 걱정이 다.
심지어 그 최연하가 짜증도 내지 않는다.
이번 일로 한은솔은 최연하가 정 말 스트레스가 극한에 달하면 주변 인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런 케이스는 과거 중국 시골로 촬영 갔을 때 이후로 처음이다.
그때, 최연하가 거의 영양실조 직 전까지 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의 최연하가 얼마나 극심한 스 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도저히 강진호를 보 러 가지 말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 라는 소리를 할 수 없었다.
‘그래. 차라리 얼굴이라도 보는 게 낫지.’
한은솔이 한숨을 내쉬며 차를 한
쪽에 댔다.
“다 왔어요.”
“갔다 올게. 어다 가서 좀 쉬고 있어.”
“괜찮아요. 어차피 접견 시간도 쥐꼬리만큼 주더만. 차 대놓고 기다 리고 있을게요.”
“그래, 그럼.”
최연하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 를 꼈다. 그러고는 주변을 한 번 둘 러보더니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한은솔이 차에서 내려 구치소 쪽 으로 뛰어가는 최연하를 빤히 바라 보았다.
“참 파란만장하다, 파란만장해.”
강진호를 만나기 전에도 나름 파 란만장한 삶을 살던 최연하지만, 강 진호를 만난 이후로는 파란만장하다 못해 스펙터클한 인생을 살고 있다.
톱스타로서 구치소에 남자 친구 면회 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누가 또 있겠는…….
“저, 저거 뭐야?”
한은솔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다 가 차 천장에 머리를 찧었다.
“악!”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잡은 한은솔 이 다시 앉지도 못한 채 기겁하여
앞쪽을 바라봤다.
“히 익!”
대체 어디서 숨어 있었는지, 최연 하가 구치소에 접근하자마자 갑자기 좌우에서 수십 명이 일제히 달려들 었다. 그들의 손에 들린 마이크를 보는 순간, 한은솔의 얼굴이 새파랗 게 질려 버렸다.
‘망했다.’
기자다!
‘빌어먹을, 어디서 냄새를 맡은 거지?’
저만큼의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 다는 건 최연하가 강진호를 만나러
온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 다. 그렇다면 그동안 최연하가 꾸준 히 강진호를 면회해 왔다는 사실도 이미 입수했을 확률이 높았다.
한은솔이 차문을 벌컥 열고 밖으 로 뛰쳐나갔다.
망한 건 망한 거고, 일단 저 상황 을 어떻게 해야 한다. 한은솔이 발 이 터져라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최 연하에게 달려갔다.
“잠깐! 잠까아아안!”
하지만 그의 힘으로 수십 명의 기자들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최연하의 주변으로 인의 장
막이 펴졌다.
“최연하 씨, 구속된 MK 회장을 만나러 오신 겁니까?”
“K씨가 구속된 이후로 몇 번이나 면회를 오셨다고 하는데, K씨와는 어떤 관계이십니까? 단순한 직장 동 료 사이가 맞습니까?”
“MK가 북한의 자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렇다면 MK엔터 테인먼트 역시 같은 곳의 지원을 받 는 것 아닙니까? MK엔터테인먼트 의 이사로서 답변 부탁드립니다.”
“최연하 씨, 이쪽 한 번 봐 주세 요! 어차피 다 아니까 마스크 벗읍
시다!”
“아, 밀지 마! 여기 민다고 더 들 어갈 데 있냐고!”
“너, 이 새끼! 어디 기자야?”
“최연하 씨! 최연하 씨! 다 알고 왔으니까 좋게좋게 갑시다! 강진호 씨와 정확하게 무슨 관계입니까?”
질문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구치소 벽에 몰린 최연하가 아무 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기자들의 질 문을 그저 듣고만 있다.
“최연하 씨, 한 말씀 해주십시오.”
“팬들의 실망이 큰데요, 팬들에게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K씨가 지금 국가보안법 위반 혐 의를 받고 있는데요, 회사 생활을 같이하시면서 이상한 기미를 느끼지 못하셨습니까? 모를 수가 없을 텐데 요!”
한은솔이 이를 악물고 기자들을 밀어냈다.
“비키세요! 비키라구요! 아, 진짜! 비키라고!”
잡아끌고, 밀쳐 내고, 걷어차 보 기까지 했지만, 기자들은 절대 길을 열어줄 생각이 없다는 듯 온몸으로 버렸다.
“뭐야, 너!”
“최연하 씨 매니저입니다! 당신 들, 이거 누구 허락받고 취재하는 거야?”
“취재에 허락이 왜 필요해! 저리 꺼져!”
“이 인간들이 진짜 뒈질려고!”
뒤쪽의 기자들이 한은솔을 막는 동안에도 최연하에게는 질문이 쏟아 졌다.
“최연하 씨, 한 말씀 해주십시오! 정말 강진호 씨와 아무 관계가 아닙 니까?”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왜 몇 번 이고 면회를 하신 겁니까? 업무 관
계로 접견했다기에는 너무 잦은 것 아닙니까?”
“국민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 니다, 최연하 씨!”
‘누나, 아니라고 우겨야 해요!’
최연하에게는 그동안 쌓아놓은 이 미지가 있다.
이보다 더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해도 최연하가 곤란하다는 얼굴로 그런 게 아니라고 하면 팬들은 믿어 줄 것이다. 당장 확실한 증거를 들 이밀지 않으면 코어팬은 돌아서지 않는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얼버무 릴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은…….
그 순간, 한은솔의 눈에 최연하가 고개를 드는 모습이 들어왔다.
“아••••••
한은솔의 입에서 참을 수 없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한은솔 은 알 수 있었다. 최연하의 눈에 독 기가 들어차 있다.
그 눈을 보는 순간, 한은솔의 전 신에 소름이 돋았다.
‘아, 안 돼.’
절대 안 돼!
“누, 누나! 누나, 진정하세요! 누
나! 누나아아아아아!”
그 순간, 최연하가 마스크를 잡아 빼더니 모자를 벗었다. 긴 생머리가 찰랑이며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영 화의 한 장면 같다.
평소 카메라를 볼 때마다 영업용 미소를 짓던 최연하가 아니다. 꿈틀 꿈틀 경련하는 눈가와 질끈 깨문 입 술.
분노한 여왕이 천천히 입을 열었 다.
“ 뭐?”
한은솔이 눈을 질끈 감았다.
끝이다.
최연하가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앙칼진 목소리로 고함쳤다.
“뭐? 내가 내 남자 친구 만나러 가는데 니들이 왜? 뭐, 불만 있어? 어!”
마치 파티 시작을 알리는 폭죽처 럼 카메라 플래시가 연이어 터졌다.
훗날, 대한민국 연예계 역사상 가 장 강렬한 열애 인정이라 평가받는 최연하의 외침이 터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