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88)
마존현세강림기-1390화(1387/2125)
마존현세강림기 56권 (21화)
5장 거래하다 (1)
[뭐? 내가 내 남자 친구 만나러 가는데, 니들이 왜? 뭐, 불만 있어? 어!]강은영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헐, 저 언니 미쳤나 봐!”
SNS에 이상한 이야기가 올라오는
것까지야 어떻게 수습할 수 있다.
SNS는 SNS.
그 여론이라는 게 기사화되어 일 반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것과는 간 격이 있으니까.
하지만 저건 아니지, 저건.
“와, 저걸 뭐라고 해야 하나?”
강은영은 할 말을 잃은 채 기자 들을 밀쳐 내고 구치소로 들어가는 최연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동영상이 끊기고 패널들이 이런저 런 말을 늘어놓았지만, 강은영의 귀 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차피 빤한 이야기기도 하고.
TV를 꺼버린 강은영이 SNS를 켰 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들이 너 무 많아서 뭐부터 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폭발적이네.’
그렇겠지.
최연하는 당대의 톱스타다. 수많 은 별이 뜨고 지는 연예계지만, 지 금의 연예계에서 가장 높이 빛나는 별이 최연하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그냥 열애설만 나도 뒤집어질 일 인데, 본인이 직접 인정한데다 그 대상이 지금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
는 사람이라니.
‘이거보다 큰 사건이 연예계에 있 었나?’
정점에 있는 연예인이 마약으로 잡혀가지 않는 이상 이 임팩트를 능 가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오죽하면 정치권에서 뭔가 묻으려 고 이 일을 터뜨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슬쩍 SNS를 둘러본 강은영이 최 연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간다.
이 전화는 최연하가 외부로 오픈 하지 않은 전화라 기자들의 연락을
피할 수 있는 모양이다. 그게 아니 었다면 지금쯤 전화가 폭주해 통화 를 해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 다.
[왜?]“언니, 괜찮아요?”
[뭐가?]“난리 났던데?”
[그렇겠지.]최연하의 목소리는 심드렁하기 짝 이 없었다.
‘될 대로 되라인가, 이거?’ 자포자기한 것 같지는 않고.
강은영이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언니,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수습해 봐요.”
[뭘 수습해?]“그냥 열 받아서 그랬다고 하면 되잖아요. 워낙 말이 안 되는 일이 라서 사람들도 믿어줄 거예요. 원래 사람이라는 게 믿어야 할 걸 믿는 게 아니라 믿고 싶은 것만 믿잖아 요.”
[됐어.]“언니! 언니가 지금까지 쌓은 게 얼마예요! 이건 나중에 오빠가 죄가 없다고 밝혀져도 해결이 안 될 문제 예요. 알잖아요, 한 번 이미지 안
좋게 박히면……
[세아야.]“예, 언니.”
[내가 뭐 잘못했니?]“……그건 아니죠.”
강은영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 다.
[내가 죄지은 것도 없는데, 왜 거 짓말을 해야 돼? 나도 속 시끄럽던 참이었어. 해놓고 나니 속이 후련하 다.]강은영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책 없는 사람인 줄은 알지만,
이렇게까지 대책이 없을 줄은 몰랐 다. 친하지 않았을 때는 더없이 고 고한 선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친 해지고 나니…….
‘푼수야, 푼수.’
강은영이라면 절대 이런 짓을 하 지 않았을 것이다.
강진호가 국보법으로 구치소에 수 감되었을 때, 동생이라는 이유로 그 녀에게도 취재가 쏟아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최연하는 굳이 밝힐 필요 가 없던 일을 자기 입으로 말하고는 그 후폭풍을 맨몸으로 버텨내는 중
이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니까 걱 정하지 마. 뭐, 별일이라고.]
“별일이 아니니까 그렇죠.”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연예인해 서 못 먹고살면 진호 씨가 먹여 살 리겠지. 설마 이 난리까지 쳤는데 한눈팔겠어?]
“그럼 사람 아니죠. 걱정하지 마 세요, 언니. 제가 절대 그런 짓 못 하게 할게요.”
[든든하네. 그래, 너도 어머니랑 아버지 걱정 안 하시게 잘 챙기고. 오빠 금방 나올 테니까 마음 편히
먹고 있어.]
“예, 알았어요. 언니, 쉬세요.”
[그래.]전화를 끊은 강은영이 깊은 한숨 을 내쉬었다.
“최연하 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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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나온 백현정이 소파에 앉 으며 작게 탄식을 토했다.
“기사 봤다.”
“봤어?”
“그 난리가 났는데 안 볼 수가 있 나.”
“엄마, 언니는……
“고맙더라.”
“응‘?”
강은영이 살짝 크게 뜬 눈으로 백현정을 돌아보았다. 백현정이 강 진호와 최연하의 관계를 크게 반대 한 건 아니다. 때때로는 어느 정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은 영만은 백현정이 최연하를 그리 탐 탁잖아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백현정의 입에서 고맙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알던 사람도 모른 척할 상황인 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주니까……
백현정이 말을 하다 말고 입을 꾹 닫았다. 뭔가 북받치는 모양이었 다.
강은영도 그런 백현정의 기분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사람이야.’
평소에 좋아 죽고 못 사는 사이 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말을 아낄 것 이다. 굳이 연예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라도 말이다.
“……다음에 집에 한 번 오라고 해.”
“알았어.”
백현정이 한숨을 내쉰다.
“진호가 빨리 누명을 벗고 나와야 보답을 할 수 있을 텐데.”
“곧 그렇게 될 거야, 엄마.”
강은영이 살짝 눈을 감았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강은영도 알고 있었다.
“……감옥이 따로 없네.”
“그러게 왜 그랬어요?”
“뭐, 내가 뭐!”
한은솔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슬쩍 고개를 돌린 한은솔이 짜증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이, 저 개새끼들!”
커튼이 살짝 밀린 곳으로 카메라 렌즈의 반사광이 보인다. 신경질적 으로 창가로 다가간 한은솔이 커튼 을 쭉 당겨 창문을 완전히 가렸다.
“집은 안 찍는 게 예의인 줄도 모 르나. 좀 나아졌다 싶더니 사건 하 나 터졌다고 하이에나 빙의했네.”
아무리 파파라치가 붙더라도 집 안 내부를 찍는 건 자제하는 문화가 퍼진 지 오래지만, 워낙 큰 사건이 라 그런지 그간의 불문율들을 모조 리 무시하고 어떻게든 사진 한 장
건지려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러다가 전화까지 도청이 들어오 는 게 아닌가 걱정이었다.
“CF 세 개 취소됐어요.”
“어디 거?”
“국내 거요. 중국은 아직 소식 없 고. 그것도 취소될 수도 있어요.”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한은솔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니,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나오 세요?”
“뭐, 인마! 연예인은 연애도 못하 냐? 내가 배우 한다고 했지, 평생 수절하고 산다고 했어? 사람이 연애
한다는데 저 난리를 치는 것들이 이 상한 거지!”
“연애 상대가 문제잖아요, 연애 상대가!”
“진호 씨가 어때서!”
“아니, 강진호 씨가 뭔 문제가 있 다는 게 아니라……
상황이 문제지, 이 아줌마야! 상 황이!
한은솔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왜 하필 이럴 때 그런 말을 해 요. 대충 넘기고 나중에 해도 되는 걸.”
“야!”
“••••••예?”
“내가 누나로서 너한테 한마디 해 줄 텐데, 이걸 금과옥조로 여기고 니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아라.”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구요?”
“사람에게는 피해서는 안 되는 순 간이라는 게 있어.”
최연하가 소파에 둥을 기대며 말 했다.
“거꾸로지. 이런 상황이 아니었으 면 나도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을 거야.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정도로.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이때는 거짓 말을 하면 안 돼.”
“••••••왜요?”
최연하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네가 구치소에 갇혀 있는데 네 여자 친구가 너랑 관계없는 사람이 라고 거짓말하는 기사를 보면 네 기 분은 어떨 것 같은데?”
“아니, 그건 이해해 줘야죠.”
“이해해 주는 건 이해해 주는 거 고, 기분이 어떨 거 같냐고?”
“……그야 엿 같겠죠.”
“그래, 그거야.”
최연하가 한숨을 쉬고 말했다.
“내가 지금 기자들한테 시달리고 팬 떨어져 나가서 힘들다고 해도 누
명 쓰고 구치소에 갇혀 있는 사람보 다 괴롭겠냐? 그런데 내가 그 사람 한테 짜증 한 스푼 더 얹어주라고? 나는 그런 거 못해.”
한은솔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다가 강진호 씨가 정말 누명 못 벗고 감옥에 갇히면 어쩌실 건데 요?”
“뭘 어째, 수절해야지.”
최연하가 자포자기한 듯 쭉 늘어 졌다.
“전 국민한테 남자 친구 고백해 놨는데, 이제 와 다른 놈■이 데려갈 것 같지도 않고.”
“줄 섭니다, 줄 서요.”
“내가 싫어, 인마!”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나도 아까워. 솔직히 지금도 괜 히 했나 싶고. 그런데 후회하지는 않으려고. 해야 할 일이야.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할 거 야.”
“……그럼 대사 톤이라도 좀 낮추 지.”
“그건 좀 후회된다.”
최연하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충동적이긴 했다.
몰려오는 기자들에게 죄인 취급을
받는 게 짜증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 말이겠지. 하지만 최연하가 충동적 으로 말을 뱉어버린 이유는 기자들 이 짜증 나서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그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갈까 고민 한 자신에게 화가 나서였다.
그녀가 필요할 때마다 어떻게든 달려와 주던 남자 친구가 누명을 썼 는데, 여자 친구가 돼서는 변명으로 빠져나갈 생각이 먼저 들다니.
그만큼 자신이 혐오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속 시원하다. 이걸로 데이트도 좀 편하게 하겠네.”
“면회장 데이트요?”
“이 새끼가 그런데 아까부터!”
최연하가 쿠션을 잡아 한은솔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 한은솔이 쿠션 을 받아 들고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 다.
“답답하니까 그러죠, 답답하니까.” 쿠션을 소파에 내려놓은 한은솔이 풀죽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일이 잘 풀리면 다 좋겠죠. 강진 호 씨는 풀려나고, 그럼 누나가 간 첩 여자 친구 아니라는 말이 나올 거고,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 도는 회복할 수 있겠죠. 그런데 강
진호 씨가 풀려나지 못하면요?”
“누나는 인기 다 떨어져서 그냥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고, 누나 믿고 회사에 와준 애들도 피해 입겠 죠. 그리고 강진호 씨는 감옥에서 얼마나 썩어야 할지도 모르고.”
“그런 일은 없어. 내가 절대 그렇 게 안 만들 거야”
한은솔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 말에 대해서만큼은 딴지를 걸 고 싶지 않다. 사실 최연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이 말에 딴지를
거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강진호 씨, 어떻게 좀 해봐요.’ 모두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모두가.
“접견 시간 다 되어가지 않아?”
“오늘도 가시게요? 밖에 기자들이 농성하고 있는데?”
“가야지.”
“누나, 오늘은……
“어차피 다 까발렸는데 뭐가 겁나 서. 그리고……
최연하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 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이
런 거라도 해야지. 내가 그동안 진 호 씨한테 받아먹은 게 얼만데.”
살짝 물기 젖은 최연하의 얼굴을 본 한은솔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요. 제가 길 뚫을게요.”
“미안하다, 은솔아.”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우리 사이 에 미안은 얼어 죽을. 준비나 하세 요. 생얼로 나오지 말고, 이왕 이렇 게 된 거…… 미모로 죽여 버리자구 요.”
“제정신이야?”
“당연히 제정신 아니죠. 얼른 준
비해요.”
방으로 들어가는 최연하를 보며 한은솔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 제발.’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