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89)
마존현세강림기-1391화(1388/2125)
마존현세강림기 56권 (22화)
5장 거래하다 (2)
강진호가 손에 든 신문을 구겨 구석으로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벽에 머리를 기대며 눈 을 감았다.
‘바보 같기는……
그가 본 신문에 최연하에 대한 기사가 나 있다. 얼마나 파급력이
컸는지, 연예면이 아니라 사회면에 기사가 떴다. 보수적인 신문에 이 정도로 언급이 될 정도라면, 바깥세 상에는 난리가 났을 것이다.
강진호는 피식 웃고 말았다.
스스로가 얼마나 사회와 유리되어 있는지 실감이 난다. 바깥세상은 난 리가 났을 텐데, 이곳은 그저 조용 하기만 하다.
“로드, 쉽지 않습니다.”
“회주님, 저희가 최선을 다해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잘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아니, 아닙니
다.”
“진호야, 괜찮니?”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강진호를 스쳐 지나간다.
“신경 쓰지 말아요. 빨리 나오면 되지. 그리고 혹시 빨리 못 나온다 고 해도 신경 안 써도 돼요. 이제 와 내 눈에 차는 남자 구하기가 쉽 지 않으니까.”
억지로 밝게 웃으며 말하던 최연 하의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강진호의 손이 바닥을 천천히 움 켜 쥐었다.
우드드득.
강화 콘크리트로 만든 바닥이 진 흙처럼 파인다. 바닥을 한 움큼 뜯 어낸 강진호가 가루가 되어 부스러 지는 콘크리트를 바라보았다.
‘갇혀 있다고?’
내가?
이 강진호가?
이따위 콘크리트에?
헛웃음이 나온다.
고개를 돌려 벽을 바라본 강진호 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벽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벽에 손을 가만 히 댔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무엇을 위해서?
그가 지금까지 모든 것을 참아낸 이유는 그의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과 어울리는 삶을 이 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인내의 대가가 그들과 의 유리, 사회에서의 격리라면 아무 런 의미가 없지 않은가.
어차피 유지할 수 없는 삶이라면 차라리…….
강진호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간다. 그때 였다.
“강진호 씨, 면회입니다. 나오세 요.”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입구를 바 라보았다. 철문에서 쇳소리가 울리 더니, 자물쇠가 풀리고 문이 열렸다.
교도관이 문 앞에 서서 그를 바 라보고 있었다.
낮은 한숨을 내쉰 강진호가 교도 관을 향해 걸어갔다.
“누구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는 교도관이 이끄는 대로 밖으로 나 갔다. 교도관을 따라 이동하던 강진 호가 지금 가는 길이 이제까지 갔던 길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길은 처음 그가 면회를 나갔 을 때 간 길이다. 김명찬과 마주 했 을 때.
대충 상황을 깨달은 강진호의 눈 이 낮게 가라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두 개의 철창을 통과하고 도착한 곳은 첫날 김명찬을 만난 바로 그곳 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과 다르
게 김명찬이 먼저 앉아 그를 기다리 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회주님.”
김명찬이 자리에서 일어나 교도관 에게 손짓한다. 그러자 교도관이 고 개를 꾸벅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김명찬이 미소를 지으며 강진호에 게 다가왔다. 악수라도 하려는 듯 말이다.
그 순간,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다가오지 마.”
“••••••예?”
“죽일지도 모르니까.”
김명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 다. 다른 이들이 저런 말을 한다면 그 의도는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아니다. 그는 누 군가를 위협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다.
그렇기에 더 소름 돋는다.
김명찬은 강진호에게 다가가는 것 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서 꾸벅 고개 를 숙였다.
“지내는 데 불편함은 없으셨습니 까?”
강진호가 말없이 테이블로 가 의 자를 빼고 앉았다. 그러자 김명찬도 조심스레 강진호의 반대편으로 가 앉았다.
“왜 왔지?”
김명찬이 안경을 쓱, 올리고는 강 진호의 눈치를 살폈다.
“다시 온다고 말씀을 드렸지요. 마지막으로 회주님의 의향을 물으러 왔습니다. 제가 제안드린 것에 대해 서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여기서 얌전히 썩으면 다 해결해 준다고 했던 그 말 말인가?”
“그렇습니다.”
김명찬이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 었다.
강진호의 앞에 앉아 그를 자극하 는 말을 하는 게 김명찬에게도 쉬울 리 없다. 잠을 자지 못해 퀭해진 눈 과 거칠어진 피부가 그 사실을 증명 한다.
창백해진 피부를 감추지 못한 채 김명찬이 전보다 훨씬 잠긴 목소리 로 입을 열었다.
“들어서 아시겠지만, 바깥의 상황 은 회주님께 그리 좋게 돌아가지 않 고 있습니다.”
“잘하더군.”
“저희도 필사적이니까요.”
김명찬의 말은 가감없는 사실이었 다.
그들 역시 필사적이다. 지금 김명 찬은 자신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 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초법적인 일까지 벌이며 강진호의 주변을 압 박하고 있었다.
정부가 마음먹고 누군가를 짓누르 려 하면 얼마나 큰일을 벌일 수 있 는지를 실시간으로 증명하는 중이 다.
“출구는 없습니다.”
“회주님,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저 희가 이렇게까지 하고도 회주님의 협조를 구하는 건 결국 대한민국에 회주님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공존 할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이해……
“돌아가.”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주님!”
“너와 협상하는 일은 없다.”
김명찬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벌떡 일어났다.
“정말 끝까지 가보고 싶으신 겁니
까?”
“……끝까지?”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김명찬을 바라봤다. 그 서늘한 눈빛을 본 순 간, 김명찬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 저앉을 뻔했다.
“지껄이고 싶은 대로 지껄이는 것 도 이게 마지막이야. 나는 그리 똑 똑한 사람은 아니지만, 하나는 알지. 세상에는 협상을 해야하는 사람이 있고, 협상을 하지 말아야 하는 사 람이 있지. 너는 후자에 속하는 사 람이고.”
“……협상의 대상은 제가 아닙니
다. 회주님이 협상을 해야 할 이 느..”
“마찬가지야.”
강진호가 김명찬의 말을 끊고는 나직하게 말했다.
“이게 마지막이야. 다음에 내가 너를 볼 때, 너는 죽는다.”
“그게 어떤 방식이든. 내가 참지 못하든, 다른 방법을 찾든…… 어떤 식이든 너는 죽는다. 약속하지. 너에 게는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처참한 죽음을 경험하게 해주지.”
강진호는 그 말을 남기고 문으로
다가갔다.
쾅쾅!
문을 두드린 강진호가 차갑게 말 을 내뱉는었다.
“문 열어.”
교도관이 문을 열자 강진호가 뒤 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홀로 방 안에 남겨진 김명찬이 힘겹게 의자에 앉고는 테이블을 부 텨 잡았다.
투두둑.
그의 얼굴에서 땀이 비처럼 쏟아 졌다.
‘허세야.’
줄타기.
천 길 낭떠러지에서 안전장치 하 나 없이 줕타기를 하는 느낌이다.
입술을 질끈 깨문 김명찬이 두 눈에 독기를 담았다.
“협상을 하지 않겠다면, 나도 다 른 방법이 없지.”
이제 결론은 났다.
누가 파멸하든 끝까지 갈 수밖에.
철컹.
둥 뒤에서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강진호는 가라앉은 눈으로 벽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는 것으로 그는 다시 사회에서 격리되었다. 이딴 콘크리 트 벽이 아닌, 강진호가 만들어낸 벽이 다시 그를 가둔다.
‘ 협상?’
웃기지도 않는 소리.
김명찬과 협상은 없다. 그건 이미 정해둔 일이다.
하지만 강진호 역시 알고 있다.
김명찬과 협상하지 않는다면 저 문은 열리지 않는다. 총회와 밖에 있는 이들이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 도 저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저 문을 열고 닫을 수 있
는 이는 정부와 법원 밖에 없으니 까.
법원이 정부에서 완벽히 분리되어 완벽하게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주지 않는 이상, 저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럴 확률이 거의 없다는 걸 모를 강진호가 아니었다.
설사 법원이 어떤 외압에도 휘둘 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결하려 한 다 해도 이 재판은 최소 몇 년은 간다. 그때쯤이면 강진호의 삶은 완 전히 파괴된 다음일 것이다.
그럼…….
‘뭘 망설이고 있지?’
어차피 망가질 삶이라면 부수고 나가는 게 맞지 않나.
김명찬이 이곳에서 멀어지기 전에 이 벽을 부수고 나가 그의 머리를 뜯어버리는 게 맞지 않느냐는 말이 다.
그의 피를 마시고 그가 고통 속 에서 절규하는 꼴을 보지 않는다면, 가슴 안을 태우는 이 불꽃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나는••••••
강진호가 천천히 손을 뻗어 창살 을 움켜잡았다.
한 번이면 된다.
딱 한 번만 눈을 감아버리면 된 다. 이 벽을 부수고 이 창살을 뜯어 내기만 하면 강진호는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진다.
바깥세상의 법칙, 그를 둘러싸고 있는 관계.
그 모든 것을 부수고 다시 정립 할 수 있다. 지금과는 다른 무한한 자유를 손에 넣게 될 것이다.
그런데 뭘 망설이고 있는가.
강진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창살을 움켜잡은 강진호는 이내 그 손을 내리고 말았다.
겁이 나서? 두려워서?
그런 게 아니다.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다음에 내 눈에 띄면 죽인다고 했을 텐데?”
수감실 안에 드리워진 어둠 속에 서 시커먼 형태가 나타난다 싶더니, 이내 사람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 다.
이윽고 완연한 사람의 형태를 갖 춘 이가 강진호를 향해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감히 죄 많은 이가 적천마존을 알현하나이다.”
강진호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내 경고가 겁이 나지 않은 모양 이군.”
“그렇지 않습니다. 속하는 지금도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나 제게는 적천마존의 분노를 풀 것이 있습니다.”
강진호의 눈이 가라앉았다.
사람 좋게 웃고 있는 사내의 얼 굴을 보고 있으니, 그 머리를 뽑아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인다. 하지만 강진호는 사내의 머리를 뽑는 대신 그가 발언할 기회를 주었다.
“지껄여 봐. 미리 경고하지만, 나
는 지금 기분이 좋지 않아. 시덥잖 은 이야기를 한다면 살아 돌아갈 생 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거야.”
“물론입니다, 마존이시여.”
사내.
혈마가 더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존이시여, 상황이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덕분이지.”
“제가 몸 담고 있는 곳에서 마존 께 한 가지 제안을 하려 합니다.”
“제안?”
혈마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존께서 이 같잖은 곳에 갇혀 계시는 이유가 힘이 아닌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어 서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어디서 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멋대로 생각하는군. 계속 지껄여 봐.”
“저희가 그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 다.”
강진호의 눈이 살짝 이채를 띄었 다.
“다시 말해봐.”
“마존이시여, 저희의 손을 잡아주
십시오. 마존께서 원하시는 모든 것 을 드리겠습니다. 저들을 눈뜬 채 파멸시키고, 그들의 고통 어린 절규 를 들을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강진호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 라갔다.
“협상?”
강진호가 한 발 앞으로 걸었다. 그러고는 발을 뻗어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는 혈마의 뒤통수를 지그시 내리밟았다.
“나와 협상을 하자는 건가, 혈 마?”
“마존이시여!”
머리가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을 파고들고 있는데도, 혈마는 신음조 차 내지 않는다.
“이건 협상이 아닙니다. 이건 저 희의 경배입니다. 마존이시여, 제가 당신을 모실 기회를 주십시오. 그렇 다면 제가 마존께서 원하시는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강진호의 얼굴에 악마같은 미소가 피어났다.
“꽤나 흥미롭군.”
혈마의 머리에서 발을 뗀 강진호 가 벽으로가 등을 기대고 앉았다.
“설명해 봐, 들어줄 테니.”
“결코 실망하시지 않을 겁니다.” 혈마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