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9)
마존현세강림기-139화(139/2125)
마존현세강림기 6권 (14화)
3장 징치하다 (4)
김학철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 졌다.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킨 검은 그 림자.
사람인지 귀신인지도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가가만히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너는 알고 있나?”
뭘 묻는 걸까?
김학철은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이건 꿈이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리가 없었다. 이제 눈을 질끈 감고 다시 뜨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사라 질 것이다.
김학철은 그렇게 자신을 다독였다.
그렇지 않고서는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 경 험을 해볼 일이 있겠는가. 공포 영 화에서나 보던 장면을 자신의 두 눈
으로 보게 된 김학철의 심장은 터지 기 일보 직전이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이 이것이 현실이라 말을 해주 고 있지만, 김학철은 결코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지금 눈앞에 저 검은 그림자가 있는게 현실이라 면, 그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저벅저벅.
하지만 검은 그림자가 내는 발소 리는 시간이 갈수록 생생하게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가까이, 조금 더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발소리를 듣는 김학철의 심장은 점점 폭발할 듯 뛰어 댔다.
얼굴 쪽으로 뭔가 접근한다는 기분이 든 김학철은 움찔하고 뒤로 물 러났다. 아니, 물러나려 애썼다.
하지만 그건 생각만일 뿐, 그의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고 그의 귓가에 뭔가 다가오는 듯하더니,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떠한 손을 내밀어야 할까?”
김학철의 몸이 학질에라도 걸린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원장 수녀님은 약자에게 손을 내
밀라고 하셨지. 사실 내게는 그 말 이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어. 왜냐면 말이야……
차갑기 짝이 없는 손이 김학철의 볼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내 눈에는 세상 모든 이들이 약 자로밖에 보이지 않거든.”
이 미친놈이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원장 수녀님은 대체 뭐고, 약자는 또 뭐라는 말인가.
“그런 기분 알 것 같아? 세상 모 든 것들이 수수깡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지. 얼핏 보면 멀쩡해 보이는
데, 손을 대면 툭, 부러질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야. 그러니 재미있는 일이지. 그런 내게 약자를도우라는 말은 세상 전부를도우라는 말과 같 으니까.”
“후욱, 후욱, 후욱……
뭔가 뚫린 듯한 느낌이 들며 김학 철이 다급하게 숨을 들이쉬기 시작 했다.
전신은 이미 땀으로 젖어 축축하다.
이 미친놈이 하는 이상한 말들이 그를 더 긴장시키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음성
같은데?’
분명 들어본 적이 없는 음성이다.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런 낮고 특징 적인 음성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들어본 듯한 느낌이 난다.
그 사실이 김학철을 미치게 만들 었다.
그림자가 김학철을 보며 낮게 웃 었다. 쿡쿡대는 웃음소리가 한번 울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거리는 느 낌이다.
“나는 그분의 말을 지키고 싶었 어. 하지만 다시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었지. 약한 자도 악할 수 있 으니까 말이야. 악한 자를 약자라는 이유로도와야 할까? 그건 아니겠 지? 그렇지 않아?”
대답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대답을 할 필요도 없었다. 곧 그에게 선고와도 같은 말이 떨어 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간단해졌지. 네게 내미는 내 손은 조금 다른의미가 될 거야. 예를 들면……
볼에 닿아 있던 그림자의 손이 천 천히 아래로 내려가더니, 김학철의
쇄골 부분을 움켜잡았다.
설마?
“이런 거겠지.”
우두두둑!
귓가로 파고드는 섬뜩한 소음과 함께 어깨에서 참을 수 없는 격통이 밀려왔다.
“끄으으으읍!”
눈의 모세혈관이 터지고 전신의 핏줄이 지렁이처럼 요동친다.
“끄읍, 끄으읍……
김학철이 밀려드는 고통에 거칠게 몸부림쳤지만, 그림자는 조금의 동 요도 없이가만히 그의 고통을 감상
할 뿐이었다.
“후욱.”
이상하게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비명도 한껏 억눌린 채 나오고 있었다. 누군가 강제로 입을 벌리고 목을 틀어막고 있는 듯 그의 입과 목 이 통제를 벗어난 느낌이었다.
“ 아픈가?”
우둑!
“끄으으으읍!”
곧 반대쪽 쇄골도 부서졌다.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김학철은 전신에 힘을 주고 비명을 질렀지만, 그의 목 아래에만 머무를
뿐, 입 밖으로 홀러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비명이라도 마음껏 지를 수 있었다면 이 고통이 덜했을텐데.
“타인의 고통을 공감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군. 이상한 말이 지.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없다면, 본인이 고통을 느껴보면 알게 될텐데 말이야.”
사내의 머리라고 추정되는 부분이가만히 김학철의 귓가로 다가왔다.
아주 낮은 음성. 너무나도 낮아서 소름이 돋는 음성이 그의 귓가에 똑
똑히 들려왔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우드드득!
이번엔 팔뼈가 통째로 으스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김학철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소리를 들어야 할 그의 정신은 이미 고통에가득 차 있기 때문이었다. 팔에서 느껴지는 지독 한 통증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기절은 할 수 없었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해서 이 모든 고통을 지워 버리고 싶었지만, 고통 이 심해질수록 되레 정신은 더욱 선
명해졌다.
그림자의 입가가 미묘하게 움직였다.
웃고 있다.
분명 이놈은 웃고 있다.
이 악마 같은 놈은 자신의 뼈를 하나하나 부러뜨리면서 그 광경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왜!
왜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것인가.
“으으으읍!”
김학철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전신이
부풀어 오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을 주었다. 하지만 겨우 몸이 살 짝 들썩였을 뿐, 더 이상은 움직이 지 않았다.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지?”
나직한 웃음이 들려온다.
웃음소리가 보일러실에서 울리고 있었다. 사방에서 들리는 것 같은 웃음소리와 육체에서 느껴지는 고통 에 김학철은 자신이 미쳐 간다고 생각했다.
“웃어야지. 그렇지?”
우드득.
다시 반대쪽 팔이 부러져 나간다.
김학철의 몸이 학질에라도 걸린 것처럼 경련을 일으켰다.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줄줄 새어 나왔고, 코와 입에서도 쉴 새 없이 콧물과 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끄으으읍.”
“쿡쿡쿡.”
그 광경을 보며 그림자는 낮은 웃 음을 멈추지 않았다.
“웃어야지.”
무섭다.
너무도 무서웠다.
이제는 이 눈앞의 놈을 보고 있는 정신적인 고통이 육체를 짓누르고
있는 고통을 초월한 느낌이었다.
김학철의 눈동자가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로 어지러이 움직인다.가쁜 숨을 버텨내기가 힘들다.
그의 눈이의문을 품는다.
근본적인 것.
몸으로 다가오고 있는 고통보다 더 힘든 것은 자신이 왜 이곳에서 이리 고통을 받고 있는가 하는 혼란 과의구심이었다.
“궁금한가?”
그림자가가만히 그에게 물어왔다. 마치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김학철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고개를 끄덕이자 그림자의 입꼬리가 기이한 호선을 그렸다.
“알려줄 것 같아?”
그림자가 다시 그에게 다가와 속 삭였다.
“알 필요 없어. 너는 그저 느끼면 돼.”
“내기하지. 과연 며칠이 걸릴까? 네가 네 자신을 놓아버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일주일
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에 걸지. 어 때? 내기할 생각이 있나?”
그림자는 큭큭대며 웃기 시작했다.
그 낮은 웃음은 이내 커다란 웃음으로 바뀌더니, 다시 천장을 쩌렁쩌 렁 울리는 광소로 바뀌었다.
‘미, 미쳤어.’
눈앞의 이놈은 미쳤다.
이것이 사람이든 귀신이든 악마이 든…… 확실히 미쳐 있었다.
얼굴을 부여잡고 미친 듯이 웃어 젖히던 악마가 갑자기 그의 바로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붉게 물든 눈동자를 바라보는 순간, 영혼이 얼어붙는다는 말이 무엇 인지 알 수 있었다.
손끝 하나, 털끝 하나조차 그의의지에 반응하지 않았다.
“자, 기억해. 일주일이야. 이제부 터 시작하지.”
“끄으윽.”
목이 조여온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경동맥을 조이지 않고 미묘하게 숨통만을 틀어막으면서의식을 잃지 않게 세심히 배려하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의 숨을 틀어막아 온
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밀려왔다.
죽는다.
지금까지 육체에가해졌던 고통과는 다른 것.
삶에 대한 애착이 불붙은 듯 끓어 오르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그의 영혼을 짓눌렀다.
느리게, 천천히 죽음으로 다가가는 기분.
눈앞에 보이는 것들의 색이 바래 지고, 전신에 힘이 풀려 바지에 오 줌을 지릴 때, 김학철의 귀로 낮디 낮은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아마 녀석도 그런 기분을 느꼈을 거야. 그러니 너도 느껴봐야지.”
김학철은의식을 잃어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악!”
“아, 씨발!”
김학철이 괴성을 지르며 몸을 일 으키자 노수봉이 깜짝 놀라 욕설을 내뱉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꿈을 꾸려 면 곱게 꾸라고!”
“허억! 허억! 허억!”
마치 거대한 펌프처럼 숨을 미친 듯이 들이쉰 김학철이 덜덜 떨리는
손을가누지 못하고 주변을 돌아보 았다.
“꿈‘?”
“그래, 이 새끼야! 악몽이라도 꿨 냐? 하, 이 꼴통 새끼 진짜.”
김학철이 자신의 팔을 매만졌다.
‘부러지지 않았어.’
부러졌던 그의 쇄골과 팔의 뼈가 무사했다.
‘그게 꿈이었다고?’
그토록 생생했는데?
김학철이 몸을 덜덜 떨었다. 방금 전의 기억을 떠올리자마자 전신이 마치 엄동설한에 알몸으로 내던져진
듯 절로 진동했다.
“꿈이었다고?”
그래.
그건 꿈이어야 한다.
꿈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 이었다. 최근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 이 받아서 그런 끔찍한 꿈을 꾸게 된 것이다.
김학철은 그렇게 생각하려 애썼다.
하지만…….
등 뒤에서 전해지던 거대한 보일 러의 떨림과 기름 냄새.
바닥에서 느껴지던 축축한 습기와
옅은 곰팡이의 향.
그리고 그의 몸으로 전해지던 고 통과…….
그 눈!
핏발이 서 붉은색으로 보이던 그 눈을 떠올리는 순간, 김학철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으아아아아아!”
“아니! 이 새끼가 진짜 왜 이래!” 노수봉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웅크리는 김학철을 보고는 깜짝 놀 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가서 냉수 떠 와.”
“예!”
아이들이 찬물을 뜨러 정수기로 달려가자 노수봉이 김학철의 어깨를 잡고 혼들었다.
“야, 김학철! 김학철!”
“……예.”
“ 괜찮아?”
“……예, 예.”
“정신이 완전 나갔는데, 이거?”
김학철이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힘은 없지만 분명한의사의 표시였다.
“괘, 괜찮습니다.”
“뭔 꿈을 꿨기에 이러냐?”
노수봉이 짜증과 걱정을 반쯤 섞
어 김학철을 바라보았다.
“좀…… 지독한 악몽을 꿨습니다.”
“몸이 허한 모양이다.야, 혹시 모르니까의무 불러서 얘 열 좀 재 보라 그래. 나는 당직사관님한테 보 고하고 올 테니까.”
“예.”
김학철은 고개를 숙이고 연신 되 뇌었다.
‘꿈이야, 꿈이었어. 정신 차리자. 그건 꿈이었어.’
꿈 한번 꿨다고 이런 난리를 치 다니, 쪽팔린 일이었다.
김학철이 겨우 안정이 된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신은 노수봉이 생활관을 나가려다가 고개를 돌렸다.
“야, 김학철.”
“상병, 김학철.”
“그런데 너, 목이 왜 그러냐?”
“……목 말입니까?”
“어. 손자국 같은게 있는데? 너 자면서 목 졸랐냐?”
김학철이 덜덜 떨리는 다리를 필 사적으로 지탱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관물대에 거의 엉겨붙다시피 한
그가 서랍을 열고 거울에 자신의 목을 비췄다.
그곳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자리하 고 있었다. 마치 악마의 손처럼 길게 자라난 손톱이 더없이 선명한 손 자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