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91)
마존현세강림기-1393화(1390/2125)
마존현세강림기 56권 (24화)
5장 거래하다 (4)
“……제대로 된 변호사를 구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현수의 보고에 위긴스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머리 한구석을 바늘로 찌르는 느낌이다.
“심지어 변호를 맡아주겠다고 한 변호사들도 사의를 표명해 왔습니
다. 변호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게나?”
“정부의 압박이 상상을 초월하는 모양입니다.”
위긴스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겠지.’
국가란 인류가 가진 모든 힘을 모아놓은 집약체나 다름없다.
인권이라는 이유로, 국민을 수호 한다는 이유로 그 힘을 제약하고 있 을 뿐, 국가가 그 제한을 풀어버리 고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개인이 나 단체로서는 대항이 불가능하다.
막말로 후폭풍이 문제일 뿐, 대한
민국을 지배한다는 기업들조차 국가 가 진심으로 마음만 먹는다면 해체 되는 데까지 채 한 달도 걸리지 않 을 것이다.
그런 국가와 맞서 싸운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다.
심지어 이곳은 총회가 자신있어 하는 전장도 아니다.
‘차라리 군대와 싸우는 게 낫지.’
무력이라는 측면에서라면 전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대항할 방법은 넘 쳐 난다. 적어도 화끈하게 붙어보고 질 수라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저희 쪽뿐 아니라 MK에서도 변 호인단을 꾸리고는 있습니다만……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위긴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렇다고 다른 수가 없지 않나, 일단은 발버둥을 쳐봐야지. 증거를 모으는 건 어떻게 됐나?”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빌어먹을.”
끝없는 구렁텅이에 빠져드는 느낌 이다.
“EU 쪽은 어떻습니까?”
“안 좋아.”
위긴스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로드께서 자리를 오래 비우시는 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네. 이정도로 밍기적거렸는데도 딱히 반응이 돌아 오지 않자, 저들이 로드께서 구치소 를 나오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시작했어.”
“……최악이군요.”
“일단은 마스터께서 상황을 정리 하고 계시지만…… 당장 나이트들의 전폭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으신 모양이야. 이빨 빠진 호랑이 꼴이 되어버린 거지.”
이현수가 이를 악물었다.
“사부님, 아니, 이사님.”
“……왜?”
“이제는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위긴스가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 다.
위긴스라고 왜 모르겠는가.
그들은 실패했다.
저들의 전장에서 저들이 원하는 대로 싸워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애 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저들 은 전장을 제 마음대로 조작할 권리 마저 가지고 있다.
백 번 싸우면 백 번을 진다.
아니, 천 번을 싸워도 천 번 모두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생각합 니다.”
“결단이라니?”
이현수가 차가운 눈으로 일갈했 다.
“차라리 다 뒤집어엎어 버린다든 가.”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허 락만 해주신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뭘 어쩌겠다고?”
“김명찬을 죽이면 되죠.”
“……김명찬 하나로 끝날 일이 아 니야. 김명찬이 혼자 이런 일을 벌 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럼 남은 놈들도 죽여 버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위긴스가 허탈하게 웃었다.
이현수가 하는 말이 황당해서가 아니라, 그의 마음도 같은 말을 하 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손 놓고 털릴 거라면, 발 악이라도 해봐야죠. 차라리 제가 저 새끼들 다 죽여 버리고 감옥 가겠습 니다.”
“총회를 살리려다 나라가 망한
다.”
“망하라죠.”
“……이 실장.”
이현수가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 다.
“애초에 국가라는 건 세금 내는 국민을 지키라고 있는 곳 아닙니까? 그런 국가가 우리를 적으로 여기는 데, 우리는 왜 그런 국가를 지켜야 합니까? 차라리 망해 버리는 게 낫 지.”
“이성을 좀 찾아.”
“저는 지금 충분히 이성적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수도 없이 생각
해 봤습니다. 지금 저 새끼들은 다 른 국민들을 인질로 삼고 있습니다. 자기들이 아무리 이 난리를 쳐도 우 리가 함부로 자신들을 제거하지는 못할 거라 믿는 겁니다.”
이현수가 이를 갈았다.
“미친놈이 날뛰는 걸 해결하는 방 법은 하나뿐이죠. 대가리를 깨버리 든가, 아니면 구속구를 입히는 겁니 다. 구속구를 입는 걸 거부한다면, 패는 수밖에 없죠.”
위긴스가 눈을 감았다.
심정 같아서야 이현수의 말에 동 조하고 싶다.
하지만 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 다.
“불가.”
“이사님!”
“정 그러고 싶다면 로드의 허락을 받아와. 그렇다면 나도 허가해 주 지.”
“……그게 안 된다는 걸 아시잖습 니까.”
“안 된다는 걸 알면서 왜 우기 나?”
이현수가 이를 갈았다.
“회주님은 당연히 허락 안 하시 죠. 이건 회주님 하나만 편해지고
다른 모두가 고통받는 방법이니까 요. 그 양반이 그런 일을 허락할 리 가 없잖습니까. 원래 그런 사람인 데.”
“그런데 우리는 다르잖습니까. 우 리는 그 하나를 위해서 고통받을 각 오가 되어 있잖습니까!”
위긴스가 눈두덩이를 문질렀다.
“무슨 말인지는 알았다. 무조건 참으라고는 하지 않겠어. 하지만 조 금만 더 생각해 보지.”
“사부님.”
“나라고 지금 속이 좋아 참고 있
는 것 같나?”
“당장 달려가서 저놈들의 머리에 바람구멍을 내버리고 싶은 마음은 내가 더 해! 나는 저놈들이 하던 일 까지 해온 사람이니까. 그래도 사람 이라면 지켜야 할 원칙이 있지. 그 런데 저놈들은 그 원칙을 저버렸 어.”
위긴스가 이를 갈아붙였다.
으득대는 소리가 방 안에 퍼져 나간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 내 인 내심이 끊어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
았으니까.”
그때 였다.
“그럴 것 없어.”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한 사내가 몸을 굽 히며 문 안으로 들어왔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지 만, 저 문을 들어오기 위해 몸을 굽 혀야 하는 이는 단 하나뿐이다.
“바토르 님.”
“오셨습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걸렸다. 중국 놈들이 출국을 방해하더군. 몽 골 정부가 그렇게나 중국의 눈치를
볼 줄은 나도 몰랐다. 한 번 도 없 던 일이라.”
바토르가 쓴웃음을 지었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데 몽골에서 편히 있다가 돌아온 게 영 마음에 걸리는 표정이었다. 아무도 그가 마 음 편히 있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말이다.
“참는 건 이미 끝났어. 나는 주인 에게 가겠다.”
“바토르 님, 진정하시고……
“내가 지금 흥분한 걸로 보이나?”
위긴스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
다.
바토르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조금도 흥분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바토르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그 커다란 덩치와 말투에서는 지성 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의외로 생각 이 깊고 판단이 날카로운 사람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 힘들어진다. 왜냐면 지금까지 버텨온 시간이 아 까워지니까. 때로는 과감할 줄도 알 아야 해.”
“주인을 데리고 나온다고 정부와 척을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부 터가 문제야. 우리가 저들을 어찌할 수 없듯이, 저들도 우리를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건 회주님의 삶만 망가 지는 것 아닙니까?”
“불편함은 감수해야지. 하지만 불 편함을 피하려다 정말 돌이킬 수 없 는 일이 벌어진다.”
“바토르 님.”
위긴스가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바토르가 손을 가볍게 들었다.
“대화는 됐어.”
“나는 이미 결심했다. 그리고 이 건 총회의 이사인 내가 아니라, 인 간 바토르의 결심이다. 막고 싶다면 차라리 나를 쓰러뜨려라.”
위긴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토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장민이라도 돌아오지 않는 이상 한반도에서 바토르를 막을 수 있는 이는 없다. 그리고 설사 장민이 이 자리에 있더라도 과연 장민이 바토 르를 막겠는가.
박수를 치고 보챌 것이다.
‘결국은 이렇게 되는 건가……
이 상황만은 피해보려고 그 많은 시간 동안 고생을 해왔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일이 뻘짓이 되어버렸 다.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이 실장!”
“어쩌면 이게 맞는 방향일지도 모 르겠습니다. 아니, 설사 이게 틀린 방향이라고 해도 저는 더는 못 참겠 습니다. 회주님이 구치소에 계신 것 만으로도 속이 썩다 못해 문드러지 는 느낌입니다.”
이현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숫제 사람 주변에 금을 쳐놓고 나오지 말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 니까? 차라리 회주님이 평범한 사람 이라 감옥을 제 손으로 나올 수 없 다면 나을 겁니다. 이게 뭔 소꿉장 난도 아니고.”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제외한 모두가 하나의 이야 기를 한다면, 결국 그가 틀린 것이 다. 위긴스는 스스로의 이성을 절대 적으로 믿지도 않고, 스스로의 생각 만이 진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알겠습니다. 대신 하나는 명심해
주십시오. 탈옥을 시키겠다면 증거 나 화면을 남기지 마십시오.”
“그 정도는 생각한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겠다. 이현수, 앞장서라. 길 안내가 필요하다.”
“예. 제가……
그때 였다.
쾅!
위긴스가 짜증 어린 눈으로 문쪽 을 바라봤다.
‘이놈의 문파는 문을 발로 차는 거라고 교육이라도 하나?’
이놈이고 저놈이고 얌전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우가 없다. 이 안
에 누가 있는지 빤히 아는 놈들
“방 이사?”
문 안으로 들어온 이를 본 위긴 스가 눈을 찌푸렸다.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문은 발 로 차는 게 아니라……
“아, 지금 그딴 말 할 때가 아닙 니다!”
그딴 말?
위긴스의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순간, 방진훈이 위긴스의 어깻죽지 를 손으로 움켜잡았다.
“빨리 와보십쇼.”
“이거 놓게!”
“아니, 농담 아니라니까! 지금 난 리가 났습니다! 빨리!”
“음?”
방진훈의 표정을 본 위긴스가 미 간을 좁혔다.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은 것 같은데, 반응이 뭔가 미묘하게 다르 다. 그때의 방진훈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놀라긴 놀랐는데 뭔가…….
상황이 변했다는 걸 직감한 위긴 스가 방진훈을 따라 내달렸다.
이현수와 바토르가 그 뒤를 따랐
다.
앞장선 방진훈이 달려 도착한 곳 은 방진훈의 집무실이었다.
“아니, 여긴 왜……
“저거! 저거 보십시오! 빨리!”
“옹?”
방진훈이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커다란 TV가 놓여 있었다.
집무실에다가 TV를 가져다 놓은 게 뭔 자랑이라고 이 난리를 치나 싶은 순간, 위긴스의 눈에 TV에서 나오는 뉴스 화면이 들어왔다.
“중국에 무슨 일이 있나?”
화면에는 중국 공산당의 회의 장
면에서 주석이 뭔가를 발표하는 장 면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화면을 바라보던 위긴스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됐다.
아래쪽.
화면 아래쪽에 한글로 써진 자막 이 있다.
그리고 그 자막에 써진 글귀를 보는 순간, 위긴스는 체통도 잊은 채 입을 쩌억 벌리고 말았다.
– 중국 공산당. 한국 총리와의 내통 혐의로 중앙군사위원 구속.
“저, 저게?”
위긴스의 눈이 더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저게 무슨 소리야? 저게 지금 뉴스로 나오고 있는 건가?”
“그렇다니까요!”
“한국 총리와의 내통 혐의? 미 친!”
설사 그게 사실이라 해도…… 아 니, 사실이겠지만!
그런 일이 뉴스로 나올 수가 있 나? 공산당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걸 대놓고 발표해 버린다고?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
고 있는 거지‘?”
확실한 건 하나다.
상황이 역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