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93)
마존현세강림기-1395화(1392/2125)
마존현세강림기 57권 (2화)
1장 역전하다 ⑵
그림자 속에서 혈마가 몸을 일으 켰다. 하지만 그 동작이 무색하리만 큼 바로 몸을 바닥에 내던지듯 엎드 렸다.
“마의 진정한 지배자인 마존을 배 알하나이다.”
“……이상한 수식어 좀 뻬고.”
“마존을 배알하나이다!”
“말투도 좀 현대식으로.”
“다녀왔습니다.”
너무 급격하게 가버린 면이 있지 만, 여하튼 전보다는 나았다.
강진호가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혈마의 앞에다 가볍게 던졌다.
탁.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박혀 있는 김명찬 총리의 얼굴을 보며 혈마가 빙그레 웃었다.
“마음에 드셨습니까?”
“정말 말 그대로 화려하게 저질렀
더군.”
“그걸 원하신 것 아니었습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혈마를 바 라보았다.
‘예전의 혈마는 좀 더 음산한 느 낌이었던 것 같은데.’
현대를 살아온 무인이란 이런 식 이겠지. 물론 총회에서도 현대의 무 인들을 수없이 보기는 했지만, 그들 은 강진호의 과거와 이어지는 이들 이 아니었다.
과거에서 살아난 망령이 그의 앞 에서 웃고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정권 쪽에서 협조를 해주던가?”
“잃을 게 없으니까요.”
“군사위원인가 뭔가를 잃지 않았 나?”
“그런 것들은 언제든 희생할 수 있는 장기말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에게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겁니 다. 이번 일을 덮어쓰는 대가로 많 은 것들이 보장될 테니까요.”
강진호는 더 이상 그 일에 관심 을 가지지 않았다.
그쪽이야 중국에서 알아서 처리하 겠지.
“생각 이상으로 적극적이군.”
“체면이 조금 상하는 것, 그리고 위원 하나를 실각시키는 것. 겨우 그 정도로 마존의 협조를 구할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장사라고 생각 했을 겁니다.”
“그렇게 되도록 네가 설득을 했 고?”
혈마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이건 원래 시나리오에 있던 계획입 니다.”
혈마가 슬쩍 강진호의 눈치를 보 고 부연했다.
“지금 마존께서 어떤 상황에 처했
는지 저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한 국 정부를 압박하여 회주님을 석방 하는 것과 한국 정부와 척을 지는 한이 있더라도 회주님의 호감을 얻 는 것 중 더 나은 것을 선택한 것 뿐이죠.”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중국은 그의 적이었다.
과거, 그가 중국에서 삶을 보냈다 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현대로 돌아온 이후로 중국은 그에 게 있어서 위협의 땅일 뿐, 안정의 땅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에게 안정의
땅이 되어주던 한국을 그를 묻어버 리려 하고, 위협의 땅이었던 중국이 그를 돕겠다고 손을 내밀고 있다.
‘참 알 수가 없군.’
벌써 세 번째 삶을 살고 있는 강 진호지만, 삶이란 건 살아갈수록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강진호가 담배를 물고 말했다.
“이걸로 끝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더욱 압 박할 것입니다. 저들이 김명찬을 산 채로 조리대에 올려 마존의 앞에 바 칠 때까지 중국은 한국에 대한 압박
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혀로 입술을 핥은 혈마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어떤 쪽을 원하십니까? 마존께서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김명찬 을 마존의 앞에 대령할 수 있습니 다.”
“그럼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지?”
혈마가 잔악하기 짝이 없는 미소 를 지었다.
“마존께서 그걸 원하시지 않을 거 라 생각했습니다.”
강진호가 헛웃음을 홀렸다.
악연으로 몇 번 얽힌 주제에 자 신을 잘 안다는 듯이 말하는 게 어 이없다. 하지만 그 말이 틀리지 않 았다는 게 더 어이없었다.
“원수가 단번에 목이 떨어지길 원 하는 이는 없습니다. 선택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서서히 피 말리듯 죽어가길 원하지 않겠습니까?”
“그냥 네 성격이 나쁜 것 아닐 까?”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마존 께서도 그리 온화한 분은 아닐 거라 생각했습니다. 제 생각이 틀렸다면 저를 벌해주십시오.”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담배에 불 을 붙였다.
‘청마도 아니고……
하는 짓이 과거의 청마를 떠올리 게 만든다.
“고생했다.”
“하면••••••
혈마가 눈을 빛낸다.
“감히 아뢰옵기…… 아니, 여쭤보 기…… 음……
“물어보기.”
“네. 물어보기 좀 뻘쭘한데……
비속어 없이 그냥 정상적으로 말
하는 게 이토록 힘들다는 게 상식적 으로 가능한 일인가? 왜 사람이 중 간이 없는가.
“저희를 받아주시는 겁니까?”
“아직은 모르지.”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네 말대로 지금까지 네가 한 것 이라고는 내 의도를 저쪽에 전달한 것밖에 없지 않나?”
“아직은 그렇습니다.”
“그걸로 상을 받겠다는 건가?”
“염치없이 감히 그런 말을 드릴 수는 없지요. 제가 준비한 것은 따 로 있습니다.”
“그럼 그걸 해놓고 말해.”
혈마가 빙그레 웃었다. 눈이 전혀 웃지 않는 그 미소가 마음에 드는 건, 강진호가 삐뚤어져 있기 때문만 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예, 마존이시여.”
“저들이 정확하게 내게 원하는 게 뭐지?”
“그건••••••
“보디가드?”
이현수가 황당하다는 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냥 그게 전부랍니까?”
“그러게.”
아크릴 벽을 사이에 둔 이현수와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 보았다.
“아니, 그…… 실질적인 일은 따 로 나중에 요구하는 게 아니구요?”
“그런 건 없다는데?”
“어……
이현수가 머리를 굴려보고는 황당 하다는 듯이 웃었다.
“확실히 상황을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지금 강진호에게 손을 내민 쪽은 중국 정부, 정확하게는 인민해방군 을 장악하고 있는 군사위원회 쪽이 다.
그들은 이미 한 번 강진호를 노 려 적으로 돌아섰지만, 그 일련의 과정에서 아직은 삼왕계와 싸우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린 모양 이다.
“그런데 모양이 우습기는 하네요. 이제는 할 만하다고 생각해서 일을 벌였는데, 막상 해보니 아니다 싶어
서 회주님께 구걸을 하는 입장인 것 아닙니까?”
“그렇지.”
대화를 듣고 있던 위긴스가 쓴웃 음을 지었다.
“상황만 보면 웃기지만,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지.”
“그렇긴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렇기에 그들이 더 무섭군.”
“예?”
이현수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위긴스가 친절하게 부연을 해 주었다.
“네가 그 입장이라면 바로 로드께 머리를 조아리고 빌 수 있을까?”
“어, 음••••••
쉽지 않을 것 같다.
염치가 없고 민망하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행위 도 혼하지는 않다.
“하지만 저들은 바로 고개를 숙였 지. 말 그대로 목적만 이룰 수 있다 면 뭐든 한다는 것 아닌가.”
“그런 식으로도 볼 수 있겠네요. 어쨌든 그게 저희에게 나쁘지는 않 은 일이죠?”
“나쁠 리가 있겠는가. 옆에 있으
면 키스라도 해주고 싶군.”
“……싫어할 것 같은데.”
싫어하겠지.
많이 싫어하겠지.
“하지만 로드, 저는 세상에 대가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받으신 이상 언젠가는 저들의 요구를 한 번은 들어줘야 할 일이 생길 겁니다.”
“상관없어.”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확실히 이번 일에 비하면 작은 대가……
“아니다 싶으면 씹으면 그만이
지.”
위긴스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
“예?”
“요청이 과하다 싶으면 안 한다고 하면 그만이라고.”
“아니, 그건 거래가……
“거래를 어기면 어떻게 되지?”
“ 그야••••••
원수가 되겠지.
지금처럼.
어? 변하는 게 없네?
“다를 게 없군요.”
“그렇지.”
이현수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그런데 쟤들이 무슨 호구 도 아니고, 우리가 배 째버리면 닭 쫓던 개 된다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
“호구일 리가 있나.”
위긴스가 피식 웃고 말했다.
“이미 계산이 서 있겠지. 그건 나 중 일이지 않은가. 당장 로드의 이 름을 팔아서 삼왕계를 진정시킬 수 만 있다면, 이 정도 일에 대한 대가 는 모두 받아내는 것과 마찬가지니 까.”
“흐음, 과연.”
“설사 로드께서 저들의 제안을 받 아들이지 않았다고 해도 저들은 똑 같이 움직였을 거다. 로드가 풀려나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과 갇혀 있는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니까.”
이현수가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음, 무슨 다른 생각이라도?”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이현수가 미묘한 미소를 머금는 다.
“그렇게 모든 상황을 꿰뚫어 보시 는 분이 막상 이 일이 터지기 전까
지는 왜그리 뭐 마려운 개처럼
콰득!
“끄으으으으.”
이현수가 정강이를 부여잡고 몸을 웅크렸다.
답지 않게 귀까지 시뻘겋게 물들 인 위긴스가 몇 번이나 헛기침을 하 고는 어색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 보았다.
“여하튼 회주님.”
“……여하튼이 나올 상황인가, 이 게?”
“넘어가시죠.”
강진호가 웃어버렸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는 면회실의 분위기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번 면회만 해도 서로 얼 굴을 마주한 채 한숨만 내쉬는 게 일이었는데, 이제는 웃음이 나오지 않는가.
“저쪽에서는 이제 어떻게 나올까 요?”
슬그머니 몸을 일으킨 이현수가 화제를 돌렸다. 한 번 더 놀렸다가 는 이번에는 정강이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저쪽이라면?”
“김명찬 쪽 말입니다.”
위긴스가 고소를 머금었다.
“글쎄, 모르지. 나라면…… 당장 여기에 와서 머리를 박고 빌겠지
“이미 왔다 갔어.”
위긴스가 이채를 띤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갔겠군 요.”
“그렇지.”
“그럼 이제 별수 없지.”
위긴스가 입꼬리를 씩 말아 올렸 다.
“가드를 올리고 얻어맞는 수밖에. 가드가 단단하다면 웬만큼은 버티겠 지만…… 글쎄, 지금은 팔다리가 잘 린 상황이라 가드를 못 올릴 것 같 은데?”
대화를 하던 사람들이 모두 미소 를 지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방진훈이 떨 떠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니, 이게 뭐 영화에서 나오는 악당들 모의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마음을 쓰니까 사람이 구치 소에 갇히는 것 아닙니까!”
모두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방진훈 을 돌아보았다.
“왜요? 뭐 잘못됐습니까?”
“아니.
뭐,
잘못되었다기보다
느..»
말을 말자.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고는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로드, 상황이 좋게 풀렸지만, 아 직 완전한 것은 아닙니다. 중국이 해주는 것만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허락하신다면 저희 쪽에 서도 상황을 좀 만들어보고 싶습니 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예, 로드.”
위긴스가 단호한 눈으로 말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 야 할 때입니다. 저들에게 총회와 로드를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확 실하게 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강진호가 살짝 미소를 띤 채 위 긴스를 바라보았다.
“그보다……
“예, 로드! 하명하십시오.”
“가서 콜라나 사 와.”
“일처리 다 해놓으니까 유능한 척 하지 말고.”
팩트로 두들겨 맞은 위긴스가 상 처 입은 얼굴로 슬쩍 물러났다.
“그리고……
“예!”
“파란 거 말고 빨간 걸로 사 와.”
“센스가 없어.”
“저는 파란 거 파라……
강진호가 극혐하는 얼굴로 위긴스 를 바라보았다.
“영국인이란.”
변명을 할 수 없어 너무 억울한 위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