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95)
마존현세강림기-1397화(1394/2125)
마존현세강림기 57권 (4화)
1장 역전하다 (4)
“총리님, 한 말씀 해주십시오!”
“이번 일에 대한 입장은 없으십니 까?”
“총리님께서 죽이려 했다는 그 사 람은 누굽니까?”
“총리님께서 혼자 하신 일입니까, 아니면 지시를 받은 사항입니까!”
쏟아지는 질문과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김명찬은 그저 눈을 감을 뿐 이었다.
며칠 사이에 십 년은 늙어버린 그의 모습은 절로 동정을 불러일으 켰지만, 주변의 그 누구도 김명찬에 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권력자가 추락할 때는 언제나 이 런 법이다.
힘을 가지지 않은 이들은 죄를 지어도 상황에 따라 동정을 받지만, 힘을 가진 이들이 추락할 때는 그들 이 휘두른 권력이 이자를 쳐서 돌아 온다.
더 높이 올라간 만큼 더 깊게 추 락하는 게 권력의 속성인 것이다.
한동안 눈을 감고 있던 김명찬이 힘겹게 눈을 뜨고는 입을 열었다.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 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질문이 터져 나왔다.
“죄를 인정하시는 겁니까?”
“왜 이런 일을 벌이신 겁니까?”
“권력형 살인 교사라는 죄목이 과 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질문이 끝도 없이 쏟아졌지만, 김
명찬은 아무런 대답 없이 굳은 얼굴 을 한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마이크를 든 앵커가 대검찰청 건 물을 배경으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중국의 중앙군사위원과 내통하여 자국민을 살해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명찬 총리가 오늘 검찰 에 출두했습니다. 김명찬 총리는 현 재 혐의에 대해 아무런 긍정도, 부 정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에 여 론은 김명찬 총리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가, 그리고 김명찬 총리가 죽 이려 한 이는 누구인가에 촉각을 곤 두세우고 있습니다. 검찰은 조사를
통해 혐의가 입증될 경우, 김명찬 총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 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 * *
“저 개새끼.”
최연하가 쌍욕을 내뱉었다. 입으로는 욕을 하면서도 얼굴로는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저 사람이 강진호 씨한테 누명 씌운 사람이에요?”
“그렇다더라.”
“와, 저거 또라이 새끼네.”
한 나라의 총리에게 욕을 하는 것은 누구라도 꺼려지는 일이겠지 만, 지금 이 두 사람은 김명찬에게 가진 감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찾아가서 가죽을 벗겨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럼 중국에서 그 난리가 난 것 도 저 새끼 때문인 거예요?”
“그렇다니까.”
“와, 저 미친놈이……
한은솔이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얼 굴로 화면에 나오는 김명찬 총리를 바라보았다.
국가를 이끌고 국민을 수호해야 할 총리가 타국과 내통해 국민을 죽 이려 했다는데, 분노하지 않을 사람 이 누가 있겠는가.
더구나 한은솔들은 김명찬이 벌인 일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당사자 였다.
“그럼 이제 강진호 씨 풀려나는 거예요?”
“조사에서 무슨 말이 나오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실장이 말하기 로는 시간문제라고 하더라.”
“누명 벗는 거네요.”
“그렇지.”
한은솔이 슬쩍 최연하를 돌아보았 다.
최연하의 얼굴이 반질반질 빛이 난다. 금방이라도 등 뒤에서 후광이 뿜어질 것 같았다.
‘세상에.’
최연하를 몇 년 동안 봐왔지만, 얼굴의 최연하는 난 지금이라면 예전에 백을 잃어버린 사람 것을 고백해도 웃으
저렇게 온화한 생 처음이었다.
최연하의 명품
이 자신이라는
면서 용서해 줄 것 같다.
“누나.”
“웅?”
“아, 아니에요.”
그래도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겠지. 무덤까지 안고 가자.
가만히 TV를 보던 한은솔이 한숨 을 푹 내쉬었다.
“왜 좋은 일에 왜 한숨질이야, 복 떨어지게. 뒈질래?”
“아뇨. 그런 게 아니라……
한은솔이 쩝, 입맛을 다셨다.
“강진호 씨가 풀려나게 되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누나 이미지가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그게 뭐 어때서?”
“어때서라요. 당연히……
“됐어. 안 그래도 인기가 너무 과 해서 힘들었는데 잘됐지. 마스크 안 쓰면 밖에서 밥도 못 먹는 인생이 뭐가 그리 좋다고.”
한은솔이 슬쩍 최연하의 표정을 확인했다.
정말 한 점 껄끄러움이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럴 수가 없는데……
연예인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공 황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어딜 가더라도 감시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그리고 다
른 하나는 지금의 인기가 언제 사라 질지 모른다는 불안함.
둘 중 더 끔찍한 것은 당연히 인 기에 대한 불안함이다. 감시받는다 는 느낌이 싫으면 연예인을 그만두 고 다른 일을 찾아버리면 그만이지 만, 누구도 자발적으로 연예계 생활 을 그만두려 하지 않는다.
인기에 끝도 없이 목을 매는 것 이 이 업계를 살아가는 이들의 숙명 이었다.
그런데 최연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누나, 진짜 괜찮아요?”
“웅? 뭐가?”
“아뇨……. 누나 말대로라면 이제 강진호 씨는 급한 불은 끈 거잖아 요.”
“그렇지.”
“그럼 이제 묻어둔 누나 문제가 좀 생각이 날 것 같은데, 걱정이 돼 서……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걱정도 팔자시네요. 야, 내가 배 우여서 대단한 거냐?”
“네?”
“연예인이든 아니든 내가 잘나고 이쁜 건 달라질 게 없잖아. 인기가
많든 적든 내가 제일 예쁜 것도 사 실이고. 안 그래?”
“남한테 인정받고 말고가 뭐가 그 리 중요해? 그리고 나는 예전부터 연기자로 롱런하고 싶은 거지, 인기 가 많은 걸 바라지는 않았어. 그럼 CF나 찍고, 트렌디 드라마 나가서 이쁜 척이나 했겠지.”
최연하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그 런데 이미 지난 일에 머리 싸매고 있으면 뭐가 달라지겠어.”
최연하가 한은솔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그래도 너는 내 매니저잖아. 안 그래?”
“그건 당연하죠.”
“매니저가 하는 일이 뭔데? 연예 인 관리하고 인기 얻게 해주는 거 아냐?”
“예.”
“떨어진 건 어쩔 수 없어. 어쩌면 앞으로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팬이 생겨 버린 건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손가락 빨면서 후회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떨어진 인기는 복구하면 그 만이지.”
참 시원시원하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건지, 아니면 한은솔이 듣기 편하라 고 이리 말해주는 건지는 모르겠지 만, 어쨌든 이 말을 듣고 나니 마음 이 좀 편해진다.
“그렇죠. 복구해야죠. 누나가 최연 한데.”
“그렇지.”
“다른 건 몰라도 누나가 마스크 하나는 독보적이잖아요. 대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니 제작자들도 절 대 외면은 못할 거고.”
“……잠깐만. ‘다른 건 몰라도’라
는 부분이 거슬리는데?”
“넘어가요, 넘어가.”
최연하가 한은솔을 홀겨보고는 자 리에서 일어났다.
“됐어. 접견 갈 거야.”
“ 또요?”
“왜? 운전하기 싫어? 그럼 내가 혼자 가면 되니까 너는 있어.”
“뭔 그런 말을 해요. 운전하기 싫 은 게 아니라 너무 자주 가니까 그 런 거지.”
“아서라. 님이 옥에 갇혔는데, 내 가 어찌 마음 편히 집에서 쉬겠니.”
“열녀 나셨네, 열녀 나셨어.”
“열녀한테 맞아 뒈지기 싫으면 준 비하시죠?”
“넵.”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향하는 최연하를 보며 한은솔이 피식 웃고 말았다. 최연하가 저렇게 가볍게 걷 는 걸 대체 얼마 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다.
“오랜만이군.”
“그러게요. 이렇게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강진호는 자신의 앞에 앉은 사람 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얼굴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 데?”
“그건 피차 마찬가지 아니겠습니 까?”
“조금 시니컬해진 것도 같고.”
이종욱이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죄송합니다. 겪은 일이 워낙 많 다 보니 예전처럼 굴 수는 없네요.”
그럴 것이다.
국가에게 배신당한 건 강진호나 이종욱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동안 많은 일이 있던 모양이
군.”
“말도 마십시오. 저는 사옥 지하 에 사람을 가둘 수 있다는 걸 이번 에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국정원에 갇혔으면 말도 안 하지.”
“지금까지 갇혀 있던 건가?”
“아니요. 자택 감금으로 전환된 지 꽤 됐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죽 을 맛이더군요. TV에서는 연일 사 건 때려 대지, 그런데 할 수 있는 건 없지, 전화는 다 도청되고 있 지……
이종욱이 씁쓸하게 웃었다.
“원래는 이게 제가 다 하던 건데,
사람이 입장을 바꿔봐야 안다고…… 정말 죽을 맛이더라구요.”
강진호와 이종욱이 서로 마주 웃 었다.
강진호의 입장에서는 이종욱에게 나쁜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다. 정 권이 그를 죽이려 할 때 유일하게 그의 편을 들어준 이가 이종욱이다.
만약 이종욱이 저들을 배신하고 강진호를 돕지 않았다면, 강진호는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에 처했을 수 도 있다.
“제 부하 놈은 잘 있습니까?”
“글쎄, 별말 없는 걸로 봐서는 잘
있겠지.”
“그나마 다행이네요. 마음에 짐이 었는데.”
이종욱이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 었다.
“이런 곳에서 다시 뵙게 된 게 무 척이나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씁쓸 하기도 합니다.”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려 주변 을 바라보았다.
김명찬이 왔을 때 면회를 위해 사용하던 방이다. 지금은 김명찬 대 신 이종욱이 앉아 있다는 것이 다를 뿐.
이종욱이 이 방을 사용할 수 있 다는 건 김명찬과 같은 권력자를 등 에 업었다는 뜻이다.
그 사람이 누구일지는 누구나 짐 작할 수 있다.
“그래서 용건은?”
“협상입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이종욱을 바라보 았다.
“협상 대리도 뛰고, 그래도 감정 이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지?”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회주님. 저는 정권의 개가 되어 온 게 아닙 니다. 처음부터 제가 회주님을 도운
이유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보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재를 하겠다?”
이종욱이 낮게 웃었다.
“제가 감히 그럴 깜냥이나 되겠습 니까? 그저 저 양반들 중에 지금 회주님 앞에 얼굴을 들이밀 사람이 없는 것뿐이죠. 그래서 대타 뛰는 겁니다.”
강진호와 이종욱이 다시 마주 웃 었다.
참 상황이 우습게도 흐른다.
“말해봐.”
강진호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 다.
굳이 이종욱에게 이런 말, 저런 말을 할 게 없다. 이종욱은 그를 도 운 사람이고, 그저 저들의 입장을 들고 온 것뿐이니까.
적당히 듣고 답해준다. 그걸로 충 분하다.
“이쪽의 제안은 하나입니다. 회주 님의 모든 것을 복권시켜 드리겠습 니다.”
“복권?”
“예. 어차피 회주님을 풀려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복권
은 그 의미가 다르죠. 김명찬이 회 주님을 묻어버리기 위해서 누명을 씨웠다는 걸 국가적으로 공인을 해 준다면, 회주님의 주변인들도 다들 납득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그러니 그 모든 걸 해드릴 셈입 니다. 그 대가로 이쪽에서 요구하는 건 단 하나…… 이 일을 여기에서 덮는 것, 더 이상의 보복을 하지 않 는 것. 간단하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하지.
너무 간단하지.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그러 고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전에 일은 감사하지.”
“별말씀을.”
“그러니 이번 한 번은 넘어가 주 겠어.”
강진호가 이를 드러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지껄일 거 면 꺼져. 참아주는 데도 한계가 있 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