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96)
마존현세강림기-1398화(1395/2125)
마존현세강림기 57권 (5화)
1장 역전하다 (5)
이종욱이 마른침을 삼켰다.
강진호의 분노가 자신을 향한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걸 안다고 해도 분노한 강진호 앞에 서 말을 이어간다는 건 쉬운 게 아 니다.
“회주님……
“김명찬이 모든 걸 했나?”
“그렇지는 않겠지. 아닌가?”
“권력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모두 가 관여하지만, 책임을 지는 이는 한정되어 있는 법이죠. 관여한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면 아무도 살아남 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어울려 달라?”
“회주님.”
이종욱이 무겁게 말을 토했다.
“이 정권이 회주님께 못할 짓을 했다는 걸 누가 부정하겠습니까? 저 역시 그걸 알기에 어떻게든 이 상황
만은 막아보고 싶었습니다. 하지 만…… 일은 저질러졌죠.”
“하지만 이 일로 정권이 붕괴해 버리면 죄없는 이들이 너무 많은 피 해를 받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관 여한 이들 중 대부분은 그저 위에서 시키니까 움직인 것뿐입니다.”
강진호가 이종욱을 빤히 보고는 입을 열었다.
“수작질은 그 정도로 하지.”
“예?”
“내가 원하는 게 그런 이들이 아 니라는 건 그쪽도 알고 있지 않나?”
“……회주님.”
이종욱이 머뭇대다가 고개를 끄덕 였다.
“하기야 회주님은 그런 분이시 죠.”
천천히 담배 연기를 뱉어낸 강진 호가 차가운 눈으로 이종욱을 응시 했다.
“김명찬이 끝일 수 없지. 그렇지 않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 당 연히.”
이종욱이 눈을 감았다.
강진호의 말이 의미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이종욱이 아니다. 사 태가 여기까지 가는 것만은 막아보 고 싶었기에 직접 이곳으로 왔다.
말도 안 되는 협상안을 들고 말 이다.
하지만 이종욱의 마음과는 다르게 강진호는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 어 보였다.
“회주님.”
입술을 질끈 깨문 이종욱이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는 대로 이 일에 관여한 핵심 인물은 셋입니다. 하나는 김명
찬,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국정원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참을 뜸들인 이종욱이 토해내듯 입을 열었다.
“코드 원입니다.”
“내드릴 수 있는 건 내드릴 겁니 다. 하지만 코드 원은 안 됩니다. 국가가 코드 원을 보호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이미 탄핵도 한 번 했겠다, 별 어려울 것 없을 텐데?”
“두 번은 안 되지 않겠습니까?”
“회주님, 코드 원이 이 일에 관여 한 것은 사실입니다. 김명찬이 마음 대로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준 것 도 맞고, 그에 따른 지원을 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객관 적으로 말씀드리건대, 코드 원은 그 저 김명찬의 판단에 따랐을 뿐입니 다.”
“잘도 지껄이는군.”
“헛소리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이 게 진실입니다. 코드 원의 스타일이 그렇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사람이 라고 생각한 이들을 전폭적으로 믿 고 지원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
고 특정 분야에 있어서 자신보다 잘 할 수 있는 이들이 있으면 스스로의 이해를 뛰어넘어 밀어주는 사람입니 다.”
“그래서 그 책임이 없다?”
“그런 말은 못하죠. 밀어준 것 역 시 책임이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협 상의 여지는 있지 않겠습니까?”
이종욱 역시 강진호가 당장 청와 대로 달려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강진호는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이 정권을 파멸시킬 수 있 다.
이미 강진호와 중국이 손을 잡은 마당에 풀려난 후 몇 가지 이야기만 풀어도 정권은 개박살이 난다.
‘피해자에게 우리가 죽지 않게 거 짓말을 해달라고 빌어야 하는 상황 이라니.’
그러니 이종욱 말고는 아무도 올 수 없던 것이다. 적어도 이종욱은 강진호를 앞에 두고도 떳떳하게 말 할 수 있으니까.
“어차피 여기까지는 생각하고 왔 겠지?”
“아닌가?”
“……맞습니다.”
이종욱은 새삼 눈앞에 있는 사람 이 강진호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과거, 총회에서 강진호를 봤을 때 받은 느낌.
야수의 육체에 여우의 머리를 가 지고 있는 사람.
강진호를 대면한 이들은 자신을 짓누르는 듯한 강진호의 기세에 홀 린다. 그래서 강진호가 의외로 머리 가 좋다는 사실을 간과해 버린다.
그렇게 파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종욱은 알고 있다. 그의 능력으로는 강진호를 속일 수 없다.
그러니 차라리 모든 것을 인정하는 게 낫다.
“지껄여 봐. 들어는 주지. 그게 나를 도우려 한 사람에 대한 예의니 까. 단……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말한 다.
“그때의 빚은 이걸로 다 갚은 걸 로 하지.”
“물론입니다. 되레 감사드립니다, 회주님.”
깊게 고개를 숙인 이종욱이 심호 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사건을 이쯤에서 무마해 주시는
대가로 언론을 통해 회주님이 누명 을 썼다는 사실을 알리겠습니다. 그 리고 그 보상은 절대 모자라지 않게 지급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부분 에 대한 보상도 약속드리겠습니다. MK는 물론, 총회에 대한……
꾸욱.
강진호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아직 다 타지 않은 담배를 짓누 르는 것에서 지금 강진호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바로 입을 열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의자에 등을 기
댔다. 이종욱은 강진호의 심기를 거 스르지 않기 위해서 조용히 숨을 죽 였다.
한참을 생각하던 강진호가 눈을 뜬다.
“그 보상이라는 건 결국 돈이겠 지?”
“……가장 빠르고 확실한 보상이 죠.”
“그 보상은 누가 하는 거지?”
“물론 코드 원께서……
“누구 돈으로?”
이종욱이 입을 닫았다.
이건 그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다.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잘못은 본인이 저질러 놓고 보상 은 세금으로 하는 건가? 아주 편하 군. 그게 위에서 선 자가 책임을 지 는 방식인가?”
“회주님, 저희는……
“내가 돈이 부족해 보이는 모양이 군. 좀 놀랍군. 그쪽 사람들은 사고 방식이 다른가? 내가 가진 돈 정도 는 푼돈으로 보일 만큼?”
이종욱이 고개를 숙였다.
그도 알고 있다. 강진호에게 돈을
논하는 게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지. 강진호는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손꼽 히는 부자다. 그가 장악한 일본과 원탁의 영향력을 이용한다면 돈을 불리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이에게 만족할 만한 보상을 해주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필 요하겠는가.
그 모든 돈이 다 세금이다.
‘빌어먹을 김명찬 새끼.’
새삼 김명찬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렀는지 생각할 수밖 에 없었다. 그래서 그토록 말렸건만, 사고를 수습하기는커녕 더 크게 벌
여 버렸다.
김명찬을 찢어 죽여서 사태를 수 습할 수 있다면, 몇 번이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단계를 넘어버렸다.
“회주님.”
이종욱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뭐 하는 거지?”
“이 말씀을 들어주신 것으로 제가 한 일에 대한 대가는 받았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니 이제는 그저 부탁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종욱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저는 솔직히 어떻게 해야 회주님 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지 정말 모릅니다. 아니, 저뿐 아니라 아무도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 릅니다. 그러니 차라리 까놓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길을 알려주십시오. 저희가 어떻게 해야 이쯤에서 이 일 을 멈출 수 있는지.”
강진호가 가만히 이종욱을 바라보 았다.
이자는 왜 자신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걸까?
이종욱은 강진호를 보호하기 위해 김명찬에게 반기를 들었다. 덕분에
가진 모든 것을 잃고 감금당하는 처 지가 됐다. 그런데 이제는 그 김명 찬에 동조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강 진호에게 머리를 숙인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나 묻지.”
“예.”
“그렇게까지 해서 지킬 가치가 있 는 건가, 이 정권이라는 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살짝 고민하는 듯하던 이종욱이 입을 열었다.
“제가 지키려는 건 정권이 아닙니
다. 국가고, 국민이죠. 얼빠진 소리 고, 꿈같은 소리 같겠지만…… 저는 그래서 국정원이 지원하고 젊음을 바쳤습니다.”
“저는 저 사람들을 비호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 이상 일이 커지 면서 고통받을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원치 않을 뿐입니다.”
“썩은 놈들을 갈아 치우는 게 문 제가 된다?”
“갈아 치운 놈 대신 들어올 놈들 이라고 뭐 그리 깨끗하겠습니까.”
이종욱이 한숨을 내쉬었다.
“한 번만 생각을 해주십시오, 회 주님.”
강진호가 새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 피곤하군.’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피로 가 몰려오는 느낌이다. 다시 말하자 면, 강진호 역시 이종욱이 하는 말 을 그저 개소리로 들어 넘길 수만은 없다는 뜻이겠지.
고민되지 않았다면 피곤할 일도 없을 테니까.
그럼 용서할 것인가?
그럴 리가.
“일어나 앉아.”
“……예.”
이종욱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다시 앉았다. 강진호가 담배를 이종 욱에게 건넸다.
“피워.”
“아, 괜찮습니다.”
“피워.”
“그럼 한 대만……
이종욱이 담배를 물자 손을 뻗어 불을 붙여준 강진호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 가만히 이종욱을 바라보았 다.
“길을 알려 달라고 했지?”
“예.”
“별로 어렵지는 않지.”
강진호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 렸다.
“내 화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줄 테니, 가서 전해.”
“•…”어떤?”
“네가 말한 대로 하나는 살려주 지. 하지만 다른 둘은 안 돼. 그리 고 그쪽에서 이 일을 반성한다는 제 대로 된 증명을 해줘야겠어.”
“물론입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 해……
“김명찬, 그리고 국정원장.”
“ 예?”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이종욱 이 의아한 눈빛을 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너희가 부숴.”
순간적으로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이종욱이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 라봤다.
“구, 국정원장은 그렇다 치고, 김 명찬은 이미!”
“겨우 그 정도로?”
강진호가 웃는다.
나직하게, 그리고 악귀처럼.
“그 정도로는 안 되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야. 차라리 죽고 싶어질 정도로 그들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무너뜨려. 나나 중국은 할 수 없는 부분도 너희는 할 수 있겠지.”
이종욱의 몸이 떨렸다.
이건 악의다. 그리고 증오다.
“살아 있다는 것을 후회할 정도로 모든 것을 무너뜨려. 차라리 눈을 도려내고 귀를 파내 버리고 싶을 정 도로. 너희가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생각을 해보지.”
“회, 회주님, 그건••••••
“못하겠나?”
이종욱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제가 결정할 일은 아닙니 다.”
“그럼 가서 전해.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내가 원하는 것은 나를 노린 이들이 파멸하는 것, 그 리고 그 파멸시킨 놈들을 내 앞에 대령하는 것. 그 두 가지라고 말이 야.”
강진호가 낮게 웃었다.
“ 약속했거든.”
“..뭘?”
“마지막에 다시 보자고. 너희가
그렇게 해준다면 여기에서 그만두겠 어. 하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강진호가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끝까지 가게 될 거야. 명심하는 게 좋아. 나는 한 번 시작하면 절대 중간에서 멈추지 않아. 둘 중 누가 죽든 결론이 날 때까지 말이야.”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문으로 향했 다.
이종욱은 말없이 강진호의 등을 바라보았다.
저 등에 압도되었던 때가 있다.
하지만 이종욱은 그때의 자신조차
강진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 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사람은 절대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절대로.
저 불타오르는 듯한 악의(惡意)는 닿는 모든 것을 태워 버릴 테니까.
이종욱이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