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97)
마존현세강림기-1399화(1396/2125)
마존현세강림기 57권 (6화)
2장 석방되다 (1)
“다음에는 이런 데 들어오지 마세 요.”
“네.”
“물론 억울한 면이 많겠지만, 세 상이 원래 다 그런 겁니다. 애초에 트러블을 안 만드는 게 좋아요.”
“네.”
아무것도 모르는 교도관이 안쓰럽 다는 얼굴로 강진호를 보며 말한다. 강진호는 반쯤 꿀 먹은 벙어리가 되 어 그저 짧은 대답만 할 뿐이었다.
아니, 뭐, 물론 죄를 많이 짓기는 했는데, 여기를 죄지어서 들어온 게 아닌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잘 가세요.”
“아•••••• 네.”
끼이이익.
철컹.
강진호가 어색한 얼굴로 구치소 문을 나섰다.
‘뭐가 이렇게 급작스럽지?’
이종욱을 돌려보낸 지 하루도 지 나지 않아 강진호에 대한 석방이 이 뤄졌다.
강진호는 딱히 나갈 생각이 없었 지만, 구치소에서 나가라는데 나가 지 않겠다고 버팅길 수는 없잖은가. 나가라면 나가는 수밖에.
“진호야!”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 에 백현정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 다.
“ 어?”
강진호가 백현정을 끌어안고는 가 볍게 웃었다.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연락이 왔더라, 오늘 석방된다 고.”
“……저도 몰랐는데.”
“우리도 오늘 아침에 들었어.”
강진호가 머리를 긁었다.
강유환이 흐뭇한 얼굴로 다가와 강진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 많았다.”
“고생은요. 고생은 아버지가 많으 셨죠.”
공치사로 하는 말이 아니라 강진 호는 정말 고생한 게 없다. 구치소 라고는 하지만 딱히 불편한 점도 없
었으니까. 언제든 나갈 수 있는 곳 에서 스스로를 가둬야 한다는 건 꽤 끔찍한 일이지만, 그 정도야 얼마든 지 감수할 수 있었다.
“자.”
“응‘?”
“두부.”
강은영이 손에 든 두부를 강진호 에게 내밀었다.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먹어야 돼?”
“그럼 버리려고?”
“집에 가서 구워 먹으면 될 것 같 은데.”
“시끄럽고, 빨리 먹어. 이건 한국 의 오래된 전통이야.”
대체 언제부터 있던 전통인지는 모르겠지만, 백현정과 강유환이 눈 빛으로 압박을 한다. 어쩐지 꼭 먹 어야 할 분위기다.
“생두부 별론데……
“나이가 몇인데 음식 투정을!”
“먹어라. 다시 안 들어오게.”
“네.”
강진호가 한숨을 쉬고는 두부를 베어 물었다.
그래도 두부라도 한입 먹고 나니 석방되었다는 실감이 난다.
“이제 다 끝난 거지?”
“일단은 불구속 수사로 전환한다 고 하더라구요. 법적인 문제는 잘 모르겠어요. 설명을 듣기는 했는데, 무슨 말인지 영.”
강진호가 대충 얼버무렸다.
어차피 이 일련의 과정들은 법과 는 관계가 없다.
강진호와 협상을 하기로 한 높으 신 분들이 강진호의 심기를 거스르 지 않기 위해서 재빨리 석방을 한 것에 불과하다. 어차피 강진호를 더 잡아놓는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지만 말이 야.’
강진호가 나직하게 웃었다.
저곳을 빠져나온 건 대단한 일이 아니다.
힘, 그러니까 폭력을 쓰지 않고 이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것이 중요 한 것이다.
“집에 가자, 진호야. 엄마가 밥 해놨어.”
“그냥 대충 사 먹어도 되는데.”
“안 돼. 몸도 많이 상했을 텐데, 집밥 먹어야지. 아이고, 내 새끼. 그 새 얼굴이 반쪽이 됐네.”
‘그대론데.’
강진호가 웃고 말았다.
이상하게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연신 눈가를 훔치는 백현정을 보며 한마디를 하려던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
길게 늘어진 벽 끝 모퉁이에 쏙 나와 있던 머리가 잽싸게 안쪽으로 들어간다.
“왜 그러니?”
“아, 아뇨.”
방금 뭔가를 본 것 같은데? 강진호가 어색한 얼굴로 몸을 돌
렸다. 하지만 그의 기감은 안쪽으로 들어간 머리가 슬그머니 다시 나오 는 걸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 너무도 익숙한 기감은…….
“어?”
그 순간, 강은영이 고개를 갸웃했 다.
“저기, 저거……
“응? 왜 그러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지금 잠 깐 나왔다 들어간 것 같은데?”
들키지나 말든가.
강진호가 이 사태를 어찌할까 고 민하는 찰나, 강은영이 선수를 쳤다.
“연하 언니 온 것 같은데, 엄마?”
“응? 최연하 씨?”
“응. 짧게 봤지만 저런 비율의 머 리는 그 사람밖에 없어.”
귀신이 따로 없네.
“어디?”
백현정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러자 강은영은 친절하게 최연하가 숨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지금 저쪽 모퉁이 뒤에 숨어 있 어.”
“왜?”
“엄마 눈에 띄기 겁나서 그렇겠 지.”
백현정이 묘한 눈으로 모퉁이 쪽 을 바라봤다.
“ 진호야.”
“……예.”
“가서 오시라고 해.”
“네?”
“그래도 너 출소한다고 여기까지 찾아오신 모양인데,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가시면 안 되잖아. 가서 오 시라고 해.”
“어서.”
“네.”
강진호가 어색한 얼굴로 몸을 돌
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구치소 벽을 타고 걸어 모퉁이에 도달했다. 고개 를 쭉 내밀어 바라보자, 벽 옆에 바 짝 붙어 있는 최연하의 모습이 보였 다.
“……뭐 해요?”
“헐.”
강진호를 발견한 최연하가 놀라며 재빠르게 말한다.
“여기 왜 와요! 들키면 어쩌려 고?”
이미 들켰어요.
그걸 안 들킬 거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나. 이게 무슨 스파이 영
화도 아니고. 아니, 그전에 애초에 왜 들키면 안 되는가, 무슨 죄를 지 은 것도 아니고.
“어머니가 오시라는데요.”
“뭐라구요?”
“어머니가 여기 있지 말고 오시래 요.”
“……벌써 들켰어요?”
“네.”
최연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왜 어머님이랑 아버님이 오 실 거라고 생각을 못했지? 나만 아 는 줄 알았네.”
“최연하 씨는 어떻게 알았어요?”
“이 실장님이 전화해 줬어요. 자 기들이 가봤자 별로 안 좋아할 거라 고.”
그건 맞는 말이지. 얼굴 보기 지 겨우니까.
“아, 어떻게 하지? 이런 데서 처 음 뵙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 나 준비도 하나도 안 됐는데!”
“……그럼 안 온다고 할까요?”
“제정신으로 하는 말은 아니죠?”
강진호를 한 번 재려본 최연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화장을 점 검했다. 빛살 같은 손동작으로 화장 을 매만진 최연하가 모든 준비를 끝 내고 허리를 곧게 폈다.
그러고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후우우우우우.”
마치 전장을 앞에 둔 장수처럼 비장한 얼굴을 한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 가요.”
“예.”
“아, 잠깐.”
“네‘?”
최연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하는데, 내 가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괜히 돕겠 다고 옆에서 입 열지 마요. 그거 도 와주는 거 아니고, 사람 바닥에 묻 어버리는 거니까.”
“강진호 씨는 눈치가 없어서 이럴 때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예요. 알았죠?”
“……네.”
“좋아요. 가요.”
강진호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다. 원래 오늘은 강진호가
석방되는 날이라서 축하를 받아야 하는데, 왜 구박을 듣고 있는 기분 일까?
등을 떠미는 최연하 덕에 의문을 풀 새도 없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강진호였다.
모퉁이를 지나 최연하와 나란히 선 강진호가 부모님을 향해 걷기 시 작한다.
슬쩍 옆을 돌아본 강진호의 얼굴 이 미묘하게 변했다.
평소에는 세상 당당해서 화장실 갈 때도 런웨이에 선 모델처럼 걷는
다는 평을 받는 최연하가 세상 다시 없는 공손한 자세로 걷고 있다.
“여페 브•지 믈르그.”
목소리에서 살기를 느낀 강진호가 재빨리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그렇게 강진호의 가족 앞에 도착 한 최연하가 단아하게 허리를 숙였 다.
“처음 뵙겠습니다, 어머니. 제가 진즉에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 건데, 이렇게 뵙게 돼서 민망하고 죄 송……
그 순간, 백현정이 앞으로 한 발 나오더니, 두 손을 뻗어 최연하의 손을 잡았다. 최연하가 살짝 당황해 손을 빼려다가 백현정의 얼굴을 보 고는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았다.
“고마워요, 최연하 씨.”
최연하가 순간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저 미소만 지었다.
“쉽지 않았을 텐데, 방송에서 그 렇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없는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닌데 요. 당연히 그렇게 말해야죠.”
“정말 고마워요.”
백현정이 더없이 흐뭇한 얼굴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간첩으로 몰린 상황에서 최연하 같은 대스타가 강진호와의 관계를 밝힌다는 건 정말 웬만한 각오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떨어져 나간 최연하의 팬 이 얼마겠는가.
강진호가 구속된 일로 백현정이나 강유환은 그저 애를 태웠을 뿐이지 만, 최연하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 았다. 백현정으로서는 고마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최연하 씨 덕분에
많이 힘이 됐어요. 세상에 우리 진 호를 믿고 있는 사람이 우리 가족들 만은 아닌 것 같아서.”
최연하가 빙그레 웃었다.
안 그래도 예쁜 얼굴이 미소와 어우러지자 정말 빛이 나는 것 같 다.
“저만 그런 건 아니에요. 진호 씨 가 인복이 있어서 아는 사람들은 다 들 어떻게든 해보려고 열심히 뛰었 어요.”
“다 좋은 사람들이라 그렇죠, 좋 은 사람들이라.”
백현정이 눈가를 홈친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강진 호는 몸 안에 두드러기가 나는 느낌 이었다.
차라리 적과 싸우는 게 낫고, 감 옥에 갇혀 있는 게 낫지, 이런 분위 기를 맨 정신에 버티라는 건 강진호 에게는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어떻게든 개입해서 이 대화를 끝 내려 하는 순간, 백현정이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어떻게, 같이 식사라도?”
강진호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최 연하를 돌아보았다. 제발 아니라
고
“네. 좋아요, 어머니. 같이 가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실례라니요. 그럴 리가 있나요.”
강진호가 숨이 막혀오는 느낌에 전율할 때, 구세주가 등장했다.
“에이, 엄마.”
강은영이 끼어들었다.
“밥은 편하게 먹게 해주자. 엄마 앞에서 밥이 넘어가겠어?”
“왜? 나 밥 잘 먹을 수 있는데.”
“됐어요, 언니. 혼자 먹으면 더 잘 먹을 수 있어.”
강은영이 피식 웃었다.
“근데 진짜 지극 정성이다. 그 뒤 로도 맨날 들락거린다고 SNS에서 난리던데, 오늘도 왔어요?”
“그, 그냥 시간이 남아서……
“언니가 시간이 남을 일이 있나?”
“아냐. 정말 시간이 남아. CF가 취소됐거든.”
“아••••••
최연하 나름으로는 변명으로 한 말이겠지만, 그 말을 들은 이들은 모두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 제가 말실수를……
최연하가 입을 가린다.
그러자 강은영이 날카로운 눈으로
강진호를 째려봤다.
“여하튼 민폐 덩어리라니까.”
“내 말이!”
강은영은 그렇다 치고, 백현정까 지 가세해서 비난을 시작한다. 매우 억울한 강진호지만, 지금 입을 떼면 안 된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럼••••••
백현정이 슬쩍 최연하를 보며 말 한다.
“어쩔 수 없죠. 오늘은 진호 데리 고 재미있게 놀아요. 너무 늦지 않 게 돌려보내 주시구요.”
“아니에요, 어머니! 오늘 같은 날 은 당연히 집에 들어가야죠!”
“괜찮아요, 괜찮아. 내가 허락한 거니까.”
그때, 은근히 상황을 지켜보던 강 유환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여보, 내 생각은……
“당신은 입 열지 마세요.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최연하 씨 앞에 서.”
단박에 찌그러지는 아버지를 보며 입 열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강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