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98)
마존현세강림기-1400화(1397/2125)
마존현세강림기 57권 (7화)
2장 석방되다 (2)
“그래서 집에 가셨습니까?”
“……그렇지.”
“호오.”
이현수가 싱긋 웃었다.
“역시 최연하 씨는 고단수네요.”
“웅?”
“거기서 회주님과 데이트를 갔다
면 내심 어머니가 기분이 좋으셨을 리가 없죠. 석방된 아들에게 집밥 먹이 려고 준비하셨으니까요.”
“••••••그래?”
“예. 최선의 대처였다고 봅니다. 덕분에 점수 제대로 딴 거 아닙니 까?”
“난 잘 모르겠는데?”
이현수가 검지손가락을 펴고는 좌 우로 까딱까딱 흔들었다.
“그래서 회주님이 문제인 겁니다. 여심이라는 건 민감한 법이죠. 제가 말하는 대로만 하면 손해 볼 일은 없을 겁니다.”
위긴스가 안으로 들어오며 피식 웃었다.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그렇게 잡혀 사나?”
“자, 잡혀 사는 게 아닙니다! 져 주는 거죠!”
“그래. 보통 그렇게 이야기하더 군.”
“요즘 같은 세상에 좀 져주고 사 는 게 죄가 됩니까?”
“아무도 죄라고는 하지 않았네. 그저 훈수 두는 게 웃겨서 그러지.”
“끄으응.”
이현수가 뭔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을 하려 들자, 위긴스가 깔끔하게 선수를 쳤다.
“어디 이야기해 봐. 교차 검증해 볼 테니까.”
“……이야기는 무슨 이야깁니까. 저는 할 말 없습니다.”
“쯧쯧, 한심하긴.”
이현수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 다.
사실 여자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그나 강진호나 도긴개긴이다.
“로드, 석방을 축하드립니다.”
“……독립운동하다 나온 것도 아 니고, 축하는.”
강진호가 어색한 얼굴로 손을 내 저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죄송 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번에 저희 가 도움이 되지 못해서.”
위긴스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치소에서 나온 강진호를 만나는 것도 늦었다. 생각 같아서는 집으로 라도 당장 찾아가고 싶었지만, 위긴 스는 위긴스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쓸데없는 말은 그 정도로 하지.” 강진호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쪼르르륵, 쪼르륵.
하지만 연신 입으로 빨려 들어가 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보고 있으 면 영 긴장이 되지 않는다.
“뭔 커피를 세 컵을……
“나오고 나니 땡겨서.”
“……이해는 합니다만.”
하루에도 몇 잔씩 먹던 커피를 제대로 먹지 못했으니 땡길 만도 하 다.
“콜라는 충분히 드셨습니까?”
“이상하게 그건 나오고 나면 안 땡겨.”
이 인간도 확실히 이상한 인간이 라고 생각하는 위긴스였다.
“그래서……
강진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 왔나?”
좌우로 앉은 이사진들을 보며 강 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밖에서 보는 건 오랜만이군.”
“좋은 구경 했지요.”
방진훈이 낄낄대며 웃었다.
“제 평생에 회주님이 죄수복 입은 모습을 볼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 다. 이야, 그거 완전 영화 같았는데.
느와르 한 편 찍으셔도 될 것 같은 데요?”
“ 나가.”
“잘못했습니다.”
이사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 다.
평소라면 웃을 일이 없겠지만, 지 금은 무슨 말을 들어도 웃음부터 나 온다. 강진호가 석방되어 이렇게 앉 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 지니까.
“그러니까 일단은……
쪼오오옥.
“아, 커피 좀!”
불만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강진호는 신경 쓰지 않고 느긋하게 커피를 원샷했다.
구치소에 갇혀본 적도 없는 것들 이 석방된 사람의 기분을 알겠는가.
탁, 커피 컵을 내려놓은 강진호가 소파에 등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보고해 봐. 분명 나에게 말하지 않은 일들도 있었겠지.”
구치소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모 든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다. 사람 을 더 갑갑하게 만들 뿐이니까.
강진호가 먼저 운을 떼자 다른 이들도 말을 하기가 편해졌다.
위긴스가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원탁 쪽에 소란이 있었습니다.”
“ 원탁?”
“예. 로드께서 유럽으로 넘어갈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는 걸 알고부 터 마스터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 한 나이트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심 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마스터의 일 을 방해하는 정도로……
“색출해.”
“로드, 말씀드렸다시피 노골적이 지 않았습니다. 은근히 발목을 잡고 늘어진 정도라 따로 문책을 하기에
는…”
“괜찮아.”
“ 로드?”
강진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입꼬리를 말 아 올렸다.
“그 정도가 딱 좋지.”
“전에도 말한 적이 있는 것 같은 데, 지킬 걸 지키면 손대지 않는 이 에게는 공포를 느끼지 않는 법이야. 공포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 기 때문에 공포인 법이지.”
“ 하나••••••
“처벌의 원칙이 정해지면 사람은 그 선에 맞춰 움직인다. 거꾸로 말 하면, 원칙을 어기지 않는 이상은 자신은 안전하다고 믿어버린다는 뜻 이야. 그럼 겁날 게 없어.”
위긴스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평소에는 영 상식과는 멀어 보이 는 강진호지만, 이런 부분을 이야기 할 때는 과연 수많은 이들을 이끈 마교의 교주로서의 위엄이 드러난 다.
“조금 발목을 잡았다?”
“그렇습니다.”
“그럼 발목을 잡은 손을 잘라 버 려야지.”
위긴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로드. 그간의 정황을 제대로 파악해 보고 드리겠습니다.”
“ 다음.”
이현수가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MK 쪽에 가해진 압류와 거래 차단이 모두 해제됐습니다. 3일 내 로 정상화를 완료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가 왔습니다.”
“ 보고?”
“물론 회주님께죠. 제가 뭐라고
보고를 받겠습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다른 문제는?”
“사실 따져 보면 회주님이 구치소 에 갇혀 있었다는 게 문제였을 뿐, 저희가 받은 피해는 거의 없었습니 다. 문제가 된 것도 회주님이 석방 되면서 모두 해결됐습니다.”
위긴스의 말에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이 일은 총회와 정부의 싸움이 아니라 강진호와 정권의 싸 움이 었다.
그러니 총회를 건드릴 수는 없었
을 것이다. 강진호가 실각한 다음에 도 총회는 정부와의 공조를 이어가 야 했을 테니까.
“그럼 이제는 저쪽이 어떻게 나오 느냐에 달렸군요.”
“어떻게 나올 것 같은데?”
“방법이 있겠습니까?”
위긴스가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로드께서는 너무 쉬운 답을 주신 겁니다.”
“내가?”
“예. 아마 로드께서는 그래도 함 께해 온 동료를 자신의 손으로 파멸 시키는 것이 저들에게는 꽤 큰 고통
이라고 생각하셨겠지요.”
“하지만 그건 틀렸습니다. 저들은 아마 로드가 생각하신 이상으로 잔 인하고 철저하게 김명찬을 파멸시킬 겁니다. 정치인들이란 목적을 위해 서 원수와도 웃으며 손을 잡고 아주 사소한 이득만으로도 함께하던 동료 의 등에 칼을 꽂는 걸 주저하지 않 는 이들입니다.”
“으..”
M..•
“그들에게 내리는 벌로는 너무 부 족하지 않겠습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
라봤다.
“부족한가?”
“예.”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연기 를 천천히 뿜어내고는 입꼬리를 말 아 올렸다.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 는데.”
“ 로드?”
그 의미심장한 미소에 위긴스가 의문 어린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 았다.
“난 그런 걸 바란 게 아냐.”
“하면?”
강진호가 대답 없이 가볍게 웃었 다.
“그렇겠지. 저들은 김명찬을 철저 하게 파괴하겠지. 그게 자신이 살아 남는 법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물론입니다.”
“그리고 이종욱의 말대로 윗선을 직접 건드리는 건 내게도 부담스러 운 일이지.”
위긴스는 입을 닫고 고개를 끄덕 였다.
확실히 그건 부담이 크다.
“그냥 확 받아버리면 안 됩니까?” 방진훈이 불만 가득한 말투로 투
덜거렸다.
“뒷감당은 어떻게 하고?”
“뒷감당이고 나발이고, 이건 좀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지들은 지멋 대로 찔러볼 수 있는데, 우리는 얻 어맞을 거 다 얻어맞고도 반격도 못 한다니.”
“반격을 못한 게 아니잖은가.”
“아니긴 뭘 아닙니까, 한 대도 못 때려봤는데. 이게 뭔 조선시대 양반 놈들 회초리 치는 것도 아니고, 잘 못한 놈은 따로 있는데 노비만 후려 치고 있는 판 아닙니까?”
“……그런 문화가 있었나?”
“아니, 이 양반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더니, 그걸 모른단 말입니 까‘?”
이현수가 어이없어하며 되물었다.
“그래도 영국인인데, 그걸 어떻게 압니까?”
“영국인이 아닌 것 같으니까 그렇 지! 저 양반 민증 까봐야 돼.”
민증 없다고!
한국인이 아닌데 민증이 왜 있습 니까, 이 양반아!
“ 여하튼!”
방진훈이 우격다짐으로 화제를 다 시 끌고 갔다.
“저는 마음에 안 듭니다. 우리가 좀 처 맞더라도 제대로 한 반은 먹 였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죽이자는 소리 안 하는 거 보면 많이 발전했네.”
“죽이기는 뭘 죽입니까?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방진훈에게 저런 말을 들으니 세 상 억울한 위긴스였다.
“그럴 거야.”
“••••••예?”
뜬금없이 나온 강진호의 대답에 방진훈이 고개를 돌렸다.
“한 방 먹일 거라고.”
“생각하시는 게 있습니까?”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말 그대로야. 우리는 직접 할 수 없지. 부담이 되고 뒷감당이 어려우 니까.”
정권의 보복이 두려운 게 아니라, 세상의 눈이 부담스럽다. 총리야 어 찌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윗선은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다.
관심도가 다르다.
총리야 이런저런 사정으로 사임하 는 일이 심심하면 벌어지는 자리지 만, 윗선은 다르다. 작은 일만 벌어
져도 국민이 직접 관심을 가진다.
“그렇죠.”
“그럼 우리가 안 하면 되지 않 나?”
“중국을 이용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지.”
“그럼 대체?”
방진훈의 물음이 강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위긴스를 돌아봤다.
“방금 위긴스가 말했잖아. 정치인 이라는 것들은 조금의 이득을 위해 서 동료의 둥에 칼을 꽂는 것도 아 무렇지 않게 생각한다고.”
“그렇죠.”
“그럼 정권은 이 상황을 풀기 위 해 누구보다 잔인하게 김명찬을 파 멸시키겠지. 그렇지 않나?”
“아, 변죽만 울리지 말고 말씀을 좀 해보십시오.”
“그럼 김명찬은 가만히 있을까?”
“……아!”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동료라고 생각해 온 이가 철저히 적으로 돌아서는데, 김명찬이 의리 를 지킬 사람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럴 위인이면 이런 일은 시작도 안 했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는군 요. 과연.”
이사들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인 다.
“저들이 잔인하게 몰아붙일수록 김명찬은 머리가 복잡해지겠지. 그 리고 파멸하면 파멸할수록 보이는 게 없어질 거야. 죄를 안고 죽는다 는 건 돌아올 수 있는 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지. 잃을 게 없어진 사 람이 굳이 자신을 공격하는 이들을 감싸야 할 이유가 있을까?”
같이 죽는다.
강진호라면 그럴 것이다.
그럼 김명찬은 어떨까?
‘아마 비슷하겠지.’
강진호가 직접 본 김명찬은 독기 라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 람이었다. 그런 이가 간단히 매장당 할 리가 없다. 할 수 있는 모든 것 을 하려 들 것이고…… 만약 방법이 없다면?
“지켜보자고, 권력에 붙은 아귀들 이 서로 물어뜯는 모습을. 이만한 구경거리도 흔치 않지.”
강진호가 느긋하게 소파에 기대 담배를 피웠다.
그 모습을 지켜본 위긴스가 자신
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강진호는 저 모습이 더 잘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