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399)
마존현세강림기-1401화(1398/2125)
마존현세강림기 57권 (8화)
2장 석방되다 (3)
[경찰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김씨의 머리카락을 감정한 결과, 마 약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씨는 대한민국 총리직을 역임한 김명찬 씨의 손자로 알려져 있습니 다. 이에 대해 경찰은 아직 정확한 사항을 발표할 시점은 아니라고
주름 가득한 손이 리모컨을 잡아 든다.
[김명찬 전 총리가 여러 가지 죄 목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김명찬 전 총리의 손자마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확인되어 충격을 주 고 있습니다. 이에 국민들은 재벌가 뿐 아니라 권력 상층부에 만연한 도 덕적 해이에 대한 경각심을 보이고 있습니다.]리모컨의 버튼을 눌러 다른 채널 로 돌린다. 하지만 화면에 뜬 것은 역시나 김명찬의 얼굴이었다.
[김명찬 전 총리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김 명찬 전 총리의 탈세와 뇌물에 대한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소식입니다. 김명찬 전 총리는 과거 부동산 투자 를 통해 얻은 수익을 의도적으로 은 폐하여 거액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 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에 국세청에서는 최대한 빠른 시기에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 김명찬 전 총리가 장관으로 재직 하던 당시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황도 확인되고 있는데요. 이 에…….]다시 채널을 돌린다.
[김명찬 전 총리의 비리와 죄목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청와 대는 오늘 아침 전격적으로 김명찬 전 총리에 대한 경질을 발표했습니 다. 국민들은 과거 민주화 투사였던 김명찬 총리의 민낯에 경악하는 한 편, 김명찬 총리가 몸담은 정권에 대한 도덕적 불신마저 표출하고 있 습니다.]
손가락이 신경질적으로 버튼을 누 른다.
[검찰은 김명찬 총리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가 끝나는 대로 김명찬 총
리를 구속할 예정입니다. 이미 김명 찬 전 총리가 여러 가지 혐의를 받 고 있음에도 아직 구속영장이 청구 되지 않은 것은 권력층에 대한 봐주 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으 며…….]
“으아악!”
날아간 리모컨이 TV를 후려친다. 액정을 부수고 튀어 오른 리모컨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후••••••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김명찬이 낮은 숨을 토했다.
너무 긁어 붉게 물들어 버린 눈
가가 파르르 떨렸다.
“ 나는••••••
더는 달아날 곳이 없다.
나름 깨끗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 부했다.
뇌물? 탈세?
웃기지도 않은 소리.
저만한 일을 뇌물로 엮고, 저만한 일을 탈세로 엮는다면 대한민국 국 회에 출입하는 이들 중 감옥에 가지 않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이건 김명찬이 자신의 이름을 걸 고 확신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이란 그렇지 않은가.
법을 지킨다고?
모든 이들이 법을 완전히 지킬 수 있다면, 세상에 법 같은 건 필요 가 없다.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사람은 법을 지키지 못 하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법이 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른다. 평생을 살면 서 죄 한 번 짓지 않고 사는 이들 이 몇이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하 고 타인의 잘못을 손가락질하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김명찬은 스스로가 청렴한 사람이 라고 자부했다. 다른 정치인들처럼 막대한 돈을 몰래 모아둔 것도 아니 고, 권력을 이용해 평범한 국민을 짓누르려 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지금 세상은 김명찬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끔찍한 비리 정 치인인 것처럼 성토하고 또 성토하 고 있었다.
“내가……
김명찬이 울부짖었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내가!”
그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에 목숨을 걸고 항거한 사람이 바로 김
명찬이다. 밤마다 누군가 찾아올까 떨었고, 대낮에도 모르는 이의 얼굴 만 눈에 보여도 심장이 내려앉았다.
언제라도 끌려가 야산에 묻힐 수 있다는 공포에 떨면서도 오로지 민 주주의 하나만 보고 살아가던 시절 이다.
국민들이 얻어낸 승리?
웃기는 소리.
그가 목소리를 높이고 목숨을 걸 때, 국민들은 그저 침묵했을 뿐이다. 그가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당 할 때 국민은 무엇을 했는가. 코로 고춧가루 물이 들어오고 천장에 거
꾸로 매달릴 때 국민들은 다 뭘 하 고 있었나.
침묵.
그저 침묵했다.
지금 국민들이 누리고 있는 과실 은 모두가 당시에 목숨을 걸고 항거 한 몇몇 열사들을 거름 삼아 열린 것들이다.
역설적이게도 김명찬이 권력자들 에 대한 비리를 성토할 수 있는 권 리를 쟁취해 국민에게 주었기에, 지 금 저들이 김명찬을 까고 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
그 모든 것이 김명찬들의 공이란 말이다!
그런데 이제 와 뭐?
“부패? 내가 부패했다고? 내가? 이 개 같은 새끼들아! 으아아아아 아!”
김명찬이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재산을 잃는 것은 참을 수 있다. 지위를 잃는 것도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평생을 쌓아온 업적이 무너지고, 그를 지탱해 주던 명예마저 사라지 는 꼴은 지켜볼 수가 없다. 하루하
루 날카로운 면도날로 심장을 한 겹 씩 벗겨내는 기분이다.
“ 흐흐.
기사화된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제는 과거 그와 함께한 동료들 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아마 내 일쯤 되면 그가 과거에 그를 쫓던 형사를 죽여 묻었다는 의혹과 성폭 행 의혹까지 터질 것이다.
사실이냐고?
‘그런 건 이제 중요하지 않겠지.’
그와 함께 싸워온 동료들이 먼저 돌아서서 침을 뱉고 욕을 하는데, 누가 김명찬의 변명을 믿어주겠는
가.
오랜 정계 생활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
진실이란 꾸며내기 나름이라는 것 과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것.
사람들은 진실을 중요히 여기지 만, 내심으로는 진실을 그리 중요히 여기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 자면, 자신의 구미에 맞는 진실만을 원한다.
맨바닥에서 시작하여 그 공포스럽 던 독재정권에 항거하고, 마침내 총 리에 자리까지 올라선 이의 몰락.
이보다 재미있는 사건이 또 어디 있겠는가.
사람들은 몰락하는 이가 강대할수 록 더 큰 환호를 보낸다. 그런 관점 에서 본다면 김명찬은 딱 좋은 먹잇 감이다. 그보다 더 높은 곳에서 떨 어진 이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통틀 어도 몇 안 될 테니까.
그렇기에 물어뜯는다.
전신이 너덜너덜해지도록.
한 번 물어뜯기 시작한 피라냐들 은 그가 뼈만 남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니.
빼만 남아도 멈추지 않는다. 저들 은 김명찬이 이룩한 모든 것을 부정 하고, 욕하고, 짓밟을 것이다. 김명 찬이 죽고 난 뒤에는 그 무덤까지 찾아와 침을 뱉고 조롱하겠지.
끝도 없이 추락하는 그에게는 아 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평소라면 벌써 몇 번이고 울렸을 휴대폰은 침묵만을 지키고 있다.
고작 일주일 전만 해도 사소한 뉴스 한 줄만 나도 안부를 묻는 전 화와 문자가 쇄도했지만, 지금은 누 구도 그와 연락을 하려 하지 않는 다.
아니, 오히려 필사적으로 그의 연 락을 피하려 할 것이다.
“ 흐흐흐.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어쩌다가?
정계에 발을 들인 것이 실수였 나?
아니면 우리가 진정한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룩하자고 지껄이던 동료 들을 믿은 게 실수였나?
아니면 적당히 타협하지 않아서?
그게 아니면?
“흐흐흐흐.”
알고 있다.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건드리지 말았어야 해.’
모든 것은 강진호를 적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김명찬이 강진호를 파멸시키려 들지 않고, 그저 적당히 공조하면서 살았다면 지금 이 순간 에도 그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총리로 국정에 전념하고 있었을 것 이다.
하지만 강진호를 건드린 탓에 모 든 것이 무너졌다.
모든 것이.
그가 쌓아 올린 모든 것.
그의 삶, 그의 명예, 그리고 그의
가족까지.
김명찬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담 배를 움켜잡았다. 담뱃갑에서 마지 막 남은 담배 한 개비를 힘겹게 빼 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매캐한 담배 연기가 눈을 따갑게 만든다.
하지만 지금은 이 담배만이 그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술을 찾지 않는 이유는, 이 정신에 술까지 먹었다가 는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일 까 두려워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모든 것은 국가를 위해서였다.
정확하게는 이 나라를 살아가는 국민들을 위해 바친 삶이었다. 이제 는 조롱밖에 남지 않았지만, 김명찬 은 정말 그리 생각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의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그 하나가 몰락하고 다른 이들이 살 수 있다면 기쁘게 받아들여야 할 텐데, 왜 김명찬은 지금 분노와 증 오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가.
“ 흐흐흐.
웃음이 새어 나온다.
진짜 그의 삶을 부정하고 있는
것은 저들이 아니었다. 김명찬 스스 로가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가 진정으로 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삶을 살았다 면, 그리고 아직도 그리 생각하고 살고 있다면, 결코 이런 분노가 피 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자기혐오.
세상이 그를 부정하고, 그가 그를 부정한다.
초조한 손동작으로 담배를 빨아 제끼는 순간, 그의 휴대폰이 격렬하 게 울리기 시작했다.
김명찬이 살짝 풀린 눈으로 휴대
폰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고는 귀에 가져다 댄다.
“……김명찬이오.”
[총리님, 저 비서실장입니다.]“……무슨 일이오?”
[제가 전화드릴 일이 뭐가 있겠습 니까. 그분께서 의중을 전달하라 하 셨습니다.]그분, 그분이라…….
그 말, 참 낯설게도 들리는구만.
때로는 의지할 수 있는 선배고, 때로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였 다. 하지만 단 한마디로 그를 정의 해야 한다면, 같은 목표를 향해 함
께 걸어온 친구라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김명찬은 공과 사를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친구 라고 해도 직급이 다른 이상 존대를 쓰고 우대하는 것에는 거리낌이 없 다.
그런데도 오늘따라 저 ‘그분’이라 는 말이 참 멀게만 느껴진다.
“……뭐라시던가?”
[이쪽도 더는 막을 수 없습니다. 내일 구속영장이 발부될 겁니다. 그 리고 그분께서 대국민 사과를 하기 로 하셨습니다.]“대국민 사과라……
이쪽은 이제 숫제 죄인이구만.
[상황이 이리되었으니, 이제는 그 만 현실을 봐야 할 때입니다. 총리 님.]“나는 이제 총리가 아니지.”
너희가 경질했으니까.
[결단을 내려주십시오.]“결단?”
[모든 일은 모양새가 중요하기 마 련입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 에 자진 출두를 해 조사를 받는 게 모양새가 좋습니다.]“모양새라…… 그래, 모양새는 좋
겠지.”
김명찬이 낮게 웃었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어차피 구치소로 들어가게 될 거, 하루 일 찍 들어간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끌려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의 발 로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를 제외한다면 말이 다.
“그게 그분의 의중이신가?”
[그렇습니다, 총리님. 많은 우려를 보이고 계십니다.]“그래, 그렇군. 그래……
김명찬의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졌
다.
마치 악귀처럼.
“이보게, 비서실장.”
[예, 총리님.]“내 보좌관이 내게 마지막 남긴 충고가 뭔지 아는가?”
[글쎄요.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안고 죽으라더군.”
휴대폰 너머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낮은 침묵. 더없이 무거운 침묵이 다.
“아니면 그냥 죽게 될 거라고 말
이야.”
김명찬이 피식 웃었다.
죽음, 죽음이라…….
언제나 그는 죽음의 공포와 싸워 야 했다.
“죽이게나.”
[총리님?]“내가 내 손으로 죽어주는 일은 없을 테니까, 내 입을 막고 싶다면 나를 죽여. 그게 아니면……
김명찬의 눈에 시뻘건 핏발이 선 다.
“다 같이 죽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