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00)
마존현세강림기-1402화(1399/2125)
마존현세강림기 57권 (9화)
2장 석방되다 (4)
[총리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 지……J
목소리에 당혹감이 묻어난다.
그렇겠지.
저들은 김명찬이 얌전히 죽어줄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
은 언제나 국가를 위해서라면 이 하 찮은 목숨 따위는 초개처럼 버릴 수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으니 까.
김명찬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말 이다.
물론 그럴 수 있지.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여기까지 떨어졌다고 해도 그가 지 켜야 할 것에 대한 가치를 잃지는 않았다.
거기까지 가버린다면 김명찬은 정 말 아무것도 아니게 될 테니까.
다만…….
“죽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제부터 내가 그쪽이 원하는 대로 해줄 일은 없을 테니, 차라리 그냥 나를 죽이 게. 그럼 적어도 국민들이 이 일련 의 사태가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만 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겠지.”
[총리님,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 니까?]김명찬이 반쯤 남은 담배를 깊게 빨았다.
“내가 지금 농담할 처지 같나?”
[……총리님, 국가를 위한 일입니 다.]김명찬이 웃고 말았다.
참으려고 하는데 참을 수가 없다. 국가, 국가를 위한 일.
김명찬이 그의 입으로 수도 없이 한 말이다. 그렇기에 김명찬은 저 말의 본질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국가가 아니라 너희의 안전을 위 한 일이겠지.”
[총리님!]“이보게, 말은 바로 하세.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나라가 뒤집어지겠 나? 비서실장을 비롯한 내각이 전원 교체된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겠냐, 이걸세.”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김명찬 역시 대답을 들으 려 한 건 아니었다.
“그럴 일 없다는 건 자네도 알고, 나도 아네.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 은 사람 몇 떨어져 나간다고 해서 무너질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지. 대 체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네.”
[그분을 대체할 사람 같은 건 없 습니다.]“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대체 못하면 어떤가.”
[예?]“어차피 그럴 일은 없겠지. 하지
만 설사 그분을 대체 못해서 나라가 망한다고 해도 그게 나와 무슨 상관 이라는 말인가.”
[……총리님, 진정하십시오.]“진정?”
김명찬이 끅끅대며 웃기 시작했 다.
“이보게, 비서실장.”
[예, 총리님.]“아무리 충성스러운 개라도 계속 얻어맞다 보면 결국은 주인을 무는 법이라네.”
[총리님?]“출두? 자진 출두? 그렇게 구치
소에 처넣어서 주둥아리를 틀어막 고, 네놈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겠 다고? 이 개자식들아! 지금 언론에 소스 제공하고 묻혀 있던 것 다 파 내는 게 니들이라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휴대폰을 부서지도록 움켜잡은 김 명찬이 노호성을 토했다.
“국가? 국가? 개 같은 소리 하지 마! 너희가 한 번 빠져나가 보겠다 고 나를 팔아먹고 있다는 걸 모를 만큼 내가 멍청한 것 같아?”
[초, 총리님.]“나 김명찬이야! 내가 누군지 잊
었어? 너희, 실수한 거야. 나는 절 대 혼자는 안 죽어! 어디, 끝까지 가보자고!”
김명찬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휴대폰을 바닥으로 던져 버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반으로 동강 이 나버린 휴대폰이 바닥을 나뒹굴 었다.
“크흐•…”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탄식 을 토해낸 김명찬이 무너지듯 소파 에 드러누웠다.
무섭다.
사실은 너무 무섭다.
이제부터 그가 싸워야 할 사람은 옛 동료도, 그의 상관도 아니다. 바 로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힘이었 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과거, 독재정권에 항거할 당시에 는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았다. 저 들이 권력과 군사력을 장악하고 있 다고 해도 그에게는 정의가 있고, 신념이 있었다. 그리고 이 한 몸을 불태워서라도 민주주의를 쟁취하겠 다는 열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 늙은 몸에는 아 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열정은 식어버렸고, 신념을 불태 울 대상은 더 이상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다.
그리고 그가 싸워야 할 이들도 더는 악이 아니다.
되레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선인에 가까웠다.
‘나에게 당한 이들도 그랬겠지.’ 김명찬은 웃고 말았다.
누군가에게는 더없는 선인인 이들 이, 누군가에게는 세상 다시없는 악 마가 될 수 있다. 누군가는 김명찬 을 천사라 느꼈을 것이고, 누군가는 김명찬을 악마라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김명찬의 악마는 다 름 아닌 정부이고, 국가다.
얼마 전까지 강진호가 그런 것처 럼 말이다.
김명찬이 고개를 돌려 동강 난 전화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제 와 전화를 부수지 말 걸 그 랬다는 생각을 하는 자신이 우습다.
누가 그에게 전화를 하겠는가.
친우라 믿은 이도, 동료라 생각한 사람도, 심지어 가족마저 그를 떠나 버렸는데.
살을 한 점, 한 점 떼어내는 느낌
이다.
어두운 방 안에서 김명찬이 그렇 게 천천히 침몰해 갔다.
* * *
부우우우웅.
강진호와 최연하를 태운 차가 도 로를 달렸다. 간만에 해안도로로 나 온 강진호가 고개를 슬쩍 돌려 최연 하를 바라봤다.
“머리 날리는데?”
“ 창문?”
“네.”
최연하가 활짝 열어젖힌 창문을 힐끔 보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 었다.
“영화에서 보면 탈옥하거나 풀려 난 사람들이 이렇게 창문을 열고 달 리더라구요. 감방 생활을 했으니 그 러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센스 있죠?”
“대답은?”
“네. 그런 것 같……네요.”
이건 뭔가 능욕당하는 느낌인 데…….
최연하가 찝찝해하는 강진호를 보
며 씨익 웃었다.
“어때요, 감옥에 다녀온 감상은?”
“……감옥은 교도소고, 제가 다녀 온 곳은 구치소.”
“그게 그거지.”
어……. 네. 그런 걸로 합시다.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액셀을 살 짝 밟았다.
‘아무 느낌 없다고는 못하겠군.’
자유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 민해 본 적은 없지만, 이번 일로 나 름 생각이라는 걸 해보긴 했다. 확 실한 건 스스로가 아닌 다른 이의 의지로 갇혀 있는 게 그리 유쾌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사람이 죄를 짓지 말고 살아야죠. 반성해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별 대단한 대화를 나눈 것도 아 닌데 자꾸 웃음이 난다.
“그럼 이제 다시 들어갈 일은 없 는 거죠?”
“글쎄요. 무죄로 밝혀지면 그렇겠 죠.”
“유죄가 나올 확률은?”
“아마 없겠죠.”
설사 유죄가 나온다고 해도 구치 소에 다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
다. 이번에는 강진호도 참지 않을 테니까.
아니, 저쪽이 생각이라는 게 있다 면 다시 강진호를 구치소에 처넣으 려 들지는 않겠지. 목에 강철이라도 두른 게 아니라면.
“진짜 죄지은 건 아니죠?”
“설마요.”
강진호가 어색하게 웃는다.
뭔가 양심에 살짝 걸리는 느낌이 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았으니까.
인적 드문 적당한 곳에 차를 세 운 강진호와 최연하가 천천히 해안 가로 걸어 나갔다.
“자꾸 여기로만 놀러 오는 것 같 네요.”
“전 여기가 좋아요. 보는 눈도 별 로 없고. 사실 사람이 많은 곳은 좀 껄끄럽거든요.”
“ Q.”
M..•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다.
강진호도 길을 걸어다니면 시선을 확 끄는 사람이지만, 워낙 타인의 눈을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라 별생 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연하는 그럴 수 없다. 그녀는 대중의 평가 로 자신의 가치가 결정 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보니, 타인의 눈을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새삼 미안하네요.”
“뭐가요?”
“괜히 나 때문에 더 신경 쓰는 것 같아서.”
“ 오?”
최연하가 놀란 듯한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왜요?”
“아니, 뭐…… 강진호 씨가 그런 걸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주변머리 가 있는 사람이었구나 싶어서.”
미묘하게 울컥한 마음이 들었지 만, 저 말에 반박할 수 없다는 게 강진호의 슬픈 점이었다.
“신경 쓰지 마요.”
“그래도……
“그거, 세금 같은 거거든요.”
“네?”
최연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강 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최연하가 피식 웃으며 부 연했다.
“나는 강진호 씨 만나서 엄청 좋 았거든요.”
갑자기 그런 말은 왜?
“그런데 세상이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뭔가를 가지려면 대가로 뭔 가를 내놔야 하더라구요. 내가 나름 살면서…… 아, 영감님 앞에서 이런 말은 좀 그런가?”
아니, 하던 말 마저 하지, 왜 중 간중간 딜을 넣지? 그것도 명치에다 가?
강진호의 얼굴이 꿈틀거리는 걸 본 최연하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요즘 감정 표현이 좀 다양해졌네 요. 예전에는 석상 같았는데.”
“발전하는 거겠죠.”
“네. 그럼 다행이구요. 여하튼 그 런 거죠.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구요. 내가 강진호 씨랑 같이 있으면서 좋 은 게 있으면 그 비용을 내야죠.”
“이게 그 비용이구요?”
“정답.”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기만 한 일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어요. 한 번씩은 손해도 보고, 어떨 때는 대박도 터지니까 인생이 재밌는 거죠. 이번에는 손해를 봤으 니까 다음에는 대박이 터지겠죠. 안 그래요?”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의 입가에 머문 미소를 보고 최연하가 물었다.
“왜요? 감탄했어요?”
“아뇨. 할머니가 하는 말 같아서 요.”
“이 새••••••
최연하의 눈꼬리가 급상숭한다.
강진호가 재빨리 고개를 돌려 바 다를 바라보았다.
“바다 좋네요.”
“이젠 말도 돌릴 줄 아네.”
“사람 같지도 않던 사람 키워놨더 니, 이젠 구박까지 하는 거 보소.”
“제가 언제 구박을.”
“늙었다고 구박한 거잖아요 사과해요”
“죄송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한테는 다 그런 말 들어도 강진호 씨한테는 듣고 싶 지 않아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할 말이 없 는 강진호였다.
“ 가요.”
최연하가 강진호의 손을 잡고는 끌어당겼다. 강진호도 그런 최연하
를 따라 해안을 걷기 시작했다.
딱히 별다른 대화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둘이서 해안을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으니까. 그 렇기에 두 사람은 아무런 말 없이 한참 동안 그저 걷기만 했다.
그러던 최연하가 바다를 보며 입 을 열었다.
“재밌는 경험을 한 거죠.”
“그렇게 생각하려구요.”
“감옥도 다 가보고.”
“감옥이 아니라 구치소……
“흐응.”
최연하가 잡고 있던 강진호의 손
을 풀고는 바다를 향해 몸을 돌렸 다. 드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를 한 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최연하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강진호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그 런 최연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해가 지며 노을이 낀 바다는 아 름다웠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최연하의 모습 역시 아름답다.
“강진호 씨.”
“네.”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요, 대답해 줄 수 있어요?”
“ 얼마든지.”
강진호의 대답을 들었음에도 최연하 는 한동안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재촉하지 않고 기다린 강진호가 한마디 먼저 던져 볼까를 생각할 때 쯤, 최연하의 입이 열렸다.
“이번에 꽤 고생했잖아요.”
“그렇죠.”
“중국에서도 그랬고.”
“음, 그렇죠.”
“앞으로도 그럴까요?”
“글쎄요……
이건 강진호가 확답할 수 없는 이야기다.
“흐음, 그래요?”
최연하가 몸을 돌린다. 석양을 등 진 최연하가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 본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닷바람 에 흔들린다.
“강진호 씨.”
“네.”
“우리 그냥요.”
최연하의 붉은 입술이 조심스레 열렸다.
“다 내려놓고 평범하게 살면 안 되나요?”
살짝 서글프게 들리는 목소리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