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04)
마존현세강림기-1406화(1403/2125)
마존현세강림기 57권 (13화)
3장 종결하다 (3)
“회장님, 얼마나 고초가 많으셨습 니까!”
“고초는 얼어 죽을 고초! 사람이 행동거지를 똑바로 못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냐!”
“몸이 많이 상하신 것 같습니다. 보약이라도 한 재 지어 드릴까요?”
“보약은 빌어먹을! 새파랗게 젊은 놈…… 아니, 새파랗게 젊은 몸에 보약이 왜 필요해! 내 때는 맨밥만 잘 먹어도 약이 필요 없었어!”
“회장님이 안 계신 동안 회사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회장님 이 돌아오셨으니, 이제 금방 정상화 가 될 겁니다.”
“회장 하나 자리 비웠다고 문제가 생길 회사면 망해야지! 돈 받아 처 먹고 일하는 놈들이 얼마나 무능력 하면 회장이 없다고 회사가 엎어지 냐, 이거야!”
강진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 알겠는데……
MK에 출근한 것까진 좋았다. 구 치소에 있느라 회사를 제대로 케어 하지 못했으니까.
출근하자마나 황민수가 찾아온 것 까지도 괜찮았다. 회장인 강진호가 사장인 황민수에게 보고를 받는 것 도 당연한 일이니까.
문제는 그 황민수가 이상한 혹을 달고 왔다는 점이다.
강진호가 눈앞에 앉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왜 여기서 이러시는……
“뭐?”
황정후가 눈을 부라린다.
“……아닙니다.”
죽을 맛이다.
“네놈은 출소했으면 얼른 찾아와 서 인사는 못할망정 이 늙은이가 직 접 찾아오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왜 오셨는데요.
강진호가 곤란해하는 기색이 역력 하자, 황민수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 다.
“회장님, 회의 중입니다만.”
“회의? 회의? 이놈아, 내가 아니 었으면 이 회사는 생기지도 못했어!
그런데 어디 이제 와 텃세를 부리려 고 해! 너희 회사 회의할 테니까 나 더러는 꺼지라 이 말이냐?”
“그, 그런 말이 아니라……
“에이이잉! 이래서 검은 머리 짐 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강진호가 매우 황당한 얼굴로 황 정후를 바라보았다.
누가 누굴 거둬?
거꾸로 아닌가?
이게 그 동북공정인가 하는 그건 가?
“……회장님, 언제 가십니까?”
“이놈이 이제는 아비를 쫓아내려
고!”
“좀 가십시오, 좀.”
강진호를 더 황당하게 만드는 것 은, 그 와중에 이상하게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 보인다는 점이었다.
강진호가 구치소에 가기 전만 해 도 남보다 못한 사이였던 두 사람이 아닌가. 황민수를 데리고 오는 데 황정후의 허락을 따로 받아야 할 정 도였다.
“사이가 좋아지신 것 같은데
“이게 사이가 좋아 보입니까?”
“네 눈은 옹이구멍이냐?”
황정후가 혀를 차더니 입을 열었 다.
“사업 크게 한다는 놈■치고 감방 들락거리지 않는 놈이 없다지만, 죄 목이 그게 뭐냐? 국보법이라니, 내 가 살다 살다 기업 오너라는 놈이 국보법으로 감옥 들어갔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황민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니! 누명 쓰고 감옥 다녀오신 분한테 그게 할 소립니까? 위로는 못할망정!”
“위로는 얼어 죽을 위로! 평소에
처신을 잘했어봐라! 감옥에 가나! 나는 회사를 오십 년 경영하면서 경 찰서도 한 번 가본 적 없다.”
“뭐가 없어요. 예전에 술 먹고 길 에서 주무셔서 파출소에서 연락 왔 는데!”
“이놈아, 그 이야기는 왜 또 꺼 내!”
강진호가 흐뭇하게 웃었다.
‘집에 가서 해라, 집에 가서.’
왜 부자 싸움을 남의 회사에서 하고 있나. 그것도 회장실에서.
“ 여하튼!”
황정후가 민망한지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고생 많았다.”
“고생은요.”
“일은 다 해결된 거냐?”
“음, 그게……
강진호가 뒷머리를 긁었다.
해결이 됐다고 할 수도 있고, 아 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강진호가 머뭇거리는 걸 본 황정 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만, 될 수 있으면 저놈들과는 얽히지 않 는 것이 좋다.”
“예.”
“정치인이라는 것들은 찰거머리 같은 것들이야. 돈이 나오는 곳이라 면 어디든 들러붙어서 빼 먹으려 들 지. 기업가들이 정치인에게 학을 떼 면서도 그놈들을 어쩌지 못하는 이 유가 뭔지 아느냐?”
“힘이 있어서요?”
“아니다.”
황정후가 고개를 저었다.
“집요하기 때문이야. 저놈들은 원 한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 작은 원 한이라도 기억해 뒀다가 기회가 있 을 때마다 어떻게든 복수하려 드는
놈들이 정치인들이다.”
황정후가 쓴웃음을 지었다.
“얽히지 마라. 원한이 있다고 짓 밟으려 들지도 말고, 은혜를 입었다 고 갚으려 들지도 마라.”
“왜 대답이 없어, 이놈아.”
“그런 이야기는 일찍 좀……
“구치소에 갇혀 있는 놈이랑 무슨 이야기를 해!”
황정후가 못마땅한 듯 강진호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 났다.
“알았다, 알았어! 간다, 이놈아!”
“아, 가시라는 말이 아니라……
“됐다! 끄응, 내가 무슨 복을 누 리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와서는! 나 도 회의 있어!”
“예. 조심해서 가십시오. 금방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일없어!”
쿵!
문이 격하게 닫힌다.
한바탕 폭풍이 쓸고 지나간 듯한 느낌이었다. 강진호가 골치가 아프 다는 듯 머리를 잡고 소파에 몸을 기대자, 황민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해하십시오. 회장님이 멀쩡히 나온 모습을 보겠다고 아침부터 찾 아오셨습니다.”
강진호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새 사이가 조금 좋아진 것 같 은데?”
“회장님의 일로 상의를 몇 번 하 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제 일이 나 회사 일이 아니다 보니 제가 움 츠러들 일이 없어서……
강진호가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사안의 심각함이야 이쪽이 더 할 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황민수가 잘
못한 게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황민수가 재경 에 근무할 당시에는 이런 대화가 언 제나 황민수의 실수에 대한 것이었 을 테니까.
“축하할 일 같습니다만.”
“……둘이 있으면 아직 여전합니 다. 다만, 그래도.”
황민수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보다야.”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주 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언젠가 는 두 사람만 남아도 웃으며 이야기
할 날도 오겠지.
“말은 저렇게 하시지만, 어떻게든 정치권에 줄을 대보려고 애쓰셨습니 다. 욕도 엄청 하셨는데.”
“그렇겠죠.”
황정후라면 그랬을 것이다.
입으로야 언제나 못마땅한 점만 이야기하는 사람이지만, 속으로는 잔정이 깊으니까. 강진호 때문에 속 을 많이 끓였을 게 분명하다.
‘여기저기 걱정을 많이 끼쳤군.’ 강진호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는 어때요?”
“말씀드렸다시피 이제는 거의 정
상화가 됐습니다. 사실 그동안 가장 문제가 됐던 건 통장이 막힌 게 아 니라 새로운 업종 신고가 통과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이제 이것만 해결되면 큰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어찌 보면 전화위복이 된 면도 있고요.”
“ 전화위복?”
“그리 급하게 진행할 일은 아니었 는데, 제가 마음이 급해 빨리 진행 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덕분에라고 할 일은 아니지만, 여하튼 시간을 번 덕에 조금 더 준비를 할 수 있 었습니다.”
“다행이네요.”
아니, 다행이라고 하면 안 되나?
“다들 회장님을 믿고 기다려 준 덕분입니다. 저는 정말 단 한 명의 가맹점주도 이탈하지 않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보통 이런 일이 터지면 계약 해지는 물론이고, 위약 금이나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는 게 보통인데.”
황민수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뭔가 반성이 되더라구요. 사업을 하면서 언제나 합리성을 우선시해 왔는데, 제가 하던 방식대로였다면 가맹점주들은 한 사람도 남지 않았
을 겁니다.”
“알던 사람들이라 그렇죠.”
“원래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겁 니다. 회장님이 그동안 인덕을 제대 로 쌓아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그냥 무서워서 그런 것 같은 데…….
정확하게 말하면 강진호가 아니라 이현주나 이현수가 무서워서 계약 해지를 언급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 같아도 말 못하지.’
강진호도 가끔씩은 자신이 이현수 의 상사라는 것에 안도하는데, 아랫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렇다고는 해도 끝까지 강진호를 믿고 기다려 준 사실이 고맙지 않다 는 건 아니다.
뭐랄까…….
그동안 강진호가 총회와 총회의 회원들에게 해온 일이 인정받는 기 분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말이다.
“여하튼 회장님께서 돌아오셨으 니, 빠르게 진행을 해보도록 하겠습 니다. 이제 허가만 떨어지면 일사천 리일 겁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이라뇨. 고생은 회장님이 하
셨죠.”
황민수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그리 좋은 거라고 할 순 없겠지 만, 장악력 하나만큼은 아버지 이상 일지도 모른다.’
황정후는 재경 그룹에 막대한 영 향력을 행사한다. 현대의 재벌들이 급변하는 세상과 다양한 사업에 대 웅하기 위해서 총수의 영향력을 줄 여온 반면, 재경은 여전히 황정후가 제왕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좋은 말로는 현대에 남은 마지막 초인이 몸담고 있는 기업이고, 나쁜
말로는 구시대적 기업이다.
하지만 MK에서 강진호가 끼치는 영향력은 재경에서의 황정후를 간단 히 넘어선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 어린 사람이 대체 어떻게 평생을 재경에 몸담으며 신화를 만들어낸 사람 이 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궁 금한 황민수였다.
“이현주 실장도 애를 많이 썼습니 다.”
“그래요?”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회장님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
어다녔습니다. 나중에 꼭 그 공을 언급해 주셔야 합니다. 노력한 것이 대가를 받지 않으면 사람은 노력하 지 않게 되는 법이니까요.”
“명심하죠.”
대충 할 말을 끝냈다고 생각한 황민수가 진짜 묻고 싶은 것을 꺼냈 다.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예?”
“회장님의 석방이 있던 시점부터 재경부 놈들이 엄청 협조적으로 변 했습니다. 간이라도 빼 줄 기세더군 요. 차관이 직접 와서 착오가 있었
다며 사과하고 갔습니다. 혹시 문제 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이 야기하라고 하더군요.”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렇군요.”
“너무 공손하게 나와서 화도 못 냈습니다.”
아무래도 정권 쪽에서는 확실히 김명찬을 버리고 강진호와 화해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TV만 틀면 김명찬에 대한 이야기 가 끊임없이 나오고, 다방면으로 강 진호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MK도 그렇지만, 총회 쪽으로
도 연락이 계속 오고 있다.
강진호가 느긋하게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러자 황민수가 물었다.
“그럼 이제는 다 해결이 된 겁니 까?”
“아니요.”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하나 남았습니다.”
“어떤?”
“한 대 피워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강진호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 다. 그러고는 라이터를 켜 불을 붙
였다.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약속을 지키러 가야 합니다.”
“예?”
황민수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 로 강진호를 바라본다. 하지만 강진 호는 그저 담배를 입에 물고 천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 어떤 기분이지, 김명찬?’ 궁금하다.
짐작하는 것과 그 입으로 직접 듣는 것은 다르니까. 하지만 이 궁 금함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강진호가 직접 들으러 갈
테니까.
강진호를 본 김명찬이 어떤 말을 할지 짐작하는 건 지금의 강진호에 게 있어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유희였다.
강진호의 입매가 비틀리는 것을 본 황민수가 숨을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