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05)
마존현세강림기-1407화(1404/2125)
마존현세강림기 57권 (14화)
3장 종결하다 (4)
“그러니까, 지금 밝혀진 대로라면 김명찬 전 총리가 중국에 요청해 살 해하려 했던 일반인이 얼마 전 국가 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되었던 강 모 씨라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앵커가 기자와 대본을 번갈아 한
번 바라보고는 안경을 쓱 밀어 올린 다.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럼 혹시 강 모 씨는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현재는 불구속 수사로 전환되어 일단은 석방된 상태입니다.”
“그럼 무혐의가 입증된 겁니까?”
“아직은 그렇다 말할 단계는 아닙 니다. 불구속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조사 대상자를 풀어준다고 해도 증 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무혐의가 된 건 아니지만, 그럴
확률이 높다. 그 정도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이례적으로 빠르게 불구속으로 전환된 것을 본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앵커가 슬쩍 입을 닫는다.
약간의 침묵으로 긴장감을 고조시 킨 앵커가 다시 입을 연다.
“그렇다면 김명찬 총리가 강 모 씨를 죽이려 했는데, 그게 실패하자 한국으로 돌아온 강 모 씨에게 누명 을 씌워 체포했다, 이 말입니까?”
“경찰은 아직 그 상황에 대한 정 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 합니다.”
“사실이라면 정말 거대한 스캔들 이 아닐 수 없어 보입니다. 대한민 국의 총리가 자국민을 살해하려 든 것뿐 아니라, 경찰과 검찰을 제멋대 로 움직였다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기자가 조심스레 말했다.
“기본적으로 수사라는 것은 증거 와 제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만약 김명찬 총리가 증거를 조작했 고, 그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가 이 루어졌다면, 경찰은 잘못된 증거를 바탕으로 강 모 씨를 구속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을 뿐, 권력에 굴복 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존재하는 것 아 니겠습니까?”
“그건 이제부터 수사를 통해 밝혀 질 겁니다.”
앵커가 고개를 슬쩍 카메라 쪽으 로 돌렸다. 화면을 똑바로 보는 형 태를 취한 앵커가 살짝 노기가 찬 듯한 표정을 짓더니, 선명한 목소리 로 말한다.
“김명찬 전 총리가 권력으로 경찰 을 움직였든, 그게 아니면 증거 조 작을 통해 일을 벌였든, 선량하고
전도유망한 한 대한민국 청년에게 누명을 씌워 범법자로 만들려 했다 는 의혹은 분명합니다. 국민을 지켜 야 할 대한민국의 총리가 국민에게 누명을 씌우려 한 이 충격적인 사건 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 습니다. 정치권에 만연한 도덕적 해 이를 이제는 해결해야 할 때입니 다.”
짧은 브리핑이 끝나고 컷 사인이 떨어지자 앵커가 대본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쪽으로 걸어 나온 그에게 PD가 따라붙었다.
“살짝 무리수였던 것 같은데, 괜 찮겠지?”
“에이, 그 정도면 정리 잘하신 거 죠.”
“뭔 오더를 쳐도 이런 오더를 치 는지 모르겠네.”
“이번에는 다급한 모양이던데요. 웬만해서는 우리 쪽으로 직접 오더 를 치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 강진호인가 뭔가 하는 애가 야권에 선이라도 있나? 보통은 이렇 게까지 뒷수습을 하려 들지는 않을 텐데 말이야.”
“알아본 바로는 이쪽뿐 아니라 다
른 언론사 연예부까지 핸드링하고 있답니다.”
“연예부? 연예부는 왜?”
pD가 씨익 웃었다
“왜, 그때 최연하 때문에 난리 났 잖습니까. 간첩이랑 사귄다고.”
“아? 아! 그게 그거구만. 그러네.” 이해했다는 듯이 앵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그거까지 수습을 해준다 고?”
“그런 모양입니다.”
앵커가 피식 웃었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지만, 그 당연한 일이 무시되는 곳 이 바로 정계가 아니던가.
큰 집이 자신들이 벌인 일에 책 임감을 가지는 건 흔히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여하튼 희한해. 보통은 적당한 선에서 자르려고 할 텐데, 이렇게까 지 죽어라 때리는 일도 흔치 않은데 말이야.”
“완전히 묻어버리려고 하는 것 같 습니다. 근데 거기 높으신 양반이랑 김 총리가 사이가 안 좋았습니까?”
“그럴 리가 있나. 거의 영혼의 동
반자 수준이었는데.”
“정치 무섭네요. 그런 사람을 저 렇게 짓밟을 수가 있다니.”
“죄지었으면 벌 받아야지. 나는 잘하는 거라고 봐. 이런 기회에 안 파면 언제 파겠어.”
“그건 그렇지만요.”
앵커가 옷으며 몸을 돌리려고 하 자, PD가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요.”
“웅?”
“김명찬 총리는 왜 그 강진호라는 사람을 묻으려고 그렇게 악을 썼을 까요?”
“글쎄,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던 모양이지. 원래 그 양반들이 독해. 안 독하면 자기 목에 칼 들어오는데 바른말하고 살았겠어?”
“그렇긴 하지만……
“너무 깊게 들어가려고 하지 마.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건 진실이지 가 십이 아니니까.”
“예.”
정리되고 있는 현장을 돌아본 PD 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또 며칠이나 떠들어야 하 나.’
협조할 수 있을 때는 협조하는
게 좋다. 사실을 감춰 달라는 것도 아니고, 사실 그대로 보도만 많이 해달라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 다.
더구나 저쪽에서 소스까지 제공해 주는데, 뭘 어쩌겠는가.
이럴 때라도 관계를 적당히 완화 시켜 둬야 다음에 정말 민감한 문제 를 보도할 때, 조금 편할 수 있다.
“여하튼 참 별일이 다 있네.” 어쨌든 좋다. 시청률이 잘 나오니 까.
“누나, 여론이 완전히 뒤집혔어 요!”
“••••••뭐가?”
“지금 SNS가 난리예요! 누나가 간첩이랑 만난 게 아니라 억울하게 누명 쓴 사람 배신 안 하고 의리 지킨 거라고!”
최연하가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잘됐네.”
“아니, 진짜라니까요!”
“ 알아.”
“방금 전에 취소됐던 CF 회사에
서도 다시 연락이 왔다니까요! 계약 다시 하고 싶대요.”
“싫다 그래.”
“네?”
최연하가 한은솔을 보며 가운뎃손 가락을 치켜 올렸다.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애들 나 별로 안 좋아해. 내가 돈 없어서 CF 찍는 것도 아닌데, 그런 애들 비위까지 다시 맞추라고? 나 안 해.”
“두 배 준다는데요?”
“언제래? 이쁘게 관리해서 간다고 해.”
프로네.
완전 프로야.
“진짜 지금 상황이 제대로 뒤집혔 다니까요. 주가가 쭉쭉 오르고 있어 요.”
“ 욕은?”
“에이, 누나가 언제 욕 신경 썼나 요? 이래도 욕할 애들이야 원래 욕 하던 애들이니까 별 상관 없잖아요. ‘최연하 여시 같은 게 잇속만 쏙쏙 빼 먹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의리 있다’고 칭찬하는 글이 자자해요.”
“그게 까는 거야, 칭찬하는 거
야‘?”
“칭찬이죠. 원래는 욕밖에 없었으 니까.”
최연하가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다.
“아주 잘됐네요, 한은솔 씨. 이제 발 뻗고 자겠어요.”
“에이, 진짜라니까요. 지금 TV에 서도 난리 났어요. 괜한 생사람 잡 았다고.”
“그렇겠지.”
“왜 그렇게 심드렁해요? 무슨 일 있었어요?”
“쯧쯧.”
최연하가 소파에 등을 기대며 말 했다.
“진호 씨 풀려 나올 때부터 빤하 게 벌어질 일이었는데, 뭘 그렇게 놀라? 새삼스럽게.”
“그 사람이 어련히 알아서 하려 구.”
병이네.
이제 이쯤 되면 병이다.
‘아니,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콩깍지가 벗겨질 만도 하지 않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연하가 저 러니 닭살이 두 배는 더 치솟는 느
낌이다.
“남자 친구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그럼 하나 만들어. 응원할게.”
“말을 말아야지.”
한은솔이 정색하고는 말을 이었 다.
“타이밍 잘 잡아야 해요. 너무 빨 리 활동 재개하면 나댄다는 소리 듣 고, 너무 늦게 시작하면 간만에 들 어온 물 다 빠져나갈 테니까. 다음 주쯤에는 이제 슬슬 다시 움직여야 죠.”
“그래, 그래라.”
“아니, 진짜 왜 이렇게 비협조적 인 건데요?”
“허무해서 그런다, 허무해서.”
“예?”
최연하가 머리를 젖혀 소파에 얹 고는 멍하게 말한다.
“그래도 내가 그동안 해온 게 있 는데, 욕이란 욕은 다 하다가 이제 와 의리 있다고 추켜세워 주면 내가 고마워해야 하나?”
“뭐 어쩌겠어요. 사람이 원래 그 렇지. 누나도 저쪽 입장이었으면 똑 같이 했을걸요?”
“그래, 그랬겠지. 욕한 사람들한테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 뭐라고 해 야 할까…… 연예인 짓을 하는 거에 근본적인 회의가 온다고 할까? 내가 그 사람들이 칭찬해 준다고 뭐가 달 라지는 것도 아니고, 욕을 먹는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기사 한 줄에 좋아하고, SNS 글귀 한 줄 에 빡쳐 하는 것도 이제는 영 달갑 지가 않네.”
한은솔이 긴장한 눈으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게 왔나?’
수많은 연예인들이 이걸 못 버텨 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과하게 허무
함을 겪은 이들은 공황장애에 시달 리거나 우울증이 오는 경우도 있다.
삶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감시 받고 평가당한다는 건 평범한 이들 은 절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 란 부담이다. 특히나 최연하와 같은 여배우들은 더욱 심하다.
그래도 최연하는 자의식이 워낙 강해서 잘 버틴다고 생각했는데
‘하기야 이번에 너무 심하긴 했 어.’
거의 국민 쌍년 취급을 받다가 갑자기 의리 있는 여자 취급으로 돌
아서니, 그 갭을 버틸 수 있는 이들 이 누가 있겠는가.
인터넷 게시글 하나 잘못 올렸다 가 악플이 줄줄이 달리는 경험만 해 도 멘탈이 깨지는 게 사람인데, 전 국민이 놀이 삼아 욕하는 경험이야 오죽할까.
한은솔이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최연하가 고 개를 빙글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
“네?”
“이번에 들어온 CF 중 하나를 애 들한테 돌릴 수 있을까?”
“촬영하기 힘드세요? 정 그러면 좀 줄이는……
“그게 아니라……
“네‘?”
최연하가 미간을 좁혔다.
“야, 내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 만히 봤는데, 사람은 역시 사업을 해야겠더라.”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사업을 하고 부하 직원들이 넘쳐 나니까, 본인은 구치소에 갇혀서 놀 고 있는데도 알아서 백방으로 뛰어 다니면서 해결하고 자체적으로 계속 돈을 벌어주잖아.”
“나는 죽어라고 몸으로 뛰어야 버 는데. 이거, 너무 억울하지 않냐?”
“허무함이라는 게 그거였어요?”
“응. 어떻게 애들 노예 계약으로 잘 묶어놓고 키우면 나중에는 내가 놀아도 지들이 알아서 돈 벌어다 주 지 않을까? 내가 좀 진지하게 이걸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러니까…… 야, 너 어디 가?”
“네. 계속 고민하세요. 저는 언론 사 쪽이나 알아볼랍니다.”
“사람이 말을 하는데!”
“말 같아야 들어주든 말든 하지!”
한은솔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 집 을 나가자, 최연하가 살짝 표정을 바꾸고 소파에 늘어졌다.
그러고는 슬그머니 휴대폰을 열었 다.
재빠르게 SNS를 켠 최연하가 검 색창에 최연하 세 글자를 쳐 넣었 다.
—
최연하 진짜 의리파네. 나였으 면 저 상황에서 당당하게 말 못할 것 같은데. 다른 건 모르겠는데, 당 당함 하나는 인정함.
–
원래 최연하가 걸크 쩔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병크 제대로 터진 줄 알았는데…… 걸크 중의 걸크인 듯.
– 최연하 연애 선언 동영상 다 시 보고 있는데, 사정 다 알고 보니 까 이거 진짜 쩐다. 느낌이 완전히 다름.
최연하의 입꼬리가 씨익 말려 올 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