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09)
마존현세강림기-1411화(1408/2125)
마존현세강림기 57권 (18화)
4장 수습하다 (3)
“……언제부터 저랬습니까?”
“며칠 전부터입니다.”
교도관이 쭈삣대며 말한다.
딱히 그가 잘못한 것은 없지만, 아무래도 상대의 신분이 신분이다 보니 말 한마디를 할 때마다 조심스 럽다.
이종욱이 굳은 얼굴로 창살 너머 를 바라보았다.
사각, 사각, 사각, 사각.
펜이 종이 위를 누비는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너무 규칙적 이라 듣는 이의 기분이 이상해질 정 도였다.
김명찬.
그가 책상에 앉아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끊임없이 뭔가를 적어 대고 있었다.
펜을 잡은 손이 짓물러 피가 홀 러나온다.
그 피가 종이를 적시고 있는데도
김명찬은 그저 무언가를 끊임없이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접견을 거부하고 계시다구요?”
“예. 사람이 찾아왔다고 해도 아 무도 만나지 않으시겠답니다. 심지 어 가족분들과의 접견도 거부하고 계십니다.”
이종욱이 굳은 얼굴로 김명찬을 바라보았다.
꼿꼿한 자세와 굳은 얼굴에서는 흐리멍덩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는 건 정신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라는 뜻인데…….
그럼 이런 극적인 변화는 왜 생
겼을까?
‘……생각할 것도 없지.’
강진호다.
강진호가 다녀간 게 분명했다.
이종욱이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창살을 가볍게 두드렸다.
접견을 거부하고 있다고는 해도 어떻게 말은 걸어봐야지.
“총리님.”
“총리님, 이종욱입니다.”
“총리님!”
김명찬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돌아가게.”
“……총리님.”
“돌아가.”
이종욱이 김명찬의 등을 보며 입 술을 깨물었다.
“총리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건 총리님께 도움이 되 지 않습니다. 변호사의 접견도 거부 하고 계시다면서요?”
“자포자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 니다. 총리님, 최소한……
그 순간, 김명찬이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김명찬과 시선이 마주친 이종욱이 자신도 모르게 흠칫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얼굴.
기괴하게 일그러져 도무지 사람이 라 칭할 수 없는 얼굴을 한 김명찬 이 핏발 선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 다.
“자포자기?”
유부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목소리 였다. 이종욱은 단 한 번도 김명찬 이 이런 목소리를 내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핏발이 선 김명찬의 눈이 이종욱 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네가 뭘 알아.”
“네가 뭘 알아아아아아아아아!”
김명찬이 문으로 달려들어 철창을 후려쳤다. 피가 사방으로 튀어 오른 다.
이종욱은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철창을 후려치고 심지어 입으로 물어뜯는다. 핏발이 선 눈에서 눈물 이 줄줄 흘러나오고, 입으로는 침이
새어 나온다.
‘미쳤어.’
강진호가 다녀갔다.
이종욱은 김명찬에게 있어서 강진 호라는 존재는 결국 죽음이라고 생 각했다.
하지만 이건 이종욱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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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으………..
김명찬이 창살을 붙들고 이종욱을 노려봤다.
“내가 미친 것 같나?”
“차라리 미칠 수라도 있으면
흐흐…
김명찬이 힘없이 창살에서 손을 뗐다. 이종욱은 전에 한 번도 지은 적 없는 표정으로 그런 김명찬을 바 라보았다.
없다.
창살을 놓고 떨어져 나간 김명찬 에게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영혼조차 빠져나가 버린 빈껍데기 만이 그곳에 서 있었다.
“……돌아가게, 이군.”
김명찬이 힘없이 뇌까렸다.
“다신…… 다신 찾아오지 말게. 나는 이제 없으니까. 김명찬은 이곳
에 없네. 나는 그저…… 그래, 그저 망령일 뿐이야.”
김명찬이 하얗게 쇠어버린 듯한 얼굴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를 냈 다.
“그리고 절대…… 절대 강진호와 적대하지 말게……. 절대로.”
“내 말, 명심하게. 이게 내가 자 네에게 주는 마지막…… 마지막 조 언일세.”
김명찬이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책상으로 돌아가 다시 무언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각, 人]’가, 사각, 사각.
그 모습은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감상이 들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신실한 신도의 경건한 무언가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광 인의 헛짓거리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행동이 무엇이 되었든 김명찬은 지금 저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을 지상 과제처럼 여기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이종욱이 눈을 감았다.
저 글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도 않다.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그저 김명찬은 이제 끝났다는 건
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이종욱이 손을 들어 을려 자신의 눈가를 짓눌렀다.
뭘까.
이 기분은.
그는 분명 김명찬의 반대쪽에 선 사람이었다. 한때는 서로 죽이지 않 고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 한 적마저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울컥한 감정이 드 는 건…….
이종욱이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그러고는 허리를 깊이 숙여 김명찬 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저는 기억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김명찬에게 침을 뱉고 그의 이름을 저주하겠지 만, 이종욱은 기억할 것이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설사 그 기억이 악행으로 점철되 어 있다고 해도 인간 김명찬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가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이종욱만은 기억할 것이다.
이종욱이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느릿한 걸음으로 천천히 구치소를 빠져나왔다.
이상한 기분이다.
조금 전까지 이종욱은 김명찬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리 고 김명찬의 눈으로 본 세상에서 가 장 큰 악이 지금 그의 눈앞에 앉아 있다.
강진호.
이종욱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이리 보고 있으면 그저 잘생긴 청년일 뿐이다.
그의 어디에서도 대한민국의 어둠 을 지배하는 남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찰칵.
강진호가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러고는 심드렁한 눈으로 이종욱을 바라보았다.
“이야기해.”
이종욱이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명찬 총리에게는 종신형이 선 고될 겁니다.”
“종신형이라……
“살인 교사와 내통은 그렇다 해도 북한에 자금을 대주고 강진호 씨를 죽이려 한 죄만은 어떻게 할 수 없 습니다.”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사형이 아닌 게 이상하군.”
“……대한민국에서 사형이라는 게 그리 쉽게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이종욱이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정부에서는 이 정도로 일을 마무 리 짓고 싶어합니다. 물론 강진호 씨에 대한 보상이 마무리된 건 아니 고,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복구도 지속적으로 계속될 겁니다. 다만, 이 쯤에서……
“화해라도 하자?”
“쉽게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이현수가 미간을 좁혔다.
“제대로 보상이 이뤄진 건 아무것 도 없는데, 뭘 화해하자는 건지 모 르겠네.”
“……보상은 이뤄졌죠. 말씀하신 대로 철저하게 김명찬을 짓밟지 않 았습니까!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만세토록 최악의 총리 로 회자될 수준으로!”
“하?”
이현수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이종 욱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숫제 우리가 나쁜 놈인 것 같네? 어이, 이종욱 씨. 주둥아
리 함부로 놀리지 않는 게 좋아. 지 금도 내가 많이 참아주는 거니까.”
“됐다.”
“회주님!”
“됐어.”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손을 내저었 다.
그러자 이현수가 불만 가득한 얼 굴로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은 많지 만, 강진호가 저리 나오니 입을 열 수가 없다.
“오해는 하나 풀지.”
“오해요?”
“지금 이성을 찾지 못하는 건 네
쪽이야.”
“ 저는••••••
강진호가 가만히 이종욱을 바라본 다. 강진호의 눈빛에 짓눌린 이종욱 이 입을 꾹 닫았다.
“김명찬의 죄 중에 지어낸 게 있 나‘?”
“너희가 한 거라고는 있는 죄를 밝힌 것뿐이지, 없는 죄를 만들어낸 적은 없잖아. 그렇지 않나?”
“……그건 맞습니다.”
이종욱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 다.
“원래 사람의 죄를 밝혀 처벌하는 건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 가. 너희가 외면하고 있던 일을 내 가 나서서 하게 만들었다고 내게 책 임이 있다고 할 셈인가?”
이종욱은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 었다.
강진호가 저리 말하면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틀린 말이 없으 니까.
“김명찬의 어떤 점에 동조하는 건 지는 모르겠지만, 이쪽을 몰아가는 건 곤란해.”
무섭다.
이종욱은 강진호가 너무 무서웠 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 따위는 손가락 하나로도 가루로 만들어 버 릴 수 있는 사람이다. 심지어 강진 호가 이 자리에서 이종욱을 찢어 죽 인다 해도 그를 보낸 정부에서는 어 떠한 책임도 묻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종욱의 죽음을 강진호와 연관시키지 않기 위해 뒷수습까지 제공하겠지.
강진호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 을 것이다.
하지만 설명한다.
이해시킨다.
절대적인 힘을 바탕으로 제 마음 대로 굴 수 있는 사람이 아무런 가 치도 없는 이종욱을 이성적으로 대 하려 든다.
이종욱은 그게 너무 무서웠다.
“이해했나.”
“예.”
“이해는 빠르군.”
강진호가 피식 옷는다.
“그럼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
강진호가 가만히 이종욱을 바라보 다 입을 열었다.
“화해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그쪽과 내가 서로 화해하고 말고 할 사이는 아니지.”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를 꺼낸다 는 건 다른 할 말이 있다는 거겠지. 말해봐. 어설프게 하나씩 꺼내지 말 고, 전부 다 꺼내놔.”
이종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부는 김명찬의 종신형을 유지 하는 대가로 북한에 금품을 제공한 일은 없던 일로 만들고 싶어 합니 다.”
“대가라는 말은 조금 이상하군.”
“예. 조금 말이 엇나갔네요. 그 부분을 회주님께 부탁드리고 싶어 합니다.”
“ 이유는?”
“……아무래도 북한은 대한민국에 서는 조금 민감한 문제라서, 잘못하 면 여파가 조금 커질 수 있습니다.”
“흐 ”
강진호가 가만히 이종욱을 바라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편한 대로 해.”
“……감사합니다.”
“가서 전해. 더는 이런 일로 대화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이 일은 여 기서 덮는다. 다음에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만날 거다.”
이종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이쪽에서는 확실하게 마무 리를 짓겠습니다. 회주님과 총회, MK, 그리고 가족분들과 최연하 씨 까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보상 을 해드리겠습니다.”
빤한 소리다.
하지만 강진호는 굳이 더 따질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김명찬을 잡은 이상 더는 흥미가
없다.
이 질척이는 관계를 정리하고 하 루빨리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 은 마음뿐이다.
“실무 논의는 이현수와 마저 해.”
“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이현수가 독사 같은 눈으로 이종 욱을 바라보았다.
“실무진은 따로 보내.”
“제가……
“국정원 놈이 뭘 안다고 실무를 논해? 부서 실무진들 구성해서 보내 라고 해.”
“알겠습니다.”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끝인가?”
“아직.”
이종욱이 단호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본다.
“개인적인 일이 하나 남았습니다.” 강진호가 의문을 담고 이종욱을 돌아보았다.
“개인적인 일?”
“예.”
이종욱이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저를 총회에 받아주십시오.”
예상하지 못한 말에 강진호가 미 간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