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1)
마존현세강림기-141화(141/2125)
마존현세강림기 6권 (16화)
4장 움켜쥐다 (1)
노수봉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김학철이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악몽을 꾸는 것은 군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씩 겪는 일이고,
사회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니까.
문제는 악몽이 계속 이어지고 있 다는 것이었다.
악몽이야 어쩌다 꿀 수도 있다지 만, 매일을 악몽에 시달리는 경우는 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김학철은 매일 악몽에 시달리다 못해 하루가 멀다 하고 바짝 말라가고 있었다.
“흐으으..
생활관 구석에 처박혀서 덜덜 떨 고 있는 김학철을 보니 짜증이 마구 솟구쳐 올랐다.
“하, 저 새끼……
원래부터 그렇게 담대하다고는
할 수 없는 놈이지만, 나름 센스가 있고 말을 잘 들어서 그동안 꼬붕으로데리고 있던 놈인데, 저런 꼴을 보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뭔 꿈 좀 꿨다고 애가 폐인이 되어가냐?”
벌벌 떨고 있는 김학철을 보다 못한 노수봉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 신발을 신었다.
“입실 멀었대?”
“이상 소견 없다는데 말입니다.”
“애새끼가 저 꼴인데 이상 소견 이 없다는게 말이나 돼?”
“……원래 미친 척해서 입실하려
는 애들 많지 않습니까. 정신병은 입실 잘 안 됩니다.”
“씨발.”
노수봉이 짜증을 내고는 생활관 밖으로 나왔다.
홉연 구역에도착하기도 전에 담 배를 입에 문 그가 불을 붙였다.
“말년에 이게 무슨 개꼴이야.”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때인데 밑에 놈 하나는 자살 시도를 하지 않나, 다른 하나는 미쳐가는 꼴이니, 속이 뒤집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엿 같은 군대 빨리 나가야지.”
노수봉이 벤치에 앉아 다리를 올 렸다.
“야!”
“상병 강진호.”
먼저 앉아 있던 강진호를 부른 노수봉이 손가락을 까딱했다. 강진호가 그 손짓을 보고는 피우고 있던 담배를 끄고 노수봉의 앞으로가서 섰다.
‘ 강진호?’
노수봉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이 포대 내에 그가 신경을 쓰는 사람은 딱히 없었다. 포대장조차도 그의 눈 밖이었다.
하지만 강진호만은 그도 무시할 수 없었다.
워낙에 소문이 다양하게 들리지 않는가.
게다가 간부들의 신임도 좋아서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골치깨나 썩을 수밖에 없는 놈이다.
‘그래서 뭐, 씨발.’
노수봉의 자존심이 울컥하고 밀 려 올라왔다.
“가서 음료수 좀 사 와.”
“PX 아직 안 열었습니다.”
“피돌이 새끼한테 내가 시켰다고 하고 열라고 해. 콜라 사 오고.”
노수봉이 주머니에서 만원짜리를 꺼내 강진호에게 건넸다.
“남은 건 너가져. 너도 뭐 하나 마시든가.”
“예.”
강진호가 돈을 받아 생활관 안으로 향하자 노수봉이 피식 웃었다.
“타 분대원 터치 금지는 얼어 죽을….”
원칙상으로 타 분대원들에게는 지시를 내릴 수가 없게 되어 있지 만, 노수봉은 그런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기 마련이다.
보라.
강진호도 그의 말 한마디에 쫄래 쫄래 음료수를 사러가지 않는가.
“음료수는 음료수고, 엿 같아 죽 겠네.”
이제 전역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자꾸 일이 터지니, 그도 속이 썩는 기분이었다.
스멀스멀 밀려오는 불쾌함에 눈 살을 찌푸린 그가 신경질적으로 담 배 필터를 잘근잘근 씹었다.
‘얼른 전역이나 해야지.’
생각해 보면 군생활이 한 달도 안 남았는데 분대에 무슨 일이 벌어
지든 그와 무슨 상관인가. 지금부터는 몸이나 사리다가 사회로 나가 버 리면 그만이다.
만약 주영기가 깨어나서 모든 것을 불어버린다 하더라도 사회에 있 으면 그를 건드릴 수는 없을 것이다. 군대를 벗어나 버리면 그의 힘은 몇 배나 강해지니까.
“여기 있습니다.”
어느새 콜라를 사 온 강진호가 노수봉에게 콜라를 내밀었다.
“잔돈은가지라니까.”
콜라와 함께 내민 잔돈을 슬 밀 어버린 노수봉이었다. 강진호는 두
말 않고 잔돈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 오냐.”
콜라가 배 속으로 들어가니 답답 한가슴이 좀 뚫리는 기분이었다.
“……진짜 무슨 마가 꼈나?”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노수봉의가슴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노수봉은 무릎을 움켜잡은 채 벌 벌 떨고 있는 김학철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학철아.”
“흐으, 흐으, 하……”
김학철이 악몽을 꾸기 시작한 지도 벌써 오 일이 지났다. 날이 지날 수록 김학철은 말라가고 있었다. 불 과 오 일 만에 사람이 저렇게 피골 이 상접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 씨발! 애 꼴이 이 지랄 인데 왜 입실이 안 된다는 거야! 장 난하냐고!”
신경질적으로 노수봉이 소리를 지르자 김학철이 경기를 일으켰다.
“자,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
“어휴, 병신 새끼!”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잘못했습니다’를 반복하는 김학철을 보며 노 수봉은 짜증을 냈다.
하지만 그 짜증에 서서히 불안함 이 섞이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김학철이 자신보다는 심약한 성 격이라고는 하나 애 하나를 거의 자 살로 몰아갈 만큼 괴롭혔던 놈이다. 그런 애가 마음이 약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무슨 꿈을 꾸면 사람이 이리 되어버리는 것일까?
“학철아.”
“히 익!”
“아, 새끼야! 정신 차리고 내 말 들으라고!”
김학철의 눈에 초점이 잡히더니 노수봉을 바라보았다.
“김학철.”
“……예.”
“니 말대로라면 밤만 되면 어떤 애새끼가 너를 보일러실로 끌고 간 다는 거잖아? 맞아?”
“ 예.”
“잘 들어. 오늘 내가 보일러실 문을 잠갔다.야간에 보일러 확인하는
것도 오늘 하지 말라고 했고, 열쇠는 내가가지고 있다. 알았어?”
김학철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 였다.
“불침번이 한 시간에 두 번씩니가 자리에 있는지를 확인할 거고, 나는 오늘 안 잘 거다. 이러면니가 지금까지 겪은게 꿈인지 아닌지 확 인할 수 있지?”
“꿈…… 그거 꿈 아닙니다……. 그거! 그거 꿈 아닙니다! 꿈 아니라 구요!”
“아, 이 씨발 새끼가 진짜!”
쫘악!
노수봉이 김학철의 뺨을 올려붙 였다.
지켜보던 이들이 놀라서 둘을 바라보았다. 얼이 빠진 김학철을 보며 노수봉이 씹어뱉듯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꿈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준다잖아, 이 새끼야! 오 늘만 지나면 그거 다 꿈인 거 알게 될 거라고! 알았어?”
“……예.”
“꿈이면 괜찮은 거잖아. 그치?”
“그렇습니다.”
김학철이 고개를 끄덕이자 노수 봉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돌렸다.
“자리 깔아. 얘 좀 재우자.”
밤이 깊었지만 김학철은 쉽게 잠 들지 못했다. 노수봉은 그런 김학철을 보며 혀를 찼다.
‘어휴, 병신.’
생각 같아서는 화를 내버리고 싶 지만, 이 이상 김학철을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냥 꼬붕으로 생각하던 놈이었는데, 그 사이 미운 정이라도 든 것인지 저 꼴이 된 걸 보니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제길, 잠 오네.’
노수봉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병장이긴 하지만 그도 군대에 적 웅한 몸. 열 시만 되면 잠이 몰려오는 것은 자연한 이치였다. 새벽까지 버티고 있자니 좀이 쑤셨다.
노수봉은 관물대를 열어게임기를 꺼냈다. 몰래 들여온 휴대용게 임이라도 하고 있어야 잠이 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김학철은 천장의 무늬를 바라보 고 있었다.
곧게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뿌연 습막이 차올랐다.
‘올 거야……
곧 그가 올 것이다.
곧
그것은 인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올 거야……
그의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다시 그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심장이 멈춰 버 릴 것 같은 공포심이 밀려온다.
그는 자신을 조금씩 갉아 죽이고 있었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말이다.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단번에 앗 아가 버렸다면 이렇게까지 공포로 짓눌려 죽어가는 기분을 느끼지는
않겠지. 그런데 그는 전혀 급해 보 이지 않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금방이라도 짓눌러 죽일 수 있는 벌레의 다리를 하나씩 떼어가면서 꿈틀거리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처럼 그는 김학철을 서서히 죽여가고 있 었다.
‘아니냐. 꿈일지도 몰라.’
지금 노수봉이 깨어 있다.
그리고 불침번들도 그를 확인하 러 올 것이다. 이게 현실이 아니라는 확신만 있으면 자신도…….
김학철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어느새 노수봉도게임기를 든 채 잠들어 있었다.
밤은 그들의 시간이 아니었다.
또옥.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이토록 이나 크게 들린다.
김학철은 이제 더 이상 당황하지 않았다.
예상했던 일이다.
아무리 놀라운 일이라도 오 일이 나 같은 일을 겪어보면 사람이라는 것은 적응을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심장을 조여오는 공포
만은 결코 적응할 수 없었다.
김학철은가만히 눈을 감았다.
‘꿈이라고?’
입을 열 수만 있으면 웃어버리겠 지.
모두가 자신을 미쳤다고 하고 있다. 어쩌면 정말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 어떤 이라도 이런 일을 오 일이 나 겪으면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미쳤든 미치지 않 았든 이것은 현실이다. 결코 환상 같은 것이 아니다.
김학철은 멍한 시선으로 전면을
바라보았다.
이제 곧 그가 나타나겠지.
그리고 다시 자신을 잔인하게 유 린하기 시작할 것이다.
“표정이 좋아졌군.”
역시.
그의 목소리는 몇 번을 들어도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김학철은가만히 눈앞에 어른거 리는 검은 그림자를 바라보았다.가 만히 그림자를 바라보자 그의 고개가 갸웃 기울었다.
알 것이다.
눈앞의 그림자는 언제나 귀신같
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챘으니까. 지 금 자신이 말하려는 것도 먼저 알아 채고 움직일 것이다.
이 순간이 너무도 두려웠다. 이 순간이 다시 찾아올까 봐 너무도 두 려웠다.
그렇지만 이 순간이 너무도 두려 웠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남을 방 법을 필사적으로 궁리했다.
“후욱, 후욱……
가빠진 숨으로 바라보고 있자 그 림자가 미묘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 었다.
“하아아, 아?”
입이 순간 열렸다.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 대한 놀람을 미처 다 만 끽하기도 전에 김학철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자, 자수하겠습니다.”
그림자가 빤히 김학철을 바라보 았다. 김학철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왜, 왜 이러는지 알고 있어요. 그때, 이게 내가 한 짓이라고 하셨 잖아요. 그러니까…… 자수할게요, 자수!”
김학철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새 어 나왔다. 이 상황이 너무나도 서
럽고 무서웠다.
“자수?”
“예! 제가 영기를 그리 만들었다 고 자수하겠습니다. 자수할게요! 그 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제발 이 제 용서해 주세요. 제발……
그림자가 큭큭 웃었다.
“자수라……
그림자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네?”
“네가 자수를 하든 말든 그게 나 와 무슨 상관이냐는 거야.”
“지금 내가 정의의 사도라도 되 어 보이나? 지금?”
그림자의 낄낄대는 웃음소리가 보일러실을 웅웅 울렸다. 김학철은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정신을 잡고 있는 자신이 신기하기만 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싶지 않아?”
김학철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딱히 뭔가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도 그저 농락이 겠지.
하지만 그 순간, 그림자의 몸을 뒤덮고 있던 검은 연기 같은 것들이 홑어지더니 한 사람의 모습이 드러
났다.